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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73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2.25 21:03
조회
408
추천
9
글자
7쪽

미령(美靈)2-(69)

DUMMY

도희는 예전엔 햇빛이 무서워 한 발짝도 나오지 못했던 무희가 외출했던 일을 이야기를 하며 뭔가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예전에 무희가 어땠는지 모르는 교아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보기엔 방에서 선글라스 쓴 것 말고는 평범해 보이던데.’

‘선글라스라고?’

‘응.’

‘그리고 평범해 보였다고?’

‘응.’

‘장님 아니었어?’

‘아니던데? 그렇지 않고서야 날 붙잡을 수 있었겠어? 난 낮에도 돌아다니기 때문에 정확히 보지 않으면 누구도 잡을 수 없거든.’

그제야 무희가 더욱 강해진 것을 알게 된 도희는 수심이 가득했다.

그런데다 자신 역시 소모품으로 데려온 것이라고 했던 요령의 마지막 이야기는 점점 조급해지게 만들었다.

‘알았어. 교아야.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 나 좀 살려줘.’

그날 저녁, 계약을 끝내고 돌아온 박양은 계약서를 내밀고 무희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9억이라. 더럽게 비싸네.”

“이것도 싸게 산거예요.”

“알았다. 집은 언제 비우겠대?”

“내일 모레요.”

“수고했다. 그만 가봐라.”

무희에게 인감도장을 돌려주고 밖으로 나온 박양은 회심의 미소를 띠며 자기 방이 있는 2층으로 사라졌다.

그날 밤, 지은과 영선이 자는 사이 미령을 찾아 온 교아는 도희한테서 들은 것을 전하고 있었다.

“무희의 얼굴이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단 말이야?”

“네. 그런데 이상하게 방에서도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어요.”

“아무튼 얼굴이 깨끗했단 말이지.”

“도희 말로는 그 요령인가 하는 귀신의 기를 뺏어서 그럴 거라던데요?”

“이제 알겠어. 그러나 방에서까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면 거기까진 안 된 거야. 교아야 너 저승에 들어가고 싶지 않니?”

“왜 아니겠어요?”

“그러면 이렇게 하자.”

그날 밤, 미령과 교아는 밤새 뭔가를 속삭이고 사라졌다.

이렇게 미령과 무희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사이 경기도 인근의 한 묘역에선 많은 사람들의 오열 속에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었다.

이제 막 하관이 끝나고 허토가 시작되는 가운데 제일 먼저 얼굴을 내민 것은 상주인 강준이었다.

밤새 야간근무를 서고 부대로 복귀하자마자 갑자기 날아든 관보를 받고 달려와 누나 청심의 장례식을 치르는 중이었다.

평소엔 달가워하지 않았던 누나였지만 오늘은 그토록 냉정했던 강준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한참 뒤, 참배객들의 허토에 이어 평장까지 끝난 누나의 묘를 허탈하게 바라보던 강준은 그쳤던 눈물을 또 다시 떨어뜨리며 발길을 돌렸다.

“너무 서운해 하지 말게. 보살님 편히 가셨어.”

그는 강준이 군에 가 있는 동안은 물론 평생 청심 옆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았던 기사였다.

슬픔에 울먹이는 강준을 차에 태운 기사는 커다란 봉투를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게 뭡니까?”

“한번 뜯어보게. 보살께서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자네한테 전해주라고 하셨네.”

잠시 후, 참배객들이 탄 버스가 움직이면서 그 뒤를 따라 가는 동안 강준은 봉투를 뜯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속엔 몇 장의 서류와 작고 두툼한 봉투 하나가 들어있었다.

제일 먼저 서류들을 꺼내보니 청심이 소유했던 토지와 역술원으로 쓰던 건물의 등기서류가 맨 위에 있었다.

“이건?”

“거기 보면 모두 자네 명의로 돼 있을 거야. 그 밑에 보살께서 모든 유산을 자네한테 상속한다는 공증서류도 있네.”

“그럼 이걸 전부 저한테?”

“그보다 자네한테 해줄 말이 있어.”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을 멈춘 기사는 입을 다물고 운전만 했다.

“해주실 말이라니요?”

강준이 물었지만 쉽게 입을 떼지 못하던 기사는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에 휴게소에 이르자 차를 세웠다.

“우리 잠깐 쉬었다 가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기사는 강준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그 사이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실은 말이지. 그동안 자네가 누나로 알고 있던 보살은 누나가 아니라 자네 생모야.”

순간, 강준은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저씨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믿어지지 않겠지만 사실이네.”

기사의 말대로 청심은 누나가 아니라 강준의 생모였다.

강준이 태어나기 전 무속에 심취했던 청심은 신내림을 받기 위해 다른 무속인들과 신령이 산다는 산에 갔다가 한 남자를 알게 되었다.

그는 신내림을 받기 위해 온 박수무당이었다.

그런데 서로 다른 장소에서 치성을 드리던 중 청심이 혼절하면서 계곡물에 빠졌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던 상황에서 그대로 두면 익사할 것이 뻔했던 상황이었다.

그때, 청심을 발견한 것이 그 남자였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둘은 점점 가까워졌고 청심이 신내림에 성공했을 때 그는 실패를 하고도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었다.

그때만 해도 젊었던 청심은 그를 평생 인연으로 알고 교제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런 사실을 안 아버지는 둘의 사이를 떼어놓기 위해 청심을 집에 가두고 일체 바깥출입을 못하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딸년이라는 것이 무속에 미쳐 소문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고 전전긍긍했던 아버지로서는 더 할 나위없는 핑계였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그런 아버지의 독선에 반항심이 강했던 청심은 어느 날 식구들 몰래 집을 나오고 말았다.

당장 오갈 데가 없어진 청심이 갈 곳은 하나였다.

그가 운영하는 역술원이었다.

그렇게 해서 본격적인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된 청심은 그와 동거를 시작했고 아버지와 형제들이 눈을 부릅뜨고 찾는 사이 그에게 속살을 허용하고 강준을 임신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청심이 강준을 임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입덧을 시작한 청심을 위해 새콤한 살구를 사러 갔던 그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고 말았다.

살구를 사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질주해 온 음주운전 차량을 미처 피하지 못한 것이다.

주위에선 아이를 지우고 새 출발하라고 했지만 그를 너무 사랑했던 청심은 끝가지 고집을 피웠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혼자가 된 청심은 그가 운영하던 역술원을 맡아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야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강준의 출산을 앞두었을 때 역술원이 있던 지역이 재개발구역에 포함되면서 청심은 또 한 번 좌절을 맞봐야 했다.

그가 운영했던 역술원이 무허가 건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보름 뒤, 혼자 강준을 출산하고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했던 청심은 결국 엄마한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떻게 알았는지 달려 온 것은 엄마가 아니라 아버지였고 모자를 집으로 데리고 간 아버지는 청심이 자립하게 도와주는 대신 아이는 없는 걸로 여기라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엄마로는 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모자를 내쫓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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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미령(美靈)2-(82,최종회) +3 12.01.10 489 10 9쪽
80 미령(美靈)2-(81) +3 12.01.09 429 9 7쪽
79 미령(美靈)2-(80) +2 12.01.08 336 12 7쪽
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4 13 7쪽
77 미령(美靈)2-(78) +1 12.01.06 271 9 7쪽
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5 10 7쪽
75 미령(美靈)2-(76) +3 12.01.04 376 7 7쪽
74 미령(美靈)2-(75) +3 12.01.02 456 7 7쪽
73 미령(美靈)2-(74) +2 12.01.01 479 10 7쪽
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6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3 7 7쪽
70 미령(美靈)2-(71) 11.12.29 437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4 13 7쪽
» 미령(美靈)2-(69) +4 11.12.25 409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5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400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7 7 7쪽
64 미령(美靈)2-(65) +3 11.12.19 465 10 7쪽
63 미령(美靈)2-(64) +3 11.12.18 350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9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60 미령(美령)2-(61) +1 11.12.15 437 9 7쪽
59 미령(美靈)2-(60) +1 11.12.13 495 8 7쪽
58 미령(美靈)2-(59) +3 11.12.12 333 9 7쪽
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56 미령(美靈)2-(57) +3 11.12.07 541 14 7쪽
55 미령(美靈)2-(56) +1 11.12.05 309 8 7쪽
54 미령(美靈)2-(55) +3 11.12.04 462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9 11 7쪽
52 미령(美靈)2-(53) 11.11.20 442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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