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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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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06
추천수 :
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3.01 10:00
조회
17
추천
2
글자
11쪽

386. 결단

DUMMY

“이야~ 잘도 날뛰네! 이거 지옥이 따로 없겠는걸!”


차원문 바깥은 정말이지 입으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사방에서 진동하는 피비린내. 그리고 뭐가 그리 배가 고픈지, 서로를 붙잡고서 뜯어먹고 있는 사람들. 이 상황은 공포영화에 나올법한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지 말고 좀 도와주면 안 돼요?”


사람들을 대피시키던 은아가 원망스럽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쩌겠어,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내 안의 『인간성』도 지금 만큼은 나를 지지하는 거 같았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인간성』은... 제대로 작동 중입니다.】


머릿속 그녀도 이런 내가 이상하게 보였는지, 『인간성』을 체크했다. 그녀는 전혀 모르는 듯했다. 그냥 나에게 의욕이 없다는 사실을.


【평범한 사술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가 머릿속에서 중얼거렸지만, 그 목소리는 뇌리에 조금도 남아 있지 않고 이내 사라져 버렸다. 그래, 난 지금 의욕이 없는 것을 떠나, 만사가 귀찮다. 살아있을 이유도 잃게 된 내가 이제 뭘 해야 할까. 그냥 이대로 끝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지금 완전히 무너지고 있는 이 도시처럼.

난 그저 물끄러미 눈앞의 광경만 바라보았다. 참 가관이 아닐 수 없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사람들과 그 뒤를 온 힘을 다해 쫓는 죽은 것들. 참 열심히들 산다, 살아. 왜 저렇게 죽어서도 힘들게 사는 걸까. 아니지, 살아있지 않으니 산다고 표현하는 건 좀 아닌가?


“저것들 전부 죽은 거 맞지?”

【지금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네, 죽은 사람들 맞습니다.】


시스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담담했다. 평소에 딱딱하고 냉랭한 어투로 말하는 것과 무척이나 대조적이게.


“저 죽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거야?”

【그건 아닙니다만,】


아니라는 말을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도 감정이 녹아있었다.


【죽어서도 안식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안타까울 뿐입니다.】


안타깝다. 그래, 지금 저들의 상황이 안타까운 건 맞다. 죽은 것도 서러운데, 저렇게 무작정 뛰어다녀야만 한다니. 도대체 뭐가 그들을 저토록 달리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죽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을까.”

“죽어도 사람이야! 당연히 뇌가 들었지!”


은하가 나를 바라보지도 않고 당당하게 외쳤다. 누가 머릿속에 뇌가 들어있는 걸 모르나. 내가 말의 뜻은 그게 아니잖아.


“아니, 그거 말고. 무슨 생각을 할까, 이 뜻이지.”

“죽은 사람들이 생각 같은 걸 할 리 없잖아...요!”


죽은 사람이 생각 같은 걸 할 리 없다.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생각도 없이 저렇게 뛰어다닌다고? 저렇게 사람들을 습격한다고?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면, 직접 보는 수밖에.”


난 주머니에서 그 단말기를 꺼냈다. 예전에 괴한을 심문할 때 썼던 그 단말기를.


“그럼 무슨 생각들을 하실까나~”


세상 모든 것이 귀찮은 나였지만, 궁금증은 참을 수 없었다. 의욕 없는 놈을 이토록 의욕넘치게 만들다니. 궁금증이란 게 무서운 것이긴 하네.


“그럼 한 번 들여다 보실까~”


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단말기를 쭉 앞으로 내밀었다. 내가 타겟으로 삼은 것은 바로 서로 엉겨 붙은 두 사람. 비명도 없이 엉겨 붙어있는 것으로 봐서, 둘 다 죽은 게 틀림이 없었다.

난 둘 중 덩치가 좋은 남자의 얼굴에 단말기의 포커스를 맞춘 뒤, 그대로 돌려보았다. 그런데,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


온통 그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단어는 ‘엄마’. 그는 상대방을 보며 자신의 어머니를 울부짖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자기의 엄마를 습격한 거야? 완전 패륜 그 자체인데.


“미친놈이 자기 엄마를...”


난 한바탕 욕을 퍼부어 주려다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가 붙잡고 있는 사람은 나이가 있는 여성이 아닌, 젊은 남자의 시신이었기에.

남자가 그의 어머니와 닮아서 머릿속으로 엄마를 부르짖은 것일까. 궁금증이 도진 나는 다시금 단말기를 들어, 젊은 남자를 향했다. 그런데,


「여보, 미안해! 꼭 살아남아! 여보, 미안해! 꼭 살아남아! 여보, 미안해! 꼭 살아남아! 여보, 미안해! 꼭 살아남아! 여보, 미안해! 꼭 살아남아! ...」


그 젊은 남자의 머릿속엔 온통 자신의 부인뿐이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 걸까.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왜 저런 생각을 하는 거야? 행동과 다르게.”


다른 궁금증이 나를 휘어잡았다. 다른 시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두 사람과 다를 게 없을까. 물음표가 무수하게 생겨버린 난, 그대로 다른 시체를 향해 단말기의 포커스를 맞췄다.


“아니, 지금 죽은 사람들 사진을 찍어서 뭐 하려고...요!”

“맞아! 그건 죽은 사람들을... 그러니까... 아무튼 나쁜 짓이야!!”


은아와 은하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날 말렸지만, 알 게 뭐야. 내가 이 사람들을 존중해야 할 이유는 없잖아. 내가 저렇게 만든 것도 아니고.


“너희는 너희 일이나 하세요. 난 내 일 할 테니까.”

“그렇게 가만히 놀지만 말고, 좀 도와줘...요!”

“맞아! 내 꿈에서는 오빠, 아니, 삼촌, 아니, 오빠? 삼촌? 어쨌든! 도와줬단 말이야!”

“그래서 이렇게 내려와 줬잖아. 난 너희 둘만 지킬 거야. 다른 건 너희가 알아서 해.”


내 말에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두 자매. 그러나 이내 그녀들은 포기했다는 듯, 자신들의 일에 열중했다. 사람들을 피신시키고, 달려오는 시체들을 온몸으로 막았다.


“그럼 난 다른 사람을~”


그녀들이 아직 안전하다고 판단한 나는, 다시금 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단말기를 들었다. 이번엔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한 시체였다. 발목이 꺾인 채 무작정 이리저리 달리기만 하는 여성 시체. 옷차림이 편한 운동복인 것으로 볼 때, 아마도 가벼운 조깅 중에 죽게 된 모양이었다.

난 그저 궁금증을 풀기 위해 단말기를 그녀를 향해 들이밀었다.


「어머나! 깜짝이야... 어머나! 깜짝이야... 어머나! 깜짝이야... 어머나! 깜짝이야... 어머나! 깜짝이야...」


이번엔 뭐야? 그냥 깜짝이라고? 이게 도대체 뭐지? 궁금증이 풀리기는커녕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이상하네... 왜 저런 생각을 하는 거지?”


난 곧바로 다른 시체를 찾아서 단말기를 꺼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시체 역시 이상한 생각만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 것일까. 바로 그때,


【나름의 추측입니다만,】


갑자기 말을 걸어온 시스. 난 단말기를 내리고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죽은 자들이 마지막에 떠올린 생각이 계속 반복되는 모양입니다.】


일리가 있었다. 아니, 그녀의 말이 맞는 듯이 느껴졌다. 그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건, 죽기 바로 직전의 생각. 이 사실을 알게 되니, 그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난 주변에 보이는 모든 죽은 자들의 생각을 읽어나갔다. 운동하다 죽은 그 여자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들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어머니 혹은 아버지,

반려자 혹은 애인.

아들 혹은 딸.

바로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죽는 그 순간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걱정했던 사람들. 그들의 간절함이 단말기를 통해 내 눈으로 들어왔다. 자괴감이 밀려왔다. 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내가 그리워했던 그 사람들이 지금 없다고, 이렇게 망연자실한 채 모든 걸 던져 놓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분명 나를 위해, 나만을 살리기 위해 죽어간 내 가족들도 마지막까지 내 이름을 부르짖었을 텐데.

눈앞의 그들에게서 어흥선생이 보였다.

그들이 채야와 갓패치처럼 느껴졌다.

항상 내 품에만 안겼던 키토와 리코처럼 느껴졌다.


“... 저 사람들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지금은 방법이 없습니다. 당신이 선을 넘지 않는다면.】


선을 넘지 않는다라. 내가 새로운 능력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인가.


“능력을 만들게 되면, 살릴 수는 있는 거지?”

【살릴 수는 있습니다만, 다시는 이 상황으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지금은 신의 육체만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능력을 『창조』하게 된다면, 이젠 신입니다. 더는 평범한 생명체가 아니게 됩니다.】

“강력한 힘을 얻게 되는 대신에 그만큼 강력한 제약이 걸린다는 말이지?”

【간단히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창조』라는 힘은 내가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되는 영역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미 한번 진하게 경험해 봤으니까. 예전, 난 신의 힘을 얻은 대가로 이성을 잃었었고, 육체를 잃고 겨우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내가 또 이성을 잃고 광기에 휩싸일지 모른다. 예전 작은 세계를 창조했을 때처럼.


“살짝 발만 담갔다 빼는 건 안 될까?”

【창조주님의 눈에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한 번 도전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몰라서 그러는 거야? 내 애청자라잖아. 애청자.”


창조주의 눈에 걸리지 않을 리 없었다. 재미있는 드라마 보는 것 마냥,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양반인데. 이런 재미있는 순간을 놓칠 리 없지.


“젠장.”


이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냥 나 자신을 위해 이 상황을 외면하면 그만이다. 그래, 차라리 『인간성』을 잠깐 꺼둘까? 그러면 이 사람들을 향한 동정심이 잠깐이나마 사라질 거 아니야.


“『인간성』을 잠시만 꺼줘.”

【『인간성』 일시 정지됩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퍼지기 무섭게,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나중에 죄책감이 밀려올지 모르지만, 나쁜 판단은 아니었다. 타인을 위해 날 희생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데,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이 허무함은 도대체 뭘까.


“왜 이렇게 허무한 거지?”

【그건 당신 본인이 더 잘 알 거라 생각합니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기울인 사이, 내 시선은 천천히 단말기를 향하고 있었다. 단말기가 내 시야에 들어오자, 허무함이 더욱 진해졌다.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하고 깊은 허무함. 온몸이 검은색으로 물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인간성』을 꺼놓는다고 될 일이 아니었네.”


난 시선을 돌려 은하와 은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열심히 사람들을 돕고 있었지만, 그렇게 도움이 되는 것을 보이진 않았다.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그러나, 그녀들을 보고선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단말기를 바라볼 때와 다르게.


“이건 본능인 거 같은데.”

【당신 마음속에 가장 깊게 자리 잡은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말에 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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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 384. 어둠의 전조 24.02.28 1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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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379. 인간성 - 2 24.02.23 12 2 11쪽
378 378. 인간성 24.02.22 12 2 12쪽
377 377.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2.21 17 3 12쪽
376 376. 현과장의 꿍꿍이 24.02.20 18 3 11쪽
375 375. 거짓말 24.02.20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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