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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773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2.25 01:01
조회
312
추천
10
글자
5쪽

54. 야누스

DUMMY

어제 그일 때문인지 이제 막 출근한 조과장과 임대리 표정이 어둡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다른 팀원들은 곧 이어 출근한 기팀장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다.


“다들 잘 들어갔죠? 아이고 전 너무 취해서 겨우 집에 갔네요. 오늘 점심은 제가 쏠 테니까 약속하지 말아요.”


기팀장의 선심에 모두가 환호했지만 어제 굴욕을 당한 조과장과 임대리는 미소만 띨 뿐 말이 없다. 어제 본 기팀장과 지금의 기팀장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숙취 후유증 때문인지 오전은 대충 시간을 보내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자 모두 한마음으로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얘기할 것이 있어요. 제가 정보관리팀장으로 오긴 했지만 팀과 관련이 없는 다른 일도 해야 합니다. 업무와 관련된 것은 여기 조과장님과 상의해 주시고 저는 최종 결재만 하는 것으로 규칙을 정하겠습니다.”


그의 공언대로 그는 팀원들이 뭘 하든 거의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뭐가 그리 바쁜지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노트북만 두드렸다. 그러다 누군가 다가가면 급히 모니터를 덮곤 했는데 무슨 일이기에 저렇게 민감한 걸까? 그런데 그에겐 특이한 습관이 있었다.


“오늘도 수고 많았습니다. 모두 좋은 시간 갖으시고 내일 봅시다.”


퇴근 시간만 되면 그가 늘 하는 말이다. 정말 회식하던 날 봤던 그가 맞나 할 정도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팀원들은 좋은 팀장 만난 것을 행운으로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러한 팀원들을 실망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기팀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결재서류를 갖다 놓던 조과장이 기팀장의 열려있던 노트북을 들여다 본 것이다.


“조과장님. 지금 뭐하는 겁니까?”


조과장이 결재서류만 놓고 오면 될 것을 잠깐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모니터를 보다가 기팀장에게 들킨 것이다. 곧이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팀장의 거친 말들이 쏟아졌고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조과장은 자다 깬 것 같은 표정으로 듣기만 했다.


“감히 팀장 노트북을 훔쳐보다니 뭐하는 사람입니까? 더구나 회사 컴퓨터도 아니고 개인 노트북인데, 예의가 있어야지 말이야, 앞으로 조심해요. 알았어요? 과장이란 사람이 기본이 안 돼 있어,”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기팀장은 뭔가 중얼대며 노트북만 두드렸고 얼떨결에 팀원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조과장은 계면쩍은 얼굴로 책상 위만 응시했다. 그런데 대체 정체가 뭘까? 불편한 표정으로 노트북을 두드리다 전화를 받는 기팀장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 것이다.


“네.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짧게 통화를 끝낸 기팀장은 노트북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동안 몰랐던 기팀장의 다른 얼굴을 본 팀원들이 멘붕에 빠진 사이 조과장은 소리 없이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원래 전에 손팀장이 있을 때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던 조과장의 내성적인 성격에 오늘 일은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도플갱어가 따로 없네.”

어이가 없었는지 웃음을 띤 임대리의 표정과 말투가 제각각이다. 갑자기 짠한 생각이 들어 사무실을 나와 조과장을 찾았으나 그는 어디에도 없다. 이때,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옥상에 올라갔더니 조과장은 멍하니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과장님.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

“괜찮아요. 직장생활 하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죠. 뭐.”

“그래도 너무 심했어요.”

“제 잘못이죠. 뭐. 그만 내려갑시다.”


그날 이후 기팀장은 툭하면 화를 냈고 심지어 팀장회의에서까지 성질을 부린 바람에 입사한 지 한 달도 못돼 간부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는 그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었고 선배는 물론 담당 임원마저도 그를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저 새끼 뭘 믿고 저래?”

“사장이지 뭐.”

“저 새끼 지랄하는 거 사장도 아나?”

“왜 모르겠어? 대체 사장은 무슨 생각으로 저런 새끼를 데려온 가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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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 여인천하 20.04.10 266 7 4쪽
68 68. 도장 찍기 20.04.08 282 7 5쪽
67 67. 갑돌이와 갑순이 20.04.08 253 6 4쪽
66 66. 은(銀)수저 20.04.08 250 7 5쪽
65 65. 긴장 속의 만남 20.04.08 240 8 4쪽
64 64. 빗나간 카더라 20.04.08 249 8 4쪽
63 63. 드러난 야심 20.03.16 273 8 5쪽
62 62. 남은 자들의 전쟁 20.03.15 278 8 4쪽
61 61. 뒤늦은 보상 20.03.11 289 8 6쪽
60 60. 존재감 20.03.09 277 8 6쪽
59 59. 목격자 20.03.06 277 8 8쪽
58 58. 낯선 느낌 20.03.04 283 9 5쪽
57 57. 양지와 음지 20.03.02 291 9 4쪽
56 56. 양들의 분노 20.02.29 292 8 8쪽
55 55. 빙하기 20.02.26 302 9 4쪽
» 54. 야누스 20.02.25 313 10 5쪽
53 53. 뉴 페이스 20.02.25 299 8 4쪽
52 52. 괘씸죄 20.02.18 324 9 4쪽
51 51. 빛바랜 영전(榮轉) +1 20.02.17 332 13 5쪽
50 50. 논공행상(論功行賞) 20.02.14 32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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