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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781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2.25 01:00
조회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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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4쪽

53. 뉴 페이스

DUMMY

그날 이후 조과장은 좀처럼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하지만 인사팀에 제보를 한 자게 누구인지는 여전히 미궁이다. 그리고 팀장 대리 체제가 계속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모두가 궁금해 했던 신임 팀장에 대한 카더라 통신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들리는 얘기론 내부사람 같던데?”

“본사엔 적임자가 없고, 그러면 결국 공장 사람이 올 것 같은데. 누굴까?”

“관리팀장 밖에 더 있어? 그 사람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잖아.”


며칠 간 계속된 카더라 통신으로 공장 간부들 사이에 치열한 눈치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본사에선 누가 영전을 할까에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던 중 뜻밖에 날아든 소식에 전사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외부 영입도 검토하는 것 같던데?”

“만약 외부 사람이 오면 공장 간부들 닭 쫓던 개 되는 거네.”


이 외에도 온갖 카터라 통신이 난무했고 심지어 손이사가 컴백한다는 추측까지 나올 정도로 많은 경우의 수가 입에서 입을 통해 퍼져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기다리다 지친 카더라 통신이 잠잠해지고 며칠 지나지 않아 모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소식이 전해졌다.


“신임 팀장은 외부 인사로 결정됐습니다.”


그러나 그의 신상에 대해선 여전히 미스터리였고 공장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 공장 간부들의 탄식이 이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이틀 뒤, 드디어 뉴 페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S대 출신의 키가 그리 크지 않은 그는 미소를 띠고 팀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첫 상견례를 마쳤다.


“기재욱입니다.”


정선배 말에 의하면 재계에서 M&A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IT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신임팀장으로 오게 된 것은 향후 사세 확장을 계획 중인 사장이 그를 영입할 명분이 딱히 없어 마침 비어있는 정보관리팀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저는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릅니다. 하지만 큰 테두리 정도는 볼 줄 압니다. 팀장이 그거면 되는 것 아닙니까?”


어차피 실무는 팀원들이 하는 것이니 그의 말이 들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는 술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부임 환영 회식에서 그는 팀원들의 잔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1차 회식이 끝날 때까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와! 우리 팀원들 술 보통 아니네.”

“팀장님은 신의 경지십니다.”

“조과장도 대단합디다.”


그러나 역시 술엔 장사가 없는 법,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2차까지 이어진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결국 기팀장도 무너지고 말았다. 카톡으로 택시를 부르고 멀쩡하게 택시를 기다리던 그가 손쓸 틈도 없이 무너진 것이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모두가 걱정하는 가운데 이미 인사불성이 된 그는 말이 없고 그가 사는 곳을 몰라 난감해 하는 사이 그의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나 그의 스마트폰이 잠겨 있어 가족들에게 연락할 수는 없었다. 그 순간, 깨어날 기미가 없던 그가 갑자기 눈을 떴다.


“뭐야? 내가 왜 여기 있어?”

“팀장님 괜찮으세요?”

“내가 어때서? 택시 안 잡고 뭣들 하는 거야? 팀장인 내가 잡아? 한심한 것들.”


갑자기 돌변한 그의 모습에 모두가 당황하는 가운데 그는 팀원들에게 인사도 없이 예약한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조과장과 임대리는 멘붕에 가까운 표정으로 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저 새끼 이제 보니 완전히 개네. 내 나이가 몇인데 반말이야?”


심기가 불편해진 임대리는 더럽다며 침을 뱉었다. 심기가 불편하기는 조과장도 다르지 않았다. 조과장은 자기보다 한 살이나 어린놈이 버릇이 없다고 화를 토했다. 그러나 조직사회에선 직책이 우선, 아니꼽고 더럽지만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 조직원의 숙명이다.


“취중에 실수했겠죠. 그만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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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 고래싸움 20.04.13 265 7 7쪽
69 69. 여인천하 20.04.10 266 7 4쪽
68 68. 도장 찍기 20.04.08 282 7 5쪽
67 67. 갑돌이와 갑순이 20.04.08 253 6 4쪽
66 66. 은(銀)수저 20.04.08 250 7 5쪽
65 65. 긴장 속의 만남 20.04.08 240 8 4쪽
64 64. 빗나간 카더라 20.04.08 249 8 4쪽
63 63. 드러난 야심 20.03.16 273 8 5쪽
62 62. 남은 자들의 전쟁 20.03.15 278 8 4쪽
61 61. 뒤늦은 보상 20.03.11 289 8 6쪽
60 60. 존재감 20.03.09 278 8 6쪽
59 59. 목격자 20.03.06 278 8 8쪽
58 58. 낯선 느낌 20.03.04 283 9 5쪽
57 57. 양지와 음지 20.03.02 291 9 4쪽
56 56. 양들의 분노 20.02.29 292 8 8쪽
55 55. 빙하기 20.02.26 302 9 4쪽
54 54. 야누스 20.02.25 313 10 5쪽
» 53. 뉴 페이스 20.02.25 300 8 4쪽
52 52. 괘씸죄 20.02.18 324 9 4쪽
51 51. 빛바랜 영전(榮轉) +1 20.02.17 332 13 5쪽
50 50. 논공행상(論功行賞) 20.02.14 32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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