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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43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2.16 00:54
조회
308
추천
8
글자
7쪽

미령(美靈)2-(62)

DUMMY

더구나 아직 봄이 오려면 한참이나 남아있어 매일 밤 경계근무 서기가 특히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경계근무를 서던 강준은 같이 근무를 서던 선임병이 복통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근무를 서다가 졸면 영창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야간 근무 서랴 선임들의 온갖 시중까지, 아무리 체력이 우수한 강준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조는 수준을 지나 깜박 잠이 들었던 강준의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강준씨.”

선임이 온 줄 알고 정신이 번적 든 강준은 졸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강준이 돌아다 본 곳엔 선임이 빠져나간 초소입구를 통해 스며든 달빛이 어슴푸레 안을 비추고 있었다.

그 덕에 잠이 달아나 버린 강준은 선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전방을 응시했다.

그런데 다시 전방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강준은 머리카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강준씨.”

그 순간, 강준의 머릿속은 공포와 혼란이 뒤섞이고 있었다.

여기는 최전방 군사분계선, 이런 오밤중에 여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혹시 선임이 장난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했지만 선임이었다면 장난대신 졸고 있는 졸병의 뒤통수부터 후려쳤을 것이다.

어느덧 소름이 돋기 시작한 등에선 영하 30도를 훨씬 밑도는 기온도 아랑곳하지 않은 식은땀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뭔가 있는 거야.’

한참동안 어떤 움직임도 없는 전방을 주시하던 강준은 점점 뒤쪽에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심호흡을 한 강준은 총을 겨누고 돌아섰다.

“누구야?”

그러나 뒤쪽엔 뭐라도 금방 들이닥칠 것 같은 입구가 새어드는 바람을 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강준이 다시 전방으로 돌아섰을 때였다.

“강준씨.”

강준은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뒤로 돌아섰다.

“손들어.”

“조용히 해요.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강준은 그 소리가 입구 밖에서 나는 것 같아 실탄을 장전하고 떨리는 가슴으로 암구호를 토해냈다.

“청솔!.”

“조용히 하라니까.”

“누구야 어서 나오지 못해?”

“으이그. 알았어요. 잠시 만요.”

잠시 후, 입구를 주시하고 있던 강준은 문득 귀에 느껴진 감각에 옆을 돌아보았다.

그 순간, 초소 안엔 강준이 내지른 외마디 비명이 초소 안을 울렸다.

“야, 강이병. 강이병.”

강준이 눈을 떠보니 덮고 있던 모포는 땀이 흥건했고 여러 선임들이 걱정스런 눈길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깜짝 놀란 강준은 벌떡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했다.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자식. 우리까지 놀랬다 임마.”

“시정하겠습니다.”

“됐다. 안 그래도 일어나려던 참이었어.”

강준이 속한 소대는 어젯밤 GOP 수색을 나갔다가 새벽에 돌아와 수면을 취하던 중이었다.

“무슨 꿈을 꾸었기에 그 난리를 폈냐?”

강준의 꿈 이야기를 들은 선임들은 한창 어린놈이 독수공방하는 것도 힘들 텐데 꿈에서나마 재미 보게 둘 것을 괜히 깨웠다며 미안하다는 농담까지 던졌다.

그러나 강준만 그런 꿈을 꾼 것이 아니었다.

요 며칠간 소대원 모두 비슷한 꿈을 꾸고 있었고 그 중엔 남들 눈을 피해 밤새 흥건해진 팬티를 빨아 너는 병사도 있었다.

강준이 조금씩 군 생활에 적응해가는 동안 서울에선 영선 모녀와 무희 일행의 신경전이 계속됐다.

지난번 교아를 내쫓느라 기를 많이 소모했던 무희는 요즘 들어 요령과 교감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보살님 요즘 무슨 일 있어요?’

‘있기는 뭐가 있어.’

‘그런데 애 이렇게 약하죠?’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동안 뭐 알아낸 거 있어?’

‘별로요.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이 있어요.’

‘이상한 거?’

요령은 이 집에 개가 한 마리 사는데 평소엔 조용하다가 식구들만 나가면 자신이 있는 밑에 와서 끊임없이 짓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원래 개들은 귀신을 볼 수 있어. 그래서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해 짓는 거야.’

‘그러면 이상하잖아요. 왜 식구들이 있을 땐 안 짓는 걸까요?’

‘주인한테 혼날까봐 그러는 거겠지.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쓸 거 없어.’

그러나 생각해 보니 요령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평소엔 가만히 있다가 식구들이 집을 비울 때만 짓는 것이 이상하긴 했다.

그러나저러나 무희는 당장 자신이 더 걱정이었다.

갈수록 점점 기가 약해진다는 것을 느꼈지만 예전처럼 달빛을 받아 기를 보충해야 하는데 증축된 옆집에 창문이 가려져 있어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날 밤, 도희가 잠들기를 기다리던 무희는 중대한 결심을 하고 박양을 불렀다.

“오늘밤 달이 떴느냐?”

“그럼요. 보름이잖아요.”

“됐다. 나하고 잠깐 나가자.”

“어딜 가시게요? 밖엔 절대 안 나가신다고 했잖아요?”

“그거야. 대낮일 때 얘기지. 아무튼 나 좀 달이 잘 비치는 곳으로 데려다 줘.”

잠시 후, 도희 몰래 무희를 데리고 밖으로 나온 박양은 근처에 있던 공터로 향했다.

몸이 망가진 뒤, 처음으로 밖에 나온 무희는 모든 것이 낯설어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보살님 조심하세요.”

“알았다. 그런데 길이 울퉁불퉁해서 그런지 걷기가 불편하구나.”

한참 뒤, 공터에 도착한 박양은 무희를 달이 있는 방향으로 세웠다.

“다 온 거냐?”

“네. 보살님 앞에 달이 떠있어요. 그런데 뭐 하시게요?”

“이것 받아라.”

무희는 궁금해 하는 박양에게 대답대신 입고 있던 웃옷을 벗어 건네기 시작했다.

“보살님 뭐하세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요?”

박양이 그러건 말건 웃옷을 보두 벗은 무희는 이번엔 달이 떠있는 쪽으로 얼굴을 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예전 같으면 혼자서 달을 향해 자세를 취했겠지만 빛조차도 보이지 않는 지금은 박양의 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영문을 모르는 박양은 시키는 대로 무희의 얼굴을 달을 향하게 해주고 누가 보지는 않을까 하여 불안한 눈길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잠시 후,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달을 향한 무희는 두 팔을 벌리고 달빛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무희의 팔이 밑으로 축 쳐지는 것이다.

“안 돼.”

“네?”

“내가 지금 달을 보고 있는 게 맞느냐?”

“네.”

이상했다.

지금쯤이면 몸에 기가 충만한 것이 느껴져야 하는데 어떤 느낌도 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그동안 달빛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바로 눈이었다.

전에는 빛이 보이는 눈을 통해 달빛이 들어왔고 그것이 단전으로 내려가면서 기를 얻었지만 이제는 달빛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그런데다가 미령의 얼굴엔 여지저기 주름까지 패여 있었다.

이제 무희가 기를 보충할 수 있는 길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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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미령(美靈)2-(81) +3 12.01.09 428 9 7쪽
79 미령(美靈)2-(80) +2 12.01.08 334 12 7쪽
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3 13 7쪽
77 미령(美靈)2-(78) +1 12.01.06 270 9 7쪽
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5 10 7쪽
75 미령(美靈)2-(76) +3 12.01.04 375 7 7쪽
74 미령(美靈)2-(75) +3 12.01.02 455 7 7쪽
73 미령(美靈)2-(74) +2 12.01.01 478 10 7쪽
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5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2 7 7쪽
70 미령(美靈)2-(71) 11.12.29 436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3 13 7쪽
68 미령(美靈)2-(69) +4 11.12.25 408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3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399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5 7 7쪽
64 미령(美靈)2-(65) +3 11.12.19 464 10 7쪽
63 미령(美靈)2-(64) +3 11.12.18 349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8 8 7쪽
»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60 미령(美령)2-(61) +1 11.12.15 436 9 7쪽
59 미령(美靈)2-(60) +1 11.12.13 495 8 7쪽
58 미령(美靈)2-(59) +3 11.12.12 332 9 7쪽
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56 미령(美靈)2-(57) +3 11.12.07 540 14 7쪽
55 미령(美靈)2-(56) +1 11.12.05 309 8 7쪽
54 미령(美靈)2-(55) +3 11.12.04 462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8 11 7쪽
52 미령(美靈)2-(53) 11.11.20 441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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