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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45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2.30 23:11
조회
405
추천
8
글자
7쪽

미령(美靈)2-(73)

DUMMY

그러나 아빠가 있었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았다.

생전에 보았던 아빠의 성품으로 보아 미령 엄마를 쉽게 보내지 못했을 것이고 엄마 역시 연적(戀敵)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니 모두 한 지붕아래 살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편, 지난 며칠간 기를 충만한 무희는 밤이 되자 또 다시 육신을 벗어날 준비를 시작했다.

신당에 정성을 올린 무희는 참선하는 자세로 가부좌를 틀었다.

잠시 후, 무희 뒤에서 빠져나온 환영 하나가 모습을 갖추며 일어나더니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오늘 끝장을 봐야해.’

영선의 아파트에 도착해 1층에 있는 자신의 육신과 연결된 끈을 확인한 무희는 집안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희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무희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뭐야? 아무도 없잖아? 다른 방에 있나?’

안방을 나와 작은방을 둘러본 무희는 마지막 남은 건넌방으로 다가갔다.

바로 이때, 이제 막 벽을 뚫고 방으로 들어가려던 무희는 갑자기 뭔가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알고 뒤로 물러섰다.

‘음. 그 년 답군. 이 방에 있는 게 틀림없어.’

하지만 무희도 자신의 짐작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미령이 쳐 놓은 기의 장막 때문에 방안에 누가 있고 몇이나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때, 불이 꺼진 건넌방에선 미령과 지은 그리고 영선은 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무희와 마찬가지로 미령도 자신이 쳐놓은 기의 장막 때문에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가 없었다.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려면 장막에 틈을 만들어야 하는데 무희의 기력은 그 틈을 찢고 들어오기에 충분했던 거시다.

잠시 후, 밖에선 무희가 무엇을 하는지 뭔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불안했던 미령은 교아를 불러 나가보라고 시킬까 생각했지만 무희의 기력 앞에선 잡힐 것이 뻔했다.

‘지금 뭐하는 거죠?’

‘우리가 방에서 나가게 만들려는 거예요.’

같은 시각, 1층 무희의 방에선 박양이 걱정스런 얼굴로 무희는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잠자기 전에 늘 무희의 자리끼를 준비했던 박양은 방에 들어갔다가 미동조차 하지 않는 무희를 보고 무슨 일이 난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 바람에 영선의 아파트에 있던 무희는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하필 이럴 때.’

결국, 무희의 영혼은 육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기만 소모한 무희는 육신으로 들어가 혼신(魂身)의 감응을 시작했다.

혼신의 감응은 육신을 벗어났던 영혼이 다시 돌아왔을 때 잠시 놓았던 생명의 기를 육체가 받아들이도록 하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보살님 괜찮으세요?”

“잠시 명상을 좀 한 것뿐이야.”

“전 어디 편찮으신 줄 알았어요.”

“앞으론 내가 부를 때까진 이 방에 들어오지 마라. 오늘은 피곤해서 그만 누워야겠다.”

유체이말을 하느라 이미 많은 기를 써버린 무희는 곧바로 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보살님 주무실 때도 선글라스를 쓰세요?”

“언젠 안 그랬느냐?”

“주무실 땐 벗으시는 줄 알았어요.”

“요즘에 눈이 약해졌는지 이걸 벗으면 눈이 아파서 잠을 못자겠어.”

“병원에 한번 가보는 게 어때요?”

“이건 병원에 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내 눈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그만 건너가.”

무희가 기진맥진한 몸을 추스르는 사이 건넌방에서 나온 지은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무희가 다녀간 자리엔 찬장에 있던 그릇들이 주방 바닥에 난잡하게 뒹굴고 있었고 거실과 베란다는 갈기갈기 찢어진 신문조각과 깨진 화분들로 난장판이었다.

그러나 당황한 지은에 비해 오히려 이상하리만큼 냉정한 영선은 지은이 놀란 가슴을 진정하는 동안 차분하게 그것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미령도 이런 광경을 보았지만 거실에 불이 켜져 있어 슬기 안에서 구경만해야 했다.

한편, 어디선가 놀고 있을 줄 알았던 교아는 무희의 기가 약해진 틈을 타 도희를 겁주고 있었다.

‘너 왜. 얘기 안했어?’

‘뭘?’

‘저 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무슨 일이 있었는데?’

‘무희가 왔었단 말이야. 그런 일이 있으면 미리 얘기하라고 했잖아.’

말할 때마다 비어있는 눈을 움찔거리는 교아의 인상은 금방이라도 도희를 잡아먹을 기세였다.

‘정말이야. 난 몰랐어.’

‘모르긴. 바로 지척에 잇으면서도 몰랐단 말이야?’

‘난 무희처럼 신통력이 강하지 않아서 저 방에서 일어나는 일은 알 수가 없어.’

‘좋아. 앞으론 감시 철저히 해. 알았어?’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하면 돼.’

교아는 늘 방에만 있어 안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리가 없어 난감해 하는 도희의 귀에 뭔가를 속삭였다.

‘내가 널 그렇게 만들어 줄 게.’

‘난 어떻게 하라고?’

교아가 속삭인 것은 도희로 하여금 모든 감각을 청각에 몰리도록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육감 중 청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포기해야 했던 도희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이미 교아는 일을 끝낸 뒤였다.

도희는 그동안 들리지 않던 집안의 모든 소리를 듣게 됐지만 갑자기 무뎌진 나머지 감각들 때문에 몸을 움직일 때마다 일일이 손을 뻗고 더듬어야 했다.

‘곡 이렇게 해야 돼?’

‘어쩔 수 없잖아? 이게 뭐야?’

갑자기 밖에서 나는 인기척을 감지한 교아는 그것을 무희의 기로 알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줄행랑을 놓았다.

그런데 교아가 감지한 것은 무희가 아니라 박양이 내는 인기척이었다.

이곳으로 옮겨 온 뒤 박양은 무희가 잠든 밤이면 하루도 빼지 않고 하는 것이 있었다.

처음엔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책만 보더니 요즘엔 베란다에 나가 평소에 묶어두었던 머리를 풀어헤치더니 커다란 대야에 물을 채우고 옷을 벗고 전라의 몸으로 들어앉아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박양의 그런 모습은 결코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박양이 기도하는 동안 대야의 수면 위에선 희미하게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무희라고 해도 물에서 기를 얻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할 걸?’

그렇게 거의 한 시간 이상 이어진 의식이 끝나면 박양은 또 다시 풀었던 머리를 묶고 예전의 순진한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하지만 그토록 신통력이 뛰어난 무희도 이런 사실은 물론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조차 눈치 채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눈치를 챘겠지만 대사를 앞둔 지금, 다른데 신경 쓸 만큼 여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박양에겐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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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미령(美靈)2-(82,최종회) +3 12.01.10 489 10 9쪽
80 미령(美靈)2-(81) +3 12.01.09 428 9 7쪽
79 미령(美靈)2-(80) +2 12.01.08 334 12 7쪽
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3 13 7쪽
77 미령(美靈)2-(78) +1 12.01.06 270 9 7쪽
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5 10 7쪽
75 미령(美靈)2-(76) +3 12.01.04 375 7 7쪽
74 미령(美靈)2-(75) +3 12.01.02 455 7 7쪽
73 미령(美靈)2-(74) +2 12.01.01 478 10 7쪽
» 미령(美靈)2-(73) +4 11.12.30 406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2 7 7쪽
70 미령(美靈)2-(71) 11.12.29 436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3 13 7쪽
68 미령(美靈)2-(69) +4 11.12.25 408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3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399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5 7 7쪽
64 미령(美靈)2-(65) +3 11.12.19 464 10 7쪽
63 미령(美靈)2-(64) +3 11.12.18 349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8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60 미령(美령)2-(61) +1 11.12.15 436 9 7쪽
59 미령(美靈)2-(60) +1 11.12.13 495 8 7쪽
58 미령(美靈)2-(59) +3 11.12.12 332 9 7쪽
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56 미령(美靈)2-(57) +3 11.12.07 540 14 7쪽
55 미령(美靈)2-(56) +1 11.12.05 309 8 7쪽
54 미령(美靈)2-(55) +3 11.12.04 462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8 11 7쪽
52 미령(美靈)2-(53) 11.11.20 441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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