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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799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4.24 01:31
조회
236
추천
6
글자
5쪽

78. System Halted

DUMMY

한바탕한 덕에 미호의 갑질은 사라졌지만 며칠 째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미호는 팀원들 보다는 비서실 여직원들과 더욱 가까워졌고 심지어 비서실로 옮기길 희망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비서실 여직원들 평균 나이가 28세 미만인데 비해 미호는 비서실에 근무하기엔 적지 않은 나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미호에게 최악을 안겨준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어? 이게 왜 이러지?”

“차도한씨. 무슨 일이야?”

“시스템이 죽었어요.”

“뭐야? 손정남씨.”


손정남은 이미 시스템실에 들어가 장비들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당연히 있어야 할 미호가 보이지 않는다. 안에는 이제 겨우 리부팅에 들어간 손정남 뿐이다. 30분 뒤, 시스템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미호는 여전히 나타나질 않는다.


“손정남씨. 오대리님한테 전화했어?”

“네. 그런데 전화를 안 받아서 톡을 보냈는데 연락이 없습니다.”

“왜 그런 거야?”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지금은 정상입니다.”


겨우 안정을 찾게 되자 그때까지 방에서 주시하고 있던 강팀장이 들어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강팀장에게 보고하는 동안에도 미호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참 뒤, 모두 일에 집중할 때쯤 좋은 일이 있었는지 밝은 미소의 미호가 돌아왔다. 그러나 정남의 보고를 받는 미호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런데 문득 돌아본 팀장실에서 내선전화를 받는 강팀장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오미호 대리.”

“네. 팀장님.”

“시스템다운 됐다는 연락 못 받았어요?”

“제가 전화를 받을 사정이 못돼서 그만.”

“근무시간에 한 시간이나 넘게 자리를 비웠으면서 전화를 못 받았다니 말이 됩니까?”


한 번도 팀원들 앞에서 화를 낸 적이 없는 강팀장이 불쾌한 표정으로 미호를 질책했다. 그냥 30분 정도 시스템이 다운됐을 뿐인데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걸까? 모두가 의아해 하는 사이 강팀장은 또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선미도 당황스러운지 살며시 다가와 속삭이듯 물었다.


“팀장님 왜 저렇게 화를 내죠?”

“글쎄요. 조금 전 방에서 통화하는 것을 봤는데 표정이 아주 안 좋았어요.”


그 사이 보고서를 작성한 미호는 죽을상이다. 한참 뒤, 다시 모습을 나타낸 강팀장이 미호를 방으로 불러들이더니 문을 닫고 호되게 꾸짖는 광경이 시작됐다. 아무래도 큰 일이 난 게 분명하다. 모두가 궁금해 하는 사이 차도한은 뭔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속삭이듯 자신이 추측한 것을 설명했다.


“자금 프로세스를 점검해보니까 자금팀 펀드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자금팀에선 오너 일가의 주식을 관리하고 있다. 소유하던 주식을 매수했다가 가격이 오르면 매도하는 일이 그것이다.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대기업 주식 거래는 작전세력의 주가조작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대기업에 대한 감시가 심해 주로 개인 메일로 통보하곤 했는데 리부팅이 늦어지는 바람에 매도 타임을 놓친 것이다.


“회장님이 화가 난 것을 보면 자금팀에서 회장님께 보고한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다운이 된 거지?”


손정남을 불러 물어봤더니 며칠 전 미호가 업무가 종료된 뒤 서버와 연결된 전원 케이블을 네트워크 장비에 연결된 것과 바꿨는데 서버의 전력소요량을 감당하지 못한 과부하로 자동 전원차단 장치가 다운됐다는 것이다. 이번 돌발사태로 말미암아 오너 일가는 80억에 달하는 차익을 공중에 날리고 말았다.


“그동안 아무 이상이 없다가 왜 하필 지금 문제가 된 거야?”

“부하가 조금씩 누적됐나 봐요. 방금 들어가 보니까 브레이커가 뜨겁더라고요.”

“그걸 왜 바꿨을까?”

“글쎄요. 아무 얘기 없다가 갑자기 바꾸시더라고요.”


펀드 문제만 아니었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재수 없게 걸려든 미호는 징계위에 회부될 운명에 처했다. 그러나 노발대발하는 회장을 가까스로 진정시킨 강팀장 덕에 시말서만 제출하고 위기를 넘겼다. 그 이후 의기소침해진 미호는 자리를 비우지 않았고 회의 때도 강팀장의 시선을 피하게 됐다. 그런데 전혀 문제가 없던 배선은 왜 바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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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9. My Sweet Lady 20.04.25 239 6 5쪽
» 78. System Halted 20.04.24 237 6 5쪽
77 77. 불협화음 20.04.22 257 6 5쪽
76 76. 전관예우 20.04.21 239 7 4쪽
75 75. 리모델링 20.04.21 235 8 4쪽
74 74. 호감과 사랑 20.04.21 237 6 4쪽
73 73. 동(銅)수저 20.04.17 236 6 4쪽
72 72. 깜짝쇼 20.04.16 246 6 4쪽
71 71. 멀티 플레이어 20.04.14 266 6 5쪽
70 70. 고래싸움 20.04.13 266 7 7쪽
69 69. 여인천하 20.04.10 266 7 4쪽
68 68. 도장 찍기 20.04.08 283 7 5쪽
67 67. 갑돌이와 갑순이 20.04.08 253 6 4쪽
66 66. 은(銀)수저 20.04.08 250 7 5쪽
65 65. 긴장 속의 만남 20.04.08 240 8 4쪽
64 64. 빗나간 카더라 20.04.08 249 8 4쪽
63 63. 드러난 야심 20.03.16 274 8 5쪽
62 62. 남은 자들의 전쟁 20.03.15 278 8 4쪽
61 61. 뒤늦은 보상 20.03.11 290 8 6쪽
60 60. 존재감 20.03.09 278 8 6쪽
59 59. 목격자 20.03.06 278 8 8쪽
58 58. 낯선 느낌 20.03.04 283 9 5쪽
57 57. 양지와 음지 20.03.02 291 9 4쪽
56 56. 양들의 분노 20.02.29 292 8 8쪽
55 55. 빙하기 20.02.26 302 9 4쪽
54 54. 야누스 20.02.25 313 10 5쪽
53 53. 뉴 페이스 20.02.25 300 8 4쪽
52 52. 괘씸죄 20.02.18 324 9 4쪽
51 51. 빛바랜 영전(榮轉) +1 20.02.17 332 13 5쪽
50 50. 논공행상(論功行賞) 20.02.14 32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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