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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797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3.16 21:13
조회
273
추천
8
글자
5쪽

63. 드러난 야심

DUMMY

그런 일들이 있고 한 달 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팀장 쟁취전이 끝나면서 회사는 다시 이전의 일상을 되찾았다. 이제 모두의 관심은 다음 달 초에 있을 주주총회에 쏠려있다. 그런데 이번 주주총화는 좀 다를 것이란 전망이다.


“대상들이 다 그만 뒀으니 임원 선임은 없을 거야.”


그러나 총무팀과 경영관리팀은 초비상 수준이다. 매일 야근은 물론 주주총회가 열릴 대강당 치장에 정신이 없다. 그런데다 이번엔 종업원들에게 특별 보너스와 선물이 지급될 예정이란다.


“선미씨.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아무래도 큰 일이 있을 것 같아요.”


순간, 어쩌면 사장과 관련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 프로젝트를 놓고 유난스러울 정도로 관심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일지 모른다. 이런 추측은 이미 선미도 하고 있었다.


“사장이 직접 추진한 일 중에 가장 큰 일이었을 거예요. 비용이 수십억이나 들어간 데다 회사 전체를 바꾸는 거였잖아요.”

“그렇군요. 만약 실패했다면 사장 입장이 아주 난처했겠어요.”

‘그렇죠. 사실 모든 게 갖춰진 청육에서 그것만큼 큰 일이 없잖아요.“


그리고 일주일 후, 드디어 모두가 관심을 보이던 주주총회가 열렸다. 외부에서 온 주주들 사이에 본사 직원들이 골고루 배치됐고 단상엔 좀처럼 볼 수 없는 강만호 회장까지 참석한 가운데 주주총회가 시작됐다.


“이번 주주총회 안건은....”


혹시 총회꾼의 방해가 있을 것을 대비해 직원들을 배치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전년대비 실적 호전에 주주들도 만족해하는 눈치다. 그 사이 모든 안건에 대한 형식적인 처리가 일사천리로 끝나고 식순에 의해 회장의 연설이 시작됐다.


“안녕하십니까? 청육 회장 강민호입니다. 먼저 오늘 이렇게 참석해 주신 주주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저희 청육 임직원은 국내 경기가 불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주주님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불철주야 성심을 다했습니다. 갑자기 제가 처음 청육을 설립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 성장한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정말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를 옆에서 보조해 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생각 같아선 여러분과 끝까지 같이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우리 인간에게 그것을 허락지 않습니다. 이에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중요한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이것을 두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제 후대들이 이 청육을 이어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만큼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여 저는 오늘부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강철주 사장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공석이 된 사장은 신임 회장이 추천한 민진태 전무를 선임했습니다. 앞으로 제 후대들에게 많은 사랑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것이었다. 사장이 그토록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과 이복동생 강철호를 내쫓은 것 그리고 그토록 신임했던 손노문을 단 칼에 잘라낸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대권을 물려받는데 조금이라도 흠이 될 일을 사전에 제거한 것이다.


“이제 팀장들을 정리한 이유를 알겠네요.”

“선미씨.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지난번 정리한 팀장들 대부분이 전에 있던 강철호 라인에 있던 사람들이예요.”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드라마에서 봤던 재벌가의 냉혹한 모습을 직접 보니 세상 요지경이란 말이 실감난다. 문득 우리를 괴롭히던 강철주가 생각난다. 살벌한 재벌가에서 서자로 태어나 살아남기 위해 그런 짓까지 해야 할 정도로 급박했던 것이다.


“이것이 사장이 말하던 청육의 새로운 장이었네요.”

“대리들 전부 민사장님께 축하 인사하러 가야 하지 않아요?”

“그래야죠. 잠깐만요. 사장님 지금 뵐 수 있어요? 예. 알았어요. 지금 올라갈게요. 자, 갑시다.”


팀을 대표해 대리들만 방으로 올라갔다. 방 앞엔 기다리고 있던 비서 차도연이 우리를 안으로 안내했다. 그때까지 정신없이 축하 전화를 받던 민진태는 통화를 하며 손짓으로 소파를 권했다. 잠시 후 통화를 끝낸 민진태는 일일이 악수를 하며 당분간 인사팀장이 팀장을 겸직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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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 고래싸움 20.04.13 266 7 7쪽
69 69. 여인천하 20.04.10 266 7 4쪽
68 68. 도장 찍기 20.04.08 283 7 5쪽
67 67. 갑돌이와 갑순이 20.04.08 253 6 4쪽
66 66. 은(銀)수저 20.04.08 250 7 5쪽
65 65. 긴장 속의 만남 20.04.08 240 8 4쪽
64 64. 빗나간 카더라 20.04.08 249 8 4쪽
» 63. 드러난 야심 20.03.16 274 8 5쪽
62 62. 남은 자들의 전쟁 20.03.15 278 8 4쪽
61 61. 뒤늦은 보상 20.03.11 290 8 6쪽
60 60. 존재감 20.03.09 278 8 6쪽
59 59. 목격자 20.03.06 278 8 8쪽
58 58. 낯선 느낌 20.03.04 283 9 5쪽
57 57. 양지와 음지 20.03.02 291 9 4쪽
56 56. 양들의 분노 20.02.29 292 8 8쪽
55 55. 빙하기 20.02.26 302 9 4쪽
54 54. 야누스 20.02.25 313 10 5쪽
53 53. 뉴 페이스 20.02.25 300 8 4쪽
52 52. 괘씸죄 20.02.18 324 9 4쪽
51 51. 빛바랜 영전(榮轉) +1 20.02.17 332 13 5쪽
50 50. 논공행상(論功行賞) 20.02.14 32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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