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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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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44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2.01.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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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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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미령(美靈)2-(82,최종회)

DUMMY

“내 눈이 안 보여. 박양아.”

하지만 손목을 천으로 감았음에도 이미 피를 많이 흘려버린 박양은 현기증 때문에 몸도 가누지 못하고 늘어져 있었다.

“보살님. 저 아무래도 죽을 거 같아요.”

“아직 죽으면 안 된다. 거기 꼼짝 말고 있어.”

잠시 후, 이번엔 박양의 입에서 하얀 안개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은 박양은 몸에서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 년, 가만있지 못해?”

“저한테 왜 이러세요?”

기가 빠져나가는 박양의 얼굴엔 작은 경련이 일고 있었다.

“지금 너 밖엔 기를 가져올 데가 없어.”

“그럼 전 어떻게 하라구요?”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는 박양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어차피 네 년도 나한텐 소모품이었어.”

“뭐라구? 나쁜 년. 내 진작 네년이 어떻다는 건 알았다만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네 맘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아무리 힘이 빠졌다고는 해도 무희는 평범한 무당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무희 모르게 기수련을 해왔던 박양도 만만치 않았다.

박양이 안간힘을 써가며 버티자 무희는 미령에게 잡혀있으면서도 더욱 필사적이었다.

결국 무희의 기력을 당할 수 없었던 박양의 입에선 또 다시 기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때 거실에 드리워진 커튼에 대지를 비추기 시작한 아침 햇살을 받은 무늬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박양의 기가 옮겨갈수록 무희의 저항을 당해내기가 힘겨워 진 미령은 반쯤 넋이 나간 박양을 향해 외쳤다.

“이봐요. 정신 차려요. 어서!”

미령의 호통에 박양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이 년에게 당하고 싶지 않으면 커튼을 걷어요. 어서요.”

“미련한 년. 그럼 너도 사라져.”

“알아. 하지만 영선이만 무사하다면 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뭐해요? 서두르지 않고.”

“대체 저 아이가 너한테 뭐기에 이렇게까지 필사적이냐?”

“내 딸이기 때문이지. 이봐요. 어서 서두르라니까.”

미령의 호통에 다시 정신을 차린 박양은 기가 빠져나가고 있는 데도 커튼을 향해 한 팔로 힘겹게 기어갔다.

“네 딸이라고?”

“한 번도 자식을 가져 보지 못했으니 당연히 모르겠지. 모성애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모성애?”

이때, 커튼 밑까지 기어간 박양은 가까스로 일어나 한 팔로 커튼을 몸에 감았다.

순간,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무희는 기를 빨아들이던 것을 멈추고 박양에게 물었다.

“박양아. 지금 뭐하는 거냐?”

“네 년은 내가 끝장을 내주마. 다시는 태어나지 마라.”

숨이 넘어갈 듯이 힘겹게 말을 내뱉은 박양은 있는 힘을 다해 커튼에 매달렸다.

그러자 우두둑 소리와 함께 커튼을 매달고 있던 고리가 빠지면서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던 박양의 말과 달리 햇빛 한줄기가 무희의 하얀 눈을 덮쳤다.

“이게 뭐야? 햇빛?”

박양의 기를 완전히 가져오지 못해 시력이 회복되지 않았던 무희는 갑자기 눈앞에 밝아지면서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안 돼. 박양아. 내가 잘못했다. 잘못했어. 제발 살려다오.”

무희의 단말마 같은 고통의 소리가 거실을 울렸지만 이미 정신을 잃은 박양의 귀를 울리지 못했고 햇빛에 노출된 얼굴이 빠르게 타들어가는 무희는 어느새 온 몸이 굳어가며 최후를 맞고 있었다.

그러나 무희만 최후를 맞는 것은 아니었다.

무희가 최후를 맞을 때까지 손을 놓을 놓지 않았던 미령도 햇빛 때문에 점점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후, 숨이 끊어진 무희의 몸은 미라처럼 바짝 말라 있었다.

“미령 엄마.”

무희의 마지막 몸부림에 잠시 정신을 잃었던 영선은 햇빛에 노출돼 고통스러워하는 미령을 보자 재빨리 몸을 던져 햇빛을 막았다.

그러나 미령은 이미 많은 부분이 사라진 뒤였다.

며칠 후, 혼자서 엄마 지은의 장례를 치르는 영선은 아빠 옆에 합장되는 엄마의 관을 보며 슬기와 함께 슬픔을 삭여야 했다.

영선이 장지에 있는 동안 무희가 살았던 1층 아파트엔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고 많은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과 국과수요원들이 바쁘게 드나들었다.

한편, 밖에서 이를 구경하고 있는 경비에게 경찰 하나가 그의 진술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동안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단 말입니까?”

“그렇다니까요. 아주 조용했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현관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가 봤더니. 어휴. 끔찍해라.”

“그런데 여기 모두 세 사람이 살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들어갔을 땐 집안엔 처녀장님하고 미라 같은 시체 둘뿐이었습니다.”

“그러면 저들과 같이 살았다던 여자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데. 여자에 대해 아시는 것 좀 있습니까?”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보니까 가족은 아닌 것 같더군요. 관리사무소에 기록된 동거인도 죽은 사람 둘뿐이었습니다.”

“사라진 여자의 인상착의는 어땠습니까?”

“별로 기억나는 게 없습니다. 저 집 사람들 거의 밖에 나오지 않았거든요.”

그 사이 현장 검증을 끝낸 국과수 요원들은 자신들도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이었다.

“어떻게 시체가 저럴 수 있죠?”

“그러게 말이지. 시체가 저렇게 되려면 최소한 몇 개월은 걸려야 가능한 일인데. 더구나 다른 한 구는 정상인데다 화재가 난 흔적도 없으니. 참. 별일 다 보겠네.”

결국 박양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경찰은 무희와 도희의 사망 원인도 모른 채 영구 미제사건으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어떻게 된 일인지 무희가 살았던 아파트는 이미 은행에 차압되어 경매에 넘어간 뒤였고 예전에 무희가 운영했던 역술원은‘처녀보살 영녀(靈女)’라고 쓰인 새로운 간판이 손님을 끌고 있었다.

“으이그 이런 썩을 놈을 봤나, 착한 마누라를 두고 바람을 피워? 천벌 받을 놈.”

“보살님. 정말 죽고 싶어요.”

“이 년아. 죽긴 네가 왜 죽어? 누구 좋으라고. 내가 그 놈 다시는 여자들 안 붙게 처방 해줄 테니까 갖고 가서 그 놈 베개 속에 감춰. 알았어?”

“네. 감사합니다.”

손님이 나가고 방에 혼자 남은 영녀는 마비된 오른손을 왼손으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옛날의 박양은 거기서 죽은 거야. 그러니 누구도 찾지 못해. 그걸 아는 사람은 여기 있는 이 영녀뿐이니까.”

한편, 저승에 가면서 눈을 되찾고 생전의 얼굴을 갖게 된 교아와 여전히 눈이 없는 도희는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고 있었다.

“어때? 눈이 안보여서 불편하긴 해도 내말 듣기 잘했지?”

“당연하지. 앞은 볼 수 없지만 네가 항상 옆에 있어서 불편한 걸 모르겠어. 그런데 마정이하고 나미는 어떻게 지낼까?”

“우리가 벌 받는 거 봤으니까 다시는 나쁜 짓 안하고 살 거야.”

같은 시각, 다른 한편에선 영욱과 지은이 혼자 두고 온 영선을 걱정하고 있었다.

“여보 우리 딸 괜찮을까요?”

“그럼. 그 아인 특별한 아이니까 혼자서 잘 헤쳐 나갈 거야. 누구 딸인데.”

그리고 1년 6개월 뒤, 어느 군부대 정문에 도착한 영선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은엄마 잘 있을까?’

‘그럼. 지금쯤 아빠와 잘 지내고 있을 거야.’

‘그런데 엄마는 저승에 못가서 어떡해?’

‘괜찮아. 하지만 이렇게 너와 함께 있어서 좋긴 한데 네가 불편할까봐 그게 걱정이야.’

‘불편할 게 뭐있어? 난 엄마가 있어서 오히려 든든하구만. 이제 슬기도 제 삶을 살아야지.’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구나. 그런데 아직 시간 안됐니?’

‘아니, 다 됐어. 아! 저기 나온다.’

모녀간의 대화가 어어 지는 사이 부대 위병소를 통과한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그는 멀리서 영선을 발견하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동안 혼자 어떻게 지냈어?”

“잘 지냈어. 고생 많았지?”

“네가 당한 것보다 더했겠어? 가만있자, 아저씨가 차갖고 오신 댔는데. 아, 저기 온다.”

잠시 후, 영선과 강준을 태운 차가 위병소를 뒤로 하고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좋겠다.”

멀어져 가는 차를 바라보던 위병 둘은 차가 사라질 때가지 부러움 섞인 넋두리를 쏟아냈다.

“아, 나도 저런 여자 친구 하나 있으면 원이 없겠다.”

“그런데 이런 시골에 여자 혼자 찾아온 걸 보니 정말 대단하네.”

“혼자 왔다고?”

“응.”

“그래?”

“왜?”

“아냐. 아무것도. 난 누가 같이 온 줄 알았는데 여자 혼자 중얼거렸나 보네.”

이때, 부대 안 스피커에선 중식시간을 알리는 군가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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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1 모주
    작성일
    12.01.10 19:50
    No. 1

    잘 보앗읍니다 ,, 건필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햇살반디
    작성일
    12.01.11 08:53
    No. 2

    갑자기 앤딩이라니 ㅜ ㅠ 조금더 진행될지알았는데^ 아쉽습니다~ 다음작품도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에클릿
    작성일
    12.01.11 16:22
    No. 3

    미령은 다행히 소멸되지 않았군요^^ 최종회까지 열심히 달리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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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2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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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령(美靈)2-(82,최종회) +3 12.01.10 489 10 9쪽
80 미령(美靈)2-(81) +3 12.01.09 428 9 7쪽
79 미령(美靈)2-(80) +2 12.01.08 334 12 7쪽
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3 13 7쪽
77 미령(美靈)2-(78) +1 12.01.06 270 9 7쪽
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5 10 7쪽
75 미령(美靈)2-(76) +3 12.01.04 375 7 7쪽
74 미령(美靈)2-(75) +3 12.01.02 455 7 7쪽
73 미령(美靈)2-(74) +2 12.01.01 478 10 7쪽
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5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2 7 7쪽
70 미령(美靈)2-(71) 11.12.29 436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3 13 7쪽
68 미령(美靈)2-(69) +4 11.12.25 408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3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399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5 7 7쪽
64 미령(美靈)2-(65) +3 11.12.19 464 10 7쪽
63 미령(美靈)2-(64) +3 11.12.18 349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8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60 미령(美령)2-(61) +1 11.12.15 436 9 7쪽
59 미령(美靈)2-(60) +1 11.12.13 495 8 7쪽
58 미령(美靈)2-(59) +3 11.12.12 332 9 7쪽
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56 미령(美靈)2-(57) +3 11.12.07 540 14 7쪽
55 미령(美靈)2-(56) +1 11.12.05 309 8 7쪽
54 미령(美靈)2-(55) +3 11.12.04 462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8 11 7쪽
52 미령(美靈)2-(53) 11.11.20 441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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