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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789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4.13 00:48
조회
265
추천
7
글자
7쪽

70. 고래싸움

DUMMY

어제 좀 과음을 한 탓인지 속이 쓰리다. 임대리한테서 들은 얘기 때문인지 선미를 바라보는 미호의 시선이 마치 견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계속 속이 풀리지 않아 오늘은 적당히 때울 생각에 바쁜 척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 선미가 강팀장 방에서 나오더니 지원과 회의를 소집한다.


“다름이 아니라. 방금 팀장님께서 부사장님 지시라면서 임원 전용 네트워크를 구축하라는 지시를 내리셨어요.”

“그거라면 운영과에서 해야 하지 않나요?”

“그렇긴 한데 차도한씨 사수께서 그 쪽에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됐어요. 이번 건은 부사장님께서 특별히 진정도대리님한테 지시하신 거라니까. 잘해야 돼요.”


어? 부사장이 그 경력을 어떻게 알았지? 이력서에만 기재했을 뿐 누구에게도 얘기한 적이 없는 과거 속의 경력을 말이다. 취준생 시절, 용돈이나 벌어볼까 하고 동네 단골 PC방 네트워크 속도를 개선시켜준 게 계기가 돼 네트워크 전문 회사에서 알바를 했던 경력이다. 그런데 갑자기 임원 전용 네트워크가 왜 필요한 걸까?


“일단 그렇게 알고 가서 일들 보세요. 전 진정도대리님하고 얘기 좀 하다 갈게요.”


궁금증이 들었지만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어서 크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선미가 과원들을 내보내고 단 둘만의 자리를 만든 것은 다른 사람들 앞에선 할 수 없는 얘기가 있어서였다. 그런데 과원들이 나가고 회의실 문이 닫히자마자 나온 선미의 첫마디는 암울한 시간이 다가온다는 예시처럼 들린다.


“문제가 있어요.”


이번 건은 강철민 아버지 강민태의 작품이다. 팀장으로 부임한 뒤 아무 일도 안하고 유유자적하는 아들에 대한 주변의 빈정거림을 잠재우기 위한 처방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회장인 강찰주가 탐탁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미의 얘기를 듣고 나니 눈앞이 캄캄하다.


“회장 구미에 맞추면 부사장한테 미운털이 박힐 테고 부사장 구미에 맞추면 회장한테 미운털이 박히겠네요.”

“그러니까요.”


지금 최선은 양쪽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선미가 비서실에서 어렵게 얻어낸 정보에 의하면 회장과 부사장은 겉으로 보기엔 사이가 돈독해 보이지만 내면엔 재벌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열한 심리전이 치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회장이 굳이 없어도 되는데 왜 돈을 쓰냐고 했다지만 단지 그것 때문이겠어요?”

“제 생각도 그래요.”

“확인까진 못했는데 정도씨에게 맡긴 것도 부사장이 아니라 회장이라는 말이 있어요.”

“팀장은 부사장이 시켰다고 했다면서요?”

“그런데 제가 알아본 것은 전혀 다르더라고요.”


이게 뭐야? 그러면 회장과 부사장의 파워게임에 걸려든 것인가? 이제야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부사장이 회장에게 제안한 것을 회장이 가까운 민사장과 상의했을 것이고 민사장은 인사팀장 정선배를 통해 경험자가 사내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아무튼 정도씨가 캐스팅보드를 쥔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런 것 쥐고 싶지 않은데.”

“그리고 알고 있겠지만 지금까지 한 얘기 입 밖에 꺼내면 큰일 나요. 일죠?”

“그럼요.”


그러나저러나 큰일이다. 회장 구미에 맞추자니 부사장에게 미움 살 것이고 그 미움은 팀장을 통해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편하자고 부사장 구미에 맞추면 회장에게 미운털이 박히게 된다. 회의실에서 나와 한참을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선배님. 접니다.”

“전화할 줄 알았다.”

“그러면 오늘 저녁에 시간 있으시겠군요?”

‘안 그래도 스케줄 비워놨어.“


역시 짐작대로 회장이 민사장과 정선배를 불렀고 유사한 이력이 있는 후배를 회장에게 추천했을 것이다. 물론 정선배도 그들이 벌이고 있는 파워게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추천한 것은 회장과 민사장이 파워게임에서 밀리면 수년 후 임원을 바라보는 자신의 입지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너니까 솔직히 얘기하는 거야. 미안하다.”

“아닙니다. 그동안 남들 시선 때문에 말씀은 못 드렸지만 저도 선배님이 계신 게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일단 소신대로 해. 어느 쪽이 됐든 너한테 어떤 불이익도 가지 않도록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양쪽 모두 수긍할 방법을 찾겠습니다.”


그러니 문제는 또 있었다. 직접 관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호가 네트워크 자료를 순순히 내주지 않을 게 뻔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부탁했으니 그런 자료는 네트워크 업체 ‘코넷’에 있을 거라면서 계약도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서 계약서가 어디 있는지는 찾아봐야 안다며 차일피일 미뤘다.


“내가 아는 건 케이텔레콤 회선을 쓴다는 것뿐이에요.”


심지어 담당자도 손팀장이 혼자 상대했기 때문에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하는 수없이 ‘코네’에 직접 전화를 걸어 겨우 알아내야 했다. 다행히 ‘코넷’ 담당자로부터 청육 그룹 전체 네트워크에 대한 자료를 받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자료를 살피던 중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것이 있다. 지난번 서버교체 당시 손노문이 네트워크까지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여기 보니까 망이 두 개인 것 같은데 하나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망이고 다른 하나는 뭡니까?”

“아, 그거요. 전에 계셨던 손노문 팀장님께서 회선 장애가 발생했을 때 비상용으로 쓰겠다고 확장하신 겁니다.”

“그러면 이것으로 별도의 망 구성도 가능한가요?”

“그럼요.”


지난 열흘 동안 체중이 8킬로나 빠질 정도로 고민에 빠졌었다. 그랬건 고민이 이렇게 해결되다니, 어찌됐든 이미 네트워크 비용은 예산에 포함돼 있고 그동안 쓰지 않았던 회선을 이용하면 임원 전용망 구축은 끝난 거나 다름없다.


“선배님. 해결했습니다.”

“그래? 잘했어.”


결국 추가 비용 없이 임원 전용망 구축을 끝냈다. MMS도 임원만 쓸 수 있는 프로세스 연결로 쉽게 해결됐다. 결국 회장 입장에선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흡족했고 부사장은 아들의 이미지 개선으로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결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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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 멀티 플레이어 20.04.14 265 6 5쪽
» 70. 고래싸움 20.04.13 266 7 7쪽
69 69. 여인천하 20.04.10 266 7 4쪽
68 68. 도장 찍기 20.04.08 283 7 5쪽
67 67. 갑돌이와 갑순이 20.04.08 253 6 4쪽
66 66. 은(銀)수저 20.04.08 250 7 5쪽
65 65. 긴장 속의 만남 20.04.08 240 8 4쪽
64 64. 빗나간 카더라 20.04.08 249 8 4쪽
63 63. 드러난 야심 20.03.16 273 8 5쪽
62 62. 남은 자들의 전쟁 20.03.15 278 8 4쪽
61 61. 뒤늦은 보상 20.03.11 290 8 6쪽
60 60. 존재감 20.03.09 278 8 6쪽
59 59. 목격자 20.03.06 278 8 8쪽
58 58. 낯선 느낌 20.03.04 283 9 5쪽
57 57. 양지와 음지 20.03.02 291 9 4쪽
56 56. 양들의 분노 20.02.29 292 8 8쪽
55 55. 빙하기 20.02.26 302 9 4쪽
54 54. 야누스 20.02.25 313 10 5쪽
53 53. 뉴 페이스 20.02.25 300 8 4쪽
52 52. 괘씸죄 20.02.18 324 9 4쪽
51 51. 빛바랜 영전(榮轉) +1 20.02.17 332 13 5쪽
50 50. 논공행상(論功行賞) 20.02.14 32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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