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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60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2.29 01:39
조회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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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7쪽

미령(美靈)2-(71)

DUMMY

그 사이 무희가 언제 돌아갈 건지에만 관심이 있는 박양은 수다를 그치지 않았다.

“그럼 언제 돌아가실 거예요?”

“일 끝나는 대로.”

사실 박양은 미아리로 돌아가기가 싫었다.

겉으론 순진한 척하며 무희의 흉측한 꼴까지 아무렇지 않은 듯 시중을 들어왔지만 장님 둘과 평생을 같이 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여태껏 무희와 살았던 것은 바로 무희로부터 받는 고액 연봉과 동정심 때문이었다.

같은 또래의 여자들이 직장에서 받는 돈의 거의 3배나 되는 데다 장님인데다 밖엔 한 발짝도 나올 수 없었던 무희를 차마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미 적지 않은 돈을 챙긴 박양은 불완전하긴 했으나 이제 무희도 정상이 되었고 그동안 챙길 만큼 챙겼으니 더 이상 남을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박양은 전혀 떠날 마음이 없었다.

“보살님. 그럼 우리 이렇게 해요.”

“뭘?”

“나중에 일 끝나면 이 집은 세를 놓는 거예요. 그러면 고정수입도 생기고 그 돈 모아서 이 동네로 옮기면 되잖아요.”

“그럴 필요가 있겠니?”

“아무래도 강남이 강북보다는 훨씬 낫죠. 안 그래요?”

무희가 듣고 보니 박양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박양의 말대로 강북보다는 생활수준도 높고 그동안 단골 고객들 역시 대부분 강남의 부유층 사모님들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자구나.”

무희의 얘기를 들은 박양은 신이 나서 아파트를 불러봤다.

아파트는 방이 모두 3개였다.

그중 욕실이 달린 제일 큰 방은 무희가 쓰고 건넌방은 박양이 그리고 제일 작은 방은 도희가 쓰게 되었다.

한편, 슬기 몸속에서 이러한 기운을 감지한 미령은 급히 영선과 교감을 시작했다.

‘지금 바깥을 내다봐라. 누군가 새로 이사 왔을 거다.’

영선은 베란다 창을 열고 밑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엔 이제 막 이사를 끝낸 트럭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뭘 보는 거니?”

“미령 엄마가 그러는데 누군가 이사를 왔다고 해서 보고 있는 거예요.”

“그래? 어디.”

지은이 내려다보니 이제 막 출발한 트럭이 단지 입구를 향해 멀어지고 있었다.

그 사이 미령은 영선과 교감을 계속하고 있었다.

‘누가 온 거예요?’

‘아무래도 그들이 온 것 같다.’

‘그들이라면?’

‘하지만 아직 확실한 건 아냐. 무속인들은 누구나 조금씩 기를 지니고 있거든.’

영선은 지은에게 미령이 한 말을 전했다.

“그러면 경비실에 물어보자.”

“경비가 알겠어?”

“자세한 것은 몰라도 어떤 사람들인지는 알겠지.”

지은은 벽에 걸린 인터폰을 들고 경비를 호출했다.

그러나 경비는 한참이 지나서야 인터폰을 받았다.

“죄송합니다. 잠시 청소 좀 하느라구요. 그런데 무슨 일로?”

지은은 아까 누가 이사 오는 것을 보았는데 얼핏 아는 사람을 본 것 같아 확인해보려고 연락했다면서 어떤 사람들인지 물었다.

“귀부인 차림의 여자와 젊은 여자 둘이 같이 왔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하나는 장님이더군요. 참, 그 귀부인은 아주머니도 보신 분입니다. 며칠 전에 이 앞에서 두 분이 얘기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아닌가?”

지은은 얼마 전 아파트 시세를 물어보던 여자를 기억했다.

그렇다면 미령의 짐작이 점점 맞아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럼 그 선글라스 쓴?”

“맞습니다. 바로 그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은은 좀 더 확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경비가 말한 장님에 대해 물었다.

“머리가 허리까지 자랐는데 눈이 없어서 그런지 보기가 좀 그렇더군요. 아시는 분들인가요?”

“아뇨. 얘기 듣고 보니 제가 잘 못 봤네요. 그럼 수고하세요.”

그날 밤, 자정이 지났을 때 지은과 영선은 미령과 무희일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틀림없어요.”

“이제 어떻게 하죠?”

“아직은 저도 모르겠어요. 일단은 좀 두고 봐야겠어요.”

바로 이때.

언제 왔는지 교아가 방정맞게 끼어들며 이들 세 모녀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숨을 죽이고 있던 차에 미령이나 영선만큼 심장이 강하지 못했던 지은은 한동안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갑자기 끼어들면 어떡하니? 기침이라도 하지 않고.”

“죄송해요. 호호호. 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

지은과 마찬가지로 기겁을 했던 영선은 교아에게 무희 일행이 1층에 이사 온 것을 이야기했다.

“어쩐지 아무도 없더라니.”

“거기 다녀 온 거야?”

“응. 어딜 갔나 했더니 이 동네였군. 그런데 어째서 내가 몰랐지?”

교아는 자신이 도희를 손에 넣은 사실을 이야기하고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자기한테 말하지 않은 것이 괘씸하다며 당장 혼을 내줘야겠고 펄펄 뛰었다.

“참아라. 지금 갔다간 넌 무희에게 잡히고 말아.”

미령의 말을 들은 교아는 그제야 무희에게 잡혔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걸 왜 이제 얘기하는 거냐?”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서요.”

“무사히 풀려난 게 다행인 줄 알아라.”

순간, 미령은 무희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아내려면 교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지은과 영선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칫하면 무희에게 잡혀 기를 뺏기고 소멸될 위험이 있어 차마 부탁할 수가 없어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알았는지 교아가 이들의 고민을 덜어주었다.

“그것들이 여기에 온 걸 보면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예요. 안 그래요?”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은 소리였다.

교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셋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

하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상황에 모두 서로를 바라보며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이때 이들의 속내를 눈치 챈 교아가 스스로 나섰다.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요. 그럼 이제 나도 끼어주는 거죠?”

무희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도 모르면서 교아는 잔뜩 신이 나 있었고 미령이 거듭 충고하는데도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결국 미령은 교아에게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한편, 같은 동네에 교아가 와 있었지만 한참이나 떨어져 있어 미처 감지 할 수 없었던 무희는 깜깜한 방에서 기를 모으고 있었다.

‘하필 이런 집을 얻을 게 뭐야.’

이제 눈도 보이고 하니 달빛을 받으면 좋겠지만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집이었으니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 바람에 전에는 집안의 모든 기를 알아채고 반응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기를 보충해야 했기에 다른 데까지 신경 쓸 여가가 없었다.

이런 덕에 교아는 무희에게 들키지 않고도 도희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무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대화를 하기 위해선 교감을 통해야 했다.

‘너 무희가 왜 이곳으로 옮겨왔는지 알아?’

‘난 아는 게 없어. 하지만 박양 언니는 알지도 모르지.’

‘박양? 지금 저 건넌방에 있는 여자?’

‘응.’

‘너 살고 싶으면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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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미령(美靈)2-(81) +3 12.01.09 428 9 7쪽
79 미령(美靈)2-(80) +2 12.01.08 336 12 7쪽
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4 13 7쪽
77 미령(美靈)2-(78) +1 12.01.06 270 9 7쪽
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5 10 7쪽
75 미령(美靈)2-(76) +3 12.01.04 375 7 7쪽
74 미령(美靈)2-(75) +3 12.01.02 455 7 7쪽
73 미령(美靈)2-(74) +2 12.01.01 479 10 7쪽
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6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2 7 7쪽
» 미령(美靈)2-(71) 11.12.29 437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4 13 7쪽
68 미령(美靈)2-(69) +4 11.12.25 408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4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399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7 7 7쪽
64 미령(美靈)2-(65) +3 11.12.19 464 10 7쪽
63 미령(美靈)2-(64) +3 11.12.18 350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8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60 미령(美령)2-(61) +1 11.12.15 437 9 7쪽
59 미령(美靈)2-(60) +1 11.12.13 495 8 7쪽
58 미령(美靈)2-(59) +3 11.12.12 332 9 7쪽
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56 미령(美靈)2-(57) +3 11.12.07 540 14 7쪽
55 미령(美靈)2-(56) +1 11.12.05 309 8 7쪽
54 미령(美靈)2-(55) +3 11.12.04 462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9 11 7쪽
52 미령(美靈)2-(53) 11.11.20 442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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