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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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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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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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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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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00. 마지막

DUMMY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듯했다.

이곳, 네오 원더랜드를 위협했던 재앙의 씨앗도 이제는 사라졌다. 저주를 받아서 살아있는 자를 덮쳤던 워킹데드들도 현과장과 그의 딸들이 잘 정리한 모양이었다. 비록 작은 희생이 있긴 했지만, 세상 모든 일이 완벽하진 않은 법. 난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인연이 있었던 유연과 충식을 잃은 건 마음 아픈 일이지만, 내 작은 슬픔을 메우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건 위험부담이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정말 되돌리는 건 온 우주의 시간이 아닌, 이곳에 있는 모든 존재들의 시간뿐이니까. 내가 능력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이 사람들은 뜻밖의 상황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까딱 잘못하면 12월에, 한파가 아닌, 장마가 들이닥치는 그런 상황 말이다.


“몸에 있던 추방자의 체액은 전부 제거했습니다.”


내 몸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더럽고 냄새나는 체액이 사라진 것뿐만 아니라, 금기의 능력이 가져다주었던 그 데미지도 완전히 회복되었다.


그런데, 시스가 체액을 지우는 방법이 좀 이상한 거 같았는데. 기분 탓인가?


“시스, 체액을 어떻게 제거했지?”

“추방자의 체액은 이 별에 심각한 오염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제거했지요.”


순간, 시스의 눈빛이 빛났다. 불길하다. 뭔가 대단히 불길하다.


“제 혀로.”

“혀?”


왜 이런 불길함은 단 한 번도 날 무시하고 지나가질 않는 것일까. 이 미친 시스템이 내가 정신이 팔린 사이에, 내 몸을 혀로 핥았다고?


“아니! 미쳤어? 혀로 핥았다고?!”

“당신이 만든 이 몸 안에 추방자의 체액을 담는 것에 최선이었습니다. 심각한 오염 물질을 이곳에 남길 순 없잖아요.”


당당하다. 무척이나 당당하다.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몸을 수건 같은 걸로 닦은 후, 그 오염된 수건을 따로 보관한다던가.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이게 최선입니다.”


단호하다. 너무나 단호하다.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이렇게 여기서 시간을 버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이번엔 그냥 넘어가는데, 다음에는 절대 봐주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라. 그냥 던진 말이었는데. 이렇게 반응할 줄이야. 이 녀석, 뭔가 숨기고 있다. 숨기고 있어!

하지만, 정말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 것도 사실. 난 그대로 호텔 스위트룸을 빠져나갔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현과장이라는 엄청난 일이.




“전함이 출진했다고요? 내 허락도 없이? 아니, 엔진도 없이?”


현과장은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전함이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일까. 이제 막 엔진에 사용할 이슈 백금을 채취하고 있었는데.


“인부들 말로는, 그 TV에서 나왔던 예쁜 청년이 나타나 뚝딱하고 만들었다고...”


이야기를 전하는 연구소장도,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믿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엔진을 만들다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 것일까.


“다시 건조하는 데 얼마나 걸릴 거 같습니까?”

“아무리 빠르게 만들어도 1년은 족히 걸릴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슈 백금은 아직 남아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현과장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차라리 이슈 백금을 도난당했더라면, 일주일이라는 시간만 필요했을 텐데. 중요 물질이 아닌, 전함 전체를 가지고 가다니. 도대체 오리지널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우선 모든 인원을 총동원해 작업에 임해 주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이제 겨우 2년 남았습니다!”


현과장은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원더랜드의 붕괴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2년. 단 1분도, 단 1초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당장 지시하겠습니다!”


현과장의 진지한 모습 때문일까. 연구소장은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서 벗어나 제어실을 나섰다. 멀어지는 연구소장을 바라보며, 비장한 표정을 짓는 현과장.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엔 반드시 무협랜드를 벗어나야만 했다. 원더랜드를 향해 떠나야만 했다.

시간이 없다. 원더랜드를 구할 시간이.




“분명 머리를 싸매고 있겠지. 불가능한 일을 앞에 두고.”“누구 이야기인 거죠?”

“누구긴 누구야. 현과장이지.”


내가 만들었기에, 그를 지켜보았기에, 난 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분명 한참 딸리는 머리로 무진장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호텔에서 나온 직후, 난 현과장의 행동을 잠깐 분석해 보았다. 과연 현과장이라면, 바로 이 순간에 어디로 가 있을까.


“어! 오빠다! 오빠!!!”


언제나 그렇듯,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일이 이루어지는 법이 없다. 단지 생각 좀 하겠다는데, 이런 방해물들이 생기다니.


“은하야, 나 좀 생각할 게 있으니까. 언니랑 놀아.”

“언니? 우리 언니 지금 바빠. 성녀 계승식 준비해야 하거든.”


성녀 계승이라. 내가 만든 허무맹랑한 자리를 잇는다고? 참 가지가지 한다. 가지가지 해.


“지금 네 아빠 때문에 무척이나,”

“아빠는 더 바빠! 배가 사라졌다고 했거든!”

“배?”


방해꾼인줄 알았는데, 완전 복덩이다. 현과장의 위치를 그냥 말해주다니. 배가 사라졌다고 우왕좌왕했다면, 분명 현과장은 그곳에 가 있을 게 분명하다. 내가 전함을 움직인 그 장소. 바로 현과장의 연구시설 말이다.


“그럼, 나와 잠깐 데이트할까?”

“데이트?”

“어린아이가 취향인지 몰랐습니다.”


시스의 눈동자에서 경멸의 시선이 뿜어져 나왔다. 잠깐, 그런 거 아니거든! 경멸받아야 하는 건 본인이면서! 내 몸을 핥고 좋아했던 본인이면서!


“시스는 헛소리 마.”


난 곧바로 차원문을 열었다. 현과장이 기다리고 있을 그 연구시설로 향하는 차원문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현과장은 이곳에 있었다. 전함이 사라진 격납고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아빠!”


은하가 제일 먼저 현과장에게 달려갔다. 그녀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트는 현과장. 그는 은하의 등장에 무척 놀란 듯 표정을 감추지를 못했다.


“으, 은하야... 여긴 어떻게?”

“내가 데리고 왔지.”

“당신!”


은하를 봤을 때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은하를 바라볼 때는 당혹스러움 속에 반가움이 섞여 있었다면, 날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오로지 원망뿐이었다.


“무슨 뻘 짓을 하고 있었던 거야? 이미 전함은 날아갔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벌인 겁니까? 원더랜드를 구할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유일한 방법? 시스, 정말 유일한 방법 맞아?”


난 시선을 돌려 시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거대 전함으로는, 영구 기관으로 차원을 이동한다고 해도, 원하는 시간 안에 원더랜드에 도착할 수 없습니다.”

“젠장!!”


현과장은 은하가 곁에 있는 것을 잊은 모양인지, 연거푸 몹쓸 단어들을 내뱉었다.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은 단어들이 나오자, 몸을 날려서 은하의 귀를 막는 시스. 나도 시스와 마찬가지로 몸을 날려 막았다. 바로 현과장의 입을.


“읍! 읍!”

“조용히 해! 옆에 은하가 듣는데 그런 말을 해야겠어? 안 그래, 시스?”

“맞습니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게.”


한동안 발버둥 치던 현과장은. 자신의 몸부림이 그저 약간의 율동이란 것을 깨달은 모양인지, 반항하는 것을 멈췄다. 난 그가 차분해지는 것을 확인한 이후, 그의 입에서 손을 떼었다.


“현과장, 넌 네 일이나 잘 해. 원더랜드는 나에게 맡기고.”

“맡겨요? 18년 만에 나타나서 뭘 맡기라는 겁니까?”

“말했잖아. 원더랜드라고.”


난 그의 앞에 차원문을 만들었다. 바로 원더랜드로 연결되는 차원문을.

처음에는 전혀 관심도 주지 않았던 현과장. 하지만 차원문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의 무관심은 곧바로 지독한 집착으로 바뀌었다.


“아, 아니! 저긴!”

“원더랜드. 그것도 성밖마을.”


현과장의 어두웠던 얼굴에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아니! 원더랜드 차원문을 열 수 있다면 진즉 말해야죠!”

“말할 시간이 없었잖아. 그리고 말할 필요도 없었고.”


순간,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말할 필요가 없다니요?”

“같은 말을 몇 번이나 하게 만들어? 말했잖아, 원더랜드는 나에게 맡기라고.”

“그럴 수 없어요! 원더랜드는 내가 지켜야 할,”

“넌 지금 원더랜드를 지켜야 할 게 아니라, 여기 네오 무협랜드를 지켜야지!”


난 원더랜드 차원문으로 돌진하는 그를 가볍게 밀쳐냈다.


“원더랜드는 내 전부입니다!”

“네 전부는 원더랜드가 아니라, 은아와 은하야! 그리고 네 와이프 여희라고!”


난 매섭게 그를 노려보았다. 그의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준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가정을 갖게 된 이상, 더는 머나먼 꿈을 좇으며 살 순 없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원더랜드는 닿을 수 없는 꿈 그 자체.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현실과 꿈 사이에서 힘들어했을 현과장. 이제는 그를 현실로 보내줘야만 한다.


“가족을 지켜. 나도 내 가족을 지킬 테니까.”


난 현과장의 곁으로 은하를 데려다 준 채, 그대로 차원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그가 더는 원더랜드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이걸로 된 거다. 이걸로 된 거였다.

아니, 이걸로 되었어야만 했다.


“이야! 일을 제대로 하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흥선생도, 채야도 갓패치도 아닌, 듣자마자 짜증이 솟구치는 그 존재의 목소리가.


“아니, 내가 왜 여기에 와있지?”


분명 원더랜드의 차원문을 만들었는데, 난 여기에 있다. 이곳 화이트룸에.


“그야, 내가 불렀으니까, 여기에 있지.”


언제 사라진 건지 모르지만, 시스도 내 주변에 없었다. 머릿속에서도 그녀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 이제 원더랜드로 가려고?”

“당연하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붕괴를 막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맞는 말이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창조주. 느낌이 이상했다.

칭찬했던 것도 그렇지만, 갑자기 왜 이렇게 분위기가 바뀐 거지?


“그런데, 너 이상한 능력을 만들었더라?”

“아, 그거요? 그거 어차피 못 써요. 몸에 부담이 너무 커서.”

“당연히 못 쓰지. 내가 꽁꽁 숨겨놓은 능력인데.”


살짝 화가 난 듯한 창조주의 얼굴. 난 더 입을 놀렸다가는 크게 혼날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신의 육체를 가졌으면, 신의 몸에 걸맞는 능력만 사용하도록 해. 그런 추악한 능력 말고.”

“넵!”

“좋아! 그럼 다음 행성으로 가볼까?”


난 순간 귀를 의심했다. 다음 행성이라고? 원더랜드라 아닌 다음행성이라고?


“자, 잠시만요, 창조주님! 다음 행성이라니요? 지금 원더랜드의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는데!”

“아직 아니야. 원더랜드는 멀쩡하다고. 앞으로 1년하고도 반년은 있어야 재앙의 씨앗들이 도착하거든.”


재앙의 씨앗들? 잠깐 이 단어 내가 많이 썼던 단어들 아닌가?


“설마...”

“설마는 무슨 설마. 맞아 추방자들. 걔들이 원더랜드 붕괴의 주범이거든.”


추방자들이 원더랜드에 붕괴를 일으킨 주범이라고? 그런 놈들을 내가 그냥 보내줬던 거야? 나 완전히 미쳤는데?!


“그렇게 화를 뿜어내지 마. 내가 널 무협랜드로 보낸 이유 뭐였겠니?”

“원더랜드가 더는 내가 아는 원더랜드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아니었어요?”

“너 바보야? 내가 왜 그런 짓을 해?”


나만의 착각이었단 말인가. 갑자기 허무해지네.


“누굴 막아야 하는지 알려 주려고 보낸 거 아니야.”


말을 마친 그는, 이내 차원문을 열었다. 차원문 안쪽에서 풍겨오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았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의 차원문. 살짝 긴장감이 밀려왔다.


“아직 추방자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1년 반 동안 확실히 배우도록.”

“넵!”

“그리고!”


추방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이야기는 바로 지금부터. 내 온몸의 신경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난 너를 위해 큰 실수를 한번 저질렀어.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꼭 증명해줘.”


말을 마친 그는, 이내 날 차원문 안으로 밀어버렸다.

마지막 그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다. 차분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감이 느껴졌던 창조주의 표정. 그만큼 나에게 걸린 일이 중요하다는 거겠지.


아무튼, 난 그렇게 새로운 세계로 발을 딛었다.

1년 반 동안, 원더랜드의 위협일 될 추방자들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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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 마지막 24.03.15 41 2 13쪽
399 399. 마지막을 향한 준비 - 4 24.03.14 13 2 12쪽
398 398. 마지막을 향한 준비 - 3 24.03.13 14 2 11쪽
397 397. 마지막을 향한 준비 - 2 24.03.12 15 2 11쪽
396 396. 마지막을 향한 준비 24.03.11 12 2 12쪽
395 395. 대면 - 2 24.03.10 12 2 12쪽
394 394. 대면 24.03.09 16 2 11쪽
393 393. 신 24.03.08 12 2 12쪽
392 392. 추방자 24.03.07 9 2 12쪽
391 391. 꼬여버린 상황 - 2 24.03.06 10 2 11쪽
390 340. 꼬여버린 상황 24.03.05 13 2 11쪽
389 389. 일주일 전으로 - 2 24.03.04 9 2 12쪽
388 388. 일주일 전으로 24.03.03 12 2 12쪽
387 387. 개화 24.03.02 11 2 11쪽
386 386. 결단 24.03.01 17 2 11쪽
385 385. 어둠의 전조 - 2 24.02.29 15 2 11쪽
384 384. 어둠의 전조 24.02.28 14 2 11쪽
383 383. 오리지널 - 2 24.02.27 12 2 12쪽
382 382. 오리지널 24.02.26 12 2 11쪽
381 381. 돌아온 기억 - 2 24.02.25 15 2 11쪽
380 380. 돌아온 기억 24.02.24 10 2 11쪽
379 379. 인간성 - 2 24.02.23 12 2 11쪽
378 378. 인간성 24.02.22 12 2 12쪽
377 377.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2.21 16 3 12쪽
376 376. 현과장의 꿍꿍이 24.02.20 17 3 11쪽
375 375. 거짓말 24.02.20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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