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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56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2.15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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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
추천
9
글자
7쪽

미령(美령)2-(61)

DUMMY

그러나 신통력의 한계가 역술원에 한정돼 있던 무희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은씨 그만 가요.’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요?’

‘그 년 성품으로 볼 때 아무 준비도 없이 들어갔다간 우리 둘 다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둘이 속으로 교감하는 사이 옆에서 역술원 안을 기웃거리던 영선은 가만히 서있는 지은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엄마 안 들어가요?”

“미령씨가 오늘은 그냥 가자는구나.”

“왜요? 여기까지 왔으면 일단 확인은 해봐야죠.”

지은은 미령이 한 얘기를 전하고 아쉬워하는 영선을 데리고 골목길을 빠져 나왔다.

지은과 미령이 집으로 향하는 동안 역술원 안에서는 또 다른 긴장이 시작되고 있었다.

“도희야.”

“누구야?”

“아직도 모르겠어? 지은 죄가 있는데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도 소용없다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잠시 이게 무슨 소린가 하던 도희는 서서히 다가오는 공포에 사무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처음 이상한 기운을 느꼈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몇 번 반복되는 동안 그 기운의 주인이 누구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설마 하는 심정과 제발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에 애써 부정해 왔던 것이다.

“날 어쩔 거야?”

“어쩌긴? 네가 뺏어간 내 것 도로 찾아가야지.”

“네 것이라면?”

“맞아 그것.”

“하지만 어떻게? 나도 없는데.”

“그래서 널 데리러 온 거야. 육체엔 없지만 네 영혼엔 남아 있으니까.”

순간, 도희는 무희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도희는 두려웠다.

죽어서도 영원히 암흑 속에 갇혀 살 생각을 하니 이 보다 더한 공포가 없었다.

“교아야. 내가 잘 못했어. 네가 원하는 거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그것만은 말아줘.”

“그럼 넌 저승에 가고 난 영원히 구천을 떠돌다 사라져라?”

“제발 부탁이야. 넌 이렇게 사는 게 얼마나 무섭고 답답한지 몰라. 그러니까.”

“시끄러워. 멍청한 년.”

이때, 옆방에선 무희가 이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그러나 도희한테 위험이 닥친 것을 알면서도 도울 수 없는 무희는 속수무책이었다.

밤 시간이면 모를까 지금처럼 벌건 대낮엔 신통력을 지닌 무희도 자기 방을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는 수없이 무희는 교아와 교감을 시도했다.

‘내 말이 들리느냐?’

그러나 교아에게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교아라고 했지? 내말 들리거든 대답해라. 네게 해줄 말이 있어.’

한참 뒤, 위험에 처한 도희 때문에 가슴을 졸이던 무희의 귀에 교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무희?’

‘그래. 맞아.’

‘당신은 개입하지 말아. 이건 우리 둘의 문제야.’

‘그게 그렇지가 않아. 실은.’

무희는 도희가 그렇게 한 것은 요령이라는 혼령의 장난이었다며 그 당시 신통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신이 내린 목소리로 오인한 데서 발생한 일이니 오해하지 말라고 사정했다.

평소 요령을 잡아두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던 도희였지만 무슨 이유인지 무희는 평정심까지 잃어가면서 교아를 설득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다시 들려온 교아의 대답은 무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친구를 죽여? 그런 년이 있든 없든 둘 다 모두 용서 안 해.’

이대로 두었다간 도희가 화를 당할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한 무희는 정신을 한데 모으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옆방에선 도희의 영혼을 빼가려던 교아가 무엇인지 모를 힘에 밀려 고통스럽게 사라지고 있었다.

“오늘은 이대로 가지만 난 포기하지 않아. 진도희 각오하고 있어.”

교아가 사라지자 도희는 허겁지겁 무희의 방으로 건너갔다.

그런데 방에 들어서는 순간, 도희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평소 방에서 느꼈던 인기척이 어찌된 건지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스승님. 안 계세요?”

도희는 이럴 리가 없는데 하며 무희가 앉아있던 자리로 다가갔다.

바로 그때, 몇 걸음 옮기던 도희의 발끝에 뭔가 물컹한 것이 걸렸다.

“이게 뭐지?”

눈이 보이지 않아 한번 익힌 길로만 다니는 장님의 습관에 젖어 있던 도희는 평소 자신이 다니던 경로에 없었던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더듬었다.

“이건?”

무희였다.

도희는 어째서 무희가 이곳에 쓰러져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희가 쓰러져 있던 곳은 원래 있던 가운데가 아니라 방과 방 사이를 가로막은 벽 밑이었다.

무희의 얼굴에 손이 닿는 순간, 땀이 흠씬 묻어나자 마음이 급해진 도희는 큰소리로 박양을 불렀다.

“무슨 일이야? 어머. 보살님.”

도희의 다급한 소리를 듣고 달려 온 박양은 소스라치게 놀라 무희를 흔들어 깨웠다.

한참 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무희는 거친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박양아. 가서 손님들에게 오늘은 내가 몸이 안 좋아서 그러니 미안하지만 내일 다시 오라고 하고 올 때 냉수 한잔만 갖다다오.”

박양이 나가고 방안에 도희만 남게 되자 무희는 조금 전 교아에게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이 내쫓긴 했으나 반드시 또 올 것이니 당분간 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어떻게 되긴. 다 네 년 구하려다가 이렇게 된 거지.”

무희는 위험에 처한 도희를 구하기 위해 간절하게 부탁까지 했으나 교아가 말을 듣지 않자 자신의 기를 모아 교아를 밖으로 밀어내야 했다.

그러나 중간에 벽이 가로막혀 있어 죽을힘을 다하느라 실신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교아라고 했지?”

“네.”

“내 짐작은 했었다만 너희 둘이 그렇게까지 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내가 막아보긴 하겠다만 얼마나 버텨낼지 모르겠다. 만약 내 힘으로도 안 되면 그때는 다 네가 저지른 업보이니 주도록 해라. 안 그러면 먼 훗날 저승에 간 네 가족들이 널 만날 수 없을 거 아니냐?”

도희는 자신 때문에 그런 위험까지 감수했던 무희에게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교아를 밀어내느라 너무 많은 기를 쓴 탓인지 박양이 가져다 준 냉수를 들이켠 무희는 여전히 기진맥진하여 몸조차 가누지 못했다.

“보살님 어떻게 된 거예요? 혹시 또 눈.”

“그 입 못 다물어?”

도희 앞에선 빛을 잃은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한 무희의 당부를 깜박했던 박양은 흠칫 놀라 입을 다물었다.

“스승님 눈이라니요?”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 박양아 손님들은 보냈니?”

“네. 보살님한테 빨리 쾌차하시라고 전해 달랬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손님들이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이 좋았는지 무희의 입에선 흐뭇해하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날 이후 도희가 한시도 무희 옆을 떠나지 않아서인지 교아는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 이제 신병훈령을 끝내고 전방부대에 배치된 강준은 신참이면 으레 겪어야 하는 과정을 견뎌내느라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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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미령(美靈)2-(81) +3 12.01.09 428 9 7쪽
79 미령(美靈)2-(80) +2 12.01.08 336 12 7쪽
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4 13 7쪽
77 미령(美靈)2-(78) +1 12.01.06 270 9 7쪽
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5 10 7쪽
75 미령(美靈)2-(76) +3 12.01.04 375 7 7쪽
74 미령(美靈)2-(75) +3 12.01.02 455 7 7쪽
73 미령(美靈)2-(74) +2 12.01.01 479 10 7쪽
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6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2 7 7쪽
70 미령(美靈)2-(71) 11.12.29 436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3 13 7쪽
68 미령(美靈)2-(69) +4 11.12.25 408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4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399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7 7 7쪽
64 미령(美靈)2-(65) +3 11.12.19 464 10 7쪽
63 미령(美靈)2-(64) +3 11.12.18 349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8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 미령(美령)2-(61) +1 11.12.15 437 9 7쪽
59 미령(美靈)2-(60) +1 11.12.13 495 8 7쪽
58 미령(美靈)2-(59) +3 11.12.12 332 9 7쪽
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56 미령(美靈)2-(57) +3 11.12.07 540 14 7쪽
55 미령(美靈)2-(56) +1 11.12.05 309 8 7쪽
54 미령(美靈)2-(55) +3 11.12.04 462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8 11 7쪽
52 미령(美靈)2-(53) 11.11.20 442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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