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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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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794
추천수 :
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3.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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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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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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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40. 꼬여버린 상황

DUMMY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시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띵동~!]


그렇게 시스를 기다리던 그때, 현관에서 들려온 초인종 소리. 난 초인종을 누른 이들이, 당연히 은아와 은하 자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경 시 경찰청 소속 검사입니다.”


문밖에 있었던 건 바로 검찰과 경찰들. 상황이 무척이나 꼬여가는 듯했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쪽으로 모든 것이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무슨 일이죠?”


대외적으로는 시스가 얼굴을 내비치고 있던 탓에, 그녀가 문을 열고 그들을 맞이했다. 그러자, 다짜고짜 호텔 방 안으로 물밀 듯이 밀려 들어오는 경찰들. 잔뜩 무장한 모습으로 보아, 그들이 가지고 온 소식이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닐 거란 예감이 들었다.


“시스 골드, 리오 골드. 당신들에게 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그럼 체포를 진행하겠습니다.”


검사로 보이는 여성의 말에, 경찰들은 시스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이거 뭔가 단단히 잘못된 거 같은데.


“무슨 죄목이죠?”


내 질문에, 중경의 검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정상적인 체포 과정이 아니라는 증거. 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정확한 죄목을 설명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습니다.”

“모두들 뭐해? 빨리 끌고 가.”


여전히 날 무시한 채, 시스를 끌고 가려는 검사. 그녀의 강압적인 태도에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 세계에 찾아올 재앙이나 막을 것이지, 지금 재앙을 제거하려는 날 막아? 이거 그냥 넘어갈 수 없겠는데.


[딱!]


손가락을 튕겨, 거대한 벽을 만들어냈다. 그것도 그냥 내 주변이 아닌, 바로 호텔 방 문 앞에. 갑자기 문이 막히자 허둥지둥 대는 검사와 경찰들. 그 틈을 타, 시스는 스스로 수갑을 풀어버렸다. 뭐 풀었다기보다는, 강제로 뜯어버린 거지만.


“그래, 이제 길도 막혔겠다, 천천히 한번 이야기해 보실까.”


난 그들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당황한 것도 모자라 동요하기 시작한 사람들. 이야기가 쉽고도 쉽게 풀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들의 협조와 비협조는 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정 안 풀리면, 그냥 「마인드 리더」를 써도 되는 부분이니까. 그래도 안 되면 무력을 써도 되고.




“역시 저항을 하던가요?”

“그냥 군대를 보내는 게 나았을 듯싶습니다.”


중경의 펜트하우스.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현과장은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뒤에서, 원탁 앞에 앉은 채로, 조금은 섭섭한 표정을 짓고 있던 공동파의 장문, 아니, 장군 철승진. 그는 현과장이 자신에게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저는 각하와 꽤 가까운 사이라 생각했습니다만, 제 착각이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우린 꽤 가까운 사이가 맞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장군은 계속 옆에 두는 것이고요.”


현과장의 말에, 살짝 기분이 풀린 듯한 승진. 그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승진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현과장의 뒤로 다가갔다.


“제가 움직여도 되겠습니까, 각하.”

“아니요. 그건 제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현과장의 마렝 다시금 굳어진 승진의 표정. 그러나 그 표정도 얼마 가지 않았다.


“장군께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을 맡아 주셔야겠습니다.”

“중요한 일 말씀이십니까? 지금 골드 모자를 잡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단 말입니까?”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요.”


이내 현과장은 자신이 겪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과거 아니, 미래의 일들을.


“죽은 자들이 되살아나 산 자를 덮친다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확실합니다. 제가 겪었으니까.”

“겪으셨다고요?”


승진은 도무지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공격하는 것은 또 뭐며, 미래를 경험했다는 건 또 무슨 말인 걸까. 가뜩이나 노쇠해 머리가 잘 돌아가지도 않는데, 이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말았기에 머릿속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지고야 말았다.


“믿어 주세요. 18년 전에는 밥 먹듯이 겪었던 상황이었으니까.”


현과장의 진지한 표정에, 더는 의심할 수 없었던 승진은, 일단 그의 말을 따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너무나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한 나라의 우두머리가 거짓말을 늘어놓을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과장은 자신을 살려준 은인. 은인의 말을 믿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그의 현과장을 향한 충성심은 생각보다 견고한 듯했다.


“제가 각하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겠습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이 되어야 하는 사안입니다. 모두의 안전이 걸린 일이니까.”

“네, 각하.”


승진의 눈빛에는 그의 현과장을 향한 충성심과 신념이 녹아있는 듯, 미세한 흔들림도 없이 굳건했다.


“그럼 저는 이만 준비를 위해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일주일은 생각보다 먼 미래는 아니니.”

“부탁드립니다, 장군.”


짤막하게 묵례를 마친 승진은, 그대로 회의실을 벗어났다. 그의 얼굴에 나타난 다부진 각오.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를 짓누르는 건 아니었다. 현과장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충성심이 그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그 뒤에 따를 권력. 이미 권력의 맛을 본 그는, 그 달콤한 향기를 떨쳐낼 수 없었다.

이윽고 건물에서 나와 레토나에 올라타는 승진. 뒷좌석에 앉자마자 그는, 운전병을 향해 묵직한 그의 음성을 들려주었다.


“국방부로.”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퀴를 움직이는 레토나. 그렇게 그는 그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움직였다.

하지만, 승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의 계획 같은 건 애당초 시간벌기조차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이 엄청나게 꼬여버렸다.

나와 시스는 하염없이 차원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모든 사건의 원흉인 진자를 잡아야 하는 판국에 경찰과 검찰에게 쫓기는 신세라니. 어쩌다가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렇게 된 거, 그냥 또 한 번 과거로 돌아가?”


이미 경찰과 검찰에 찍혀 움직임이 제한된 마당에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냥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힘을 남발하면 남발할수록 다음 개화가 빨리 찾아옵니다. 명심하세요.”


시스가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염려와 우려. 개화 상태가 진행되는 것이 그렇게 안 좋은 일인 걸까. 이번엔 이쪽으로 내 관심이 쏠렸다.


“개화가 진행되면 안 좋은 거야?”

“안 좋은 건 아닙니다. 그저 남아있는 당신의 인격이 줄어들 분.”

“내 인격이 줄어든다고?”


인격이 줄어든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봤지만, 도무지 어떤 상태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신이 되는 과정에 인간의 인격은 중요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점점 사라지는 거예요.”

“개화가 신이 되는 과정이었어?”

“몰랐어요? 능력을 마구잡이로 만들어내는데, 그런 존재가 그냥 생물이란 생각을 했던 거예요?”


그녀의 눈빛이 완전히 변했다. 나를 향했던 그 따스하고 걱정 가득했던 눈빛에는 경멸과 멸시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그렇게 보냐...”

“이 정도로 모자랍니다. 생각을 조금만 하면 알 수 있는 건데.”

“그 조금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고.”


난 소심하게나마 반박해 보았다. 사실,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들이었으니까. 그때도 지금도 제일 중요한 건 바로 네오 무협랜드의 사람들의 안전. 그녀에게 궁시렁거리는 이 순간에도, 내 머릿속은 온통 그들 걱정뿐이었다.


“지금이라도 잘 알아두세요.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을 위한 일이니까.”


평소와 다르게, 그녀는 쉽게 물러섰다. 어찌 된 일인 걸까. 내 성격을 기초로 만들어진 그녀가 이렇게 간단하게 물러선다고? 내가 그녀에게 일주일 뒤에 닥쳐올 재앙에 대해 알려 주었던가. 내 머릿속엔 그런 기억이 전혀 없는데.


“시스 좀 이상한데.”

“이상할 게 뭐 있나요. 당연한 건데.”

“뭐가 당연해?”


난 차원문을 넘어가려는 그녀를 막아섰다.


“미래든, 과거든, 난 분명히 당신을 막았을 거예요. 그럼에도 개화가 진행되었다는 건, 그만큼 긴급한 상황이었다는 거겠죠. 내가 동의할 만큼. 이것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내용이었지. 미안, 내가 지금 그쪽으로 굴릴 머리가 없어.”


그래,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도 없다. 쫓기고 있는 건 둘째치고, 앞으로의 재앙을 막을 실마리도 전혀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었으니까.


“일단, 여기에 숨자.”


경찰들의 눈을 피해 계속해서 돌아다닐 수는 없는 법. 그렇다고 해서 아무 집이나 막 들어가 숨을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곳은 바로 술집 「중성시대」. 그나마 내가 신세를 질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난 「중성시대」의 창고로 향하는 차원문을 빠르게 열었다. 그들의 반응 따위는 내 안중에 없었다. 뭐라고 지껄인다면, 황금 몇 개를 만들어 던져주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렇게 창고에 도착한 나와 시스. 그런데, 술집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장사를 하던 안 하던, 언제나 뉴스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중성시대」.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뉴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게 어찌 된 일인 걸까.


“끔찍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끔찍한 기운이라고? 설마?!

난 빠르게 창고 문을 열고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그작 아그작...]

[쩝쩝쩝쩝쩝...]


불길한 느낌은 왜 한 번도 빗겨나가질 않는 걸까. 술집 안에는 살아있는 사람이 없었다. 죽은 자와 죽어서 시체를 탐닉하는 자들만 있을 뿐이지.

술집 안의 상황은 정말 참담했다. 사방팔방에 널려있는 반으로 잘린 시체들. 잘리긴 했지만 시체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활발했다. 죽어있는 몸뚱이는 단 두 구뿐이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헤쳐진 두 사람뿐.


“전부 태워버릴까요?”


날 대신해 시스가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건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끝매듭을 제대로 짓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니 내가 끝을 내야겠지.


“아니, 내가 정리할게.”


난 시체들 한가운데에 작은 점을 만들었다. 네오 무협랜드보다 비해 크기는 보잘것없이 작지만, 질량은 수백 배인 작은 점. 모든 것을 빨아들일 작은 공간, 바로 블랙홀이었다.

순식간에 술집의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갔다. 황금도, 시체들도, 그리고 유연과 충식의 시신도.

난 그렇게 두 사람을 떠나보냈다. 순간, 과거로 돌아가 그들을 구할 생각도 품었지만, 시스의 말에 마음을 접었다.


“당신이라고 해서 모두를 구할 수는 없어요. 당신은 창조주가 아니니까.”


그래, 난 창조주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를 구하지 못하라는 법도 없다. 물론, 모두를 구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지만.


“...차라리 18년 전으로 돌아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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