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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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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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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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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2.01.0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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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미령(美靈)2-(78)

DUMMY

미령의 옛날기억 속에 있는 무희는 평범한 무당이 아니었다.

그날 서로가 상해가면서 싸우긴 했지만 무희를 물리친 것은 자신이 아닌 불이었던 것이다.

만약 그때 무희가 넘어지면서 촛불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는 미령도 자신할 수 없었다.

그때처럼 또 다시 불을 이용하면 물리칠 수도 있겠지만 자신도 불빛을 두려워하는 마당에 무희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교아가 말한 또 다른 약점을 찾아내야 하는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그런 약점이 될 만한 것은 없었다.

“엄마야.”

미령이 고민하는 사이 벽에 걸려있던 거울을 얼핏 보던 교아는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을 보고 소스라치며 뒤로 물러났다.

“이게 나야?”

그동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미아리 역술원도 그렇고 지금 도희가 있는 아파트에도 거울이 없어 자신의 얼굴을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잠시 후, 겨우 진정이 된 교아는 거울로 다가가 자신의 얼굴을 세심히 뜯어보았다.

그러나 거울에 반사된 교아의 구멍뿐인 눈이 움찔거리는 것을 본 지은은 도저히 보고 있을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렸다.

한참동안 거울 속 얼굴을 바라보던 교아는 손으로 구멍뿐인 눈을 만져보고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분노에 치를 떨었다.

“이 년 내가 절대 그냥 안 둘 거야.”

“누구? 도희?”

“응. 반드시 내꺼 되찾고 말테야.”

“하지만 어떻게? 도희도 눈이 없다면서.”

“방법이 있지. 그년한테 육신의 눈은 없어도 영혼의 눈은 아직 남아 있거든. 다만 그년이 기가 모자라서 그걸 이용할 줄 모른다는 거야.”

순간, 교아의 얘기를 듣고 있던 미령의 머릿속에 번개같이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래. 어쩌면 그럴 수도 있어. 그렇다면 그 약점이란 게?’

미령의 기억에 그날 무희가 뜨거운 불에 휩싸여 바닥을 뒹구는 동안 방바닥엔 불에 타 시커멓게 변한 살점들이 떨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정도로 상했다면 웬만한 사람은 절대 살아나지 못했을 것이고 설령 살아남는다고 해도 옛날처럼 회복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저께 밤에 보았던 무희의 모습은 옛날의 미모를 그대로 간직한 데다 기력도 지니고 있었다.

이것은 무희가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로 들어갔거나 옛날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다른 영혼의 기로 옛날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의미였다.

미령은 모습이 변하지 않았으니 분명 다른 영혼의 기를 빼앗은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기를 빼앗기 위해선 반드시 그 영혼과 인연의 끈이 있어야 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미령은 눈을 없어진 얼굴 때문에 속상해 있는 교아에게 물었다.

“교아야. 혹시 그 집에 다른 영혼도 있더냐?”

“영혼? 귀신이요? 아, 맞아.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통 안 보이던데요?”

미령은 점점 자신의 짐작에 확신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문득 언젠가 자신에게 잡혔던 혼령을 기억해낸 미령은 어쩌면 무희가 그 혼령의 기를 빼앗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억을 되돌렸다.

비가 오던 그날 밤, 이상한 혼령 하나를 붙잡았을 때 팔에 전해지던 그 느낌과 기이하게도 혼령이면서도 눈이 보이지 않았던 것까지 기억해낸 미령은 그중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어째서 눈이 보이지 않았을까?’

미령이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모를 일이었다.

살아생전 장님이었던 사람도 죽어서 혼령이 되면 다시 눈을 뜨는 것이 정상인데 그 혼령만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미령의 짐작대로 그 혼령이 무희와 관계가 있었다면 아파트에 숨어든 이유가 설명이 됐지만 눈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

한편, 거울에 비친 교아의 움찔거리는 눈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던 지은은 슬기를 데리고 방을 나왔다.

아무 말 없이 방에서 나가는 지은을 본 미령은 무슨 일인가 하고 뒤를 따랐다.

“지은씨. 왜 나왔어요? 여기 있으면 위험해요.”

“알아요. 하지만 계속 보고 있자니까 속이 메스꺼워서.”

지은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미령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같은 귀신인 자신이 봐도 끔직한 데 사람인 지은은 오죽했을까?

미령은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 여전히 거울 앞에 있는 교아에게 말했다.

“교아야. 이제 그만 봐라.”

그때까지 눈을 움찔거리며 헝클어진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어 내리던 교아는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미령을 바라보았다.

교아의 눈은 같은 귀신인 미령도 계속 보고 있기가 민망할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

“무슨 일 있어요?”

“그게.”

같은 여자의 입장을 알고 있어서였을까?

미령은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생전에 눈치 구단이었던 교아는 이내 눈치를 채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했네요. 제 눈이 징그럽죠? 그래서 영선이 어머니가 밖에 나가신 거군요.”

미령이 대답이 없자 교아는 밖에 있는 지은에게 다가가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 내가 이러면 안 되는 줄 아는데.”

“아녜요. 제가 어머니라도 그랬을 거예요. 여긴 위험하니까 그만 들어가세요.”

그러나 지은은 여전히 교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었다.

다음 날, 밤새 휴식을 취한 무희는 몸을 추스르고 또 다시 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미 혼선을 써버려 무기를 잃어버린 무희는 기를 모으는 동안 다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아직 부적이 남아있긴 했지만 혼선 같은 무기도 없는데다 미령이 그 집에 있는 한 지난번처럼 붙잡아 두기는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미령을 그 집에서 나오게 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년을 그냥 두는 건데.’

무희는 자신이 기를 뺏고 요령을 소멸시킨 것이 후회가 됐다.

아직 도희와 박양이 있긴 하지만 도희의 기는 미령을 상대하기에 너무 약했고 박양은 신내림조차 받지 않았으니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무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미령을 그 집에서 나오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이 노릇을 어떻게 한다?’

이때, 무희의 머릿속에 한 가지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처음 선전포고 삼아 갔을 때 안방에 있던 여자와 그 집 딸이었다.

‘그래. 그러면 가능할지 몰라. 설마 같은 집에 사는데 모른 척 할 수야 없겠지. 문제는 그 둘을 어떻게 불러내느냐 인데.’

그 사이 어느 정도 기를 회복한 무희는 갑자기 종이를 펼쳐놓고 붓으로 뭔가 알 수 없는 한자들을 휘갈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참동안 열심히 뭔가를 휘갈겼지만 무희의 표정은 신통치 않았다.

생각 같아선 자신이 직접 올라가 끌고 오고 싶었지만 지난번 선글라스가 날아갈 정도로 강한 공격을 당하고 난 뒤로는 집안의 불빛조차 눈이 부셔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무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박양을 불러들였다.

“얘. 박양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라.”

무희는 그동안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말로 지난 과거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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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12 햇살반디
    작성일
    12.01.07 03:00
    No. 1

    주인공 모녀가 직접 무희를찾아가면 되지 않나요?굳이 영체로 가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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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6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3 7 7쪽
70 미령(美靈)2-(71) 11.12.29 437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4 13 7쪽
68 미령(美靈)2-(69) +4 11.12.25 408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4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399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7 7 7쪽
64 미령(美靈)2-(65) +3 11.12.19 464 10 7쪽
63 미령(美靈)2-(64) +3 11.12.18 350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8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60 미령(美령)2-(61) +1 11.12.15 437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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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56 미령(美靈)2-(57) +3 11.12.07 540 14 7쪽
55 미령(美靈)2-(56) +1 11.12.05 309 8 7쪽
54 미령(美靈)2-(55) +3 11.12.04 462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9 11 7쪽
52 미령(美靈)2-(53) 11.11.20 442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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