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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59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2.18 01:43
조회
349
추천
8
글자
7쪽

미령(美靈)2-(64)

DUMMY

“정말이야?”

“이제 안심해도 된대.”

지은은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렸다.

지난 며칠 간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어 잠조차 마음껏 잘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영선아. 지은씨한테 교아가 왔다 간 거 얘기해야 하지 않아?’

‘아직요. 엄마가 알면 걱정할 거예요.’

한편, 새벽에 무희와 역술원으로 돌아온 요령은 오랜만에 만난 도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디 갔다 온 거야?’

‘보살이 찾던 그 혼령을 찾았거든.’

‘그럼 그동안 거기 있었던 거야?’

‘응. 아주 답답해서 혼났어.’

‘거기가 아딘데?’

‘눈이 안보여서 그것까진 모르겠는데 그 집은 아파트인데도 개가 있더라.’

‘애완견이겠지.’

‘참, 그리고 이상한 일이 있었어.’

‘이상한 일?’

‘그 집에도 전에 여기 왔던 그 귀신의 기가 있었어.’

‘전에 왔던 거라면?’

이때, 도희에게 떠오른 것은 교아였다.

그렇다면 교아가 요령을 따라갔던 것이 아닐까?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무희가 요령을 부르고 있어 더 이상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무희의 부름을 받은 요령이 빠져나가고 혼자가 된 도희는 요령이 한 말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위문을 갖기 시작했다.

‘교아가 무엇 때문에 거기 있었던 걸까?’

‘혹시 마정이네?’

‘아냐. 그건 아닐 거야. 교아는 마정이네 집이 어딘지 모르고 있었어.’

‘그렇게 보면 나미도 마찬가진데. 그럼 혹시?’

도희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영선을 떠올렸다.

더구나 요령이 말했던 애완견까지 기억해 낸 도희는 자신이 영선을 죽도록 패대던 날을 떠올렸다.

그날 영선의 품엔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가 안겨 있었다.

‘그래 맞아. 마정이도 그렇고 나미도 개를 싫어했으니 영선이네가 틀림없어.’

도희가 퍼즐을 맞추는 사이 옆방에선 무희에게 붙잡힌 요령이 단지 하나를 더듬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보살님한테 있어요?”

무희의 손엔 어떻게 구했는지 요령의 유골 단지가 들려 있었다.

“그럼 내가 이것도 없이 널 붙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오래전 무희가 거울에 요령을 가둘 수 있었던 것은 요령의 유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당시 빙의에 걸린 여자가 찾아왔을 때 무희는 어쩌다 요령에게 잡히게 됐는지 조사하던 중 여자가 죽은 남편을 모신 납골당에 다녀 온 뒤 그렇게 된 것을 알고 퇴마를 시작했다.

그러나 요령의 기가 어찌나 끈질겼는지 도저히 꺼내지지가 않자 하는 수없이 여자가 갔었다는 납골당으로 달려갔다.

요령의 유골을 햇빛에 태워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유골에서 풍기는 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 훗날 반드시 써먹을 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관리인 몰래 유골단지를 빼내오게 된 것이다.

결국, 신통력이 있는 무당에게 유골을 빼앗긴 요령은 힘 한번 못써보고 여자의 몸에서 나와야 거울 속에 갇히야 했다.

“이제 알았느냐?”

“그렇군요. 그런데 이걸 왜?”

“그 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러면 저한테서 기를 뺏어가겠다는 거예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니? 네가 희생을 해야지.”

“너무 하세요. 저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그만큼 돌아다녔으면 됐지. 더 이상 무슨 미련이 있다고.”

뒤늦게 무희의 속셈을 알아차린 요령은 억울함에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이미 유골을 빼앗긴 뒤라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었던 요령은 무희 손에 있던 단지를 내리쳤다.

어차피 사라질 바에는 무희도 기를 얻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바람에 단지를 놓쳐버린 무희는 바닥에 구르는 단지를 찾아 허겁지겁 방바닥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사이 무희한테서 풀려난 요령도 단지를 찾기 위해 바닥을 더듬고 있었다.

한참 뒤. 둘 사이에 벌어졌던 단지 쟁탈전은 이제 막 뚜껑을 찾아 단지를 덮은 무희의 승리로 끝이 났다.

“네 년이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넌 사람이 아니라서 나만큼 감각이 없어.”

승리감에 도취한 무희는 간드러지게 웃어댔다.

“네년이 이런 년이란 걸 몰랐던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더러운 년인 줄은 정말 몰랐다.”

“미안하다. 네 입장이 딱하긴 하다만 내가 살자니 어쩔 수 없구나.”

“하지만 내가 이대로 끝날 줄 아느냐? 반드시 복수하고 말겠어.”

“글쎄다. 유골이 사라진 네가 뭘 할 수 있을까?”

다음 순간, 무희의 간드러진 웃음과 함께 서서히 연기로 변한 요령이 무희의 몸에서 발산된 안개에 흡수되면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방안에 있던 괴황지(槐黃紙)와 창호지까지 휘날릴 정도로 난리가 났지만 밖에 있던 박양과 옆방에 있던 도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한참 뒤, 토네이도가 사라진 방안엔 전혀 다른 무희가 앉아 있었다.

“이럴 수가? 눈이 보여.”

눈앞에 양 손을 들어 올리고 있는 무희는 지금 보고 있는 손이 자신의 것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곧이어 손으로 얼굴을 만져 본 무희는 놀라움과 환희가 섞인 희열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동안 화상흉터 때문에 손대기조차 싫었던 얼굴에서 매끈한 감촉이 느껴진 것이다.

그런데다 푸석푸석했던 머릿결엔 윤기가 흘렀고 염색을 한 것처럼 까맣게변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희를 기쁘게 한 것은 수십 년간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어째서 몰랐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그 계집애 기를 내가 가질 것을. 아무러면 어때.”

무희가 말하는 계집애는 마정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때 기를 빼앗긴 요령을 회복시키느라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무희는 이제라도 방법을 찾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럴 때 여자에게 필요한 것은 거울이었다.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았던 무희의 방에 거울이 있을 리 없었다.

자신의 모습이 궁금했던 무희는 박양을 불렀다.

“어머나!”

무희의 달라진 얼굴을 본 박양은 거의 넋이나가 있었다.

“보살님 맞아요?”

“그래 나다. 어떠냐?”

“어떻게 된 거예요?”

“하늘이 도왔다. 내 얼굴이 어떠냐니까?”

정신을 차린 박양은 전에 보았던 무희의 사진에 있던 얼굴 그대로라고 대답했다.

“정말이냐?”

“네. 나이도 훨씬 젊어보이구요.”

벅양의 찬사에 한껏 가슴이 부풀은 무희는 이번엔 창문의 커튼을 열어 젖혔다.

"아!"

그러나 오랜만에 빛을 봐서 일까?

무희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손으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햇빛은 아니었지만 어찌나 빛이 강한 지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역시 빛은 볼 수가 없는 걸까?”

“왜요? 또 아프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커튼 좀 닫아라. 얼른.”

방안이 어두워지자 겨우 눈을 뜬 무희는 눈이 보이지 않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밝은 빛에 노출되었던 눈이 암순응(暗順應)을 하느라 잠시 보이지 않는 것인데 그것을 모르는 무희는 도로 장님이 된 게 아닌가 하여 불안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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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미령(美靈)2-(80) +2 12.01.08 336 12 7쪽
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4 13 7쪽
77 미령(美靈)2-(78) +1 12.01.06 270 9 7쪽
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5 10 7쪽
75 미령(美靈)2-(76) +3 12.01.04 375 7 7쪽
74 미령(美靈)2-(75) +3 12.01.02 455 7 7쪽
73 미령(美靈)2-(74) +2 12.01.01 479 10 7쪽
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6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2 7 7쪽
70 미령(美靈)2-(71) 11.12.29 436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4 13 7쪽
68 미령(美靈)2-(69) +4 11.12.25 408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4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399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7 7 7쪽
64 미령(美靈)2-(65) +3 11.12.19 464 10 7쪽
» 미령(美靈)2-(64) +3 11.12.18 350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8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60 미령(美령)2-(61) +1 11.12.15 437 9 7쪽
59 미령(美靈)2-(60) +1 11.12.13 495 8 7쪽
58 미령(美靈)2-(59) +3 11.12.12 332 9 7쪽
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56 미령(美靈)2-(57) +3 11.12.07 540 14 7쪽
55 미령(美靈)2-(56) +1 11.12.05 309 8 7쪽
54 미령(美靈)2-(55) +3 11.12.04 462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9 11 7쪽
52 미령(美靈)2-(53) 11.11.20 442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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