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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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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13
추천수 :
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3.07 10:00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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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392. 추방자

DUMMY

이전 심문을 진행했던 군인들에 비해, 이 인간들은 무척이나 주둥이를 나불거렸다. 그것도 거짓말이 아닌, 전부 진실들로.


“사령의 책입니다! 사령의 책이라고요! 그 책으로 모든 걸 조종하고 있습니다!”

“사령의 책?”


관에 들어가기 싫은 모양인지, 괴한의 우두머리는 아는 사실을 전부 토해냈다.

그런데, 사령의 책이라고? 그건 무슨 책인 거지? 무슨 책이기에 창조주의 금기까지 깰 수 있는 걸까.


“추방된 존재들이 만든 쓸데없는 지식입니다. 열어볼 가치도 없는.”


책의 존재를 듣게 된 순간, 시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마치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을 듣게 된 것처럼.


“그럼 그 책만 없어지면 이 상황이 종결될 수 있다는 거네?”

“대상이 사령의 책이라면 조금 상황이 다릅니다. 책만 사라진다고 그 뒤에 있는 추방된 존재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그럼 책이 아니라 그 책을 만든 이들을 물리쳐야 한다는 건가. 뭔가 복잡해지는 느낌인데.


“전부 잡아서 족쳐야 합니다! 그런 쓰레기 보다 못한 더러운 존재들!”


시스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증오와 분노. 이대로 뒀다가는 뭔가 크게 잘못될 것만 예감이 들었다.


“이, 일단! 눈앞의 일에 집중! 책을 찾아서 불태우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난 그녀가 더 급발진하기 전에, 빠르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내가 시간을 돌린 건 이곳, 네오 무협랜드를 지키기 위함이지, 다른 존재를 박살 내기 위함은 아니었으니까.


“그, 그럼 저는 가도 되죠?”


날 바라보며 불쌍한 눈빛을 보내는 괴한. 살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목소리였지만, 또한 그 인성이 드러나는 음성이기도 했다. 관속에 들어가 강제로 생매장된 부하들을 내팽개친 채 자신만 살겠다는 저 치졸함. 이걸 어떻게 손봐줘야 잘 혼내줬다고 소문이 날까?

난 그렇게 가증스러운 미소를 짓는 그놈을 지긋이 노려보았다.

머릿속에서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 전까지.




“어제는 잘 났냐? 오늘은 꿈 타령 안 하네?”


머리를 긁적이며 은하의 방에 나타난 은아. 큰 관심이 없는 듯, 무심하게 말을 건네려 했던 그녀였지만, 불안한 표정만큼은 감추지 못했다.


“아니. 못 잤어.”


불안한 건 은하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그제까지만 해도 그녀의 남자, 리오가 폐허가 된 중경을 구하는 듯한 꿈을 꾸었던 그녀. 하지만 어제는 이상하게도 똑같은 꿈을 꾸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다. 마치 앞날이 짙은 암흑 속에 막혀 있는 것처럼.


“이상해. 갑자기 꿈이 안 보여. 분명 뭔가 큰일이 난 거라고.”


은하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단호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고 무턱대고 움직이면 안 되는 거잖아.”


은아의 목소리에 귀를 잘 기울이는 그녀였지만, 이번만큼은 그녀도 신중일 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꿈이 보여주는 미래가 아닌, 단지 감만으로 움직이는 건 대응할 수 없는 돌발상황이 연속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니까.


“그렇다고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우리가 나서야 해!”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그녀가 지난날 봤던 꿈의 내용들이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피폐해졌던 꿈속의 중경. 그대로 진행이 된다면, 살아남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현과장이나 여희에게 말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리 없었다. 그녀의 부모가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 이미 꿈으로 다 봤기 때문이었다. 은아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거대 우주 전함이 거의 다 건조된 것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자신의 나라보다 우주 전함에 더욱 목을 메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자! 가자!”


마음을 정한 은하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 시간에 어딜 간다는 거야?”

“어디긴 어디야! 구세주에게지!”


그녀는 자신의 침대에 앉으려는 은아를 재빨리 끌어당겼다. 은아의 얼굴에 불안감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늦은 시간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싶은 마음은 또한 없었다.


“이렇게 우리의 터전이 사라지는 걸 두고만 볼 수 없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꿈을 안 꿨으니...”

“그래도 모르는 일이잖아! 내 컨디션이 안 좋았을 수도 있다고! 빨리 일어나! 빨리!”


은하가 보채기 시작하자,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는 은아. 마음에 내키진 않았지만, 발걸음을 뗄 수밖에 없었다. 굳이 그녀가 움직일 이유는 없지만, 은하 혼자 이렇게 늦은 시간, 밖에 내보낼 수는 없는 일이니까.


“자자! 간다!”

“그러니까 어디로 가냐고!”

“당연하지! 오빠가 있는 호텔로!”


그렇게 호텔로 걸음을 옮기게 된 은하와 은아. 움직이는 것에 온도 차가 확연히 느껴지는 두 사람이었지만, 공통된 점도 있었다. 얼굴에 나타난 불안감. 그렇게 그녀들은 같은 감정을 가슴에 품은 채, 집을 나섰다.




“정말 저대로 두실 건가요?”

“응. 저거면 충분할 거 같아.”


시스는 땅 밑을 바라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그녀의 눈빛을 보아하니, 금기된 주술을 쓴 괴한들이 엄청나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노려보지 마. 어차피 살아서 못 나가니까.”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니잖아요. 저런 건 바로 가루로 만들어 버려야 하는데.”


금기를 어긴 자에 대한 분노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들은 더 큰 잘못을 저질렀다. 그것도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그렇게 쉽게 죽일 순 없지. 편안하게 죽일 생각은 없어.”


그냥 죽여버리기에는 그들이 저지른 죄가 너무나 무겁다. 사람을 죽인 것도 모자라, 그 시체를 이용해 다른 자들을 죽였다. 그리고 그 죄의 심각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죽음이라는 편안한 안식을 주라고?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편안하게 죽이지 않는다는 게 무슨 말이죠?”

“그냥 죽이지 않을 거야. 관 안에 갇혀, 죽어가는 것을 온 피부로 느끼도록 만들어야지.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끼면서 정신이 무너져 천천히 죽도록.”

“...생각보다 잔인하군요.”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약간의 실망감이 묻어있었지만, 표정만큼은 맑고 개운했다. 마치 내 행동에 동의한다는 듯이.


“여기 일을 마쳤으니, 이제 사령의 책인지 뭔지 하는 걸 찾아서 불태워 볼까?”

“누누이 말씀을 드렸지만, 사령의 책을 태우는 것으로 상황이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그 책이 여기에 있다는 건, 추방자들도 이곳에 있다는 이야기니까.”


추방자들이 여기에 있다라... 그럼 그들도 여기서 쫓아내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럼 그들까지 쫓아내면 되는 거겠네.”

“그, 그야 그렇긴 하지만...”


쫓아내는 것에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그녀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없었다.


“왜 그래?”

“쉽게 안 떨어져 나가는 존재들이니까요. 한번 자리를 잡으면 별이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고요.”


그녀는 추방자라는 자들에 대해 무척이나 많은 정보를 가진 듯했다. 분명 나에게는 없는 정보들. 내 인격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나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란 것일까. 하긴, 『창조주의 권능』 속 보조 프로그램도 나와는 완전 다른 존재였지. 비록 내 안에 있긴 했지만.


“걱정하지 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떨어져 나가게 만들 테니까.”


말을 마침과 동시에 난, 바로 차원문을 만들었다.

시간이 많이 늦긴 했지만, 마중을 나가야만 했다. 은아와 은하가 호텔에 와 있을 테니까.




내 예상대로 증씨 가문의 두 자매가 호텔 방에 앉아있었다. 그것도 완전히 망연자실한 상태로.


“내 말이 맞지?”

“정말 와 있네요.”


그녀들의 모습을 보자, 그제야 내 말을 믿는 시스.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시스와 다르게, 은아와 은하는 잔뜩 화가 난 눈빛을 보냈다.


“아니, 오빠! 어딜 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

“우리가 누구인 줄 알아? 이렇게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어쩌라는 건지!”


증씨 가문의 두 자매는 당장이라도 날 잡아먹을 것처럼 달려들었다.


“내가 그런 걸 말할 이유는 없잖아. 그리고 우리가 언제 약속을 잡았던가? 지금도 그리고 예전에도 그런 기억은 없는데.”


그녀들의 꼬장을 팩트로 응수하자,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꾹 닫아버리는 은하와 은아. 하여간 애들이란. 불리하면 꼭 입을 닫지.

이건 어른도 마찬가지인가?


“너희가 무슨 일 때문에 온 건지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오늘은 돌아가. 내가 너희를 데리고 있을 상황이 아니니까.”

“무슨 상황? 오빠? 무슨 상황인데?”


참 알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들이다. 굳이 말하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데. 그렇게 두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날 응시할 정도로 알고 싶은 걸까.


“너희가 알필요도 없고. 그리고 말하고 싶지 않아.”


이럴 땐 딱 잘라 말해야 한다. 다른 여지를 남기지 않게. 그런데, 순간 나를 바라보며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은아. 느낌이 좋지 않았다.


“오빤 항상 이런 식이야!”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이런 식이라니.


“이런 말 하면 저런 말 하고 저런 말 하면 이런 말 하고. 오빠는 매번 그런 식이라고!”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평소에 여희와 현과장이 이런 방식으로 부부싸움을 벌이는 것일까? 난 사실을 알기 위해 은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기, 너희 부모님이 평소에 이렇게 싸우니?”

“아니, 저건 쟤가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 대사인데.”


은아의 대답에, 난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대체 얘는 평소에 뭘 보고 있는 거야? 그리고 얘들 부모는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야! 너희 부모님은 뭐 하는 거야?! 정말 바쁜 건 이해를 하는 데 이건 아니지!”


정말 이가 갈릴 정도로 책임감 없는 부모 같으니라고. 제대로 된 케어를 못 받은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이거 안 되겠다, 내가 당분간 데리고 있어야지.


“시스! 잠깐 얘네들 좀 데리고 있어야 할 거 같아.”

“어디서요? 우린 지금 쫓기는 몸인데.”

“집 같은 건 그냥 만들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집이 문제가 아니라 우린 지금 쫓기는 몸이라고요!”


그녀가 두 눈에 불을 켜며 날 노려보았지만, 난 절대 마음을 돌릴 생각이 없었다. 이 아이들은 제대로 된 보호와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방목되어 길러졌음에도 삐뚤어지지 않은 것에 정말 감사했다.


“야. 지금 너희 엄마 아빠에게 전화해. 당분간 나와 있겠다고.”


내 말에 그저 서로의 눈치만 보며 망설이는 두 자매. 안 되겠다. 내가 전화를 해야지.


“번호.”


역시나 은아와 은하는 망설이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하, 이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지.

난 그녀들의 얼굴을 향해 「마인드 리더」 단말기를 들이밀었다. 그러자, 술술술 흘러나오는 현과장과 여희의 전화번호. 핸드폰 번호부터 집무실 번호, 심지어 직통 번호까지. 이렇게 많은 전화를 가진 것도 놀라웠지만, 이 아이들이 이 모든 걸 외우고 있는 게 더 놀라웠다.


“야... 이걸 다 외우고 있냐?”


탄식이 절로 나왔다.

번호도 얻었으니, 이제는 전화를 걸어 결판, 아니 통보를 날릴 차례. 난 핸드폰을 만들어 곧바로 현과장의 핸드폰을 입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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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385. 어둠의 전조 - 2 24.02.29 16 2 11쪽
384 384. 어둠의 전조 24.02.28 1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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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382. 오리지널 24.02.26 1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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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378. 인간성 24.02.22 13 2 12쪽
377 377.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2.21 17 3 12쪽
376 376. 현과장의 꿍꿍이 24.02.20 18 3 11쪽
375 375. 거짓말 24.02.20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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