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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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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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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61,634

작성
24.03.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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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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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87. 개화

DUMMY

가슴속 짙고 검은 허무함이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지키려는 그들의 마음을 외면하고 싶지 않다고. 설령 이 몸뚱이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고 하더라도.

난 천천히 그들 사이로 걸어갔다. 아마도 은아가 본 장면이 이 상황이었을 것이다. 내면의 목소리를 외면해 고통을 받고 있던 이 장면. 이제 고통을 끝낼 시간이다. 결단을 내릴 시간이다.


“능력을 『창조』하겠어.”

【『창조』의 1차 개화를 진행합니다. 동의하겠습니까?】


1차 개화라는 말이 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내 마음이 변하는 일은 없었다.


“부탁해.”

【그럼, 『창조』의 1차 개화를 진행합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이 뭔가 굉장한 능력을 얻거나 힘을 얻을 때, 멋진 BGM과 훌륭한 효과가 동반되지만, 난 이상하리만큼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힘이 증가되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설마 이딴 게 개화라는 건가?


“끝났어?”

【끝났습니다.】

“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그게 정상입니다. 『창조』는 이미 당신의 몸속에 있는 능력이니까요. 개화를 한다고 해서 다른 힘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막아 놓았던 권한을 풀어주는 것이지.】


막아 놓았던 권한이라. 그렇다면, 개화의 마지막은 세계를 만드는 능력일까. 내가 무턱대고 사용했던 그 힘 말이다.


“『창조』의 마지막 개화는 무슨 제약을 푸는 거야?”

【그건 저도 모릅니다. 제가 아는 건 개화의 종류가 여러 가지라는 것뿐입니다.】


개화의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다라. 뭐 지금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의 나에겐 그다지 중요한 사안은 아니니까.


“그럼, 능력을 만들어 볼까.”

【무슨 능력을 만들 건가요?】


그녀의 질문에, 난 당연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 사람들을 살릴 능력.”


모두를 구하기 위해, 정말 들어오고 싶지 않았던 영역에 발을 들여놨다. 그랬으니 당연히 그들 먼저 구하는 게 정답이 아닐까?


【『소생』으로도 되살릴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되살아나는 걸 가로막는 힘이 있습니다.】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날 걱정하는 듯한 감정이 느껴졌다. 하긴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녀가 날 염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상관없어. 그 정도는 문제 축에도 들지 않아.”


난 자신 있었다. 이미 시뮬레이션 세계를 만들어 수십억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본 나였기 때문에.


【무슨 능력을 만드실 건가요?】

“공간 제어와 시간 역행.”

【공간 제어와 시간 역행이요? 그게 사람들을 살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그녀는 날 걱정할 줄만 알지, 내가 뭘 생각하고 어떤 부분을 노리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되살릴 수 없다면, 살아있을 때로 돌려버리면 그만인 거야.”

【시간을 되돌린다고요? 지금의 당신에게는 그럴만한 힘이 없어요. 창조주께서도 시간을 돌리는데 엄청난 양의 힘을 쏟아부으신다고요.】

“그건 전 우주의 시간을 돌리니까 그런 거고. 내가 하려는 것과 조금은 달라.”


그녀의 염려와 다르게, 난 확실한 방법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우선 네오 무협랜드를 우주로부터 잘라 내. 예전에 갓패치가 원더랜드의 한 부분을 잘라냈던 것처럼.”


자신이 만든 피조물을 가두기 위해, 모래시계와 함께 공간을 잘라냈었던 갓패치. 난 그의 능력을 살짝 카피했다.


“그리고 잘라 놓은 이 땅에 시간 역행을 거는 거야. 창조주님처럼 20년이란 긴 시간이 아닌, 짧은 시간을. 한 일주일이면 적당하겠네.”


그리고 난 후, 이번엔 창조주의 능력을 따라 할 생각이었다. 모든 이들의 시간을 돌린다. 심지어 살아있지 않은 건물이나 물건의 시간까지.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모르지. 해보지 않으면.”


난 손을 뻗으며, 내가 생각해 낸 능력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언제나 생각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랬기에 당연히 불안감도 머릿속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잖아.


【조금 전과는 완전 다르네요.】

“계절이 바뀌듯 사람도 바뀌고 변하는 법이니까.”


난 조금 더 능력 만들기에 집중했다. 그러자,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한 눈앞의 광경들. 작고 검은 점이 생기더니, 그 점은 점차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지금 만들고 있는 건, 공간 제어 능력이 아닌, 블랙홀입니다!】

“나도 알아! 처음 하는 거잖아!”


나는 이 작고 강력한 중성자별이 주변을 전부 빨아들이기 전에, 빠르게 다른 능력을 창조했다. 블랙홀을 에워싼 얇고 단단한 막. 오로지 머릿속엔 그 생각만을 떠올렸다.

그러자, 점차 빨아들이는 힘이 약해지는 블랙홀. 어느새 블랙홀 주변에는 투명한 비눗방울 같은 막이 하나 둘러쳐 있었다. 성공이다. 새로운 능력을 하나 만들어 냈다.


【공간 제어 능력 「공간 차단」이 생성되었습니다.】

“그럼 이번엔 시간 역행을 만들어 볼까!”


자신감이 붙은 나는, 머릿속에 작은 그림을 그려보았다. 커다란 나무가 자그마한 새싹으로 돌아가는 그림. 그러자, 이 생각이 떠오르기 무섭게 내 주변으로 황금빛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금빛 기운은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내 손바닥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손바닥 안에서 무언가가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강렬하고도 부드러운 무언가가.


【시간 제어 능력 「시간 역행」이 생성되었습니다.】


머릿속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 자신이 뿌듯하게 느껴졌다. 요즘, 아니, 이세계로 떨어지고 나서부터 좀처럼 성공이라는 걸 해보지 못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럼, 되돌리자. 일주일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게 되면,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나도 알아. 이미 시뮬레이션에서 수 차례 경험했으니까.”


그녀가 걱정하는 일들은 이미 경험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내가 항상 버릇처럼 입에 담는 말이 있잖아. 「세상일은 절대 내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것이 그때 내가 배운 진리다.


“그럼 시작한다.”


그럼에도 난 움직여야만 했다. 아니,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움직임이 멈추는 그 순간, 단순한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끝나버리니까.

난 정신을 집중했다. 완벽하게 내 작전이 성공할 거란 생각 따윈 하지 않는다. 실패는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난 멈추지 않았다.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것보다는, 실패가 낫기에.

머리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인간성』이 작동한 상태라면, 난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을 거라고. 『인간성』을 때때로 꺼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내 손바닥 안에 있던 금색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세상 만물을 뒤덮은 금색의 기운. 난 그 기운 안에서 각오를 다졌다. 적어도 네오 무협랜드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슬픔을 겪지 않게 하겠다고.




“24시간 돌리고는 있지만, 워낙 추출량이 적어서 목표치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열흘이 소모될 예정입니다.”

“잠깐만 지금 뭐라고...”


현과장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중경의 건물 위를 활보했던 현과장. 그런데 지금 그가 여기 있다. 다른 곳도 아닌 공장의 제어실에.


“그건 일주일 전에 연구소장께서 말한 거 아닌가요?”

“일주일 전...이요? 일주일 전에는 아직 이슈 백금이 어떤 종류의 금속인지도 몰랐을 때입니다, 각하.”


연구소장의 얼굴에 먹구름이 퍼지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동공. 아마도 현과장이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자신을 내치려는 것으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아니요, 분명히...”


현과장은 빠르게 제어실 창문으로 다가가 풍경을 관찰했다. 일주일 전처럼 공장 안에서는 일꾼들과 연구원들이 쉬지 않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일주일 전과 다를 것이 전혀 없는 풍경. 달라진 것은 오직 하나, 바로 현과장 자신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믿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일주일 전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니. 이런 경험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원더랜드 시절, 데빌 위딘 안에서 시간이 느리게 간 경험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뒤로 되감긴 기억은 없다. 이건 그때와 다를 것이 없었다. 18년 전, 창조주가 20년이란 시간을 통째로 날려버린 그때와.


“제가 요즘 과로를 한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연구소장님.”

“아닙니다.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각하.”


연구소장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연구소장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 그는, 곧바로 제어실을 뛰쳐나왔다. 자신이 경험한 것이 환영이 아니라면, 18년 전 그때와 같은 상황이라면, 네오 무협랜드에 닥쳐올 위험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힘이 아닌, 진짜 현과장의 힘을 빌려서.

마음을 단단히 먹은 현과장은 곧바로 중경으로 향했다.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그럼 여길 벗어나도 될까요? 육체가 있는 것도 좋긴 한데, 뭔가 불편해서.”


그녀의 목소리에서 기시감이 느껴졌다. 이런 대화를 한 번 했던 적이 있었던 거 같은데.


“우리 이 대화... 잠깐만, 여기... 왜 호텔 안이야?”


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능력을 사용한 것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간 전체를 되돌리는 것이 아닌, 개개인의 시간만을 되돌리려고 한 것이었을 뿐인데. 왜 난 지금 호텔 안에 있는 거야.


“왜라뇨? 조금 전에 호텔로 왔잖아요. 일을 마치고.”

“일?”


일이라고? 잠깐만. 내가 무슨 일을 했었더라? 설마, 이슈 백금에 관한 일이었던가?


“이슈 백금과 관련된 일을 한 거... 맞지?”

“기억도 돌아왔고요.”


그래. 이때 내 모든 기억이 돌아왔었다. 물론 지금은 그 기억 뿐만 아니라, 미래의 기억까지 가지고 있지만.


“시스, 넌 기억 못 하는 거야?”

“뭘 기억 못 한다는 건가요?”


그녀는 의아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반응으로 볼 때, 기억을 가지고 일주일 전으로 돌아온 건 나뿐인 듯했다. 그렇다면, 굳이 시스에게 내가 개화 1단계를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를 전할 필요가 있을까. 일단 비밀로 해두자. 혹시 개화 1단계를 뒤로 돌릴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


“그러고 보니, 지금 당신의 몸 상태가 조금 이상한 거 같긴 한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나 지금 가야 할 곳이 있으니까.”


난 빠르게 대화를 얼버무리고 차원문을 열었다. 바로 「중성시대」를 향한 차원문이었다.


“어디요?”

“뿌린 씨앗이 상할 위기에 놓였거든.”


지금쯤이면 충식이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있을 상황. 난 조금이라도 빠르게 날아가 그 상황을 막아야만 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저지하기 위해서.



작가의말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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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388. 일주일 전으로 24.03.03 1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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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382. 오리지널 24.02.26 1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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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378. 인간성 24.02.22 12 2 12쪽
377 377.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2.21 17 3 12쪽
376 376. 현과장의 꿍꿍이 24.02.20 1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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