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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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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799
추천수 :
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3.06 10:00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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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391. 꼬여버린 상황 - 2

DUMMY

이렇게 된 거 그냥 18년 전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정리하는 건 어떨까. 아니지, 그냥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야. 내가 원더랜드에 왔던 처음으로. 그럼 이런 고민도 할 필요가 없을 거 아니야.


“당신도 알잖아요.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세상은 움직여 주질 않는다는 것을.”


젠장, 그녀의 말대로다. 세상은 언제나 내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게다가 18년 전의 당신은 신의 육체도 손에 넣지 못한 상태잖아요. 그저 겨우 몸이나 지키는 『창조주의 권능』 정도만 가지고 있었지.”


『창조주의 권능』을 겨우 몸을 지키는 정도의 능력으로 치부하다니? 그렇다면 신의 육체는 얼마나 대단하다는 거야?


“일단은 이대로 진행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정보를 모은다고 생각하세요.”


그녀의 말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옳았다. 완벽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일단 이대로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 완벽한 결말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조금 전 죽은 사람들. 어떤 술법으로 만들어진 존재인지 알 수 있겠어?”

“보통의 술법으로 만들어진 존재는 아닙니다. 제 데이터베이스에 없다는 건, 그 존재들이 창조주께서 금지한 방법으로 만들어졌다는 소리입니다.”


평범한 술법은 아니라 예상은 했지만, 창조주가 금지한 방법이라니. 이상하리만큼 고약한 냄새가 풍겨오는 듯했다.


“금지된 술법을 사용하는 게 가능해?”

“말로만 금지했을 뿐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어린아이 역시 사용이 가능합니다.”


순간 기가 찼다. 아니, 금지라며. 그런데 왜 그런 술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거야? 금지할 거면 완전히 틀어막던가!


“금지할 거면 완전히 막을 것이지 왜 그런 걸 그냥 놔둔 거야?”

“우주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자유를 존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유라. 이 얼마나 무책임한 단어인가.


“그리니까, 쓰고 안 쓰고는 네 마음대로 해라? 뭐 그런 거야?”

“딱 그런 느낌이지요.”


창조주가 온 우주를 세세하게 돌봐줄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닐까?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한 거 같은데.”

“극약도 가끔은 필요한 법입니다. 당신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잖아요. 원더랜드의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알게 된 게 있을 거 같은데.”


그녀의 말대로였다. 나 역시 느낀 게 있기는 했다. 올바른 세계, 정의로운 세계라고 해서 악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범법자가 없는 세계로 세팅을 했더니, 거리에 아이스크림을 흘렸던 어린아이가 중형을 선고받았었다. 내가 섣불리 개입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된 상황이었다. 뭐, 곧바로 그 세계를 지워버리긴 했지만.


“창조주는 모든 상황이 가진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는 건가?”

“그런 거라고 해두죠.”


약간 얼버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중요한 건 창조주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상황이었으니까.


“그럼 하나 더 물을게. 금지된 술법이라는 게 많아?”

“세상에 존재하는 법칙과 술법 중 약 0.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0.1%라고 해도 수만 가지가 넘지만.”

“수만 가지라...”


알지도 못하는 수만 가지의 술법들을 하나하나 찾을 시간은 없었다. 지금 내가 해야만 할 일은 탐색과 정보수집. 조바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그녀가 나에게 궁금증을 갖다니. 이건 또 무슨 일이지?


“뭐, 뭐가 궁금한데?”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말았다. 언제나 새침 도도했던 그녀가 나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다니. 이것도 내가 과거로 돌아온 영향인 걸까.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 과거로 돌아온 거죠? 「세이브 포인트」는 못 쓰는 거로 아는데.”


「세이브 포인트」까지 알다니. 역시 대단한 시스템. 하지만 그래도 내가 과거로 돌아온 방법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렇다는 건, 내가 그녀보다 대단하다는 거잖아.


“알고 싶어?”

“네.”

“그럼 이렇게 말해. ‘영롱하고 영특하신 우리 현과장님. 제 우매함을 어여삐 여겨 지식을 나눠주세요.’ 이렇게.”


그녀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젠장, 도가 지나쳤나.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할 생각은... 조금 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말하면 되는 건가요?”

“설마, 말할 거야?”

“낙장불입입니다. 영롱하고 영특하신 우리 현과장님. 제 우매함을 어여삐 여겨 지식을 제발 저에게 나눠주세요.”


난 ‘제발’이라는 단어는 입에 담지도 않았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알고 싶었던 거야?


“아, 알았어. 그냥 단순해. 여기 무협랜드의 공간을 격리한 다음, 시간을 뒤로 되감았어. 단지 그뿐이야.”

“...생각보다 머리가 좋군요. 온 우주가 아닌 이 행성의 시간만 되돌렸다니.”

“우주가 연결되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독자적인 공간을 가지고 있는 거잖아. 이 정도는 기본이지.”


난 그냥 내가 생각하고 느낀 것을 입에 담았다. 그런데,


“그거 누가 말해준 거죠? 당신이 생각해 낸 건 아니죠?”


다짜고짜 따지기 시작하는 시스. 그녀의 눈빛에 의심이 가득했다.


“누가 말해줘? 이런 걸 말해줄 사람이 있어?”

“아니야! 당신이 이런 걸 알 리가 없어! 창조주께서 일부러 하나의 세계가 아닌 여러 개의 행성으로 만든 걸 안다는 말이잖아!”


어라. 난 그런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없는데.


“잠깐, 난 그런 말은 입에 담은...”

“아니야! 당신이 그렇게 똑똑할 리 없다고!”


내 인격을 베이스로 만든 게 그녀인데. 내가 이렇게 막무가내에 개념을 밥 말아 먹은 인간이었나. 이게 바로 거울 치료라는 거네.


“그래, 나 멍청하니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잘난 척! 잘난 척! 꼴 보기 싫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단단히 미움을 받게 된 거 같은데. 일단은 넘어가자. 지금은 그녀의 오해를 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남아있으니까.


“누가 여기에 죽은 자들을 풀어놓은 건지 모르지만, 아마 다시 돌아올 거야. 확인하기 위해. 그때 잡으면 알게 되겠지.”


난 고기와 살덩이들을 만들어, 되도록 조금 전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이제 내게 남은 건 기다림뿐이었다. 이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을 만나기 위한 기다림뿐 말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지하라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이 멈춰버린 느낌이었다. 이런 곳에서 유연과 충식은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했었던 걸까. 나름의 존경심이 피어올랐다. 그들의 행동에 대한 존경심이 아닌, 그들의 인내심을 향한 존경심 말이다.


[딸깍.]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영업 중지를 알린 지 며칠이나 지난 상황. 이곳에 손님들이 발길을 옮길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는 건,


“완전히 상황이 종결된 모양입니다.”


내 예상이 틀림없었다. 완전히 중무장을 한 채 술집 안으로 들어오는 인원들. 지나가던 군인들이나 경찰들이 잠시 이곳에 들를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그들의 행동은 선량한 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들은 시체들, 아니, 내가 만든 살덩이들 사이에서 뭔가를 찾는 듯했다. 아마도 유연과 충식의 시체일 것이다.

난 빠르게 차원문을 열어 창고로 시스와 함께 몸을 숨겼다.


“창고로 숨었을 수도 있다.”


우두머리로 예상되는 사람이 창고를 가리켰다. 뭐, 그들이 창고 안으로 들어오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물론 그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놓은 상태이고.


[끼이이익.]


이윽고 천천히 열리는 창고.

난, 창고 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의 퇴로를 닫아버렸다. 바로, 술집 문을 말이다.


[쾅!]


갑작스럽게 닫힌 출입문 때문에 화들짝 놀란 괴한들. 덕분에 모두의 시선이 현관문으로 쏠렸다.


“뭐, 뭐지?! 뭐였지?”

“생존한 좀비가 뛰쳐나간 걸까요?”

“아니야! 괴물 놈이 머리를 쓰고 숨어 있었다고? 사람만 보면 달려드는 좀비 따위가 머리를 쓸 리 없잖아! 황녀 계집이나 정신 나간 고자 놈이 분명하다!”


단지 문을 닫았을 뿐인데, 그들은 온갖 상상의 나래를 전부 펼치고 앉아있었다. 아니 어니 미친 놈이 도망갈 때 문을 저리 크게 닫고 도망을 가. 도망가는 걸 알리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너무 모자란 거 아니야?


“뒤쫓는다! 빨리!”


창고로 들어오려던 그들은 곧바로 몸을 틀어 출입문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철컥철컥! 철컥철컥!]


아무리 문고리를 잡아 돌려도 열리지 않는 출입문. 그들의 움직임에서 당황함이 느껴졌다.


“뭐야! 왜 그러는 거야?!”

“무, 문이 안 열립니다!”

“나가면서 문까지 잠근 거야? 영리한 녀석!”


그들은 아직도 생존한 사람이 도망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쯤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건가.


“상관없다! 어차피 적잖은 데미지를 받았을 테니까. 알아서 뒈지겠지. 거리에서 죽어주면 오히려 좋지. 저주를 옮겨주는 거니까.”


순간, 귀가 솔깃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저주라. 저 인간들은 이 저주의 정체를 아는 것일까. 그렇다면 심문할 가치가 충분히 있어 보이는데.


“그래도 진자 님께서 아직 날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어차피 그놈도 죽은 놈이야. 뭘 그렇게 따져, 따지긴. 그놈까지 사라지면 이제 내 세상인데.”


그의 말을 들은 그 순간 확신했다. 어떤 조직의 누구인지 모르지만, 저놈은 간부다. 중경에 거대한 재앙을 내리는 집단의 간부 말이다.

더는 숨어서 듣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직접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끝날 일이니까.


[끼이이익]


난 천천히 문을 열고 창고 밖으로 나갔다. 문 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중무장한 괴한들. 예상 못 한 상황에 무척이나 당황한 듯이 보였다.


“누, 누구냐!”

“그건 알 거 없고. 여기에 저주받은 시체들을 풀어놓은 놈들이 너희 맞지?”


그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나만을 응시했다. 뭐, 대답은 차근차근 들으면 되니까. 느긋하게. 그리고 자세하게.


“다는 필요 없고. 한 놈만 있으면 돼. 바로 너.”


난 곧바로 제일 말이 많았던 그놈을, 우두머리로 보이는 그놈을 가리켰다. 그러자, 우두머리의 근처로 단번에 모이는 괴한들. 그들의 움직임이 경찰이나 군인들보다 훨씬 빠르고 절도가 있었다. 보통의 훈련을 받은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긴장감은커녕 작은 떨림을 줄 만한 정도도 아니었지만.


“나머지는 좀 쉬고 있어. 금방 끝날 거야.”


난 그들의 편한 휴식을 위해서 관을 만들어 주었다. 미래에 다가올 죽음도 한번 경험해 보게끔.

그들이 어떠한 반응이나 대응도 하기 전에, 그들을 삼켜버린 관들. 죽기 살기로 발버둥을 치는 모양인지, 관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렇다고 부서질 관이 아닌데 말이다.


“으아아아악!!”

“사, 사람 살려!”


관에 갇힌 괴한들은 목청이 터져나갈 정도로 소리를 질러댔다. 그들의 목소리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우두머리. 이제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느긋하게. 그리고 자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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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378. 인간성 24.02.22 12 2 12쪽
377 377.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2.21 1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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