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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509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2.04 17:51
조회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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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7쪽

미령(美靈)2-(55)

DUMMY

다음날 박양을 통해 이웃집 증축 소식을 들은 무희는 아무 잘못도 없는 박양에게 화풀이를 했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작 말을 했어야지.”

박양은 좀처럼 그런 적이 없는 무희가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눈도 안 보이는 여자가 창밖에 뭐가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이야?’

이런 박양의 속내는 숨소리를 통해 무희에게 전해졌다.

속으로 화가 난 박양은 자신도 모르게 숨이 가빠진 것이다.

“뭘 빤히 보고 있어. 나가지 않고. 눈깔 먼 여자 처음 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박양은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 모든 사단이 자신의 보이지 않는 눈 때문이었지만 무희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망할 년.”

죄없는 박양을 원망하던 무희는 신당 밑에 손을 넣더니 오랫동안 피우지 않던 담배를 꺼냈다.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문 무희는 숨을 고르며 라이터를 켰다.

바로 그 순간, 무희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두 눈을 부여잡고 바닥에 머리를 박는 것이다.

‘아이고 눈이야. 무슨 일이야? 불에 덴 거 아냐?’

한참 뒤, 무희는 손가락 끝으로 두 눈을 차례로 더듬었다.

다행히 화상은 입지 않았으나 시야는 번개가 치듯 번쩍거렸고 눈은 뜨기조차 힘들 정도로 쓰리고 따가웠다.

‘내 눈이 이렇게 약해졌나?’

무희의 눈은 오랜 세월을 어둠 속에 살았기 때문에 라이터 불빛도 견딜 수 없을 만큼 빛에 약해져 있었다.

잠시 후, 통증이 약해지자 손가락 끝으로 두 눈을 살살 눌러보는 무희는 무척 조심스러웠다.

전과 다르게 손끝에 느껴지는 안구의 감촉이 마치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팽창해 있었던 것이다.

‘설마 녹내장이 온건 아니겠지?’

무희는 오래전 자신을 치료했던 의사의 말을 떠올렸다.

“그나마 빛이라도 볼 수 있는 게 다행입니다. 하지만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자칫 녹내장이라도 오면 그나마도 없을 테니까요.”

“녹내장에 걸리면 어떻게 되나요?”

“빛도 볼 수 없게 됩니다. 심하면 안구를 제거할 수도 있고요. 화상 때문에 안구가 손상된 것이니 각별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생각해 보니 최근 들어 가끔씩 눈이 아팠던 적이 있었다.

무희는 의사말대로 이러다 어둠에 갇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날 밤, 처음으로 역술원 밖으로 나온 무희는 요령과 함께 영선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요령과 같이 밖으로 나온 것은 유체이탈을 한 무희의 영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날씨가 맑아 달빛까지 받게 되었지만 요령에게 자신의 시각을 빌려준 무희는 그런 것도 모르고 요령이 이끄는 대로 시공이동을 하고 있었다.

“밖에 나오니까 좋죠?”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어서 가기나 해.”

그런데 한참 뒤, 무희를 데리고 영선의 집에 도착한 요령은 가까이 다가가질 못했다.

어찌된 일인지 자정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집안에 불이 켜져 있었던 것이다.

“아직 멀었어?”

“아뇨. 오긴 왔는데 집안에 불이 켜져 있어요.”

잠시 후, 무희는 하얀 눈을 뒹굴 거렸다.

“저기야?”

무희가 불빛이 나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요령은 또 다시 어둠에 갇혀야했다.

오랜만에 보는 불빛에 잠시 매료돼있던 무희는 갑자기 눈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령을 집안으로 들여보내려면 불빛이 없는 곳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눈이 아픈 것을 참아가며 이곳저곳 찾아다녔지만 아파트 구조상 앞 뒤 어디에도 빛이 비치지 않는 곳은 없었다.

한참 뒤, 눈이 아파 더 이상 찾아다닐 수도 없게 된 무희는 다시 날을 잡아야했다.

“안되겠다. 오늘은 그만 가자.”

다시 무희의 시각을 받은 요령은 무희를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

무희와 요령이 돌아가는 동안 집안에선 군대 간 강준 때문에 속상해 하는 영선을 위한 간단한 술판이 벌이지고 있었다.

지은과 영선 모녀가 마주한 테이블 위엔 캔 맥주와 마트에서 사온 마른안주가 놓여 있었고 어느새 벌겋게 얼굴이 달아올라 아직 맥주가 남아 있는 캔을 만지작거리는 지은에 비해 얼굴색하나 변치 않은 영선은 두 번째 캔을 따는 중이었다.

“미령 엄마도 같이 있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미령씨가 좋으니?”

“그 분도 엄마니까.”

영선을 잠시 바라보던 지은은 거실의 불을 껐다.

“왜?”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잠시 후, 달빛이 새어든 거실에 모습을 나타낸 미령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의아해했으나 지은과 영선은 어떤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

미령의 얼굴엔 평소보다 더 냉랭한 기운이 흘렀고 그것을 본 지은은 조금 전까지 알딸딸하던 정신이 확하고 깨는 순간이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대답대신 영선을 한번 바라본 미령은 전에 없이 긴장된 눈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예감했던 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

“예감했던 일이라니요?”

미령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지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물론 남편이 죽기 전에 미령에 대한 얘기를 해주긴 했지만 미령과 무희 사이에 얽힌 일은 영선과 지은도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러나 영욱에 대해 가졌던 감정은 얘기하지 않았다.

지은과 영선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스스럼없이 지내긴 했지만 지은과 영선 앞에서 자신도 영욱을 사랑했었고 그것 때문에 무희와 악연을 맺게 되었다는 얘기를 차마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미령은 무희와 악연을 맺게 된 원인을 영욱이 받아온 부적 때문이라고 하고 자신이 지은 업보가 두 모녀까지 위험하게 만든 것 같다고 했다.

미령은 자신이 이 집에서 나가는 것만이 두 모녀를 위한 일이라며 준비가 되는 대로 거처를 옮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선에게 그 여파가 강준에게까지 미칠 수 있어 청심과 그렇게 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제야 강준이 군에 가야만 했던 이유를 알게 된 영선은 한때 모두를 원망했던 일이 부끄럽기만 했다.

“그 여자가 지금 복수를 준비하는 것 같아요.”

“그랬군요. 하지만 우리 살자고 미령씨를 내보낼 수는 없어요.”

“아뇨. 그것만이 지은씨와 영선이가 안전할 수 있는 길이예요.”

하지만 미령은 이미 둥지나 다름없는 단지가 없어 딱히 갈 곳이 없었다.

이곳을 떠난다고 해도 지금의 기력으로는 거리에 떠도는 길고양이들의 몸을 전전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은은 지금껏 보이지 않던 고집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렇더라도 절대 보낸 수 없어요. 우리가 힘을 합치면 분명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지은과 미령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옆에서 이를 보고 있던 영선은 말없이 맥주 캔을 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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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미령(美靈)2-(81) +3 12.01.09 429 9 7쪽
79 미령(美靈)2-(80) +2 12.01.08 336 12 7쪽
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4 13 7쪽
77 미령(美靈)2-(78) +1 12.01.06 271 9 7쪽
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6 10 7쪽
75 미령(美靈)2-(76) +3 12.01.04 377 7 7쪽
74 미령(美靈)2-(75) +3 12.01.02 456 7 7쪽
73 미령(美靈)2-(74) +2 12.01.01 480 10 7쪽
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7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4 7 7쪽
70 미령(美靈)2-(71) 11.12.29 437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4 13 7쪽
68 미령(美靈)2-(69) +4 11.12.25 409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5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400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7 7 7쪽
64 미령(美靈)2-(65) +3 11.12.19 465 10 7쪽
63 미령(美靈)2-(64) +3 11.12.18 350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9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10 8 7쪽
60 미령(美령)2-(61) +1 11.12.15 437 9 7쪽
59 미령(美靈)2-(60) +1 11.12.13 495 8 7쪽
58 미령(美靈)2-(59) +3 11.12.12 334 9 7쪽
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56 미령(美靈)2-(57) +3 11.12.07 541 14 7쪽
55 미령(美靈)2-(56) +1 11.12.05 310 8 7쪽
» 미령(美靈)2-(55) +3 11.12.04 463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90 11 7쪽
52 미령(美靈)2-(53) 11.11.20 442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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