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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53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1.20 20:42
조회
441
추천
9
글자
7쪽

미령(美靈)2-(53)

DUMMY

처음에 남자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 첫눈에 그한테 이끌렸던 무희는 그의 사주를 풀어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그토록 기다렸던 운명 속 남자였던 것이다.

마침 이혼한 상태인데다 아이들까지 마누라한테 보내 딸린 자식도 없는 그가 얼마나 탐이 났던지 무희는 평생 억제해왔던 욕정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를 반드시 자신의 남자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무희는 부적을 써줄 때 자신과 끈을 연결시키는 것까지 써넣었던 것이다.

미령이 찾아왔던 것은 부적이 아니라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령은 자신과 거래 중인 영욱이 지은과 교제하는 것을 탐탁해하지 않던 마당에 무당인 무희가 그를 넘보자 그대로 두었다가는 자신에게도 위협이 될 것이기에 응징을 했던 것이다.

결국, 그로 인해 둘 다 많은 것을 잃었고 철천지원수의 악연을 남겨야 했다.

그 이후 그를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한 무희는 모두가 잠든 사이 달의 기운을 받고 나면 머릿속에 그를 만들어냈고 그가 유연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상상을 하며 깊은 곳이 흥건해지도록 자신의 육체를 상상 속에 맡기곤 했던 것이다.

꿈에서 맛봤던 느낌이 다시금 깊은 곳을 자극하는 가운데 잠시 자아를 상실했던 무희는 자신의 상상 속에 요령이 끼어들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그 사이 옆에서 무희의 인기척에 집중하던 요령은 이따금씩 들리는 작은 신음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 하는 것을 느낀 것이다.

“지금 뭐하세요?”

“응? 아, 아무것도 아냐.”

“이상하네? 분명 그 짓할 때 내는 소린데.”

“무슨 소릴 냈다고 그래? 쓸데없는 소리 하려거든 그만 건너 가.”

잠시 자신의 욕정에 사로잡혔다가 요령에게 들킨 것이 창피했던 무희는 언성을 높이는 것으로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했다.

하지만 살아생전 무희보다 많은 남자를 상대했던 요령이 그것을 모를 리 없었고 그런 무희가 불쌍했는지 속으로 혀를 차며 입을 다물었다.

만약 이것을 알았다면 또 한바탕 고성이 튀어나왔겠지만 머릿속이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있는 무희에겐 그럴 겨를이 없었다.

무희는 만약 그 남자와 미령이 관계가 있었다면 요령이 말한 혼령과 소통한 여자도 무관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 여자에 대해 좀 더 알아봐.”

“지금요?”

“아니. 오늘은 그만 건너 가.”

요령은 또 다시 어둠속에 갇혀야 하는 것이 싫어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 는 핑계를 대고 한 번 더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무희는 요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교감의 끈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어머나.”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자 요령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말도 없이 끊으면 어떡해요?”

“그만 건너가라니까.”

“으이그. 더러워서.”

그런데 무희가 이렇듯 냉정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요령이 밖에 나가 활동하는 동안 도망가는 것을 막으려면 자신의 기를 동원해야 했고 그 때문에 요령이 밖에 나갔다 오면 달빛을 받아 기를 보충해야하는데 오늘처럼 달이 뜨지 않은 날은 남아있는 기를 보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간다는 말도 없이 도희한테 건너간 요령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화 때문에 씩씩거리는 동안 손끝하나 까딱할 수 없는 무희는 누운 채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무슨 관계지? 그 년하고 가까이 지낼 정도면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건데. 그렇다고 혈연일 리는 없고. 대체 누구지?’

요령이 건너간 것을 확인한 무희는 그동안 날씨 때문에 받지 못한 달의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창문의 커튼을 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눈을 뒹굴 거려도 어둡기만 할뿐 어디에서도 달빛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늘도 구름이 끼었나?’

그러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밤이었고 달빛이 보이지 않는 데는 무희가 모르는 이유가 있었다.

원래 역술원 옆에는 2층짜리 연립주택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증축이 되면서 층이 높아나자 무희의 방에 달빛이 들어올 틈이 가려진 것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한참동안 하얀 눈을 연신 뒹굴 거리던 무희는 눈이 아파 더 이상 뜨고 있을 수 없게 되자 한손으로 눈을 가리며 커튼을 닫았다.

같은 시각, 모처럼 세 모녀가 모인 영선의 집에선 영선이 강준과 잠자리를 같이 한 것 때문에 지은의 날이 선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너 그렇게 헤픈 애였니?”

“그런 거 아냐.”

기가 막힌 지은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소파에 웅크리고 앉은 영선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속이 상한 지은이 방으로 들어가 버렸지만 이번엔 미령의 서슬 퍼런 눈길이 영선을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미령은 표정과 달리 다독이듯 영선을 타일렀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좋지 못한 기운이 다가오고 있는데 너까지 이러면 어떡하니?”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자칫했으면 강준이 어떻게 될 수도 있었지만 미령과 지은은 무엇보다 영선이 임신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런데 미령과 지은은 어떻게 영선과 강준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았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강준의 누나 청심 때문이었다.

단합대회 이후 영선과 신체적 접촉이 잦았던 강준은 최근 들어 몸이 자주 피로하고 아침에 늦잠을 자는 날이 잦아지고 있었다.

처음엔 기말시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몸은 시험이 끝나고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강준은 생각 끝에 누나한테 내려가 휴식을 갖기로 결정했다.

무당인 누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곳 외엔 딱히 쉴만한 곳이 없었던 것이다.

강준은 내려가는 동안 자신을 보고 반가워 할 누나를 상상하며 엑셀을 밟았다.

그런데 강준을 보는 누나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

“어디 아프니?”

“아뇨. 아프긴요.”

하지만 여전히 수심에 찬 얼굴로 바라보던 청심은 괜찮다는 강준을 데리고 한의원을 찾았다.

창심은 강준이 서울서 혼자 생활하느라 힘이 들어 그런 줄 알고 보약이라도 먹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진맥을 한 한의사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은 청심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밤에 너무 힘을 쓰셨나봅니다.”

사십대 초반인 한의사가 내린 진단은 강준이 야윈 것은 허해진 양기 때문이라고 한 것이다.

한의사는 보약을 한재 처방해주고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했으나 그렇지 않을 거라는 것을 청심은 알고 있었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강준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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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미령(美靈)2-(82,최종회) +3 12.01.10 489 10 9쪽
80 미령(美靈)2-(81) +3 12.01.09 428 9 7쪽
79 미령(美靈)2-(80) +2 12.01.08 336 12 7쪽
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4 13 7쪽
77 미령(美靈)2-(78) +1 12.01.06 270 9 7쪽
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5 10 7쪽
75 미령(美靈)2-(76) +3 12.01.04 375 7 7쪽
74 미령(美靈)2-(75) +3 12.01.02 455 7 7쪽
73 미령(美靈)2-(74) +2 12.01.01 479 10 7쪽
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6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2 7 7쪽
70 미령(美靈)2-(71) 11.12.29 436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3 13 7쪽
68 미령(美靈)2-(69) +4 11.12.25 408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4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399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5 7 7쪽
64 미령(美靈)2-(65) +3 11.12.19 464 10 7쪽
63 미령(美靈)2-(64) +3 11.12.18 349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8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60 미령(美령)2-(61) +1 11.12.15 436 9 7쪽
59 미령(美靈)2-(60) +1 11.12.13 495 8 7쪽
58 미령(美靈)2-(59) +3 11.12.12 332 9 7쪽
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56 미령(美靈)2-(57) +3 11.12.07 540 14 7쪽
55 미령(美靈)2-(56) +1 11.12.05 309 8 7쪽
54 미령(美靈)2-(55) +3 11.12.04 462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8 11 7쪽
» 미령(美靈)2-(53) 11.11.20 442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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