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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16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2.18 18:18
조회
324
추천
9
글자
4쪽

52. 괘씸죄

DUMMY

손팀장이 떠나고 이제 관심사는 누가 팀장으로 올 것인 가다. 조과장이 있긴 하나 이제 과장된 지 1년도 안 됐고 아직은 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에 회사에서 다른 사람을 앉히기로 했다는 것이다. 조과장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팀장 대행을 맡게 됐지만 별 문제없이 팀을 이끌었고 갑작스런 반전으로 둘로 갈라졌던 팀도 하나가 되어 예전의 일상을 되찾았다.


“선미씨 생각은 어때요?”

“글쎄요. 회사에 적임자가 없으니 외부에서 영입할 지도 모르죠.”

“전 누가 오든 정직한 사람이 왔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돈이 뭔지.”


선미도 손팀장과 고과장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도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심지어 둘만 있을 때도 입에 올린 적이 없다. 이것이 남들이 말하는 노련함일까? 어쩌면 애써 부정하고 싶어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것도 처세술의 하나일까? 선미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서는데 문득 반성과 후회가 교차한다.


“그게 사실이야? 난리 났네.”


다음날 아침부터 팀원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다. 뜻밖에도 손노문 전 팀장이 전근 간 계열사의 전무가 주전노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견원지간(犬猿之間) 이던 그들이 한우리 속에 있게 됐으니 무슨 일이 벌어질 지는 불 보듯 뻔하다. 다행히 손노문은 관리이사고 주전노는 대리점관리 본부장이라 직접적으로 해코지 당할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주전노가 그 회사 대표이사와 가까운 사이라는 거야.”


그런데 회사에서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분명 모르지 않았을 텐데 왜 하필 그 회사였을까? 지난번 스캔들 때문이라면 퇴사한 것으로 충분하다. 이런 의문에 대한 대답은 선미가 밝혀주었다.


“원래 차장이 계열사 부장으로 간 적은 있어도 임원으로 간 적은 없어요. 임원으로 가려면 사장의 승인이 있어야 하거든요.”


손노문은 사장의 두터운 심임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유혹을 부리치지 못한 한 순간의 선택으로 그 신뢰를 상실했고 임원으로 가는 파격적 인사지만 자신의 신뢰를 저버린데 대한 사장의 앙갚음일 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정선배의 충고가 머릿속을 맴돈다.


“청육, 정말 무서운 곳이네요.”

“더구나 오너의 믿음을 배신했으니 더더욱 무사할 수가 없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견원지간을 한 우리 속에 넣은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 이후 손이사에 대한 소식이 간간이 들려오긴 했으나 모두의 예상과 달리 견원지간 스캔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둘은 언제든 부딪힐 수 있는 시한폭탄이고 손이사가 대리점사업본부장이다 보니 언제 폭발하느냐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왜 아직 소식이 없지?”


손이사가 떠난 지 보름이 다 돼가지만 팀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그런데 직장인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피할 수 없는 걸까? 팀장 공석이 계속되면서 임시로 팀장을 맡은 조과장이 초심을 잃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선미씨. 나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누가 물으면 은행에 갔다고 해요.”


처음엔 그의 말대로 길어야 30분이던 것이 점점 길어지더니 급기야 퇴근시간이 돼도 들어오지 않는 날이 잦아진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러던 어느 날, 조과장의 꼬리가 밟히고 말았다.


“정도씨. 인사팀장인데 조과장 어디 갔어?”

“은행에 일이 있어서 다녀온다고 나갔습니다.”

“그랬단 말이지. 알았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조과장의 표정이 어둡다. 순간, 조금 전 인사팀장의 마지막 말투가 마음에 걸린다. 분명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 뉘앙스였다. 이때 잠깐 밖에 나갔던 선미가 다가오더니 귓속말로 소식 하나를 전했다.


“조과장. 요 앞 찜질방에서 업체 직원들과 있다가 인사팀장님한테 걸렸대요.”

“그러면 인사팀장님도 거기 갔던 거예요?”

“그게 아니라. 누가 찔렀나 봐요.”


그러면 누가 고자질을 했지? 다른 팀에선 그의 동선을 알 리 없고, 그러면 팀원 중 하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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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 고래싸움 20.04.13 266 7 7쪽
69 69. 여인천하 20.04.10 267 7 4쪽
68 68. 도장 찍기 20.04.08 283 7 5쪽
67 67. 갑돌이와 갑순이 20.04.08 254 6 4쪽
66 66. 은(銀)수저 20.04.08 251 7 5쪽
65 65. 긴장 속의 만남 20.04.08 240 8 4쪽
64 64. 빗나간 카더라 20.04.08 249 8 4쪽
63 63. 드러난 야심 20.03.16 274 8 5쪽
62 62. 남은 자들의 전쟁 20.03.15 279 8 4쪽
61 61. 뒤늦은 보상 20.03.11 290 8 6쪽
60 60. 존재감 20.03.09 278 8 6쪽
59 59. 목격자 20.03.06 278 8 8쪽
58 58. 낯선 느낌 20.03.04 284 9 5쪽
57 57. 양지와 음지 20.03.02 291 9 4쪽
56 56. 양들의 분노 20.02.29 293 8 8쪽
55 55. 빙하기 20.02.26 303 9 4쪽
54 54. 야누스 20.02.25 313 10 5쪽
53 53. 뉴 페이스 20.02.25 300 8 4쪽
» 52. 괘씸죄 20.02.18 325 9 4쪽
51 51. 빛바랜 영전(榮轉) +1 20.02.17 332 13 5쪽
50 50. 논공행상(論功行賞) 20.02.14 322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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