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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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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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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61,634

작성
24.03.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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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96. 마지막을 향한 준비

DUMMY

사방이 시원하게 트인 바닷가. 바다 위에는 조업하는 배 한 척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다. 나와 시스, 그리고 현과장의 가족들을 제외하고는.


“여기로 오라는 명령은 잘 보냈지?”

“그렇게 전달은 했습니다만, 이게 무슨 소용이 있는 거죠?”


도착하는 내내 불만과 불평이 많았던 현과장. 그는 내가 거짓된 장소로 군 병력을 모이게 하는 것이 매우 불만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차원문을 쓰는 사실 역시도.


“소용이 있지. 여기가 바로 현과장의 비밀이 될 곳이니까.”

“비밀? 비밀은 무슨. 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지.”


그는 여전히 내가 못마땅한, 아니, 그냥 내가 미운 게 틀림이 없다. 그래도 이거 너무 매몰찬 거 아니야? 한때 같은 몸을 사용했던 존재인데.


“아니야! 우리 오빠는 엄청난 사람이라고! 아니 신이라고!”

“우리 오빠? 은하은하야, 그건 무슨 소리니?”


신이라는 단어보다, 우리 오빠라는 단어에 더 크게 반응하다니. 현과장의 눈동자에 서운함이 가득했다.


“저 사람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야. 은하야, 오빠라고 부를 가치도 없어.”

“아니! 저 오빠가 우리를, 이 나라를 구해 줄 거라고!”

“은하야! 저 사람은 책임감이라고는 0.01도 없어!”

“아니! 우리 오빠는 아빠보다 책임감 있어! 나랑 언니를 도와줬단 말이야!”


은하의 한 마디에, 현과장은 선 채로 죽은 거 같았다. 그러기에 평소에 잘하지. 평소에 잘했으면, 귀여운 딸내미가 외간 남자의 편을 들겠어?


“은하야 그쯤 해. 아빠 고장 나겠다.”

“그래도 싸, 아빠는.”


은아가 말렸지만, 그녀는 비난을 멈출 생각이 없는 듯이 보였다. 아직도 은하의 입술은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주말에도 바쁘고, 유치원 학예회 때도 안 오고! 심지어 내 생일에도 선물만 보내고! 아빠 미워!”


그녀의 형언할 수 없는 서운함과 소외감이 나에게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못난 아빠네. 저런 아빠 밑에서 엇나가지 않고 잘 자라준 것만으로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하긴, 아빠가 좀 책임감이 없지.”


이번엔 은아가 끼어들었다. 은하보다 더 긴 시간을 그의 딸로 살았으니, 그만큼 더 서운함이 쌓였을 그녀. 현과장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무래도 은아가 겪었을 서운함을 아는 듯한 눈치인데.


“뭐? 혼자는 심심할 거니까, 은하를 키우라고? 그게 부모로서 할 말이야, 아빠?”


아이고 가관이다, 가관이야. 막내의 육아를 첫째에게 맡긴 거야? 아니, 애 엄마는 뭘 한 거야?


“맞아! 엄마도 아빠도 다 미워!”


은하의 서운함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은아의 분노도 마찬가지였고.

현과장이 자기의 딸들에게 팩트로 두들겨 맞는 것을 보는 것도 물론 재미있지만, 지금은 이렇게 한눈을 팔 시간이 아니다. 진가를 위한 덫을 만들어야지.


“아웅다웅 가족애를 표현하는 건 좋은데, 좀 떨어져 주겠어? 지금 여기에 큰 덫을 만들어야 하거든.”


난 그들을 조금 밀어낸 뒤, 시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이제 실력을 발휘할 시간이다.


“일단 평평한 땅이 필요하고.”


내 말이 땅에 떨어지기 무섭게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대지. 하지만 건물을 짓기엔 너무 물렀다.


“이 땅은 좀 그런데. 상태를 좀 바꿔야겠어.”


난 바로 땅의 상태를 단단한 콘크리트 대지로 바꿨다.


“이게 도대체 무슨...”

“넌 딸애들이 하는 이야기나 들어. 여기에 신경 쓰지 말고.”


난 현과장을 무시한 채, 다시 콘크리트 대지에 집중했다. 무슨 건물을 올리는 게 좋을까.


“뭔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내려면, 군사 시설이 좋겠지?”

“군사 시설보다, 연구시설이 나을 거 같습니다. 비밀스러운 분위기는 연구시설 쪽이 물씬 풍기니까.”


난 시스의 조언을 받아, 낮지만 깔끔해 보이는 연구 건물을 올렸다.


“병원 분위기의 건물은 어때?”

“나쁘지 않습니다.”


병원 분위기가 나는 건물도 하나 올렸다. 이야, 이거 재미있는데? 사람들이 왜 심시티 같은 건물을 짓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디테일도 챙기는 게 나을까?”

“일부의 연구 장비가 있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속이기 위해서는.”

“병원에도 장비를 넣어야 하겠지?”

“저는 넣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스의 조언을 받아 가며, 난 거대한 덫을 만들었다. 갑작스레 올라온 대지와 건물에, 현과장과 은아는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은하는 달랐다. 자신이 한 일인 것 마냥 모두를 향해 으스대는 그녀.


“이게 우리 오빠라고! 엣헴!”


어른스러운 면이 무척이나 많은 그녀였지만, 이런 모습에서는 영락없는 어린아이였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거대한 덫과 함께 우리는 때를 기다렸다. 군인들이 도착할 때. 그리고 덫인지 모르고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을 진자의 좀비 떼를.




“보고입니다! 지금 중경의 시내에 정체 모를 단체의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정체를 모르기는, 일대종사겠지. 상황은?”

“경찰들이 막고는 있습니다만, 버거운 모양입니다.”


정보부 소속 남자의 말에, 인상을 찌푸린 광귀. 그의 곁에 서 있던 승진도 입을 거들었다.


“현 정부에 반감이 있는 건 일대종사 뿐이니까.”


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회의실 안의 사람들. 그 안에는 현과장의 최측근인 두 사람뿐만 아니라, 국방부 장관인 남수도 앉아있었다. 일대종사를 일으킨 바로 그 배신자가.


“장관님, 책임을 어떻게 지시겠습니까?”

“그, 그게...”


남수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정치적 자리싸움 때문에 다 죽어가던 일대종사를 일으켜 세웠던 남수. 그는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나, 난! 그 사람들이 이렇게 위험한 짓을 할 줄은 몰랐다고요!”

“누군 알아서 그런 선택을 하는 줄로 아십니까? 모르는 게 당연한 겁니다. 이건 명백한 반역입니다.”


광귀의 입에서 차가운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그나마 호의적이었던 광귀에게서 말이다. 회의실의 다른 장군들과 장관들도 이어서 남수를 비난했다. 그러자,


“증 장관의 거취는 저희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각하께서 정하실 일입니다.”


모두의 목소리를 진정시키는 승진. 그러나 그의 눈빛은 잔뜩 원망을 품은 채, 남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건 영부인도 가담한 일입니다! 정말이라고요!”


남수는 이번에 여희까지 이번 일에 끌어들였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반응할 줄 알았던 것일까. 광귀는 초연한 듯 그의 말에 대꾸했다.


“정보부 시찰의 최우선 타겟은 바로 영부인입니다. 이건 각하께서 직접 내린 명령입니다. 작은 실수라도 있으면 국민분들께서 정부를 못 믿을 거라고 하셔서.”


순간, 남수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 누나를 끌어들여 자신의 죄를 조금 가볍게 하고자 했던 그의 작전이 보기 좋게 박살이 나버렸기 때문에.


“사람이 너무 영특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증 장관은 너무 영특했습니다. 적을 키워서 자신의 안녕을 도모하다니. 그런 생각까지 할 줄은...”

“그러게나 말입니다. 내 기억에 부친인 증 승상께서는 이런... 방법은 쓰지 않으셨는데.”


장관과 장군의 비난이 이어졌다. 하지만 남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미 자신의 모든 수가 읽힌 이상, 입을 열어 목소리를 낸다고 한들, 도움이 될 리 없었다.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으면 모를까.


“그만! 여기는 증 장관의 청문회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일대종사를 어떻게 막느냐 하는 것이지요!”


승진의 외침에 입을 닫아버린 사람들. 회의실 안이 조용해지자, 광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각하께서 만약 중경이 습격받게 된다면, 우선적으로 병력을 보내라고 하셨습니다.”

“동쪽 바닷가가 아닌, 중경으로요?”


철승진은 그의 말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쪽에 현과장이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시설이 있다는 건, 장군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퍼진 사실. 그런데, 현과장이 시설이 아닌 중경을 택했다라.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중경이 우선이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의 시설보다는.”

“그럼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니군요. 저는 군대를 돌리겠습니다.”


제일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건 승진이었다. 그의 뒤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서는 장군들. 이제 남은 건 장관들과 정보부 국장 광귀 그리고 배신자 남수뿐이었다.


“장관님들께서는 국민들 안정에 힘을 써주시고, 저는 다른 소식이 오면 다시 뵙겠습니다.”


광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눈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는 장관들. 이제는 남수 혼자만 덩그러니 회의실 안에 남게 되었다.

그 누구도 말을 걸거나, 곁으로 오지 않았다. 현과장의 곁에서 총명함을 뽐내었던 남수는 이제 없다. 지금 남아있는 건 권력에 미쳐버린 배신자, 증 장관뿐.

남수는 창가로 다가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따라 왜 이리 달은 맑은 걸까.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목숨을 던질까도 생각했지만, 그럴 용기도 나지 않았다. 용기가 없었기에 비겁했기에 더러운 방법을 택했던 남수. 이제는 그럴 수 없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그는 문을 열었다. 창문이 아닌, 회의실 문을. 국방부 장관으로서 뭔가 할 일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누가 뭐라고 해도 장군들을 통솔하는 인물이니까.




“군대의 대부분은 중경으로 향했습니다.”

“상관없어. 진자는 이미 이쪽으로 병력을 보냈을 테니까.”


상관없었다.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내가 만든 덫에 아군이 걸려들지 말라는 법도 없는 법. 차라리 여기까지 오지 않는 게 희생자도 적게 나올 테니까.


“더러운 기운이 감지됩니다.”


시스가 뭔가를 느낀 모양이었다. 아마도 금지된 술법이겠지.


“군대보다 일찍 왔군. 다행이야. 사람들이 죽지 않아도 되니까.”


난 하늘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오늘따라 달빛이 유난히 밝았다. 맑고 맑은 그 달빛은 마치 그들을 인도하는 듯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인해 무작정 달려오는 죽지 못한 자들을.


“그럼, 이제 나서도 되는 거야?”

“은아는 쉬어. 아빠가 나갈 테니까.”


슬슬 몸을 푸는 은아. 현과장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옥상에 앉아서 구경이나 할 것이지, 왜 이렇게 나서는 걸까.


“모두 앉아있어. 걸리적거릴 뿐이니까.”

“거, 걸리적? 지금 말 다 했습니까?”

“그래! 아빠! 가서 우리가 누군지 확실히 보여주자고!”


현과장 부녀는 두 눈에 불을 켜고 옥상을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자, 그들의 앞을 막고 선 작은 그림자, 바로 은하. 그녀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여기 있어. 걸리적거리지 말고.”

“은하야! 아빠 못 믿어?”

“야! 너 날 못 믿는 거야?”


갑자기 시작된 현과장의 가족회의. 그래, 오히려 잘됐다. 그들이 대화를 끝내기 전에 내가 상황을 끝내버리면 되니까.

난 옥상 난간 위에 섰다. 바로 그때, 시야에 보이는 좀비 떼. 바닷가라서 그런지 마치 밀물처럼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난 달려오는 그 죽은 자들을 단번에 처리했다. 가루 하나 남지 않도록 전부 빨아들였다. 작고 작은 중성자별을 만들어서.

워킹데드들과 그들이 밟고 있던 땅이 자그마한 중성자별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이제 남은 건, 이 사태를 일으킨 진자. 그놈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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