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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784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3.11 19:14
조회
289
추천
8
글자
6쪽

61. 뒤늦은 보상

DUMMY

성대한 망년회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신년을 맞는 팀원들은 이전과는 분명 다르다. 전보다 더 의욕이 있고 전엔 문제가 일어날 때만 하던 일도 이제는 찾아서 하고 있다. 이는 팀 망년회에 참석했던 사장의 위력일 것이다.


“와! 사장님께서 오셨다면서?”

“그러게 말입니다. 어찌나 놀랐는지.”


정보관리팀은 이제 다른 팀들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팀이 아니다. 전에는 구두로 이루어지던 지원 요구기 이제는 신설된 서면절차를 통한 요청으로 바뀌었다. 하루아침에 상전이 됐지만 경험 많은 선미와 임대리의 예방조치로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아, 네.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안으로 끝내드릴 게요.”


오히려 이런 태도가 다른 팀들의 기를 죽인 것이다. 그 덕에 전에는 별 볼일 없는 대접을 받았던 팀이 이제는 상전대우를 받는 팀으로 변신했다. 시무식에서 사장은 올해가 청육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시발점이 될 거라는 말로 신년사를 끝냈다.


“그게 뭘까요? 혹시 비서실에서 들은 것 없어요?”

“안 그래도 전하해 봤는데 임원들도 모르고 있대요.”


모두가 궁금해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던 어느 날, 모두의 예상을 깬 일이 벌어졌다. 2주 뒤에 있을 인사를 놓고 난무했던 카더리 통신을 무색케 하는 기습 인사가 발표된 것이다.


“말도 안 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직급연령 한도를 1년 앞둔 직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발령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전국에 퍼져있는 대리점 점장, 그나마 그것은 다행이다. 고과성적이 좋지 못한 직원들은 공장으로 전근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와! 이것 좀 봐요.”

“뭔데요?”


인사발령장 맨 끝에 있던 승진 발령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밑줄에 승진, 대리, 진정도, 어안이 벙벙하다. 이게 뭔 일이지? 파격적인 인사에 모두가 놀라움과 함께 축하인사를 건넸다.


“축하합니다.”

“와! 우리 팀에 대리님이 넷이네요.”

“축하해요. 정도씨.”


팀원 8명 중 4명이 대리,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니다. 청육 역사상 유례없는 주임 직책이 탄생한 것이다. 사장이 말했던 청육의 새로운 장이 바로 이것이었나? 그 덕에 차도한은 주임이란 꼬리를 달게 되었고 차도한 뿐만 아니라 입사 2년 차 직원들 대부분이 신설된 주임 덕을 보게 됐다.


“모두 고맙습니다.”


팀원들의 축하를 받고 민전무에게 인사하러 가자는 선미를 따라 차도한과 함께 사무실을 나왔다. 그러나 경사가 겹친 우리와 달리 팀장이 대리점 점장 발령을 받은 팀은 초상집 분위기다. 지은 죄도 없이 그들 눈에 띨까 일부러 고개를 숙이고 그 앞을 지나야했다.


“두 사람. 축하해. 진정도 대리는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지?”

“아닙니다.”

“아니긴, 인사팀장한테서 자네 얘기 듣고 얼마나 화가 나던지. 남들 한 개씩 하는 일을 두 개나 해낸 사람을 그런 식으로 대우하면 안 돼지. 아무튼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 다 떨치고 앞으로 열심히 해.”

“감사합니다. 전무님.”

“다시 한 번 축하하고 차도한씨는 할 얘기가 있으니까 좀 남아.”


차도한을 남겨두고 민전무 방에서 나왔다. 정말 꿈만 같다. 그것도 특진이 아닌 정기 인사에서 승진을 했다. 갑자기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자신을 속여 가며 애써 외면했지만 그만큼 서운함이 컸던 가 보다. 문득 소식을 들었을 손노문이 생각난다. 지금쯤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네.”

“진대리. 축하해. 나 손노문이야.”

“감사합니다. 손이사님.”


이 사람도 양반되긴 틀렸나 보다. 그러나 축하하는 그의 말과 달리 어조는 전혀 아니다. 그의 어조는 그동안 겪은 많은 고초와 미안함이 담겨 있음을 암시한다. 짧은 통화였지만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한편엔 측은함이 다른 한편엔 통쾌함이 공존한다.


“지금 다른 팀 분위기가 말이 아녜요. 그러니까 우리 축하파티는 본사 분위기 봐서 하죠?”

“아무래도 그게 좋겠어요. 저도 너무 갑작스럽고.”

“안 그래도 방금 영업팀 여직원하고 통화했는데 다들 술 먹으러 갔대요.”


선미와 미호의 권고로 파티는 다음으로 미뤘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그렇다. 정작 감사인사를 해야 할 사람을 잊고 있었다. 곧바로 정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직접 만나진 못했다. 본사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아 정선배도 무척 조심하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아직 얼떨떨하지?”

“네. 어떻게 된 겁니까?”

“나중에 술 한 잔 하면서 얘기해 줄 테니까 당분간 죽은 듯이 있어. 알았지?”

“알겠습니다.”


선배가 있다는 게 이렇게 힘이 될 줄은 몰랐다. 인사에 있어선 원리원칙 주의자로 소문난 정선배의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또 잊은 게 있다. 바로 부모님이다.


“고생했다.”


아버진 축하와 함께 직장에서 진정한 간부가 되기 위해선 윗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려면 부하들로부터 먼저 존경을 받아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오늘 늦겠구나?”

“아뇨. 오늘은 바로 들어갈 거예요.”

“팀원들하고 술 한잔 안하고?"

"네. 지금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서 니중에 하려고요."

"그래. 알았다. 집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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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 고래싸움 20.04.13 265 7 7쪽
69 69. 여인천하 20.04.10 266 7 4쪽
68 68. 도장 찍기 20.04.08 282 7 5쪽
67 67. 갑돌이와 갑순이 20.04.08 253 6 4쪽
66 66. 은(銀)수저 20.04.08 250 7 5쪽
65 65. 긴장 속의 만남 20.04.08 240 8 4쪽
64 64. 빗나간 카더라 20.04.08 249 8 4쪽
63 63. 드러난 야심 20.03.16 273 8 5쪽
62 62. 남은 자들의 전쟁 20.03.15 278 8 4쪽
» 61. 뒤늦은 보상 20.03.11 290 8 6쪽
60 60. 존재감 20.03.09 278 8 6쪽
59 59. 목격자 20.03.06 278 8 8쪽
58 58. 낯선 느낌 20.03.04 283 9 5쪽
57 57. 양지와 음지 20.03.02 291 9 4쪽
56 56. 양들의 분노 20.02.29 292 8 8쪽
55 55. 빙하기 20.02.26 302 9 4쪽
54 54. 야누스 20.02.25 313 10 5쪽
53 53. 뉴 페이스 20.02.25 300 8 4쪽
52 52. 괘씸죄 20.02.18 324 9 4쪽
51 51. 빛바랜 영전(榮轉) +1 20.02.17 332 13 5쪽
50 50. 논공행상(論功行賞) 20.02.14 32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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