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10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3.04 01:38
조회
283
추천
9
글자
5쪽

58. 낯선 느낌

DUMMY

임대리의 잔류로 전에는 조대리와 고괴장을 중심으로 두 개의 서브조직으로 분류됐던 팀에도 변화가 생겼다. 선미는 지원과, 미호는 운영과, 임대리는 생산과 설비를 담당하는 기술과로 세분됐다. 전에는 손과장이 주관했던 간부회의도 민전무 방에서 하게 됐다.


“우리 잠시 회의 좀 하죠.”


아침에 민전무 방에서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선미가 처음으로 주관하는 회의다. 도한과 한순 그리고 하얀을 인솔해 회의실로 들어갔다. 선미는 혼자 네 명이나 되는 사원들 앞에 서니 조금은 쑥스러워 하는 눈치다. 기분이 묘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동료였다가 상사가 된 선미가 무척 낯설다.


“이렇게 모이라고 한 것은 지원과 규칙을 정하고 싶어서예요. 앞으로 네 분 중 진정도씨가 선임이니까 혹시 제가 자리를 비웠을 때 무슨 일 생기면 진정도씨 지시를 받도록 해요. 그리고 결재서류 검토도 마찬가지로 할 게요.”


전혀 모르는 줄 알았는데 선미는 이미 속내를 눈치 챈 것 같다. 전에 김무용이 있을 때도 보지 못했던 위계질서를 선미가 정하고 있다. 그런 배려 때문인지 서운한 감정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그러나 그래봤자 평사원일 뿐이다.


“선배님. 이것 좀 봐 주세요.”


그날 이후 신입 세 명의 일까지 도와주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조직에 변화가 생겼다. 사무실로 내려온 민전무가 선미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로 한 것이다.


“진대리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준 것 같아서 진대리는 총무, 자재. 영업만 보고하고 나머지 인사와 자금은 진정도씨가 보고하도록 해. 그러보니 두 사람 다 진씨네? 아무튼 앞으로 진정도씨도 회의에 참석해.”

“알겠습니다.”


갑자기 민전무는 왜 이런 결정을 한 것일까? 혹시 선미가 부탁을 했을까? 아무튼 민전무 지시로 대리도 아니면서 밑에 부하를 거느린 책임자가 됐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부하를 두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전에는 주어진 일만 해내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러나 밑에 부하가 생기고 나니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도한씨. 어디 아피? 안색이 안 좋네.”

“아침에 일어났는데 머리가 좀 무겁더라고요. 아무래도 감기 걸렸나 봐요.”


부하가 하나인데도 이런데 부하가 둘이나 되는 선미는 어떨까? 그나마 둘 다 같은 여성인 것이 다행이다. 바로 이때,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다. 어쩌면 이번 민전무의 결정은 선미의 여린 성격을 고려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사이 어느새 거리엔 연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유흥업소의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거리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청육에 들어온 지 2년이 지나가고 있다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 언제 그렇게 됐지? 잠깐의 회상에 빠져 있는데 스마트폰이 진동음을 울린다.


‘25일 날 어디 갈까요?’


선미가 보낸 카톡이다. 진급하기 전엔 자리가 바로 옆이라 남몰래 메모로 주고받았지만 이제는 자리가 떨어져 있어 그럴 수가 없다. 그동안 몇 번 몰래 데이트를 했지만 아직도 상사가 된 그녀와 마주하는 게 조금은 어색하다. 그것을 아는지 선미는 예전에 만날 때처럼 행동하려고 애를 쓰는 중이다.


[그날은 어딜 가도 자리 없을 텐데 딱히 생각나는 데가 없네요.]

[그러면 작년 크리스마스 때 갔던 거기 어때요?]

[괜찮겠어요? 올해도 날이 추울 거라던데.]

[사실 작년에 재미있었거든요.]

[그럼. 그렇게 하죠.]


그런데 약속을 하고 나니 괜히 후회가 된다. 그냥 다른 약속 있다고 할 걸 그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옹졸하다는 것은 알지만 남자의 자존심이 그렇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만 만나자고 할 수도 없다. 서로 팀이 다르다면 모를까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하니 그럴 수도 없다.


“이번 망년회는 28일 날 합니다. 그날 민전무님께서 좋은데 데려가신다고 하니까 모두 그렇게 알고 잊지 않도록 해요.”


전에는 사무실에서 거의 말이 없던 미호는 대리가 되더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호는 대리가 되면서 팀원들과도 자주 어울리고 있다. 달라진 것은 그 뿐이 아니다. 민전무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주로 미호를 찾는 편인데 왠지 그녀의 미모 때문인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오피스 108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9 79. My Sweet Lady 20.04.25 239 6 5쪽
78 78. System Halted 20.04.24 237 6 5쪽
77 77. 불협화음 20.04.22 257 6 5쪽
76 76. 전관예우 20.04.21 240 7 4쪽
75 75. 리모델링 20.04.21 235 8 4쪽
74 74. 호감과 사랑 20.04.21 238 6 4쪽
73 73. 동(銅)수저 20.04.17 236 6 4쪽
72 72. 깜짝쇼 20.04.16 246 6 4쪽
71 71. 멀티 플레이어 20.04.14 266 6 5쪽
70 70. 고래싸움 20.04.13 266 7 7쪽
69 69. 여인천하 20.04.10 266 7 4쪽
68 68. 도장 찍기 20.04.08 283 7 5쪽
67 67. 갑돌이와 갑순이 20.04.08 254 6 4쪽
66 66. 은(銀)수저 20.04.08 251 7 5쪽
65 65. 긴장 속의 만남 20.04.08 240 8 4쪽
64 64. 빗나간 카더라 20.04.08 249 8 4쪽
63 63. 드러난 야심 20.03.16 274 8 5쪽
62 62. 남은 자들의 전쟁 20.03.15 279 8 4쪽
61 61. 뒤늦은 보상 20.03.11 290 8 6쪽
60 60. 존재감 20.03.09 278 8 6쪽
59 59. 목격자 20.03.06 278 8 8쪽
» 58. 낯선 느낌 20.03.04 283 9 5쪽
57 57. 양지와 음지 20.03.02 291 9 4쪽
56 56. 양들의 분노 20.02.29 293 8 8쪽
55 55. 빙하기 20.02.26 302 9 4쪽
54 54. 야누스 20.02.25 313 10 5쪽
53 53. 뉴 페이스 20.02.25 300 8 4쪽
52 52. 괘씸죄 20.02.18 324 9 4쪽
51 51. 빛바랜 영전(榮轉) +1 20.02.17 332 13 5쪽
50 50. 논공행상(論功行賞) 20.02.14 322 8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