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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72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2.07 18:41
조회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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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7쪽

미령(美靈)2-(57)

DUMMY

“그랬으면 좋겠는데. 난 햇빛을 볼 수가 없잖니.”

“옆집 때문에 창문이 거의 가려져 있는데 햇빛이 들어오겠어요?”

‘아, 그렇지.’

미처 그것을 생각하지 못한 무희는 박양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잠시 후, 창문의 커튼이 열렸으나 박양 말대로 햇빛은 들어오지 않았다.

벌써 수년 째 무희와 같이 살았으나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은 박양에게도 부담스러운 모습이었다.

박양이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안을 살피는 동안 무희의 하연 눈은 연신 뒹굴 거리고 있었다.

“어떠냐? 뭐가 좀 보이느냐?”

“속은 깨끗해요.”

이때, 무희는 눈의 상태가 어떤지 궁금했다.

“애야. 내 눈 많이 망가졌니?”

“음, 망가진 것 같지는 않고 약간 충혈된 것이 그냥 하얀데요?”

“그렇구나. 됐다. 가서 얼음이나 갖고 와라.”

박양이 나가고 눈을 손으로 문지르던 무희는 문득 박양이 나가면서 커튼 닫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을 깨달았다.

무희는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던 박양의 말을 떠올리며 낮에 보는 빛은 어떤 느낌일까 하고 창문으로 다가가 눈을 크게 뜨고 밖을 올려다보았다.

낮에 보는 빛은 밤에 달빛을 보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눈앞이 시릴 만큼 환한 것이 금방이라도 눈이 보일 것만 같아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무희는 그 빛을 오래 볼 수가 없었다.

그 빛을 보고 있으려니까 통증이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아!”

마침내 눈이 터질 것처럼 아파오자 무희는 커튼을 닫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바로 이때.

얼음주머니를 들고 온 박양이 달려와 무희를 부축해 자리에 뉘였다.

“많이 아프세요?”

“응. 눈이 터질 것 같아.”

그런데 무희의 눈 위에 얼음주머니를 올리려던 박양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이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보살님 눈에서 피나요.”

어느새 무희의 눈에선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무희는 가슴이 철렁했다.

“병원에 가보셔야 하지 않아요?”

“아냐. 그냥 피만 닦아. 어차피 망가진 눈인데 뭐.”

박양이 급히 피를 닦아내자 머리가 빠개지는 통증을 참고 간신히 눈을 뜬 무희는 여전히 피가 나느냐고 물었다.

“아뇨. 이젠 안 나요.”

무희는 점점 더해오는 통증을 가시게 하려고 박양이 갖고 온 얼음주머니를 눈 위에 올렸다.

‘저승에 가서 그 분 찾기 전까진 시력이 남아있어야 할 텐데.’

다행히 얼음주머니가 효과가 있었는지 시간이 지나자 통증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잠이 들었던 무희는 얼음주머니를 치우고 살며시 눈을 떴다.

바로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무희는 허공을 응시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도희 방에선 요령과 도희가 무희처럼 뭔가에 잔뜩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언니 맞지?’

‘응. 가만히 있어봐.’

주변을 도는 이상한 기운에 휩싸인 도희는 더욱 긴장을 하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도희야.”

도희는 갑자기 속삭이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교아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네 네가 어떻게?”

“억울하게 죽었는데 나 혼자 갈 수는 없잖아? 그래 내 눈 맛있디?”

도희 몸속에서 이를 듣고 있던 요령은 밖으로 나와 교아의 혼령을 물리치고 싶었지만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아 애만 태우고 있었다.

하지만 교아의 혼령은 속에 요령이 잇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도희야. 어떻게 낮에 나다닐 수 있는지 물어봐.’

도희는 요령이 시킨 대로 물었다.

“지금 그게 궁금하니? 난 널 데리고 가려고 온 건데.”

이어진 교아의 간드러진 웃음은 도희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바로 이때, 옆방에서 교아의 기운을 읽고 있던 무희는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알고 요령을 자기 방으로 끌어들였다.

“무슨 일이냐?”

“도희 옛날 친구가 도희를 데려가겠다고 왔어요.”

“이런 건방진 년.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갑자기 신당 앞에 무릎을 꿇은 무희는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잠시 후, 무희의 등 뒤에서 안개 같은 것이 피어올라 방안을 가득 채우더니 벽을 지나 도희의 방까지 퍼지고 있었다.

“이게 뭐야?”

도희 주변을 돌던 교아는 갑작스런 광경에 당황스러워 하며 그 안개를 피해 이리저리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 뒤, 그 안개 속에서 사람의 형체 하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네 이년. 당장 꺼지지 못해?”

그것은 무희의 형상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당황하는 교아는 무희가 방안에 퍼뜨린 안개가 점점 자신을 둘러싸는 것을 보자 이를 갈고 모습을 감추었다.

교아가 사라지자 도희는 그제야 얼었던 몸이 녹듯이 그 자리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한참 뒤, 무희에게 불려간 도희와 요령은 예상했던 훈계를 듣고 있었다.

“모든 일엔 항상 업보가 따르는 법이야. 네 년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이제 알겠어?”

“죄송합니다.”

“낮에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아직 저승 문턱에도 못 가본 모양이다.”

“하지만 귀신이잖아요.”

“귀신이라고 다 같은 줄 아느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도희는 자신이 그냥 목숨만 뺏은 것이 아니어서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끝까지 다른 일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무희에겐 씨도 먹히지 않았다.

“어서 털어놓지 못해?”

결국, 점점 칼날을 세우는 무희의 추궁에 도희는 그날 있었던 일을 이실직고할 수밖에 없었다.

도희의 행동이 어찌나 어이가 없었는지 얘기를 듣고 난 무희도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었다.

“미련한 년. 시키는 년이나 그걸 믿는 년이나. 그래 남의 눈깔 빼먹으면 눈이 보일 줄 알았더냐? 눈깔이라도 남아있었다면 몰라. 구멍만 남은 년이 바랄 걸 바래야지.”

눈물을 흘리는 도희의 흐느낌을 들은 무희는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서 그 년이 낮에도 돌아다니게 된 거군. 잘했다. 잘했어.”

한참 뒤, 화를 가라앉힌 무희는 교아가 낮에도 돌아다니게 된 연유를 가르쳐 줬다.

그것은 바로 도희때문이었다.

도희가 교아를 죽이고 눈을 먹어버리는 바람에 영혼의 일부가 도희의 몸에 남게 되었고 그 때문에 도희의 기와 연결돼 벌건 대낮에도 돌아다니게 된 것이다.

“스승님 이제 어떡해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죽을 때까지 시달리면서 살아야지.”

무희는 그런 귀신은 원한이 맺힌 사상대가 죽어야만 떨어진다면서 그 업보가 사후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희는 장님도 죽고 나면 누구나 광명을 얻는 법인데 도희는 혼령의 눈을 교아한테 주어야 하기 때문에 죽어서도 장님으로 남아야 한다고 했다.

“만약 주지 않으면요?”

“살아생전 업보가 있으면 저승에 들어 갈 수 없어. 그러면 영원히 구천을 떠돌다가 햇빛 속에 사라지겠지. 윤회도 못하고 말야.”

“윤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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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미령(美靈)2-(80) +2 12.01.08 336 12 7쪽
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4 13 7쪽
77 미령(美靈)2-(78) +1 12.01.06 271 9 7쪽
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5 10 7쪽
75 미령(美靈)2-(76) +3 12.01.04 376 7 7쪽
74 미령(美靈)2-(75) +3 12.01.02 456 7 7쪽
73 미령(美靈)2-(74) +2 12.01.01 479 10 7쪽
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6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3 7 7쪽
70 미령(美靈)2-(71) 11.12.29 437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4 13 7쪽
68 미령(美靈)2-(69) +4 11.12.25 408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5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400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7 7 7쪽
64 미령(美靈)2-(65) +3 11.12.19 465 10 7쪽
63 미령(美靈)2-(64) +3 11.12.18 350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9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60 미령(美령)2-(61) +1 11.12.15 437 9 7쪽
59 미령(美靈)2-(60) +1 11.12.13 495 8 7쪽
58 미령(美靈)2-(59) +3 11.12.12 333 9 7쪽
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 미령(美靈)2-(57) +3 11.12.07 541 14 7쪽
55 미령(美靈)2-(56) +1 11.12.05 309 8 7쪽
54 미령(美靈)2-(55) +3 11.12.04 462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9 11 7쪽
52 미령(美靈)2-(53) 11.11.20 442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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