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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09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3.15 02:50
조회
278
추천
8
글자
4쪽

62. 남은 자들의 전쟁

DUMMY

이번 인사발령으로 본사팀장 5명과 공장 팀장 2명이 퇴사 후 대리점 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표면상으론 명예퇴직이지만 그것을 원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렇게 전사에서 7개의 자리가 비었고 그 자릴 차지하기 위해 팀장이 떠난 팀에선 자타공인 2인자들의 암투가 시작됐다.


“정도씨 얘기 들었어요?”

“네. 아주 난리더군요.”

“왜 아니겠어요?”


서로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려는 그들의 발 빠른 행동으로 담당 임원실은 문턱이 닳아빠질 지경이다. 팀장이 있을 때는 자기 간이라도 빼줄 정도로 가까웠던 그들이 이제는 상대를 쓰러뜨리기에 혈안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2인자들의 암투는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었다.


“당연히 우리 최과장이 올라가야지.”

“무슨 소리야. 실력으로 따지면 최과장보다 권과장이 훨씬 낫지.”


서로 자기들 과장이 승진하길 바라는 과원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다. 그 바람에 자신들 과장의 조력자를 자처한 팀원들의 치열한 정보전까지 가세되면서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 정보전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는 일도 있었다.


“그냥. 확인만 해달라는 건데 굳이 요청서 입력까지 해야 합니까?”

“그냥 확인이 아니잖아요? 개인 실적에 관련된 것을 근거 없이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요즘 여직원들 진짜 말 안 통하네. 이봐요. 은하얀씨 회사에선 같은 팀이 아니더라도 대리가 하라면 하는 거예요.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


이때, 뒤에서 하얀의 통화를 듣고 있던 미호가 전화기를 뺏어들었고 그동안 억제해왔던 본성이 폭발하면서 상대방은 손을 들고 말았다. 이런 광경은 비단 하얀 뿐만 아니라 한순도 다르지 않았고 급기야 눈물까지 보이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만약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요청은 무조건 거절하고 상대방이 직급을 앞세우면 우리도 똑같이 상대합시다.”

“오대리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독같이 상대하다니요?”

“팀장님께 보고하고 허락하면 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아, 그거 좋네요.”


미호의 깜찍한 제안으로 그들의 전쟁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팀장 발령일이 임박했음을 감지하게 하는 소문이 돌면서 치열했던 전쟁도 휴식기에 돌입했다.


“정도씨. 이번에 밀린 쪽은 어떻게 될까요?”

“별일 있겠어요? 시간 지나면 그런 일이 있었나? 할 것 같은데요?”

“아닐걸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잘 통하는 곳이 어딘지 알아요? 바로 우리가 다니는 직장이에요.”


선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팀장 발령이 나고 싸움에서 밀린 쪽은 자신들이 했던 선택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했다. 지금의 팀장 편에 섰던 팀원들에겐 알토란같은 일들이 배정된 반면 패배한 팀원들은 잘해야 본전인 것들이 전부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영업사원들에겐 치명적이죠.”

“제가 생각해 봤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아요. 팀장이 됐으면 개인감정은 개입시키지 말아야죠. 안 그래요?”

“역시 정도 대리님답네요.”


처음엔 중립을 고수하자고 했던 팀원들도 도저히 그냥 볼 수가 없었는지 모두 동참했고 그날 이후 핍박받는 이들을 위한 조력자가 되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업무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제한했다. 예를 들면, 집에서 주로 이용하는 단골 정육점이나 동네 음식점에 압박과 설움에 빠진 영업사원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대리점에 신규 거래처로 등록할 수 있게 돕는 거죠.”

“그런데 팀장들이 알아채면 어쩌죠?”

“그런다고 뭘 어쩌겠어요? 만약 이것이 표면에 드러나면 자신들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요. 아마 사장이 알면 가만있지 않을 걸요?”

“맞습니다.”


사실 팀장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문제를 삼았다가 자신들의 행위가 사장 귀에 들어가는 날엔 결코 무사할 수 없기에 알고도 가만히 있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팀장이 사장의 오른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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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 도장 찍기 20.04.08 283 7 5쪽
67 67. 갑돌이와 갑순이 20.04.08 254 6 4쪽
66 66. 은(銀)수저 20.04.08 251 7 5쪽
65 65. 긴장 속의 만남 20.04.08 240 8 4쪽
64 64. 빗나간 카더라 20.04.08 249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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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 남은 자들의 전쟁 20.03.15 279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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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 빙하기 20.02.26 302 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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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 괘씸죄 20.02.18 324 9 4쪽
51 51. 빛바랜 영전(榮轉) +1 20.02.17 332 1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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