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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54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2.20 17:31
조회
415
추천
7
글자
7쪽

미령(美靈)2-(66)

DUMMY

가게 리모델링이 끝나면 다시 문을 열려고 했던 지은은 최근 심상치 않은 일이 자주 일어나자 가능하면 집에 있는 게 좋겠다고 한 미령의 말을 듣고 가게를 세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미령과 영선이 긴장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파트 밑에선 주위를 둘러보던 무희가 단지에 들어서는 지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은이 영선의 엄마라는 것도 모르고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리던 무희는 공손하게 말을 걸었다.

“말씀 좀 물을게요.”

“아, 네.”

“여기 아파트 시세가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글쎄요. 저 앞에 중개소가 있는데 거기 가서 물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무희는 추운 날씨 때문에 종종걸음으로 멀어지는 지은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저렇게 예쁘게 생긴 여자가 어쩌다 과부가 됐을까? 쯧쯧.”

역시 무희다운 신기였다.

그런데 지은이 로비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승용차 도어를 열려던 무희는 무엇 때문인지 다시 로비를 돌아보며 생각에 잠겼다.

‘방금 그 여자한테 있던 건?’

아주 미약하긴 했지만 무희가 느낀 것은 미령의 기였다.

옛날에 사고로 임신할 수 없게 됐던 지은의 몸에 생명의 씨앗을 심어 주었던 미령의 기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한동안 지은이 사라진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무희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선글라스를 쓰긴 했지만 밝은 햇빛은 여전히 부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무희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선글라스를 벗고 손으로 눈을 문질렀다.

“불편하세요?”

“응.”

한참동안 눈을 문지르고 난 무희는 선글라스도 쓰지 않고 살며시 눈을 떴다.

그러나 선팅이 짙게 되었는데도 무희는 눈을 뜨기가 쉽지 않았다.

“더 이상은 나아지지 않는 건가?”

“왜요? 아직도 그래요?”

“응.”

“만약 나아지지 않으면 어떡하죠?”

“상관없어.”

“그럼 지금으로도 만족하세요?”

“당연하지. 넌 장님으로 사는 게 어떤 건지 몰라. 장님이 가장 서글픈 게 뭔지 알아? 내가 뭘 보고 있긴 한데 그것이 뭔지 모른다는 거야.”

그 사이 무희를 태운 승용차는 수많은 차량들 속에 묻히고 있었다.

한편 역술원에 혼자 남아 있던 도희는 요령을 사라지고 난 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박양이 나가면서 무슨 이유인제 문을 잠가버려 나갈 수도 없었다.

이럴 때 희미하게라도 눈이 보였다면 당장 달아났을 테지만 온통 깜깜한 세상뿐인 도희는 죽을 날을 기다리는 시한부생명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이때, 문득 며칠 전 겨우 생각해냈던 결론을 기억해낸 도희는 자신이 장님이 된 것과 요령이 말했던 애완견이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요령이 사라지기 전 전해주었던 이야기 속에 무희가 찾던 혼령이 자신이 당한 일과 관련이 있다는 것과 그날 영선을 폭행할 때 보았던 애완견 그리고 영선이네 집이 아파트라는 모든 정황이 전혀 무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추론이 아무리 정확한들 무희에게 잡혀 있는 한 도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요령이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긴 했으나 한치 앞은커녕 빛도 보이지 않으니 이런 몸으로 무희와 맞선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럴 때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기만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주변 사람이라곤 박양이 유일했으니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결국 도희가 기댈 수 있는 곳은 가족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버림받은 거나 진배없는데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역술원 전화가 박양 방에 있어 전화를 쓰려면 박양의 도움이 있어야 했다.

그 흔한 핸드폰마저 없었던 도희는 황량한 벌판에 혼자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 가닥 희망은 있었다.

어차피 무희도 장님이니 약점이 없는 자신이 신통력만 키우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이때, 밖에서 열쇠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순간, 도희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자기 방을 벗어난 적이 없는 무희의 목소리가 현관 쪽에서 들리는 것이다.

그제야 역술원 안이 조용했던 이유를 알게 된 도희는 무희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면 요령 언니 아니 마정이한테서 뺏어온 기를 보살이?’

그런데 곧이어 들려온 박양의 호들갑은 도희를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보살님 오랜만에 바깥세상 보시니까 어땠어요?”

“그걸 어떻게 말로 다하겠니? 일만 끝내고 나면 남들처럼 구경이나 다녀야겠어.”

그렇다면 지금의 무희는 장님이 아니라는 소리다.

도희는 점점 절망감에 휩싸였다.

그렇지 않아도 상대하기 버거운 무희였는데 이제 눈까지 보이게 됐으니 한 가닥 희망마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방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인기척이 없는 걸로 봐서 박양이 방안을 들여다보고 간 것이 분명했다.

그 사이 옷을 갈아입고 창문에 커튼이 닫힌 것을 확인한 무희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박양을 불렀다.

“찾으셨어요?”

“응. 잠깐 앉아라.”

“네. 그런데 선글라스는 왜 벗으셨어요?”

“색깔이 너무 짙어서 방에서 이걸 쓰면 앞이 잘 안 보여.”

“그런데 무슨 일로?”

“내일 아까 갔던 동네에 가서 아파트 나온 거 있나 알아봐.”

“아파트는 왜요? 이사하시게요?”

“넌 알거 없어. 가능한 내가 갔던 데서 제일 가까운 집으로 알아봐.”

“네.”

드디어 무희가 일전을 시작하려는 걸까?

다음날 무희의 심부름을 받은 박양은 영선의 아파트 주변에 있는 부동산 중개소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거기 말고 그 옆 동에 좋은 게 하나 나와 있는데.”

“같은 동은 없어요?”

“굳이 찾는다면 하나 있긴 한데 1층이라서.”

“상관없어요. 거기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잠시 후, 중개인과 함께 아파트에 도착한 박양은 집안 여기저기를 꼼꼼히 살핀 뒤 현재 살고 있는 주인에게 물었다.

“여기 햇빛은 잘 들어와요?”

“아주 안 들어오진 않아요.”

그러나 그 집은 1층인데다 건너편 아파트 건물에 가려 햇빛이 거의 들어올 수 없는 집이었다.

옆에서 이를 보고 있던 중개인은 거래가 안 될 것을 짐작했는지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하지만 박양의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무희가 원하는 동 아파트였고 늘 방안을 어둡게 만들어야 하는 데 햇빛이 거의 들지 않으니 커튼만 치면 되는데다 1층이라 가격까지 저렴해 금상첨화가 따로 없었다.

“9억이라고 하셨죠? 마음에 들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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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미령(美靈)2-(82,최종회) +3 12.01.10 489 10 9쪽
80 미령(美靈)2-(81) +3 12.01.09 428 9 7쪽
79 미령(美靈)2-(80) +2 12.01.08 336 12 7쪽
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4 13 7쪽
77 미령(美靈)2-(78) +1 12.01.06 270 9 7쪽
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5 10 7쪽
75 미령(美靈)2-(76) +3 12.01.04 375 7 7쪽
74 미령(美靈)2-(75) +3 12.01.02 455 7 7쪽
73 미령(美靈)2-(74) +2 12.01.01 479 10 7쪽
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6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2 7 7쪽
70 미령(美靈)2-(71) 11.12.29 436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3 13 7쪽
68 미령(美靈)2-(69) +4 11.12.25 408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4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399 7 7쪽
» 미령(美靈)2-(66) +2 11.12.20 416 7 7쪽
64 미령(美靈)2-(65) +3 11.12.19 464 10 7쪽
63 미령(美靈)2-(64) +3 11.12.18 349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8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60 미령(美령)2-(61) +1 11.12.15 436 9 7쪽
59 미령(美靈)2-(60) +1 11.12.13 495 8 7쪽
58 미령(美靈)2-(59) +3 11.12.12 332 9 7쪽
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56 미령(美靈)2-(57) +3 11.12.07 540 14 7쪽
55 미령(美靈)2-(56) +1 11.12.05 309 8 7쪽
54 미령(美靈)2-(55) +3 11.12.04 462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8 11 7쪽
52 미령(美靈)2-(53) 11.11.20 442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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