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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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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789
추천수 :
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2.25 10:00
조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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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381. 돌아온 기억 - 2

DUMMY

“고기에서 추출된 이슈 백금은 어느 정도입니까?”


현과장이 눈앞의 거대 공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조용하면서도 웅장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공장. 수많은 인부가 쉴 새 없이 거대한 고깃덩어리를 나르고 있었다.


“24시간 돌리고는 있지만, 워낙 추출량이 적어서 목표치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열흘이 소모될 예정입니다.”

“열흘이라...”


연구소장의 대답이 끝나자, 현과장의 얼굴에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어느 정도 각오한 듯이 보였지만, 그래도 그에게 있어서 열흘은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물론 그가 이 순간을 위해 보낸 18년에 비해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단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많은 것을 감수했습니다. 열흘 정도는 기다려야죠.”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연구소장은 나직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를 묵묵히 바라보는 현과장. 그의 눈빛에는 신뢰와 기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추출 인력을 제외하고는 전부 우주 전함 건조 쪽에 붙어 주시기 바랍니다. 연구원들은 항성 간 이동 장치 개발과 영구 엔진 개발 쪽으로 돌려주시고요.”

“항성 간 이동 장치는 영부인께서 직접 참여하시고 계십니다만, 제가 관여해도 되겠습니까?”


영부인이란 말에, 현과장은 잠시 머뭇거렸다. 차원문을 다루는 그녀가 직접 항성 간 이동 장치에 손을 대고 있다는 건, 차원 간의 이동을 전제로 장치를 만들고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럼 영부인에게 맡깁시다. 우리들이 머리를 맞댄 것보다 집사람이 살짝 손댄 게 훨씬 나을 테니까.”

“그럼 전부 엔진 개발로 돌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연구소장은, 그대로 그의 주변을 떠났다. 연구소장이 자리를 뜨자, 제어실에 혼자 남게 된 현과장. 그는 공장 안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일꾼과 연구원들을 담담하게 바라보았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부지런히도 움직여 주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작은 죄책감 같은 것이 가슴속에서 꿈틀대었다. 그들은 지금 무슨 일에 동조하고 있는지 절대 모를 것이다. 지금 이 모든 것들이, 네오 무협랜드가 아닌, 원더랜드를 위한 일이라는 사실을.




기억이 전부 돌아왔다. 원더랜드에서 겪었던 일들뿐만 아니라, 내가 원더랜드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저질렀던 수많은 악행까지도.


“그럼 여길 벗어나도 될까요? 육체가 있는 것도 좋긴 한데, 뭔가 불편해서.”


그녀는 한시라도 가짜 육체에서 벗어나고 싶은 모양인지, 내 곁에 와서 칭얼대기 시작했다. 외모는 영락없이 30대 초반이지만, 하는 짓은 꼭 어린아이 같은 시스. 순간 이런 그녀에게 내 어머니 역할을 맡겼다는 사실이, 작은 회의감으로 변해 나에게 찾아왔다.


“우선 정말 원더랜드로 갈 수 있는지 확인부터 하고.”


난 정면에 차원문을 만들어 살며시 들여다 보았다.

낯익은 풍경들과 평화로운 분위기. 저 멀리서 누군가가 큰 목소리고 ‘~냥! ~냥!’ 하는 것이 들렸다. 그랬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건 틀림없이 원더랜드. 그것도 성벽마을이었다.

난 빠르게 호텔로 쪽으로 몸을 빼내서, 상황을 정리했다. 지금 당장 무협랜드를 떠나 원더랜드로 갈 수 있다. 단지 그뿐만 아니라, 아직 원더랜드에 붕괴의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확실히 원더랜드의 모든 것을 조사하고, 2년 뒤 찾아올 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 원더랜드가 아니야. 아직 기억이 다 돌아오지 않았나 봐.”


내 입에서는 거짓말이 튀어 나오고 말았다. 그토록 원했던 원더랜드를 지금 당장 갈 수 있었는데 말이다.


“원더랜드가 아니었다고요? 그럴 리 없는데. 잘못된 좌표로는 차원문이 열리지 않는다고요.”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야. 넌 가만히 있어.”


난 강압적인 태도를 보여, 그녀가 더는 입을 놀리는 것을 막았다.


“여기서 더 기억을 찾아야 해. 그렇게만 알고 있어.”

“...알겠어요. 뭔가 생각이 있는 거겠죠.”


다행히도 그녀는 그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고맙게도 말이다. 내가 기억을 찾았다고 해서 그냥 이곳을 떠날 수 없었다. 지금 이렇게 떠나버린다면, 현과장은 그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정복자」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상관없이 난 그의 앞길을 바르게 만들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난 다름 아닌 현과장을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에.


“그럼 이제 뭘 해야 할까요?”

“현과장을 막아야지. 내가 뿌려놓은 씨앗들을 이용해서.”

“씨앗이요?”


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뿌려놓은 씨앗, 바로 유연과 충식. 제발 이 두 사람이 내 예상대로 움직여 줬으면 좋겠는데...




“이번에 기가 막힌 상품이 있어요, 고객님. 정부에서 발행한 국채인데요.”


사람이 바글바글한 은행.

은행 창구에 앉아있던 유연은, 은행원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정부가 국체를 발행했다니. 현과장이 정권을 잡은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현 정부가 국채를요? 음식 장사로 돈을 쓸어모으는 정부가 왜?”

“국방 사업의 일환이라고 해요. 지금 정부가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거든요.”

“프로젝트요?”


들으면 들을수록 황당한 이야기. 유연이 조사한 것에 의하면, 현 정부는 국력 증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랬기에 무협랜드의 여러 문파에게 군대와 경찰의 주요 요직을 던져 주었다. 자신에게 언제 반기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들에게 말이다.


“앞뒤가 안 맞는데요. 정부가 왜요? 지금까지 국방 사업은 전혀 하지도 않았으면서.”

“에이, 너무 모르신다. 광선검과 레이저 총이 첫 번째 국방 사업이었잖아요.”

“광선검과 레이저 총이요?”


그녀에게 있어서 이 말은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충식의 말로는 현과장이 무협랜드를 제압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형 정부 2년 차에 비밀리에 계획한 사업이었는데요. 이게 대박이었답니다!”

“대박?”


그녀의 귀가 다시금 은행원의 목소리에 집중되었다.


“신식 군대 무기를 만들 때 딱 한 번 국채를 발행했거든요. 별로 안 팔렸어요. 그런데, 이게 웬걸. 금화 1개짜리 국채가, 만기 때 1000개가 된 거 있죠!”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1000배라니.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국채가 1000배 뻥튀기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당연하죠. 하지만 사실이에요. 은행가 사람들이나 증권가 사람들은 전부 다 알고 있어요.”

“그렇다는 건...”


설마하는 눈빛으로 은행원을 바라보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서 다 넣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강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모두가 그렇게 투자를 한다니, 그녀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투자를 해야지. 그런데,


“잠시만요.”


이상하게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무슨 일인 걸까.


“정부의 국방 사업이 뭔가요?”

“우주 전함입니다.”

“우주 전함이요?”


갑자기 뜬금없이 우주 전함이라고? 순간, 유연은 살짝 거리를 두며 은행원을 바라보았다.


“전함을 만들어서 뭘 어쩌려고?”

“그건 모르죠.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게 있지 않습니까. 정부의 국채를 사면, 정부가 몇 년 뒤에 1000배로 돌려준다는 사실.”


그의 말에 살짝 고개를 젓는 유연. 너무나도 달콤한 유혹이었지만, 먹어서는 안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이만 갈게요. 내일 돈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그러세요. 저희는 언제나 여기 이렇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대로 은행을 빠져나온 유연은, 곧장 충식에게 연락했다. 그녀가 알게 된 현과장의 전함 건조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받을 수 없어 소리우물로 연결됩니다.]


핸드폰 수화기에서 들려온 건, 전자 계집의 목소리. 그녀는 이 상황에 살짝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중요할 때에!”


하는 수 없이, 그녀는 유흥가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녀와 충식이 함께 동고동락한 했던 술집, 「중성시대」를 향해.




과연 그들이 내 예상대로 움직여 주고 있을까.

난 확인 차 그들이 운영하는 술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산하기 그지없는 「중성시대」의 앞 거리. 이 썰렁한 분위기가 사람의 발걸음이 완전히 끊어진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하긴, 황금을 그만큼 퍼줬는데 일을 하는 게 이상한 거겠지.

차원문을 열어 단번에 술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있을 그들의 사생활이 낸 눈가에 비치는 건 피하고 싶었기에, 난 일부러 걸어가는 것을 택했다.


[똑똑똑]


문을 두드려봤지만, 대답은 없었다. 문 안쪽에서 인기척이 확실히 느껴지는데, 도대체 왜 문을 열지 않는 것일까. 혹시 타인에게 금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일리가 있다. 견물생심이라고 했으니까. 자신의 물건이 아니더라도 눈앞에 쫙 깔린 황금을 보면 눈이 돌아가긴 하겠지.


[똑! 똑! 똑!]


더욱 힘차게 문을 두드렸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하는 수 없었다. 차원문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차원문을 열고 술집 안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 내 코로 비릿한 피비린내가 흘러들어왔다. 돼지나 소고기에서 맡을 수 있는 그런 피 냄새가 아니었다. 이건 분명 사람의 피였다.

난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삐까번쩍한 황금이 굴러다니고는 있었지만, 다친 사람이나 핏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창고. 이 피 냄새가 퍼져나온 곳은 창고 단 한 군데뿐이다.

확신이 든 나는, 그대로 창고로 달려갔다. 하지만 창고 안에 누군가 있는 것일까. 아무리 열려고 해도, 결코, 열리지 않는 창고 문.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또 차원문을 열면 되니까.

차원문을 열고 창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피범벅이 된 충식이 창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긴장한 듯 움츠린 모습으로 문을 막고 있던 복면의 괴한들. 그들이 충식을 이렇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아이고, 사람이 이렇게 때리면 안 되지. 이러다 죽으면 어떻게 할 거야. 목숨은 황금보다 비싸다고.”


난 바로 구급 장비를 만들어 충식의 상처를 덮었다. 많이 당황한 것일까. 그들은 내가 충식에게 응급조치를 진행해도,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래도 많이 때리진 않았네. 양심은 있나 봐. 아니면 들을 말이 있던가.”


응급 처치를 마친 난, 그대로 시선을 돌려 복면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누가 이런 일을 시켰는지 알아내긴 해야 하는데. 과연 이 사람들이 쉽게 입을 열까.


“누가 사주한 걸까? 무척 궁금한데.”


다정하게 물어보았지만, 그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무력을 행사하는 수밖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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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 394. 대면 24.03.09 1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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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385. 어둠의 전조 - 2 24.02.29 1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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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 383. 오리지널 - 2 24.02.27 12 2 12쪽
382 382. 오리지널 24.02.26 12 2 11쪽
» 381. 돌아온 기억 - 2 24.02.25 1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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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378. 인간성 24.02.22 12 2 12쪽
377 377.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2.21 16 3 12쪽
376 376. 현과장의 꿍꿍이 24.02.20 17 3 11쪽
375 375. 거짓말 24.02.20 1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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