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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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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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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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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2.01.0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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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미령(美靈)2-(76)

DUMMY

교아는 비록 많은 기를 소진했지만 시공이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가 남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하지만 어제 소진한 기를 보충하려면 많은 양기가 필요했고 한두 명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이럴 때는 남성 열두 명의 양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부득이 강준도 거기에 포함시켜야 했다.

하지만 그는 영선의 남자였고 이미 약속까지 했으니 교아로서는 여간 고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 사이 밖에선 점점 어둠이 깔리고 있었고 주간 근무를 나갔던 사병들이 하나 둘 내무반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밤엔 기온이 떨어질 텐데 오늘 야간 조는 죽었다.”

강준이 있는 곳은 최전방이라 여전히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어 서울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추위가 밤마다 이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오늘처럼 주간 근무를 끝내고 야간 조와 교대하는 날은 이들에겐 군대식 언어로 봄날이었다.

모두들 장비 점검을 하는 사이 천정 속에 숨어있던 교아는 오늘밤 자신을 위한 희생양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나하나 손을 꼽아가던 중 어디선가 자신을 두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교아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야, 최상병. 나 얼마 전에 이상한 꿈꿨어.”

“꿈?”

“응. 꿈에 어떤 여자하고 재미를 좀 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귀신이지 뭐야? 나 참. 재수 없어서.”

“그러게 왜 그렇게 밝혀?”

“내가 밝혔냐? 지가 왔지.”

“까무러치진 않았냐?”

“그깟 귀신 때문에? 주먹을 날려버렸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교아는 며칠 전 꿈에서 자기 얼굴을 보자마자 까무러치던 병사의 모습이 생각나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오우. 대단한데?”

“대단할 거 뭐있냐? 너도 한번 만나봐. 눈깔은 없어도 예쁘긴 하더라.”

비록 귀신이지만 여자의 본능을 간직한 교아는 예뻤다는 말이 싫지는 않았다.

‘눈이 없는데도 그렇게 보였나?’

그날 밤, 간단한 전호가 끝나고 모두 잠자리에 들자 교아는 미리 물색해 놓은 순서대로 드림워킹(Dream Walking)을 시작했다.

드림워킹이란 초능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꿈속을 돌아다닐 수 있는 능력이었다.

교아가 제일 먼저 선택한 남자는 조금 전 다른 사병으로부터 자신의 얘기를 전해 듣던 최상병이었다.

“누구십니까?”

“알면서 뭘 새삼스럽게 물어봐요?”

“그럼. 아까 박상병이 얘기하던? 아, 그런데 이건 뭡니까?”

이미 그의 아랫도리에 손을 가져간 교아는 팬티를 벗기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됩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이내 교아의 흐름 속에 묻히고 말았다.

이미 구름위에 오른 그는 양기가 빠져나가는 것도 모르고 교아의 흐름에 자신을 맡겼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다른 전우들의 코고는 소리가 어두운 내무반에 퍼지고 있었다.

‘얼굴이라도 볼 걸.’

아무것도 모르고 다시 잠을 청하는 그는 박상병이 얘기한 꿈속 여인의 얼굴을 상상하며 잠을 청했다.

그리고 한참 뒤, 강준을 제외한 나머지 병사들을 차례로 섭렵한 교아는 조금 전 마지막으로 양기를 빼앗긴 병사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을 보며 또 다른 대상을 물색했다.

그러나 아무리 건장한 청년들이라고 해도 양기가 채워지려면 최소한 한 달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내무반엔 더 이상 교아가 뺏어 올 양기가 없었다.

물론 내무반엔 병사가 열여덟 명이나 있었지만 이미 꿈을 섭렵한 병사와 강준을 제외한 나머지는 양기가 채워지려면 보름이나 더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교아에게 필요한 열두 명을 모두 채우려면 강준에게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강준은 영선의 남자였고 귀신인 자신을 친구로 받다 준 고마움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가자니 오늘처럼 기를 채울 수 있는 시공을 또 다시 찾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

그것은 귀신이라고 해서 아무한테서나 양기를 뺏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를 보충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인연이라는 끈이 그것이었다.

교아가 이곳에서 기를 보충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과 영선사이에 연결된 인연과 이미 서로의 기가 섞인 영선과 강준 사이의 뗄 수없는 인연이 서로 닿아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한참을 망설이던 교아는 영선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강준의 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교아는 미안해하며 강준의 꿈에 들어가기 위해 서서히 다가갔다.

그런데 이제 막 꿈속에 들어가려는 순간. 뭔지 모를 힘이 교아를 밀어내는 것이다.

‘이게 뭐지?’

교아가 살펴보니 강준의 몸에선 알 수 없는 기가 발산되고 있었는데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도저히 뚫리질 않는 것이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기가 나올 수 있는 거지? 이 남자 사람 맞아?’

결국 귀신을 밀어내는 그 힘의 정체도 모른 채 교아는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다 잡았던 미령을 놓친 무희는 기를 보충하는 동안 신중하지 못했던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다.

‘어쩐지 너무 쉽다 했어. 그러나저러나 이제 어쩐다?’

무희가 걱정하는 것은 너무 쉽게 생각했다가 성급하게 써버린 혼선(魂灷)때문이었다.

그날 미령을 꼼짝 못하게 했던 것은 무희가 수년간 모은 혼령들의 마지막 한(恨)이 서려있는 불씨들이었다.

인간의 눈엔 그저 도깨비불 정도로만 보이는 그것들은 영혼들이 저승에 들어가기 전 못 다한 한을 떨쳐버리기 위해 이승에 남겨두고 가는 것으로 수명이 길지 못해 금방 사라지게 돼 있었으나 무희는 그것들이 사라지지 않게 하나둘 모아두었던 것이다.

그렇게 모인 많은 불씨들은 여전히 한을 품고 있었고 그 한을 풀기 위한 희생양으로 미령을 붙잡았던 것이다.

그토록 중요한 것을 성급하게 써버려 후회막급인데다 강한 불빛에 노출됐던 눈마저 통증이 가시지 않고 있어 집중할 수가 없었던 무희는 이래저래 부아가 치밀었다.

“이 망할 놈의 눈은 언제까지 이럴 거야?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잖아.”

선글라스를 벗고 양 손으로 마사지 하듯 눈을 문질러 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상태는 더 나빠질 뿐이었다.

무희가 이러는 사이 밖에서 귀를 기울이던 박양은 혼자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뭔가 일이 있었어.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힘들어 할 리가 없지.’

이때, 안에서 무희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란 박양은 벌컥 방문을 열었다.

그 순간, 거실에 불이 켜진 것을 박양이 깜박하는 바람에 선글라스를 벗고 있던 무희의 눈이 그만 불빛에 노출되고 말았다.

통증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어 여전히 감고는 있었지만 무희는 눈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다음 순간, 두 팔로 눈을 감싼 무희의 입에선 거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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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미령(美靈)2-(81) +3 12.01.09 428 9 7쪽
79 미령(美靈)2-(80) +2 12.01.08 336 12 7쪽
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4 13 7쪽
77 미령(美靈)2-(78) +1 12.01.06 270 9 7쪽
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5 10 7쪽
» 미령(美靈)2-(76) +3 12.01.04 376 7 7쪽
74 미령(美靈)2-(75) +3 12.01.02 456 7 7쪽
73 미령(美靈)2-(74) +2 12.01.01 479 10 7쪽
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6 8 7쪽
71 미령(美靈)2-(72) +2 11.12.30 322 7 7쪽
70 미령(美靈)2-(71) 11.12.29 437 9 7쪽
69 미령(美靈)2-(70) +3 11.12.27 424 13 7쪽
68 미령(美靈)2-(69) +4 11.12.25 408 9 7쪽
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4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399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7 7 7쪽
64 미령(美靈)2-(65) +3 11.12.19 464 10 7쪽
63 미령(美靈)2-(64) +3 11.12.18 350 8 7쪽
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8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60 미령(美령)2-(61) +1 11.12.15 437 9 7쪽
59 미령(美靈)2-(60) +1 11.12.13 495 8 7쪽
58 미령(美靈)2-(59) +3 11.12.12 332 9 7쪽
57 미령(美靈)2-(58) +5 11.12.10 438 12 7쪽
56 미령(美靈)2-(57) +3 11.12.07 540 14 7쪽
55 미령(美靈)2-(56) +1 11.12.05 309 8 7쪽
54 미령(美靈)2-(55) +3 11.12.04 462 9 7쪽
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9 11 7쪽
52 미령(美靈)2-(53) 11.11.20 442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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