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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14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4.10 04:44
조회
266
추천
7
글자
4쪽

69. 여인천하

DUMMY

강팀장의 관심을 갈구하는 오대리의 질주는 갈수록 팀 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처음엔 대리파와 사원파였던 것이 대리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벽이 생기면서 팀원들마저도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보수, 진보, 중도.”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지금 우리 팀이 그래요.”


직속상관이 미호인 손정남은 늘 그녀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 보니 다른 팀원들과 거리가 생겼고 오대리에게 비호감을 갖고 있던 하얀과 한순은 선미에게 차도한은 원래 사수에게 의존하다 보니 남들이 모르는 계파까지 생겨나고 말았다. 여기에 어디에도 붙을 수 없는 임대리는 오직 팀장 바라기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니까 전 보수, 오대리는 진보, 정도씨하고 임대리는 중도가 된 거죠.”


어이가 없다. 그렇게 분위기 좋던 팀이 이렇게 갈라지다니, 모두가 미호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해가 된다. 서른을 넘긴 노처녀이다 보니 과장자리가 탐날 수밖에, 그런데다 까칠한 자신을 선호할 남자가 흔치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같이 소주 한잔 합시다.]


웬일인지 서로 얼굴을 마주한 이후 처음으로 한 잔하자는 임대리의 메시지를 받았다. 퇴근 후 회사 뒤쪽에 있는 삼겹살집으로 가니 먼저 와있던 임대리가 열심히 고기를 뒤집고 있었다.


“진작 같이 한 잔 했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네요.”

“임대리님. 이제부터 둘이 있을 땐 말 놓으시죠. 저보다 선배이신데다 연장자 아닙니까?”

“그래도 될까?”


그런데 무심한 줄 알았던 그가 처음 꺼낸 말은 갈라진 팀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조언이나 한번 구해볼까 하던 참이었다. 그는 공장에 있으면서 이런 일을 자주 봤다면서 조만간 뭔가 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은 크게 부딪힐 일이 없으니까 조용하지. 내 경험상 뭐가 됐든 공동의 목표를 놓고 경쟁하다 보면 결국 터지고 말아.”


임대리는 청육에 입사하기 전에 다른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요즘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취업이 어려워 전역을 하자마자 동네 선배 회사에서 일했는데 그 일이라는 게 선배가 데리고 있는 직업여성들을 고객에게 배달하는 일이었다.


“군에서 수송부에 있었거든. 할 줄 아는 게 운전뿐이었으니 일 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지.”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많이 힘드셨겠네요.”

“하지만 어쩌겠어? 대졸자도 취업이 힘든 판에 2년제 졸업장 갖곤 어림도 없었지.”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동안 짐작했던 그의 나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서른셋인 줄 알았던 그의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본사가 됐든 공장이 됐든 가능한 오래 있다가 퇴직하면 정육점 차리는 게 목표였다.


“난 진급은 관심 없어. 어차피 자격미달이니까. 자, 한 잔해.”


이미 선미로부터 들은 게 있어 자격미달 이유를 굳이 물을 필요가 없다. 임대리도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지 팀이 이렇게 된 것은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라며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그가 하는 얘기를 듣던 중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동안 내가 지켜보니까 오대리가 진선미대리를 많이 의식하는 것 같아.”

“진선미대리를요?”

“그렇잖아? 진선미대리는 하얀이하고 한순이가 있는데 자기는 정남이 뿐이니까 아무래도 진선미대리에게 밀리는 것 같겠지. 맡고 있는 업무도 그렇고.”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요.”


선미는 IGS 자격증도 있는데다 하는 일도 총무와 자재인 반면 IGS 교육에서 제외됐던 미호는 하는 일도 크게 표가 나지 않는 시스템 관리다. 임대리는 지금의 사단을 불러온 원인 중엔 똑같은 남녀 비율도 하나일 거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사무실에 남자가 많았다면 지금처럼 오대리가 설치진 못했을 것이다.


“요즘 여자들 옛날 같지 않죠.”

“옛날 여직원들은 그저 시간만 때우다 칼퇴근하는 거였는데 말이야.”

“앞으로 더 하겠죠. 시대가 변했잖아요.”

“그 얘긴 여인천하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뜻이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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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 고래싸움 20.04.13 266 7 7쪽
» 69. 여인천하 20.04.10 267 7 4쪽
68 68. 도장 찍기 20.04.08 283 7 5쪽
67 67. 갑돌이와 갑순이 20.04.08 254 6 4쪽
66 66. 은(銀)수저 20.04.08 251 7 5쪽
65 65. 긴장 속의 만남 20.04.08 240 8 4쪽
64 64. 빗나간 카더라 20.04.08 249 8 4쪽
63 63. 드러난 야심 20.03.16 274 8 5쪽
62 62. 남은 자들의 전쟁 20.03.15 279 8 4쪽
61 61. 뒤늦은 보상 20.03.11 290 8 6쪽
60 60. 존재감 20.03.09 278 8 6쪽
59 59. 목격자 20.03.06 278 8 8쪽
58 58. 낯선 느낌 20.03.04 284 9 5쪽
57 57. 양지와 음지 20.03.02 291 9 4쪽
56 56. 양들의 분노 20.02.29 293 8 8쪽
55 55. 빙하기 20.02.26 302 9 4쪽
54 54. 야누스 20.02.25 313 10 5쪽
53 53. 뉴 페이스 20.02.25 300 8 4쪽
52 52. 괘씸죄 20.02.18 324 9 4쪽
51 51. 빛바랜 영전(榮轉) +1 20.02.17 332 13 5쪽
50 50. 논공행상(論功行賞) 20.02.14 322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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