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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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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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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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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61,634

작성
24.02.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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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80. 돌아온 기억

DUMMY

“자자! 다른 이야기 하자!”


난 무의식적으로 이야기를 전환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로부터 만들어진 존재. 시스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다 아는 듯, 뚫어지게 날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건 괜찮습니다만, 그렇게 자신의 과거를 피하기만 한다면,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결코,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문제는 너무 정곡을 찌르는 말이라는 것이었지.


“지금은 내 뒤를 돌아볼 시간이 아니야. 앞으로 달려갈 시간이지.”

“2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모르십니까?”


젠장. 날 너무 잘 알아서 문제기도 하네. 이란 무시해야겠다. 이러다간 끝이 날 것 같지 않으니까.


“이제 이슈 백금의 일을 처리했으니, 현과장이 이 세계 밖으로 나가는 일은 없을 거야.”

“누가 그런 말을 했죠? 현과장에게 이슈 백금이 없다고.”


잠깐 내 귀를 의심했다. 이 녀석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분명 네가 말했잖아. 여기 네오 무협랜드에는 이슈 백금이 없어서 영구 기관을 만들기 힘들다고.”

“그건 분명, ‘여기’에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현과장은 상황이 다르죠.”

“상황이 다르다고?”


상황이 다르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현과장이 나와 같이 『창조』를 쓸 수도 있다는 거야. 난 그녀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현과장이 『창조』를 쓸 수 있을 리도 없잖아.”

“창조는 못 쓰지만, 비슷한 능력을 쓸 순 있습니다.”


비슷한 능력이라니. 난 아무리 떠올려 보려 해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게 무슨...”

“『무한의 주방』입니다.”

“무한의 주방? 그게 왜?”


한낱 주방일 뿐이잖아. 그게 도대체 왜?


“우주에는 별의별 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작고 작은 미생물부터, 행성급 크기의 생물까지.”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불길함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분명 이슈 백금은 금속 물질이지 음식은 아니다. 그러나, 금속을 섭취하는 생물이 있을 수도 있는 게 아닐까.


“그럼, 현과장이 이슈 백금을 섭취하는 생물의 고기를 생성하기라도 할 거란 말이야?”

“이미 시작한 모양입니다.”


불길함은 이내 사실이 되어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현과장은 진즉 이 방법을 썼으면 될 걸, 왜 사용하지 않고 있었을까.


“그런데 왜 지금에서야 쓰는 거지?”

“그건 현과장이 이슈 백금이 어떤 것인지 몰라서였지 않을까요? 제 추측이지만, 그는 수많은 고기를 생성했을 겁니다. 단지, 그가 간과한 것은, 이슈 백금이 액체 금속이라는 사실일 뿐.”


이슈 백금이 액체라는 것을 안 이상, 그가 『무한의 주방』으로 얻을 수 있다는 소리인가. 이거 나만 뻘짓한 거잖아. 『인간성』까지 버려가며 달려갔건만, 전혀 소득이 없었다.


“젠장! 이제 어떡하지?”

“그냥 이참에 자신의 과거라도 들여다보는 게 어떨까요? 분명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일이 꼬이고 꼬여 한시가 바쁜 이 상황에, 과거를 회상해 보라니. 그게 정말 도움이 될까? 난 절대 그녀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아니야. 그건 아닌 거 같아. 지금은 시간이 없다고.”

“시간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딱히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혹시 알아요? 당신의 과거 안에서 작은 실마리라도 건질 수 있을지.”


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으니까.

내 과거가, 과거의 내가 이 상황을 풀어줄지도 모르는 것이니까.




“아버지! 큰일이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본아.”


헐레벌떡 방으로 들어오는 본. 그의 누더기 같은 얼굴이 더욱 일그러져 있었다. 이내, 침대에 누워있는 등 책사의 곁으로 다가가간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등 책사에게 이야기했다.


“누군가가 컨테이너에 침입해, 냉동시설을 고쳤습니다!”

“냉동시설을 고쳐? 다른 걸 한 게 아니라, 냉동시설만 고쳤단 말이냐?!”


그 말을 들은 등 책사는 어이가 없었다. 시체를 익히기 위해, 일부러 냉동고를 망가뜨렸건만, 다른 것도 아니고 냉동고만 고쳤다고? 그는 작은 의심이 들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계획을 알고 망치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아버지, 어떻게 할까요. 냉동고가 작동한 바람에, 시체 손상이 많이 되었습니다. 다시 못 쓸 정도로.”

“걱정하지 말 거라. 여비의 컨테이너도 준비되어 있으니까. 그것보다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가 우선이다. 우리의 계획을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알고 있다!”


등 책사의 목소리에서 나온 강력한 확신. 작고도 작았던 의심은 이내 커다란 확신으로 그에게 다가오고야 말았다.


“그럼 어디부터 찾아볼까요? 일대종사 안부터 찾을까요?”

“그래야겠지. 특히 가씨 놈들! 아니지, 곽씨 형제도 의심이 되는군!”


등 책사의 주름진 눈가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눈빛. 그 눈빛 안에서 증오와 분노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증가 놈은 어떻습니까? 그놈은 현과장과 연관이 있는 놈인데.”

“그놈은 아니야. 그놈이 현과장 끄나풀이라면, 내 계획을 알고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테니까.”


이번에도 그의 목소리에 가득 차 있는 확신. 그는 남수를 신뢰한다기보다, 현과장과 거리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듯했다.


“넌 우리 내부의 인원들을 감시하거라. 내가 일대종사 놈들을 파 볼 테니.”

“아버지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숙이는 본. 이내 그는 등 책사로부터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등 책사는 멀어지는 본을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잔뜩 성난 눈빛으로.


“이번엔 절대 방해받지 않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과거를 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오히려 혐오감만 쌓일 거 같은데.”


생각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내 과거가 나에게 도움이 될 거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수억 번의 시뮬레이션 속에서, 내가 덤프 파일로 만든 영혼만 수십, 아니 수천 조에 이른다. 그런 나에게 과연 배울 점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맞아요. 과거의 당신은 괴물 그 자체였으니까.”


나도 그녀가 말한 것처럼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타인의 입에서 듣게 되니까, 좀... 충격인데.


“그래도 한번 돌아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과연 가치가 있을까. 난 내키진 않았지만, 그녀의 말대로 과거를 들여다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 딱히 할 것도 없었으니까.

난 그대로 거실의 소파에 누웠다. 그런데,


“지금 낮잠 자려고요? 밤새 돌아다녀서 피곤하다는 겁니까? 신의 육체를 가졌으면서?”


다짜고짜 내 몸을 일으킨 시스. 그녀는 인상까지 찌푸리며 날 바라보았다.


“왜? 이래야 과거의 나 자신을 돌아보지. 그럼 어떻게 하라고?”

“내 말은, 그냥 당신의 행적을 되짚어 보자는 말이었는데요.”

“과거 여행이 아니라, 그냥 되짚어 보자고? 정말 그것만으로 될까?”


더욱 더욱 그녀의 말에 신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말 과거를 말하는 것만으로,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도무지 믿음이 가질 않는다. 믿음이.


“날 못 믿는 건가요?”

“그럼 너 같으면 믿겠냐?”


내 입에서 말이 나오기 무섭게, 그녀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냥 말만 하라고요. 그 더러운 기억 들춰본다고 뭐 달라져요?”

“야! 너 말이 다르잖아! 그 더러운 기억들이 도움이 될 거라면서!”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달라지진 않잖아요.”


젠장, 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네. 나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인격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언변은 정말 특출났다.


“그래, 좋아! 네 말대로 말로만 한번 해보자.”

“좋아요. 그래, 당신, 오리지널 현과장은 어떤 인물이었죠?”


난 어떤 인물이었을까.

확실히, 처음에는 정말 아무런 대책도 없는 인간이었다. 원더랜드에 떨어졌을 때, 운이 좋아서 어흥선생을 만났고. 덕분에 채야와 갓패치도 만났다. 작은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키토와 리코를 섬길 수 있었다. 차근차근 정신을 차리고 적응을 할 때쯤, 세상이 끝나버리긴 했지만.


“그냥 평범한 인간이었지.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긴 했지만.”

“어떻게요?”


세상이 끝나는 것을 막기 위해, 난 신을 죽였다. 그 아무짝에 쓸모없는 능력 「신살」을 이용해서. 이 사건이 내가 큰 죄를 짓기 시작한 발단이었다.


“신, ‘아’를 죽이고 그의 능력인 창조로 세상을 만들었어. 갓패치의 모래시계를 이용해 차원을 분리했고. 나만의 세계를 만든 거야. 진짜 세계를 구하기 위해.”

“그래서요. 어떻게 됐나요?”


그 이후로는 지옥이 펼쳐졌다.

내가 아닌 내가 창조한 이들에게. 죽음과 탄생이 반복되었다. 수많은 영혼이 태어나고, 이내 덤프 파일이 되어 내가 만든 세계에 쌓여나갔다. 단 하나의 목적, 원더랜드를 되살리기 위해서.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어. 내가 내 복제품에 져버리고 말았거든. 뭐, 솔직히 말해서 현과장에게 진 건 아니지만.”


‘아’와 ‘음’의 협공으로 육체를 빼앗겼다. 물론, 현과장의 세계, 가짜 원더랜드를 붕괴시키려 했던 내 잘못이 크긴 했다. 육체를 빼앗기기 전까지만 해도, 난 내 목적 이외의 것은 단 한 차례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 많은 생명을 죽였으면서도.


“그 다음은요?”

“현과장의 주변에 있다가, 뭐, 현과장과 함께 ‘아’와 ‘음’에게 복수를 했다. 그 정도?”


내 말을 들은 시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이야기에서 뭔가 잡아낸 걸까. 난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술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면서.


“흐음... 그거로는 아무런 도움이 될 거 같지 않은데요.”


응?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도움이 안 된다니.


“분명 시스가 그랬잖아. 과거를 들여다보면 뭔가 도움이 될 거라고.”

“제가 그랬나요? 난... 모르겠는데.”


그녀가 내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이런 대책 없는 A.I.가 있나. 분명 날 모델링해서 만든 인격인데, 왜 이러는 거야? 나에게 저런 면이 있었나?


“야, 너 똑바로 말해. 너 내 인격을 기초로 만들어진 거 아니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죠? 무척 서운한데요.”


여전히 날 바라보지 않는다. 이 녀석 말은 저렇게 하지만, 전혀 서운하거나 마음이 상하지 않았다. 날 기초로 만들어졌다면,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을 테니까.


“그만하자. 그만해. 너 때문에 중요한 시간만 날린 거 같으니까.”

“아니에요! 분명 뭔가 놓친 게 있을 거라고요!”


이 불리한 상황을 바꾸려는 것일까. 그녀는 더욱 내 과거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놓친 거? 놓친 거라면, 내 곁에서 항상 도와주었던 우유나 정도인데. 모든 시스템을...”


바로 그때,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듯했다. 내가 왜 이걸 놓치고 있었지?


“잠깐, 잠깐, 잠깐.”

“왜요?”


그녀의 생각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을 깨닫게 만들어 줬으니까.

난 이내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것도 무척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기억이 전부 다 돌아왔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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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378. 인간성 24.02.22 12 2 12쪽
377 377.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2.21 17 3 12쪽
376 376. 현과장의 꿍꿍이 24.02.20 18 3 11쪽
375 375. 거짓말 24.02.20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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