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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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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14
추천수 :
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2.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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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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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83. 오리지널 - 2

DUMMY

호텔로 돌아와 보니, 시스가 심각한 얼굴로 날 맞이했다. 어느 정도 예상한 반응이다. 내 행동에 그녀가 찬성할 리 없었으니까.


“그럴 거면, 그냥 현과장 앞에 나타났던 게 낫지 않았을까요? 왜 이제 와 정체를 밝히는 거죠?”


그녀는 어떻게 생각해도 도무지 내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런 그녀의 생각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어제의 나, 『인간성』을 꺼놨던 나였다면,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이었으니까.


“어제는 틀리고 오늘은 맞다. 뭐 그런 거지.”

“그게 무슨 뜻이지요?”

“말 그대로야.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이 얽혀있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역시, 세상일은 내가 계획한 대로 절대 움직여 주지 않는단 말이지.”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사실이 있다면, 그건 세상 모든 일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머릿속으로 그리고 원했던 상황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최악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최선이 될 때도 있었고, 최선이자 최고라고 여겼던 상황들이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일들이 허다했다. 모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들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무슨 계획이었는데요?”

“내가 진짜 빌런이 되는 계획. 내가 모두의 원망을 받게 된다면, 이리저리 제멋대로 날뛰는 세력들이 힘을 합칠 거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이건 그럴 문제가 아니야. 더 심각해.”


난 괴한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남수에게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리를 주었지만, 그를 방치에 가까운 상황으로 내몰았던 현과장. 그의 정권을 반대하는 일대종사를 그대로 내버려 둔 것도 뭔가 이상했다. 분명 그의 꿍꿍이는 다른 곳에 있다.


“뭐가 심각한데요?”

“현과장은 네오 무협랜드에 관심이 없어, 그의 관심은 다른 거야.”

“다른 거요?”


난 한 가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그 녀석도 원더랜드를 구하려 하고 있어.”


원더랜드. 내가 짊어지기로 한 운명. 내가 증발이 되듯 실종되자, 그의 마음속에 커다란 죄책감이 자리 잡은 게 분명했다. 무협랜드를 빼앗을 자신의 수중에 넣을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되는 건, 단지 과정에 불과했다. 원더랜드로 가는 방법을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


“내가 만든 현과장은 큰 욕심이 없는 인물이야. 그런 그가 이곳의 통치자가 된 게 이상하잖아. 그는 원더랜드로 갈 생각이야. 내가 못 한 일들을 끝내기 위해.”


그가 뭘 노리는 것인지 알게 된 이상, 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가 엉뚱한 계획으로 자기 자신을 좀먹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아마도 지금쯤이면 내 이야기가 현과장의 귀에 닿았을 거야.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것뿐이겠네.”


난 소파에 앉아 물끄러미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의 재회를 살짝 기대하면서.




언제나 그렇지만, 세상일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절대’ 흘러가지 않는다. 현과장이 내 앞에 나타날 거라 예상했지만, 며칠이 지난 이 시점까지 그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뉴스에서도 현과장과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상한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반응이 없잖아. 며칠이나 지났는데.”

“당신은 오리지널로 인정하지 않은 게 아닐까요? 얼굴이... 다르잖아요.”


얼굴이 다르다는 말에 가슴이 쓰리도록 아팠지만, 달리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팩트로 때리지 마. 날조와 선동으로 때리라고. 그게 덜 아프니까.”

“아프라고 한 말이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사실이니까.”


사실이니까 뭐라 반박할 수도 없고. 난 그렇게 속만 쓰리고 있었다.


[띵동!]


그렇게 내가 시스에게 팩트로 뚜드려 맞고 있던 그때, 벨이 울렸다. 며칠 동안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던 벨이.


“시스, 부탁해.”


그녀는 천천히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스위트 룸 안쪽으로 걸어들어오는 익숙한 모습. 벨을 누른 건 그토록 기다렸던 현과장이 아닌, 그의 딸, 은아와 은하였다.


“오래간만이야! 오빠!”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달려온 은하. 은아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나 꿈을 꿨거든!”

“꿈?”


그러고 보니, 은아에게 예지몽의 능력이 있긴 있었지. 그런데 왜 나에게 달려온 것일까. 현과장이나 여희가 아닌 바로 나에게.


“난 그냥 개꿈이라 믿고 싶은데, 은하는 아닌가봐.”


개꿈? 개꿈이라는 건 그리 좋은 꿈은 아니라는 건데.


“중경이 불바다가 돼! 시체들이 막 움직이고! 언니가 되살리려고 해보지만 이상하게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아.”

“되살린다고?”


난 은하를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은아 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머리를 긁적이며 우물쭈물 대답하는 은아. 그녀의 입에서 엄청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아빠가 쓸 수 있는 소생이란 능력을 이제 나도 쓸 수 있나 봐. 완벽하게.”


소생을 완벽하게 쓸 수 있다는 말에 입을 다물지 못한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곁에서 듣고 있던 시스 역시 무척 놀란 듯 동공이 크게 열려 있었다.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응! 이제 언니도 아빠처럼 신성한 능력을 쓸 수 있어.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


은하가 여전히 해맑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아무래도 현과장이 내 정체를 두 딸들에게 말하지 않은 거 같은데. 하긴, 말할 필요는 없지. 난 그녀들과 큰 관계가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냥 찍은 거야. 그런데, 왜 나에게 온 거야? 그런 건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

“아빠는 공격 계열 능력을 가진 게 아니라서. 아빠의 주된 능력은 방어와 반격이야. 아빠를 건드리지 않는 이상, 적들은 다칠 리가 없다고.”


은아는 『창조주의 권능』이 가진 약점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었다.


“게다가 은하의 꿈에서는 아빠와 엄마가 나오지 않았어. 다른 곳에서 발이 묶인 게 분명하다고.”

“그럼 난? 난 나왔어?”


내 질문에, 은아는 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폐허가 된 중경의 거리를 터벅, 터벅! 얼마 멋있었는데!”

“내가 중경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고? 아무 이유 없이?”

“그건 나도 모르지. 무척 슬픈 표정으로 거리를 걷고만 있었거든.”


슬픈 표정이라.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일까. 그리고 되살려도 살아나지 않는 시체라니. 그건 또 뭘 의미하는 것일까.


“그게 끝이야?”

“그게 끝이야!”


은하는 여전히 해맑았다. 아니, 그런 꿈을 꾸고도 이렇게 해맑은 거야?


“참 해맑네. 안 무서워? 은하가 꾼 꿈은 거의 대부분 현실이 되잖아.”

“응! 오빠가 있으니까! 오빠에게서 아빠만큼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거든!”


말을 마친 은하는 그대로 내 손을 꼭 잡았다. 살며시 떨리는 그녀의 손. 결커, 그녀는 무섭지 않은 게 아니었다. 무서움을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이었지.


“둘 다 당분간 여기서 지내.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누군가 둘을 지켜야 하니까.”

“미안하지만, 난 예쁘장하기만 한 도련님의 손에 내 목숨을 맡길 생각이 없는데.”


은아는 단칼에 거절했다. 내가 내민 건 제안이 아닌데도 말이다.


“네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 둘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지.”

“그러니까, 더더욱이 그쪽이랑 있으면 안 되지. 그쪽이 돈으로 하는 거 말고 할 줄 하는 게 뭐 있어?”


자신감이 넘치는 그녀의 눈빛은 이내 비아냥과 멸시가 되어 나에게 찾아왔다.


“언니! 우리 오빠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막 만들어! 만든다고!”

“만들긴 뭘 만들어. 여자나 꼬셔서 애나 만들겠지.”


버릇이 없다 못해, 개념도 없다. 이런 녀석에게 사회의 쓴맛을 좀 알려 줘야 할 거 같은데.


“말 가려서 해. 동생 앞이야.”

“왜? 얘도 알 건 다 알아.”


말이 통하지 않는다. 현과장이 어떻게 교육한 것인지 모르지만, 은아는 많이 삐뚤어져 있었다. 내 손에 덤프 파일이 된 원더랜드의 은아와 다르게.


“은하야, 잠깐 방에 들어가 있을래?”

“왜 오빠?”

“네 언니를 저대로 놔두면, 재활용도 할 수 없는 쓰레기가 될 거 같아서. 지금이라도 버릇을 고쳐놔야지.”


내 말에 은아는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


“막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니지?”

“걱정하지 마.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머니까.”


난 그대로 시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은하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가는 시스. 그녀가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은아는 나를 향해 주먹을 뻗으며 달려왔다.


[퍽!]


얼굴을 향해 주먹이 날아왔지만, 굳이 피할 필요도 없었다. 아니, 피할 필요를 못 느꼈다.


“이렇게 둔한 녀석을 어떻게 믿고,”

“그게 전력이야?”


난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았다. 그러자,


“아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엄살아닌 엄살을 부리며 팔짝팔짝 뛰는 은아. 그녀는 내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지랄발광을 다 했지만, 난 그녀를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이거 빨리 안 놔! 내가 누구인 줄 알아?!”

“알지. 현과장의 딸이잖아. 넌 붕어 대가리냐? 우리가 어디서 만났는지 벌써 잊었어?”


난 그녀가 무시했던 그대로 그녀에게 되돌려줬다. 이런 건 본인도 당해 봐야 얼마나 기분이 나쁜지 알지.


“빨리 놔! 빨리 놓으라고!”


그녀는 여전히 나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럼 이쯤, 진짜 지옥을 선물해 줄까.


[빠가가각]

“으아아아아아악!!!”


살짝 힘을 줘서 그녀의 손목을 으스러뜨렸다. 스위트 룸에 퍼지는 은아의 비명. 하지만, 안방에 들어간 은하는 어찌된 일인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으, 은하야! 여기 위험해! 도망쳐야...”

“본인 걱정이나 해. 이제 시작이니까.”


난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툭 건드렸다. 그러자,


[뽀각]


너무나도 쉽게 부서져 버린 그녀의 어깨뼈. 고통이 너무 컸던 탓일까.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


“힘을 쓸 줄 몰라서 안 쓰는 게 아니야. 쓸 가치가 없으니까 안 썼던 거지.”

“사, 살려 주세요...”


이제야 그녀의 입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고통에 일그러져 말이 아닌 그녀의 얼굴. 온몸의 뼈를 부서서 버릇을 단단히 고칠 예정이었는데, 단 두 군데만으로 그녀는 꼬리를 내렸다. 그녀가 가지고 있었던 것은 용기가 아니라 허세였다. 힘을 가지고 있다는 허세.


“네 몸은 네가 알아서 치유해.”

“...네.”


이제야 고분고분 말을 듣는 은아. 이런 그녀를 보니, 예전 여희와의 일들이 떠올랐다. 그 녀석도 말을 참 안 들어서, 나름의 참교육을 시전했었는데. 그게 벌써 18년 전의 일이다. 나에게는 몇 달 전의 일인 것 같지만.


“두 번 말하진 않을 거야. 당분간 여기서 지내. 현과장과 여희에게 연락도 해두고.”

“...현과장과 여희? 왜 우리 아빠 엄마를 이름으로 부르는 거죠?”


조금 전과 다르게 그녀의 목소리에서 갑자기 나타난 적대감. 아차, 설명이 늦었네.


“말 안 했지. 내가 누구인지.”

“누구인데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난 그녀를 바라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오리지널 현과장. 네 아버지에게 육체를 주고 사라졌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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