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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05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2.14 00:47
조회
321
추천
8
글자
4쪽

50. 논공행상(論功行賞)

DUMMY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종료되면서 ‘미래’는 철수했고 TFT는 정보관리실로 자리를 옮겼다. 전에 고과장이 앉았던 자리는 신임과장 조재용이 차지했고 고과장이 그만 두었지만 임사훈 대리가 잔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충원이 이루어졌다.


“고과장이 같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 하지만 새 식구가 온 것으로 위안을 삼읍시다.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오느라 여우가 없었는데 언제 날 잡아서 거하게 한잔 합시다.”


그러고 보니 고과장이 그만 둔지 한 달이 지나가지만 누구도 궁금해 한 적이 없다. 그런데 고과장이 유부녀라는 것 외엔 아는 게 없다. 오랜 세월 같이 일했던 선임들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같은 시공을 공유했던 사람을 이렇게 모를 수가 있을까? 같이 카풀을 했던 선미도 그녀가 기혼이라는 것 외엔 아는 것이 없다고 한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퇴근하면서 전화했는데 번호를 바꿨더라고요. 참, 얘기 들었어요?”

“무슨 얘기요?”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닌데 회사에서 프로젝트 공로자한테 인센티브 지급한다던데요?”

“선미씨가 받으면 되겠네요.”

“에이. 제가 한 게 뭐 있다고요.”


며칠 후, 선미의 얘기는 현실로 이어졌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손팀장이 인선으로 고만하면서 기정사실이 됐고 누가 추천될 것인가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이미 제외가 확정된 사람도 있다. 손팀장이 프로젝트 종료 후 공장으로 복귀해야 했지만 본사에 있게 해준 임사훈 대리와 프로젝트 직전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임대리님. 전 이해를 못하겠는데요?”

“정도씨가 아직 회사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래요. 여기 청육에선 공장에 있다가 본사로 오기가 거의 불가능해요. 사실 그동안 정식으로 잔류한 게 아니었어요. 저 하는 것 보고 결정하기로 했거든요.”


임사훈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남은 사람들은 손팀장 말대로라면 조과장과 선미가 제일 유력하다. 미호가 있긴 하지만 그녀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없으니 대상이 될 수 없다.


“정도씨도 있잖아요.”

“저도 신입사원이잖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기대한 것은 사실이다. 인사 프로세스를 끝내고 총무자재 프로세스까지 마무리했다. 그러나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바로 ‘미래’ 직원들의 스킬을 문제 삼았던 일이다. 그런데다 그것을 묵인한 대가로 리베이트를 챙겼다가 희생양이 된 고과장의 퇴사는 대상자 추천권을 손에 쥔 손팀장에게 결코 좋은 추억이 아닐 것이다.


“팀장님 뒤끝 있는 분 아녜요.”

“글쎄요. 아무튼 전 기대하지 않을래요.”


그리고 며칠 후, 남자 직원은 조과장과 차도한이, 여직원은 선미가 공로자로 발탁됐다. 그런데 차도한이 발탁된 것은 정말 뜻밖이다. 신입사원은 대상이 아니라고 했던 손팀장의 말과는 맞지 않는 결과다. 이런 결과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고 차도한은 지은 죄도 없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건 말이 안 되잖아?”

“괜찮아요. 어차피 기대하지도 않았는데요. 뭐.”

“안 그래도 걱정했는데 ‘미래’ 직원들 스킬로 드라이브 걸었던 게 악재가 됐나보네요.”

“그럴 리가요.”

“제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저도 들은 게 있어요. 에이. 이런 꼴 안 보려고 본사에 있게 해달라고 한 건데, 괜한 짓 했네.”


저녁에 수상자들을 위한 축하회식이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묘한 기류가 흘렀다. 이번 선정결과에 불만이 있는 팀원들의 무언시위가 시작되면서 엉뚱한 사람이 주인공이 된 것이다.


“정도씨. 사랑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한 잔.”

“정보관리팀 기대주 진정도씨를 위하여!”


생각지 못한 일에 손팀장은 내심 당황한 속내를 미소로 가렸지만 그림자처럼 드리운 씁쓸함은 감추지 못했다. 손팀장은 더 있기가 민망했는지 2차 노래방 회식에선 살짝 얼굴만 비추고 사라졌고 수상자들이 자리를 뜬 3차 호프집 회식은 화풀이 성토장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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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 고래싸움 20.04.13 266 7 7쪽
69 69. 여인천하 20.04.10 266 7 4쪽
68 68. 도장 찍기 20.04.08 283 7 5쪽
67 67. 갑돌이와 갑순이 20.04.08 254 6 4쪽
66 66. 은(銀)수저 20.04.08 251 7 5쪽
65 65. 긴장 속의 만남 20.04.08 240 8 4쪽
64 64. 빗나간 카더라 20.04.08 249 8 4쪽
63 63. 드러난 야심 20.03.16 274 8 5쪽
62 62. 남은 자들의 전쟁 20.03.15 278 8 4쪽
61 61. 뒤늦은 보상 20.03.11 290 8 6쪽
60 60. 존재감 20.03.09 278 8 6쪽
59 59. 목격자 20.03.06 278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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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양들의 분노 20.02.29 292 8 8쪽
55 55. 빙하기 20.02.26 302 9 4쪽
54 54. 야누스 20.02.25 313 10 5쪽
53 53. 뉴 페이스 20.02.25 300 8 4쪽
52 52. 괘씸죄 20.02.18 324 9 4쪽
51 51. 빛바랜 영전(榮轉) +1 20.02.17 332 13 5쪽
» 50. 논공행상(論功行賞) 20.02.14 322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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