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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07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4.21 17:42
조회
239
추천
7
글자
4쪽

76. 전관예우

DUMMY

조직이 정리되면서 보고체계는 물론 간부회의도 한결 심플해졌다. 변화는 또 있었다. 임과장이 있을 때는 그토록 설쳐대던 미호의 오지랖도 볼 수가 없다. 이제는 자신의 강력한 경쟁자가 없어져서 그런 지도 모른다.


“진정도대리. 잠깐 나 좀 봐요.”

“예. 팀장님.”


강팀장이 부른 것은 지금 세 개인 담당업무를 줄여주겠다는 배려 때문이다. 뜻밖의 희소식이지만 강팀장이 이렇게 신경을 쓰고 있었나 하여 의아하다. 그런데 그의 배려에 숨은 뜻이 있었다. 이번에 대학 동창이 ‘코넷’의 영업팀장으로 부임했는데 기술직원 파견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내일부터 상주하기로 했으니까 앞으로 보고서 검토만 하면 돼요.”

“알겠습니다.”

“그동안 세 가지 업무를 하느라 힘들었죠? 진작 신경을 썼어야 하는데 미안해요. 그런데 자리를 어떻게 한다?”

“먼저 임과장이 쓰던 책상이 있으니 거기 앉게 하면 됩니다.”

“아, 그게 있었지. 그러면 책상도 2과로 옮겨요.”


방에서 나오자마자 차도한과 부순홍을 시켜 운영과에 있던 책상을 옮겼다. 팀장 지시라고 말했지만 갑작스런 일에 미호는 기분이 상했는지 떨떠름한 표정이다. 다음날, 강팀장이 말한 대로 업체 영업팀장과 손에 가방을 든 이십대 중반의 남자가 도착했다.


“여러분 이쪽은 이번에 ‘코넷’에 영업팀장으로 부임하신 윤태호 팀장입니다. 그리고 옆에 계신 분은 앞으로 네트워크 관리를 전담할 ‘코넷’ 파견 기술자 정준호씨입니다.”


그들은 강팀장의 소개로 팀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곤 팀장실로 들어갔다. 강팀장과 윤팀장이 이야기하는 사이 방에서 나온 정준호는 시스템실에 있는 장비를 잠시 살펴보곤 곧바로 머리를 숙였다.


“정준호입니다.”

“반갑습니다. 진정도입니다.”


그는 175센티 정도의 키에 약간 마른 체형이 인상적이다. 자신이 앉을 택상을 소개받은 그는 앉자마자 서랍부터 열어보곤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먼지를 닦더니 가방에 있던 공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보는 공구들이 신기했는지 팀원들까지 몰랴와 장사진을 이뤘다.


“와! 깔끔하시네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공구 찾을 때 번거롭거든요.”


정말 장난이 아니다. 어찌나 철저히 준비했는지 커넥터 같은 소모품들은 투명한 플라스틱 박스에 담겨있고 공구들은 용도에 따라 서랍별로 구분해 배치하는 것이다. 그의 소지품 정리가 거의 끝날 때쯤 강팀장의 호출을 받고 팀장실로 갔다.


“다름이 아니라. 네트워크 용역비 때문인데 앞으로 파견 수당도 지급하기로 했으니까 조치하도록 해요. 그리고 나 윤팀장하고 사장실에 다녀올 테니까 누가 찾으면 그렇게 전해요.”

“알겠습니다.”


이러면 유지보수비용이 추가될 텐데 사장이 가만히 있을까? 그런데 윤팀장을 사장한테 소개한다고?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 사이 정리를 끝낸 정준호는 시스템실에서 손정남이 보고 있는 가운데 네트워크 장비를 살펴보고 있었다.


“감자기 웬 파견 직원이래요?”

“그러게요. 그런데 업체 영업팀장을 사장님한테까지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요?”

“사장님한테요? 제가 비서실에 알아볼 게요.”


선미가 알아보니 ‘코넷’의 영업팀장은 사장도 아는 사람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강민태 부사장과는 달리 강팀장이 사장과 아주 가깝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몰랐던 사실인데 가끔 강팀장이 사장실에 올라와 같이 담소를 나누곤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사하러 갔겠죠.”


그래서 강팀장이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거였다. 이미 사장의 허락을 받았으니 거칠 것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없어도 될 파견 직원을 상주시키려는 의도가 뭘까? 정말 그의 말대로 일에 치이는 것이 안 돼 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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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 도장 찍기 20.04.08 283 7 5쪽
67 67. 갑돌이와 갑순이 20.04.08 254 6 4쪽
66 66. 은(銀)수저 20.04.08 251 7 5쪽
65 65. 긴장 속의 만남 20.04.08 240 8 4쪽
64 64. 빗나간 카더라 20.04.08 249 8 4쪽
63 63. 드러난 야심 20.03.16 274 8 5쪽
62 62. 남은 자들의 전쟁 20.03.15 278 8 4쪽
61 61. 뒤늦은 보상 20.03.11 290 8 6쪽
60 60. 존재감 20.03.09 278 8 6쪽
59 59. 목격자 20.03.06 278 8 8쪽
58 58. 낯선 느낌 20.03.04 283 9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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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양들의 분노 20.02.29 293 8 8쪽
55 55. 빙하기 20.02.26 302 9 4쪽
54 54. 야누스 20.02.25 313 10 5쪽
53 53. 뉴 페이스 20.02.25 300 8 4쪽
52 52. 괘씸죄 20.02.18 324 9 4쪽
51 51. 빛바랜 영전(榮轉) +1 20.02.17 332 13 5쪽
50 50. 논공행상(論功行賞) 20.02.14 322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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