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00
추천수 :
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2.20 10:00
조회
17
추천
3
글자
11쪽

376. 현과장의 꿍꿍이

DUMMY

“우와! 차원문도 쓸 줄 알아? 그거 우리 집안 비기인데!”


호텔 방으로 돌아오자, 은하가 신기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이것도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웅! 비밀!”

“그리고 이제 집에 돌아갈 시간이야.”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떨리는 것이 보였다. 갑작스러운 통보가 청천벽력으로 느껴진 걸까. 그녀는 입을 떡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사람이 괴한들이 쳐들어오는 곳에 은하를 계속 둘 수는 없는 거잖아.”

“나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그녀의 흔들리던 눈동자에서 커다란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이렇게 떨어지게 된 것이 무척 서운하다는 듯이.


“나 내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어!”


엉엉 눈물을 흘리던 은하는, 이내 자신의 가슴으로 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가슴으로부터 불쑥 튀어나오는 익숙한 모습의 중식도. 그 단검은 바로 신급 무기가 된 「은화」였다.


“그, 그걸 왜 은하가 가지고 있어?”

“태어날 때 쥐고 태어났데! 그러니까, 나 안 가도 되지? 그렇지?”


그녀가 겁 없이 집을 나온 이유가 있었다.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거다.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는 은화라는 믿는 구석이.


“그래도 안 돼. 이미 로비에 엄마 아빠 전부 와 있을걸.”

“그래도 안 갈 거야! 난 여기 있을 거야!”


은화는 거실 바닥에 벌러덩 누워 응석을 부리기 시작했다. 보통 저렇게 떼를 피우면 다 들어줬었겠지. 하지만 난 보통의 사람이 아니잖아.


“일어나.”

“싫어! 안 가!”

“이건 부탁이 아니야. 경고지. 지금 안 일어나면, 나와 시스는 여길 떠나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야.”

“아니야! 분명 꿈에서 봤다고! 오빠랑 나는 결혼...”

[딱!]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결혼식장으로 바뀌는 호텔 스위트룸. 바뀐 주변을 보더니, 은하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져 버렸다.


“여, 여기인데...”


그녀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자신의 본분을 잊고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 가자.”


이 상황을 놓칠 내가 아니다. 난 그녀의 넋이 나간 틈을 타, 그녀의 손을 잡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대로 내 손을 잡고 순순히 밖으로 걸어가는 은하. 그렇게 은하의 가출 소동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은하를 로비에 있던 정부 관계자들에게 인계해준 난, 그대로 방으로 돌아와 뒷수습을 시작했다. 결혼식장으로 만든 방을 수습하는 게 아니라, 현과장이 세운 이 ‘네오 원더랜드’의 뒷수습 말이다.


“시스, 내 복제품이 큰일을 저질렀던 거 같은데.”

“나라를 찬탈한 일 말입니까? 그건 이미 아는 사실 아닌가요?”


단지 나라를 꿀꺽한 게 큰일이라면 난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그 안에는 더 큰 내막이 담겨있었다.


“예전에 은하 외할아버지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 움직이는 건물들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물체들. 처음엔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그게 무슨 말인가요?”


은하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외할아버지, 증 승상도 예지몽을 꾼 것이다. 그것도 18년 후의 세계를.


“이 모든 게 현과장이 일부러 벌인 짓이야.”


난 그의 속내를 알 수 있었다. 비록 지금 우리의 모습은 다르지만, 그는 내가 나를 기초로 만든 복제 현과장이니까.


“진돈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어. 내가 없던 18년 동안 변해온 것, 현과장의 정책, 행보. 그리고 이것저것.”

“현과장이 뭘 원하는데요?”

“제 2의 강원랜드.”


내 말에 시스는 무척 놀란 눈치였다. 그러더니,


“카지노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요?”


이어서 그녀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내뱉고 말았다. 아니, 강원랜드 몰라? 강원랜드?


“시스! 강원랜드 몰라? 강한 원더랜드! 원더랜드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만든 과학의 나라, 강원랜드!”

“변방의 작은 별 이야기까지는 모릅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한민국에 있는 카지노 이름은 알면서, 그보다 훨씬 큰 나라의 이름은 모른다니. 이거 너무 자기 멋대로 인 거 아니야?


“그런데 그게 뭐 어쨌는데요.”

“어쨌기는! 현과장이 지금 우주를 정복해 원더랜드를 지키려고 한다는 거지!”


그녀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든 나는, 그냥 결론만 툭 던졌다. 그녀에게 현과자이 떠안은 고민, 그리고 나에 대한 미안함, 원더랜드를 향한 그리움 이런 것들을 구구절절 이야기해봤자,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것이 뻔했다. 그녀는 내 성격을 기초로 만들어진 A.I. 특히 나의 안 좋은 습관이나 버릇을 고대로 가지고 있다. 물론, 좋은 면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럼 현과장에게 자본을 대준다면, 원더랜드를 지킬 수 있겠군요.”


머리가 아파온다. 당연히 예전의 나라면 그녀처럼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상황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주변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짓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


“그건 현과장이 할 부분이 아니야. 내가 이뤄야 할 몫이지.”

“쉬운 길을 놔두고 돌아갈 거란 말인가요?”


쉬운 길이라. 그래 그녀의 말대로 현과장이 선택한 길이 쉬운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 미래를 놓고 봤을 때, 현과장이 택한 그 길은 절대로 쉬운 길이 아니다. 오히려 모두를 궁지로 몰아넣는 파멸의 길이지.


“시스는 다음 회담에서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현과장에게 자본을 대주지 않겠다면서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요?”


그녀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날 바라보았다.

그녀가 그런 표정을 짓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나 역시 이런 선택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니까.


“여기서 한 번만 더 제안을 거절하게 된다면, 우린 이 별에서 쫓겨나게 될 거야.”

“그럼 그들의 제안을 어느 정도 수렴해야 할까요?”


난 곰곰이 생각했다. 어느 선에 맞춰야만 그들과의 관계를 유지한 채, 그들의 작전을 방해할 수 있을까.


“차... 우리가 타고 온 그 차. 그걸 먼저 선물로 줘.”

“꽤 많은 양의 황금과 백금이 들어있는데 괜찮을까요?”


난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전혀 예상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내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역시, 이 세상에는 내 생각대로 되는 일이 하나 없다. 참으로 지랄맞게 말이다.




늦은 저녁. 어두운 골목 그리고 익숙한 거리.

난 지금 처음 몸을 숨겼던 그 거리로 와 있다. 네온사인이 번쩍번쩍이는 유흥가 말이다.

모자와 후드로 얼굴을 꽁꽁 싸맨 난, 그대로 그 술집을 향해 걸어갔다. 게이바 「중성시대」. 처음 충식을 보았을 때는 그가 그냥 술집을 운영하는 줄 알았지만, 황녀와 함께 국가찬탈의 야망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술집을 바라보니 뭔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나라를 구하려는 레지스탕스들의 본거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난, 그들에게 용건이 있었기에, 술집으로 향했다.

술집 문은 단단히 잠겨있었다. 마치 폐업한 것처럼. 그렇다고 해서 그냥 돌아갈 내가 아니다. 난 물리력을 동원해 잠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뭐, 뭐야?!”


날 보더니 무척이나 놀란 표정을 짓는 충식. 유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네가...”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지 마. 나도 내가 왜 여기에 와야만 했는지 의구심이 드니까.”


그랬다. 그들에게 볼일이 있기는 했지만, 난 아직도 망설이고 있었다. 과연 이 방법이 최선의 방법일까. 모두를 다치지 않게 하는 방법일까. 지금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일대종사? 뭐 그런 집단이 두 사람을 좋게 보고 있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


내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유연과 충식. 다행이었다. 그 사실을 설명할 필요는 없게 된 것이니까.


“가짜 황녀를 준비한 사실도 알고 있어?”

“가짜 황녀?!”


충식의 입에서 분노 가득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마 이 사실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곧 버림받을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거야?”

“우리도 우리 나름의 계획이 있었어.”

“계획? 무슨 계획?”


유연은 내 질문에, 사진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내밀었다. 사진에 찍힌 것은 호텔에서 뛰어내리는 검은 옷의 괴한. 바로 유연 그녀였다.


“이걸로 뭘 어쩌려고?”

“일대종사와 거래를 할 생각이었어. 우리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거래.”


그녀의 말에, 곁에서 듣고 있던 충식이 소스라치게 놀라 그녀의 곁으로 달려왔다.

“화, 황녀님!”

“어쩔 수 없어요, 병필태감. 내 입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다 알아낼 테니까.”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경계심이 아닌 두려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듯 살짝 떨리기까지 하는 그녀의 어깨. 그녀의 입술이 빠짝 마른 것이 시야에 잡혔다.


“내가 온 이유는,”

“황녀님은 유일한 황손이시다! 그러니 황녀님은 보내 주고 나와 이야기를 끝내자!”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충식이 내 앞으로 당당하게 튀어 나왔다. 슬슬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

“아니! 내가 없어지면 끝나는 일. 나를 죽이고 태감은 보내줘. 부탁이야.”


충식을 밀치고 내 앞으로 나선 유연. 지금 개그 프로그램 녹화하는 거야? 둘의 어이없는 짓거리에 슬슬 내 인내심에 금이 가려고 했다.


“둘 다 입 다물고 저리 가 앉아. 관짝에 들어가고 싶지 않으면.”


내 눈빛을 읽은 것일까. 아니면, 눈치가 생긴 것일까. 그들은 그대로 뛰어가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았다.


“잘 들어. 내가 온 이유는,”

“우리를 잡으러 온 거 아니야?!”


드디어 끊어져 버리고 만 내 굵고 굵은 인내심. 난 그대로 달려가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딱!]

“으악!!!”


그녀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고통에 그만 술집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고 말았다.

그러니까 왜 사람 말을 자꾸 끊어. 끊기를. 아니, 이야기를 끝까지 못 듣는 병이라도 걸린 거야? 왜 이렇게 말을 잘라, 말을!


“왜? 당신도 한 대 맞고 싶어?”


난 충식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 모습에 완전히 겁을 집어먹은 충식.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이내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았다.


“마, 말씀하시죠.”

“고맙습니다. 역시 나이가 있으신 분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니까.”


그에게 짤막하게 인사를 건넨 나는, 이제야 내가 하려고 했던 말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온 이유는 단 하나.”

“아오! 아파! 아파!”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내 관심을 받고 싶어 이러는 것일까.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바닥에서 일어나, 날 노려보았다. 이대로 그녀에게 관심을 주면 한도 끝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나는, 그냥 그녀를 무시한 채, 내가 온 이유를 그들에게 털어놓았다.


“나라를 되찾는 걸 도와주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이 났습니다 +4 24.03.15 71 0 -
공지 연참대전 관련 공지(슈퍼하드 도전) +4 23.11.26 183 0 -
공지 제목이 바뀌었습니다!(구: 현과장 인 원더랜드) 23.10.04 78 0 -
공지 안녕하세요. 천세은입니다. +12 23.09.18 552 0 -
400 400. 마지막 24.03.15 41 2 13쪽
399 399. 마지막을 향한 준비 - 4 24.03.14 13 2 12쪽
398 398. 마지막을 향한 준비 - 3 24.03.13 14 2 11쪽
397 397. 마지막을 향한 준비 - 2 24.03.12 15 2 11쪽
396 396. 마지막을 향한 준비 24.03.11 12 2 12쪽
395 395. 대면 - 2 24.03.10 12 2 12쪽
394 394. 대면 24.03.09 16 2 11쪽
393 393. 신 24.03.08 12 2 12쪽
392 392. 추방자 24.03.07 9 2 12쪽
391 391. 꼬여버린 상황 - 2 24.03.06 11 2 11쪽
390 340. 꼬여버린 상황 24.03.05 13 2 11쪽
389 389. 일주일 전으로 - 2 24.03.04 9 2 12쪽
388 388. 일주일 전으로 24.03.03 12 2 12쪽
387 387. 개화 24.03.02 11 2 11쪽
386 386. 결단 24.03.01 17 2 11쪽
385 385. 어둠의 전조 - 2 24.02.29 15 2 11쪽
384 384. 어둠의 전조 24.02.28 14 2 11쪽
383 383. 오리지널 - 2 24.02.27 12 2 12쪽
382 382. 오리지널 24.02.26 12 2 11쪽
381 381. 돌아온 기억 - 2 24.02.25 15 2 11쪽
380 380. 돌아온 기억 24.02.24 10 2 11쪽
379 379. 인간성 - 2 24.02.23 12 2 11쪽
378 378. 인간성 24.02.22 12 2 12쪽
377 377.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2.21 17 3 12쪽
» 376. 현과장의 꿍꿍이 24.02.20 18 3 11쪽
375 375. 거짓말 24.02.20 15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