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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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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03
추천수 :
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3.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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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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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99. 마지막을 향한 준비 - 4

DUMMY

“지금 뭐라고 했나요? 전함이? 움직여요? 엔진도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았는데?”


전화를 받은 현과장은 어이가 없었다. 아직 엔진은커녕, 엔진을 구성하는 중요 자원, 이슈 백금도 적당량을 추출하지 못했는데 전함이 움직인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당신의 오리지널이 한 짓 같군요.”

“현과장이요?”

“현과장은 당신이고요. 당신의 오리지널.”


현과장의 말에 시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 역시 현과장이 아니었던가. 그의 머릿속에 살짝 혼란이 발생하였다.


“아무튼! 호텔에서 이럴 때가 아닙니다! 빨리 연구소로 가지 않으면!”

“간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을 거예요. 이미 움직이고 있으니까.”


시스는 현과장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 오리지널과 이어져 있던 그녀는 이미 무슨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부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연구소에서 건조 중인 전함으로 발길을 향한 이유도.


“전함이 없으면 그만큼 원더랜드로 가는 시간이 늦어집니다! 이제 겨우 2년 남았다고요! 2년 후면 원더랜드가 사라진단 말입니다!”

“지금 움직이면 여기 무협랜드가 사라집니다. 당신과 당신 가족의 터전인 이곳이 사라진다고요.”


감정적인 그의 목소리에, 차분하고 이성적인 음성으로 답한 시스. 그는 매우 차가운 시선으로 현과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현과장은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이래도 저래도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 그는 이런 선택에 참 약했다. 모두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현실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무슨 선택을 해야 할 걸까.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세계를 지키세요. 나가서 중경을 지키라고요.”


시스는 현과장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돌려 그의 두 딸을 바라보았다. 호텔 스위트룸이 마치 제 집인 것 마냥 편하게 누워있는 두 아이. 그녀는 이내 은하와 은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여긴 당신들의 땅입니다. 그러니 땅 주인이 솔선수범을 보여야겠지요?”

“솔선수범? 언니 솔선수범이 뭐야?”

“먼저 나서라는 말이야. 은하야, 이제 일어나. 움직일 시간이야.”


자리에서 일어선 은아가, 은하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의 손을 뿌리치더니 씩씩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는 은하. 은하의 얼굴에 당당함이 깃들어 있었다.


“나 그렇게 어리지 않아! 나 혼자 일어날 수 있어!”

“그럼 빨리 나가자. 네가 꿈에서 봤던 그 막장이 일어나기 전에.”

“이제 그 꿈은 안 꾼다니까. 몇 번을 얘기해.”

“아아, 그러세요? 그러시구나.”

“언니! 내 말 안 듣지? 언닌 내가 싫지, 그치?”

“또 헛소리. 가자!”


만담을 주고받으며 호텔 밖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가는 두 자매. 현과장은 그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뿐이었다.


“현과장은 당신의 딸들이 저렇게 발 벗고 나서는 데 뭘 하는 건가요?”

“그, 그게...”


현과장은 아직 망설이는 듯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지금도 원더랜드를 향한 그리움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18년 동안 곪아온 그리움은 쉽게 가라앉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원더랜드, 원더랜드를 구해야...”

“정신 차리세요. 원더랜드를 구하는 건 당신의 몫이 아닙니다. 오리지널의 몫이지.”


시스는 현과장을 살짝 밀었다. 그러자, 마치 솜털처럼 밖으로 날아가 버린 현과장. 그는 반격은커녕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렇게 창문을 뚫고 밖으로 떨어져 버렸다.




“엔진도 만들었으니, 이제 날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겠지.”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이 더럽고 냄새나는 추방자를 이곳에 묶어두기만 하면 된다. 다시는 현과장이 사는 무협랜드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네놈이 무슨 짓을 해도 날 막을 수는 없다! 창조주도 어쩔 수 없었다!”

“창조주가 어쩔 수 없었던 건, 네놈들도 자식들이기 때문인 거야. 그러니까 죽이지 않은 거라고.”


창조주의 편을 들어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아무런 생각이 없는 문어 놈에게 진실 정도는 말해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헛소리 집어 쳐라! 우린 창조주보다 위대한 존재다!”


이 녀석, 정신을 차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친놈에게는 매가 약이라 했는데. 때려도 아무런 타격이 없는 놈에게는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뻘짓만 하지 않았어도 그냥 참교육을 해주는 건데. 아쉽다! 아쉬워!”


진심이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왔다. 바보같이 무턱대고 일을 저지른 나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강제 페널티라니! 강제 너프라니!


“내가 지금은 보내주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국물도 없다. 알겠냐?”


난 손가락을 튕겨, 엔진을 가동시켰다. 나와 추방자를 이 세계 밖으로 데리고 가줄 이 거대 전함의 엔진을.


“아무리 발버둥 쳐도 넌 날 이길 수 없다!”

“발버둥 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너. 꼭 싸움 못 하는 놈들이 입으로 싸우려고 한다니까.”


내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전혀 눈치도 못 챈 추방자 녀석. 허세만 있지, 머리도 나쁘고 눈치도 없다. 아니, 내가 이런 곳으로 끌고 왔으면 좀 눈치를 채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다시 한번 이 세계로부터 추방하려 한다는 사실을.


[우주 전함 앨리스. 발사 시퀀스에 돌입합니다.]

“우주로 나갈 생각인 거냐?! 우습군! 우주로 간다고 해서 내 힘이 약해질 거라 생각하는 거냐! 멍청한 놈!”


여유 넘치는 목소리와는 다르게, 녀석의 촉수는 사방팔방으로 펄떡이고 있었다. 마치 이 장소를 벗어나려고 하는 듯이.


“설마 쫄? 우주로 가는 게 무서운 거야?”

“무서울 리가! 난 신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존재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다르게, 그 녀석은 계속 발버둥 쳤다. 확실했다. 이 녀석 이 땅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앨리스 발진합니다.]

“아, 안돼!!”


전함 앨리스가 날아오르자, 녀석의 반항은 더욱 심해졌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촉수. 당장이라도 함선을 부수어 밖으로 나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둘 순 없다. 녀석은 이 행성에 있어서 불청객 정도가 아닌, 그냥 쓰레기 그 자체이니까.

난 그 녀석 쪽으로 몸을 날려 팔딱거리는 촉수들을 낚아챘다. 이미 온몸에 묻은 녀석의 체액. 여기서 더 더러워진다고 별 차이는 없으니까.


“놔라! 당장 놔!”

“너 같으면 놓겠냐? 여긴 네 스위트 홈이 될 곳이라고. 그런 곳을 망치면 안 되지.”


무슨 일이 있어도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 전까지 함선을 지켜야만 했다. 이곳은 녀석의 감옥이 될 곳이니까.

내가 녀석의 움직임을 봉쇄하자, 그는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말라버린 진자의 몸에서 몇 개의 촉수가 더 뻗어 나와 사정없이 날 공격했다. 따갑지도 간지럽지도 않아야 할 그 움직임이 작은 고통으로 다가왔다. 큰 데미지는 아니었지만, 차츰차츰 쌓여만 갔다.

그래, 사실 고통은 얼마든지 이겨 낼 수 있었다. 문제는 촉수에서 뿜어나오는 악취. 숨을 참고 녀석을 제압해 보려고 했지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점차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만 같았다.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었다.


[전함 앨리스 정상 궤도 진입까지 1분 남았습니다.]


바로 그때, 내 정신을 깨원 준 건 바로 함선 시스템의 안내 방송. 1분만 참으면 된다. 단지 1분만!

난 다시 정신을 차리고 활어처럼 날뛰는 녀석의 촉수를 움켜 잡았다.


“으아아아아아아!!!”


녀석은 더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1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녀석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내 손에 붙잡힌 채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는.


[앨리스 정상 궤도에 진입했습니다. 시스템 체크. 자동 항법 시스템 올 그린. 이제부터 우주 항해를 시작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 스피커를 통해 함내에 울려 퍼졌다. 이제 정말 단 한 발자국만 남긴 상황이었다.


“이렇게 또다시 기회를 날릴 수 없다!!”

“그건 네 사정이고. 난 널 여기에 묶어야 하겠는데.”


난 녀석의 촉수를 놓고 나서 바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함선을 감싸는 투명하고 맑은 비눗방울. 바로 「공간 차단」의 비눗방울이었다.


“이제 우리도 그만 헤어지자. 넌 너무 냄새가 나.”


난 확실하게 우주의 모든 것으로부터 함선을 분리시켰다. 차츰차츰 비눗방울은 함선 안으로 스며들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함선 그 자체가 되어버리고 만 비눗방울. 이제 이 함선 ‘앨리스’는 우주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구역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었다.


“아, 안돼!!”


이제야 상황을 인지한 추방자 놈은, 더욱 발버둥 치며 사방으로 날뛰었다. 하지만 이미 「공간 차단」이 실행된 마당에 그의 반항은 너무나 무의미했다. 아무리 날뛴다고 해서 차단된 공간을 뚫고 나가는 건 불가능한 것이니까.


“그럼 혼자 잘 살아. 난 갈 테니까.”

“이렇게 나 혼자 여기에 남을 수는 없다!!”


녀석은 최후의 발악을 하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이곳을 빠져나가는 유일한 열쇠라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이제는 그 촉수를 만질 필요도, 맞을 필요도 없는 상황이기에 난 요리조리 피하며 시간을 벌었다. 이리저리 날뛰며 체력을 많이 소모했던 추방자. 난 그가 지치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 그렇게 날뛰다가 정말 혼난다.”


내 몸 상태도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얼마 안 남은 상황이었다. 몸 안에서 똬리를 틀고 있던 고통이 이제는 희미하게 느껴졌다. 관절의 움직임도 많이 나아졌다. 완벽하게 다 나았다고 말하긴 좀 모자랐지만, 그래도 평소의 80~90%는 돌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없다고!!”

“그건 네 사정이고! 난 이렇게 끝내야 한다니까.”


녀석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차분하게 반성을 하면 좋겠지만, 악당 놈들이 언제 개과천선했던 적이 있었던가. 녀석은 여전히 집요하게 날 공격해 왔다.


[철퍽! 철퍽! 철퍽!!]


추방자의 공격은 더욱 날카롭고 빠르게 날아 들어왔다. 바닥과 벽면 그리고 천장에 부딪힐 때마다 녀석의 그 더러운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만 좀 해라! 여기저기 다 튀잖아!”


내 말에 화가 난 것일까. 녀석은 더욱 빠르고 집요하게 날 공격했다.

하지만, 이런 공격도 1분을 넘기지는 못했다. 급격히 느려지는 녀석의 공격. 체력을 많이 소모한 듯, 녀석의 촉수들은 생기를 잃고 축 처진 상태로 땅바닥을 뒹굴었다.

놀아줄 만큼 놀아줬으니, 이제는 정말 작별해야 할 시간. 난 행여나 녀석이 내가 만들 차원문 안으로 달려들 것을 대비해, 먼저 작은 덫을 만들었다.


[위잉!]


바로 그의 눈앞에 작은 차원문을 만드는 것.


“멍청한 놈!!!”


녀석은 그 차원문이 어디로 통하는 지도 모르는 채, 그대로 차원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어차피 그 차원문이 연결된 곳은 함선의 내부인데 말이다.


난 그렇게, 녀석을 속인 채, 무협랜드 행 차원문을 열어 유유히 함선을 빠져나왔다. 닫히는 차원문 뒤에서 녀석의 외침이 들리는 듯했다. 분노와 광기가 듬뿍 담긴 녀석의 외침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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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 398. 마지막을 향한 준비 - 3 24.03.13 14 2 11쪽
397 397. 마지막을 향한 준비 - 2 24.03.12 15 2 11쪽
396 396. 마지막을 향한 준비 24.03.11 12 2 12쪽
395 395. 대면 - 2 24.03.10 12 2 12쪽
394 394. 대면 24.03.09 1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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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392. 추방자 24.03.07 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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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 389. 일주일 전으로 - 2 24.03.04 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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