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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24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3.02 01:05
조회
291
추천
9
글자
4쪽

57. 양지와 음지

DUMMY

이번 사태로 팀에도 변화가 생겼다. 공석이 된 팀장자리를 민전무가 맡으면서 경영관리 본부 소속이던 직제가 사장 직속으로 개편된 것이다. 그 덕에 전에는 뭐하나 구매할 때마다 총무팀과 옥신각신할 필요도 없게 됐다. 조과장이 떠나는 아픔이 있었지만 남은 팀원들에겐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임대리님. 이제 좀 살 것 같네요.”

“그런데 손정남씨 다른 팀들과 달리 우린 임원 팀장을 모시고 있어. 이럴 때일수록 자세를 낮춰야 돼.”


역시 사회 경력은 무시할 수가 없다. 오랜 빙하기에서 벗어나 태평성대를 만끽하던 팀원들은 임대리의 노련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과장이 퇴직하면서 팀에서 가장 선임인 임대리가 그 자릴 대신했다. 하지만 위에서 공식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우리 팀에 간부는 임대리님 뿐이니 그렇게 하는 게 맞죠.”


팀원들이 결정한 일이다. 그러나 공장 근무만 했던 임대리는 지금까지 임원과 마주한 적이 없다. 그런 임대리가 팀원들을 대표해 민전무와 독대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냥 팀장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래야 되는데 이상하게 임원 앞에선 얼음이 된단 말이야.”


다행히 임대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긴장감에서 벗어났고 기재욱과는 정반대인 민전무의 유연한 태도는 팀원들이 일에 대한 의욕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팀에 경사가 터졌다.


“진선미씨. 오미호씨. 축하해요.”


선미와 미호는 경력으로 보면 이미 대리가 됐어야 했지만 2년제 대학을 나온 탓에 입사 6년 만에 승진을 한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선미와 달리 오미호는 4년제 대학 출신인데 어째서 선미와 같이 승진하게 된 걸까? 더구나 입사도 선미보다 1년이나 빠르다.


“두 분 대리님. 오늘 저녁 기대됩니다.”


미호의 승진에 대해 다른 팀원들은 관심이 없는 걸까? 이때, 주머니 속에 있던 스마트폰이 진동음을 냈다. 받아보니 인사팀장 정선배다. 혹시나 두 사람의 승진이 지난번 공로자 선정으로 서운했던 감정이 되살아날까봐 전화를 한 것이다.


“어차피 전 아직 1년도 채 안 됐는데요.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게 너한테도 좋아. 지난번 일이 공정하지 못했던 점은 위에서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너만 잘하면 반드시 보상받을 거야.”

“알겠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다 이제는 상사가 된 선미를 이전과 같은 감정으로 마주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이 나이가 되도록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갑자기 초라해진다. 저녁엔 민전무까지 참석한 회식이 열렸다. 민전무는 축하의 의미로 법인카드를 임대리에게 맡기고 1차 회식 후 자리를 피했다.


“전무님께서 법인카드를 주고 가셨습니다. 2차는 어디로 갈까요?”


2차 클럽까지 따라갔지만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다. 평소엔 속내를 그렇게 잘 감지하던 선미도 오늘은 기분에 취한 탓인지 팀원들과 노느라 바쁘다. 중간에 몰래 빠질까 했지만 선미가 너무 취해 그럴 수도 없었다. 역시 직장인에겐 승진이 최고의 행복이다.


“축하해요.”

“고마워요.”

“들어가요. 갈게요.”


선미는 많이 취했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다. 잠깐 서서 선미가 들어간 2층을 올려다보는데 평소 같으면 지금쯤 불이 켜졌어야 할 2층 창문이 깜깜하다. 보나마나 들어가자마자 침대로 직행한 게 분명하다. 그런데 술을 꽤 많이 마셨는데도 정신이 왜 말짱한 걸가? 남들이 프로세스 한 개로 고전할 때 두 개나 해내고도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분노 때문일까? 꿀꿀한 기분으로 집에 들어서는데 마침 주방에서 나오던 아버지와 마주쳤다.


“늦었구나.”

“네. 회사에서 회식이 있었어요.”

“얼른 씻고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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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 여인천하 20.04.10 267 7 4쪽
68 68. 도장 찍기 20.04.08 283 7 5쪽
67 67. 갑돌이와 갑순이 20.04.08 254 6 4쪽
66 66. 은(銀)수저 20.04.08 251 7 5쪽
65 65. 긴장 속의 만남 20.04.08 240 8 4쪽
64 64. 빗나간 카더라 20.04.08 249 8 4쪽
63 63. 드러난 야심 20.03.16 274 8 5쪽
62 62. 남은 자들의 전쟁 20.03.15 279 8 4쪽
61 61. 뒤늦은 보상 20.03.11 290 8 6쪽
60 60. 존재감 20.03.09 278 8 6쪽
59 59. 목격자 20.03.06 278 8 8쪽
58 58. 낯선 느낌 20.03.04 284 9 5쪽
» 57. 양지와 음지 20.03.02 292 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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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 빙하기 20.02.26 303 9 4쪽
54 54. 야누스 20.02.25 313 10 5쪽
53 53. 뉴 페이스 20.02.25 300 8 4쪽
52 52. 괘씸죄 20.02.18 325 9 4쪽
51 51. 빛바랜 영전(榮轉) +1 20.02.17 333 13 5쪽
50 50. 논공행상(論功行賞) 20.02.14 322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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