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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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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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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6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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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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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84. 어둠의 전조

DUMMY

“작업이 순조롭습니다. 예상 시간보다 하루에서 이틀 정도 빠르게 끝날 것 같습니다.”


공장의 책임 연구원으로부터 현 상황을 듣게 된 현과장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단 며칠이라도 빨리 완성이 된다는 건, 그가 그만큼 광활한 우주에서 원더랜드를 찾을 시간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니까.


“항성 간 이동 장치는 아직입니까?”

“워프 게이트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이식했습니다만, 전함의 크기에 맞게 조율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입니다.”


이슈 백금의 문제가 정리되는가 싶었던 그때, 난데없는 곳에서 문제가 발생해버리고 말았다. 전혀 문제라고 여기지 않았던 여희 쪽에서 작은 문제가 터진 것이었다.


“오래 걸릴 거 같습니까?”

“보고서에 의하면, 동력원의 문제로 여겨집니다. 이슈 백금만 제때 제공된다면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히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연구원의 말에, 현과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8년을 참아냈던 그가, 겨우 며칠 일정이 빨라진 것에 반색하고 작고 작은 문제에 동요했다. 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는 것이었다.


“이슈 백금의 확보 일정이 앞당겨진 만큼, 다른 부서들도 힘을 내주길 바랍니다.”

“전달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창가로 가서 천천히 밑을 내려다보았다. 여기저기로 빠르게 움직이는 인부와 연구원들. 그의 발밑에서 거대한 함선이 구축되고 있었다.


“함선 건조율은 얼마나 됩니까?”

“항성 간 이동 장치와 메인 엔진을 제외하면, 98%입니다. 내부 시설 작업은 전부 끝이 났고, 이제 외부 작업만 남았습니다.”

“98%면 마무리 단계겠군요.”

“그렇습니다, 각하.”


마무리 단계라고 하지만, 그의 시선에 잡힌 사람들은 무척이나 바쁘게도 움직였다. 그만큼 함선이 크다는 말이었다.


“잘 부탁합니다.”


짤막한 부탁을 건넨 현과장은, 그대로 함교를 벗어났다. 그의 얼굴에 핀 작은 미소.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이제 자신의 소망이 이루어질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런 그렇고, 너희 부모들, 왜 이렇게 관심이 없냐? 친부모 맞아?”


난 내 앞에서 열심히 밥만 축내는 두 아이를 향해, 가슴 속에 담긴 말을 내뱉었다. 아니, 부모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관심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아이들인데.


“엄마도 아빠도 무척 바빠요.”


역시나 해맑은 표정인 은하.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나에게 이야기했다. 그 말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이런 일상이, 이런 비정상적인 일상이 그들에게 있어서 평범한 날이라는 거니까.


“그렇게 바쁘기만 하면서 왜 또 아이를 낳으려는 건지. 정말이지 그냥 싸지르기만 한다니까.”

“어허, 말조심.”


난 눈에 힘까지 주면서 은아를 응시했다. 그러자, 슬쩍 내 눈을 피하는 은아. 아무래도 그녀의 눈높이에 맞춰서 훈육을 진행한 게 점차 효과를 발휘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오빠가 진짜 아빠랑 같은 몸에 있었어? 그럼 오빠가 아니라 아빠인 거야?”


아빠라... 어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닌 거 같은데.


“애매하지 않을까? 아빠라고 부르기엔.”

“생물학적인 아버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관계가 아예 없는 건 아니잖아...요.”


슬쩍 눈치를 보더니, 말끝에 ‘요’를 붙이는 은아. 이런 그녀의 변화에 놀란 건 다름 아닌 그녀의 동생, 은하였다.


“우와! 언니가 존댓말을 했어!”

“시, 시끄러워! 어쩔 수 없이 한 거라고. 어쩔 수 없이.”


자존심이 무척 상한 것일까. 그녀의 얼굴이 잘 익은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우와! 오빠는 우리 엄마 아빠보다 대단한 사람인가 보네!”

“대단하지는 않아. 그냥...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거야.”


내가 원했던 건 아니었다. 모든 일의 발단은 바로 창조주. 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나에게 던졌다.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그가 몰랐을 리 없었다. 그러니까 나에게 『인간성』을 심어 넣었던 거겠지. 그것도 무척이나 급작스럽게.


“도대체 너희 부모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거야?”

“몰라...요. 일에 치여 사는 분들이시니까.”


은아의 대답에, 답답함만이 커져갔다. 부모라는 작자들이 아이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뭐? 일? 그렇게 중요한 거야? 원더랜드로 가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냐고. 가족들을 전부 내팽개칠 만큼 중요한 일인 거냐고.


그들을 향한 분노와 원망감이 가슴속을 따듯하게 지피고 있던 그때, 순간, 내 과거의 행적들이 내 머릿속에서 꽃피우듯 피어났다. 나 역시 이들의 부모와 다를 것이 없었다. 왜 원더랜드로 가야 하는지도 잊고 그저 맹목적으로 원더랜드를 찾았다. 이제 그곳에는 내가 알던 가족이, 내가 가족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데.


“이걸... 말해 주고 싶었던 거에요?”


그제야 창조주가 왜 날 여기로 보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전부 그가 계획한 일인 것이다. 날 깨우치기 위해서.

한 방울 그리고 두 방울. 내 두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한 번 터진 눈물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 모르고 싶었던 진실을 알아버린 난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진 채로.


“어머, 운다, 울어.”

“혼잣말하더니 우는 건 무슨 경우야, 오빠. 오빠 정신 좀 차려봐.”


그녀들이 먹던 음식을 내려놓으면서까지 나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음식만큼은 손에 쥐고 있던 그녀들이, 음식까지 내려놓다니. 그만큼 걱정이 된다는 것일까.


“아니야, 예전 생각이 나서 그런 거야. 너희는 먹던 거 먹어.”


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그녀들 앞으로 음식을 건넸다. 하지만 음식은커녕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는 은아와 은하.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거 같은데...


“야, 너희들 왜 이래? 밥이나 먹어, 밥이나.”

“아빠 같은 사람이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맞아! 오빠는 아빠랑 같은 사람이었으니까, 음... 큰아빠? 삼촌? 뭐 아무튼 그런 사람이야!”


얼마나 가족 간의 애정이 메말라 있었으면, 나에게 이렇게 달려드는 걸까. 그녀들의 반응에, 머릿속에 피어났던 감정들이 싹 다 분노로 전환 되었다. 그녀들의 부모를 향한 분노 말이다.


“야! 너희들 당분간이 아니라, 계속 여기 있어! 이 녀석들 안 되겠어! 한번 눈앞에서 아이들이 사라져 봐야 정신을 차리지.”

“아, 그거 이제 크게 안 먹혀요. 아마 엄마는 우리가 여기 있는지 알고 있을걸...요.”


알고 있다고?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게 무슨 말이니, 은아은아야?”

“지난번 은하가 가출하는 바람에, 엄마가 사람을 많이 붙였거든...요. 그래서 이미 전달되었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현과장과 여희의 태도에 대한 분노가 싹 다 사라졌다. 이미 여기로 온 것을 알고 있다고? 그렇다는 건, 이미 내 존재를 아는 현과장이 자신의 딸들을 이대로 방치했다. 이 말인즉, 나에게 애들 뒤치다꺼리를 맡겼다는 이야기잖아. 그렇다는 말은 난 짬 당했다는 말이고.


“이건 이거 나름 기분이 나쁜데.”


다시금 분노가 밀려왔다. 짜증도 함께 밀려왔다.

이 나이에, 베이비시터라니. 어처구니가 없네.




“어처구니가 없는 건 이쪽이라고요. 누가 일이 그렇게 될 줄 알았습니까.”


어둡고 컴컴한 사무실 안. 커튼 사이로 희미한 불빛만이 들어오는 그 방안에서, 남수는 약간 긴장한 얼굴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증 장관은 이번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거군요.”


상대방의 입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정체는 바로 등 책사. 너무나 어두운 탓에 그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확실히 우호적인 건 아니었다.


“믿어주세요. 지금까지 시체를 모아드린 게 누굽니까. 바로 나, 증남수입니다.”

“그건 고맙게 생각합니다.”


고맙다는 단어가 튀어 나왔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전혀 고마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살아있지 않는 사람처럼.


“저는 일대종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사람입니다. 아무리 의심이 간다고 해도, 이렇게 면전에 대고 말씀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남수는 등 책사를 향해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렇다면 미안하군요. 워낙 배신자가 많은 터라.”


여전히 그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남수는, 단순히 그가 화가 단단히 났다고만 생각했다. 티끌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황제의 딸도 우리의 제어를 벗어난 지 오래입니다. 다른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요.”

“그건 염려하지 않아도 될 거 같군요. 이미 방법을 찾았으니까.”


남수는 등 책사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일대종사가 다른 활로를 찾았다니. 그에게 있어서 결코, 나쁜 소식은 아니었다. 일대종사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일대종사를 섬멸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전부 그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듯이 보였다. 애초에 그러려고 되살린 집단이었으니까. 남수에게 있어서 일대종사는 자신이 권력의 중심이 되기 위한 희생양에 불과했다.


“무슨 방법입니까.”

“얼마 전에 좋은 비급을 하나 얻었지요.”

“비급이요?”


남수의 표정에 살짝 실망감이 나타났다. 단지 비급만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거란 말인가. 상대는 무적의 현과장인데. 그는 더이상 등 책사의 목소리에 주의룰 기울이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그 비급 덕분에 내 아들도 되살아 났습니다.”

“18년 전에 죽은 아드님 말입니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남수의 흥미를 완전히 이끌어 냈다.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은 오로지 현과장만이 가지고 있는 힘. 그가 이 땅의 지도자가 된 원인이기도 했다.


“그럼 우리가 현과장을 완전히 몰아낼 수도 있겠군요!”

“몰아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박살낼 수 있지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던 그의 목소리에서, 작은 환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남수 역시 기쁨의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이왕 욕심을 낸 거 그는 끝까지 욕심을 부리기로 마음먹었다. 현과장의 오른팔이 되는 것이 아닌, 현과장의 자리에 오르기로 말이다.


“그래, 저도 그 비급을 볼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요.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장관을 부른 게 아니겠습니까.”


등 책사의 말에, 남수는 함박미소를 지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 보려고 한 책이 무슨 책인지 말이다.

이윽고, 등 책사는 남수를 향해 두툼한 책 한 권을 내밀었다. 너무나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책의 겉표지가 이상하리만큼 부드러웠다. 마치 사람의 살결처럼.


“값비싼 비급인 모양이군요. 겉표지부터 심상치 않으니.”


책을 받아든 남수는 그대로 책 장을 넘겼다.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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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388. 일주일 전으로 24.03.03 12 2 12쪽
387 387. 개화 24.03.02 11 2 11쪽
386 386. 결단 24.03.01 17 2 11쪽
385 385. 어둠의 전조 - 2 24.02.29 15 2 11쪽
» 384. 어둠의 전조 24.02.28 15 2 11쪽
383 383. 오리지널 - 2 24.02.27 12 2 12쪽
382 382. 오리지널 24.02.26 12 2 11쪽
381 381. 돌아온 기억 - 2 24.02.25 15 2 11쪽
380 380. 돌아온 기억 24.02.24 10 2 11쪽
379 379. 인간성 - 2 24.02.23 12 2 11쪽
378 378. 인간성 24.02.22 12 2 12쪽
377 377.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2.21 17 3 12쪽
376 376. 현과장의 꿍꿍이 24.02.20 18 3 11쪽
375 375. 거짓말 24.02.20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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