퀵바

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71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2.19 17:33
조회
464
추천
10
글자
7쪽

미령(美靈)2-(65)

DUMMY

그러나 한참 뒤, 다시 눈이 보이기 시작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무희는 어둠 속에 보이는 박양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보니 네 관상이 좋구나.”

“보살님 지금 눈이 보이세요?”

“응.”

“세상에. 이건 기적 이예요.”

“기적은 무슨. 그런데 커튼을 여니까 눈이 너무 부셔서 뜰 수가 없어.”

“선글라스를 써보면 어떨까요?”

“선글라스?”

“마침 도희가 쓰고 있는데 갖고 올까요?”

“그래. 하지만 도희한텐 아무 소리 하지 마라.”

한편, 지금까지 퍼즐을 짜 맞추던 도희는 자신이 내린 추측의 결과를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문을 벌컥 들어온 박양의 뜬금없는 소리에 겨우 얻어낸 결론이 도로 흩어지고 말았다,

“선글라스를 달라니요?”

“응. 잠깐 쓸데가 있어서.”

“언니도 참. 눈도 없는 장님한테 선글라스를 달라니요. 안돼요.”

“글쎄 잠깐이면 된다니깐.”

“안돼요. 저 손님 받아야 해요. 어머!”

도희는 완강히 거부했지만 이미 콧등에 걸려 있던 선글라스는 어느새 박양의 손에 들려 있었다.

“왜 이래요? 돌려줘요.”

하지만 도희의 간절한 부탁은 박양이 나가면서 닫아버린 방문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보살님 가져왔어요.”

쏜살같이 달려온 박양은 무희에게 선글라스를 건넸다.

“이게 효과가 있을까?”

“도희 건 워낙 짙은 거라 효과가 있을 거예요.”

무희는 별로 탐탁해 하지 않으면서도 선글라스를 쓰고 조심스럽게 커튼을 열었다.

그 순간, 무희의 입에선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 얼마 만에 보는 하늘인가?

감격에 겨운 무희는 어느새 선글라스 밑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때요? 좀 나아요?”

“낫다 뿐이겠니?”

“그런데 도희가?”

“그년은 왜?”

“선글라스 달라고 난리칠 거예요. 안 준다는 걸 억지로 뺏어왔거든요.”

“눈깔도 없는 년이 선글라스는. 그런다고 없는 눈이 생기기라도 한 대? 꼴에 겉멋만 들어갖고. 내가 쓰지 말라고 했다고 해. 신기 약해지니까.”

“네.”

결국 손님들 앞에 비어있는 눈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도희는 하루 종일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다 손님들의 한결같은 질문에 매번 같은 대답을 반복하는 곤혹까지 치러야 했다.

“보살님 오늘은 선글라스를 안 쓰셨네요?”

“아, 네. 신기가 약해진다고 스승님께서 쓰지 말라고 하셔서요. 보기 민망하시죠?”

“아뇨. 그럴 리가요.”

그러나 움푹 꺼진 데다 빨간 속살이 계속 움질거리는 것을 봐야하는 손님들에겐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날 저녁, 하루의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던 도희는 생소한 느낌에 멈칫하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건 또 뭐야?’

‘도희야.’

‘요령 언니?’

‘응. 나야.’

요령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들려왔다.

‘목소리가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나 당했어.’

‘당하다니? 누구한테?’

도희는 요령에게 심각한 일이 생긴 것을 직감했다.

‘무 무희.’

‘보살님? 설마.’

‘안 믿어지겠지. 하지만 사실이야. 가만히 있다간 결국 너도 나처럼 되고 말거야.’

도희는 지금의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안간힘을 써서 말을 하는 요령은 그동안 무희가 저질렀던 모든 만행을 소상히 털어놓았다.

‘그런 년이야. 실은 너도 소모품으로 데려 온 거였어. 살려면 여길 벗어나야하는데 너 혼자선 불가능해.’

‘그럼 이제 어떡해?’

‘방법은 하나야. 저년이 나한테서 뺏어간 기를 도로 빼버리는 거.’

‘하지만 내 힘으론 안 되잖아.’

‘방법이 있어.’

‘방법? 뭔데?’

‘저년한테 약점이 있는데 그걸 이용하면 돼.’

‘그게 뭔데?’

‘그건 말이지.’

마지막 힘을 다해 도희의 귀에 뭔가를 속삭인 요령은 한 가지 당부를 했다.

‘기를 빼내기 전까진 넌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해야 돼. 안 그러면 저년이 널 그냥 안 둘 테니까. 알았지?’

‘응. 언니.’

‘그동안 속여서 미안했다. 안녕.’

‘언니.’

도희의 안타까움 속에 요령이 사라지는 동안 옆방에 있던 무희는 선글라스를 벗고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옆집의 높은 벽에 가려 달은 볼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밤하늘을 배경으로 뭔지 모를 하얀 그림자 하나가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다.

‘뭐였지?’

무희의 눈에 비쳤던 그것은 방금 도희의 방에서 사라진 요령의 한 조각이었다.

그러나 요령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확신한 무희는 방금 자신이 본 것을 오랜만에 시력을 회복한데서 오는 일종의 착시현상으로 생각했다.

몇 시간 전, 요령이 내리치는 바람에 바닥에 떨어지면서 뚜껑이 열린 단지에서 유골가루 일부가 쏟아져 나왔지만 그때까지 눈이 보이지 않았던 무희는 단지에 빛이 들어가면 안 되었기에 단지를 찾고도 뚜껑을 찾아 덮느라 자신이 바닥에 쏟아진 유골을 손으로 흩뜨린 것을 깨닫지 못했다.

요령이 마지막으로 도희를 보고 갈 수 있었던 것은 그때 방바닥에 흩어진 유골에 기가 남아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며칠 뒤, 영선의 아파트 단지엔 창문에 짙게 선팅이 된 승용차 한 대가 들어서고 있었고 그 안엔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고 있는 박양과 선글라스를 쓴 귀부인 차림의 무희가 뒷좌석에 앉아있었다.

“세워라.”

“여기요?”

“응. 잠시 둘러볼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차에서 내린 무희는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영선이 사는 아파트를 올려다보았다.

‘저기였군.’

그동안 몇 번 와보긴 했지만 성한 눈으로 보기는 처음이었던 무희는 한참 동안 눈을 떼지 않았다.

같은 시각, 슬기 안에 있던 미령은 밖에서 전해오는 기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건?’

지금 느끼는 기가 어딘지 생소하면서도 낯설지 않은 것이다.

거기에 미약한 인기척까지 느껴지고 있어 사람의 기와 혼령의 기가 번갈아 감지되고 있었다.

미령은 영선에게 밖을 내다보라고 시켰다.

‘밖은 왜요?’

‘밖에 누군가 와있는 것 같아.’

‘교아 아닐까요?’

‘교아의 기가 아냐. 근처에 와 있는데 이렇게 약한 걸 보니 땅에서 올라오는 것이 틀림없어.’

‘제가 한번 볼게요.’

‘창문은 열지 마라.’

‘네.’

베란다로 나간 영선은 유리에 얼굴을 붙이고 아파트 밑을 살폈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서인지 어디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영선은 제한된 시야 때문에 아파트 로비 앞이 보이지 않자 창문을 열고 살짝 머리를 내밀었다.

이때, 승용차 앞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위를 올려다보는 여자를 발견한 영선은 재빨리 창문을 닫고 방으로 돌아왔다.

‘있니?’

‘네. 어떤 여자가 승용차 앞에서 여길 올려다보고 있었어요.’

‘얼굴은 봤어?’

‘아뇨.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볼 수가 없었어요.’

‘엄마는 오려면 멀었니?’

‘오실 때 다 됐어요. 아까 계약하고 오는 중이라고 했으니까 거의 다 왔을 거예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령2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1 미령(美靈)2-(82,최종회) +3 12.01.10 489 10 9쪽
80 미령(美靈)2-(81) +3 12.01.09 429 9 7쪽
79 미령(美靈)2-(80) +2 12.01.08 336 12 7쪽
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4 13 7쪽
77 미령(美靈)2-(78) +1 12.01.06 271 9 7쪽
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5 10 7쪽
75 미령(美靈)2-(76) +3 12.01.04 376 7 7쪽
74 미령(美靈)2-(75) +3 12.01.02 456 7 7쪽
73 미령(美靈)2-(74) +2 12.01.01 479 10 7쪽
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6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3 7 7쪽
70 미령(美靈)2-(71) 11.12.29 437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4 13 7쪽
68 미령(美靈)2-(69) +4 11.12.25 408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5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400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7 7 7쪽
» 미령(美靈)2-(65) +3 11.12.19 465 10 7쪽
63 미령(美靈)2-(64) +3 11.12.18 350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9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60 미령(美령)2-(61) +1 11.12.15 437 9 7쪽
59 미령(美靈)2-(60) +1 11.12.13 495 8 7쪽
58 미령(美靈)2-(59) +3 11.12.12 333 9 7쪽
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56 미령(美靈)2-(57) +3 11.12.07 540 14 7쪽
55 미령(美靈)2-(56) +1 11.12.05 309 8 7쪽
54 미령(美靈)2-(55) +3 11.12.04 462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9 11 7쪽
52 미령(美靈)2-(53) 11.11.20 442 9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