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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791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4.14 00:43
조회
265
추천
6
글자
5쪽

71. 멀티 플레이어

DUMMY

8킬로나 빠지는 체중 감량의 고통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 충분한 보상이 됐다. 이번 일로 회장과 아버지 사이가 벌어지면 어쩌나 했던 강팀장도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따로 불러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정선배 말에 의하면 회장도 역시 자기가 사람을 잘 봤다면서 매우 흡족해 했다고 한다.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아무튼 이번 일로 회장님 신임까지 얻었으니 큰 일한 거야. 수고했어.”


직장인에게 이보다 큰 보상이 있을까?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강팀장이 이번 일로 네트워크 관리자가 필요하다면서 일을 떠맡긴 것이다. 사실 그동안은 완벽하게 구축한 프로세스 덕에 기초적인 점검만 하면 크게 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봄날은 끝났다.


“우리 오랜만에 저녁 먹는 거죠?”

“그렇죠. 그동안 일이 좀 많았어요?”

“문제는 그게 업무가 아니었다는 거죠.”

“그러나 저러나 이제 정도씨 봄날은 갔네요. 그렇죠?”


대답대신 한숨을 토하는 것을 본 선미의 깔깔대는 웃음소리에 다른 테이블에 있는 커플들의 시선이 쏟아진다. 그동안 어찌나 마음고생이 심했던지 거울에 비친 얼굴이 낯설 정도다. 그런데 부모님들은 하나 뿐인 자식에게 그렇게도 관심이 없는 걸까?


“그렇게 매일 야근을 하는데 멀쩡하면 이상한 거지.”


아버진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말씀하셨다. 솔직히 서운했지만 당신 성격을 모르지 않으니 크게 마음 쓰지 않았다. 아버진 현역에 계실 때 공과 사에 엄격하셨던 분이다. 그것으로 인해 한때 두 분 사이가 나빠진 적이 있을 정도로 고지식한 분이다. 어쩌면 그런 아버지를 닮아 고래의 수염을 잡아당겼는지도 모른다.


“진정도대리. 요즘 네트워크 관리 잘 되고 있죠?”

“네. 네트워크 쪽은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운영 중입니다. 그런데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스템적인 보완?”

“지금은 임원전용 네트워크를 따로 분리해 놓긴 했지만 속도만 빠를 뿐이지 데이터는 여전히 같은 디스크에 저장돼 있기 때문에 언제든 유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안 그래도 얘기하려고 했는데 어제 간부회의 때 사장님도 그 얘길 하셨어요. 만약 추진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겁니까?”


임원들만 보는 데이터를 따로 분리해야 하려면 별도의 서버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비용이 소요되고 MMS의 프로세스들이 만들어 내는 임원전용 데이터 저장경로도 수정해야 한다.


“결국 팀 전체가 움직여야겠군요.”

“그렇습니다.”

“이것 말이죠. 진정도대리가 주관하고 향후 운영까지 책임지도록 해요.”

“네? 아, 예.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늘어난 일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웬 오지랖? 아무래도 고래싸움에 끼었던 여파로 정신이 어떻게 된 것 같다. 아니면 젊은 시절 일 욕심이 많았던 아버지를 닮아서 그럴까? 이제 주어진 업무가 셋, 아무래도 다시는 봄날을 맞이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선미는 남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히려 잘했다면서 파이팅을 외친다.


“이제 멀티 플레이어 됐네요.”

“오늘 일은 얘기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내가 미쳤지.”

“그런데 전 최근 정도씨한테 일어난 일들이 우연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러면 뭐죠?”


정말 그럴까? 임원 전용 네트워크 얘기가 나왔을 때 인사팀장이 외부 전문가가 아닌 후배를 회장에게 추천한 점, 회장의 얘기가 있었다고는 하나 강팀장이 주저 없이 업무를 배정한 점, 선미의 가정을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 덕에 팀원들까지 덩달아 바쁘게 만들었다.


“괜히 일거리 만들어드린 것 같아서 미안하네요.”

“그런 말 말아요. 그동안 거의 공짜로 월급 받았잖아요. 그러니 이젠 일 좀 해야죠.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임대리의 지원으로 일은 순탄하게 진행됐다. 비용도 예상보다 적게 소요돼 명실상부한 임원전용 시스템이 구축됐다. 이제 인사 업무에 네트워크 관리도 모자라 EMS(임원경영정보시스템)까지 책임져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날이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는 미호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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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 깜짝쇼 20.04.16 246 6 4쪽
» 71. 멀티 플레이어 20.04.14 266 6 5쪽
70 70. 고래싸움 20.04.13 266 7 7쪽
69 69. 여인천하 20.04.10 266 7 4쪽
68 68. 도장 찍기 20.04.08 283 7 5쪽
67 67. 갑돌이와 갑순이 20.04.08 253 6 4쪽
66 66. 은(銀)수저 20.04.08 250 7 5쪽
65 65. 긴장 속의 만남 20.04.08 240 8 4쪽
64 64. 빗나간 카더라 20.04.08 249 8 4쪽
63 63. 드러난 야심 20.03.16 273 8 5쪽
62 62. 남은 자들의 전쟁 20.03.15 278 8 4쪽
61 61. 뒤늦은 보상 20.03.11 290 8 6쪽
60 60. 존재감 20.03.09 278 8 6쪽
59 59. 목격자 20.03.06 278 8 8쪽
58 58. 낯선 느낌 20.03.04 283 9 5쪽
57 57. 양지와 음지 20.03.02 291 9 4쪽
56 56. 양들의 분노 20.02.29 292 8 8쪽
55 55. 빙하기 20.02.26 302 9 4쪽
54 54. 야누스 20.02.25 313 10 5쪽
53 53. 뉴 페이스 20.02.25 300 8 4쪽
52 52. 괘씸죄 20.02.18 324 9 4쪽
51 51. 빛바랜 영전(榮轉) +1 20.02.17 332 13 5쪽
50 50. 논공행상(論功行賞) 20.02.14 32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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