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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25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4.16 01:14
조회
246
추천
6
글자
4쪽

72. 깜짝쇼

DUMMY

지난 한달 사이 예기치 않게 일을 떠맡는 바람에 감당해야 할 업무가 셋, 그렇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 돈은 똑같이 받으면서 남들의 세배나 되는 일을 감당하려니 슬며시 부아가 난다. 하지만 그로 인해 회사에선 유명인사가 됐고 출근 때 만나는 간부들의 호의적인 덕담까지 듣게 됐다.


“진정도대리. 대단해. 난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아봤어.”

“우리 팀에 이런 사람 하나만 있었으면 잔소리 할 일도 없었을 거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사팀 지원 업무는 프로세서를 수시로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문제는 네트워크와 EMS는 매일 2차례씩 점검해야 하는데 그 중 EMS는 오후 5시가 되면 사용기록을 정리해 사장에게 보고하느라 퇴근 시간을 넘길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정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윗분들한테 인정받잖아요.”

“그런데 좀 이상해요. 왜 팀장 모르게 직접 보고하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돼요.”

“그럴 이유가 있겠죠. 자, 우리 오랜만인데 회사 얘기 말고 다른 얘기하죠.”


선미 말대로 매일 바쁜 일상을 보내긴 하지만 보람은 있다. 사장에게 보고서를 보내고 퇴근하면 다음날 아침 수고했다는 메일을 받기 때문이다. 사내에서 사장과 직접 메일을 주고받는 사람은 팀장급 이상이 아니면 거의 없다. 이런 사실은 선미를 제외한 팀원은 물론 사내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특권인지도 모르지’


그러던 어느 날, 모두를 멍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여간해선 다른 사무실에 가지 않는 인사팀장 정선배가 온 것도 놀라운 일인데 누군지 모르는 말쑥한 양복차림의 남자를 데리고 온 것이다. 정선배가 그와 제일 먼저 간 곳은 강팀장 방이다. 안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몰라도 남자가 강팀장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정선배가 소개한 것이 분명하다.


“누구지?”


모두가 궁금해 하는 사이 강팀장 방에서 나온 정선배가 남자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수려한 외모를 지닌 28세의 대졸남이다.


“안녕하십니까? 부순홍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부순홍씨는 앞으로 임사훈 대리 밑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부순홍씨 인사해. 이쪽은 사수 임사훈 대리.”


갑작스럽게 조수를 받게 된 임사훈대리는 얼떨결에 악수를 하곤 팀원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잠시 멍을 때리긴 했지만 팀원들도 새 식구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웬 신입사원? 요즘같이 취직이 힘든 시대에 특채된 것을 보면 그 역시 막강한 배경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자, 오늘은 새 식구도 왔고 하니 환영식 합시다.”


언제 나왔는지 강팀장이 신입사원 환영회식을 지시하면서 팀원들의 환호 속에 잠시 가졌던 궁금증은 묻혀버렸다.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팀원들이 썰물 빠지듯 사무실을 빠져나갔지만 보고서 전송 때문에 조금 늦게 출발했다.


“어서 와요. 우선 벌주부터 받아요.”


재킷도 벗기 전에 강팀장이 건네는 잔을 비우느라 빈속에 술을 부었더니 아랫배가 알싸하다. 아직 안주도 오지 않았는데 이미 몇 잔씩 돌았는지 선미와 팀원들은 얼굴이 발그레했고 술이 센 임대리와 손정남만이 말짱하게 얼굴색을 보존하고 있었다.


“임대리님 좋겠네. 조수 받아서.”

“당연하죠. 앞으로 우리 부순홍씨 잘 부탁해요.”


그런데 음식이 들어오고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모두가 놀랄 일이 벌어졌다. 처음엔 쉽게 달아올라 술이 약할 줄 알았던 부순홍이 팀원들과 일일이 잔을 주고받았는데도 말짱한 것이다. 부순홍은 회식이 끝나고 팀장과 취한 팀원들에게 택시까지 잡아주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와! 부순홍씨 술이 보통이 아니네.”

“아이고 아닙니다. 대리님은 댁이 어디세요?”

“내 걱정 말고 먼저 가. 난 버스타고 가면 돼.”

“그럼.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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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 깜짝쇼 20.04.16 247 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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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 고래싸움 20.04.13 266 7 7쪽
69 69. 여인천하 20.04.10 267 7 4쪽
68 68. 도장 찍기 20.04.08 283 7 5쪽
67 67. 갑돌이와 갑순이 20.04.08 254 6 4쪽
66 66. 은(銀)수저 20.04.08 251 7 5쪽
65 65. 긴장 속의 만남 20.04.08 240 8 4쪽
64 64. 빗나간 카더라 20.04.08 249 8 4쪽
63 63. 드러난 야심 20.03.16 274 8 5쪽
62 62. 남은 자들의 전쟁 20.03.15 279 8 4쪽
61 61. 뒤늦은 보상 20.03.11 290 8 6쪽
60 60. 존재감 20.03.09 278 8 6쪽
59 59. 목격자 20.03.06 278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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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 뉴 페이스 20.02.25 300 8 4쪽
52 52. 괘씸죄 20.02.18 325 9 4쪽
51 51. 빛바랜 영전(榮轉) +1 20.02.17 333 13 5쪽
50 50. 논공행상(論功行賞) 20.02.14 322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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