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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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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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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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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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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77. 현과장의 꿍꿍이 - 2

DUMMY

침묵이 흘렀다. 그것도 짧은 시간이 아닌 무척 긴 시간이.


“지, 지금 뭐라고...”

“나라 되찾는 걸 도와주겠다고.”


유연은 내 말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또 한 번 내게 물어봤다.


“다시 말해 봐? 지금 뭐라고 했어? 우리를 도와주겠다고 한 거 맞아?”

“그래, 맞아.”


나는 그들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술집 바닥에 차곡차곡 쌓이는 금괴들. 어느새 그 황금들은 사람이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로 쌓여, 술집을 가득 메웠다.


“우선 이 금으로 필요한 물품들을 구비 해.”

“이렇게나 많이?”


유연은 눈앞의 황금 더미를 보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황제의 딸인 그녀였지만, 이런 엄청난 양의 돈은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모양이었다.


“이 정도의 돈은 가씨 집안도 구하기 힘든 돈인데...”


충식도 입을 벌린 채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들이 놀라는 건 어느 정도 이해를 하지만, 난 그들의 감탄을 듣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남아있었으니까.


“또 연락하지. 그럼.”


난 그대로 술집을 떠났다. 그 들이 내 예상대로 움직여 주기를 바라면서.




소년이 떠나자 유연과 충식은 천천히 금괴 쪽으로 다가갔다.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황금. 충식은 이 돈이면 중경의 최고 지역인 첨사저 전역을 사고도 남을 거라 예상했다.


“황녀님, 이 돈이면 평생, 아니 대대손손 돈 걱정은 안 하겠습니다.”

“그, 그렇긴 하겠네요.”


유연은 황금의 위로 손을 올렸다. 환상인 것 같았지만, 그녀의 손에서 느껴지는 금속의 차가움. 꿈도 아니었다. 완벽한 현실이었다.


“병필태감, 이거... 어쩌죠?”

“어쩌긴 뭘 어째요? 당연히 군자금으로 써야지.”

“내 말은 그게 아니에요! 군자금으로 써도 돈이 남잖아요!”

유연의 말에 충식이 두 눈을 꿈뻑였다. 본인의 입으로 대대손손 돈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으면서, 정작 이런 생각은 못 했던 충식. 이내 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돈의 유용처를 찾기 위해.


“황녀님. 일단 반은 부동산에 투자하죠.”

“부동산이요? 뜬금없이 웬 부동산?”


유연은 그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인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조곤조곤 부동산의 가치를 설명하기 시작한 충식. 그의 눈동자가 황금을 바라볼 때보다 더욱 빛이 났다.


“물건이란 건 말이죠, 쓰면 닳아 없어집니다. 군사용품을 산더미처럼 사놓는다고 해서 그 가치가 지속되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땅은 달라요! 땅은 다르다고요!”


흡사 땅 못 사고 죽은 귀신이 들러붙은 것 마냥, 충식은 땅 투기를 극찬했다.

그러나 부동산에 목숨을 건 그와는 다르게, 유연은 머릿속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아니죠! 기술 개발이죠! 투자한다면 신기술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요! 현과장이 뭐로 이 나라를 세웠는데요? 바로 신기술이잖아요! 그러니까 땅보다 기술! 아시겠어요?”


그녀가 입에 거품까지 물며 자기의 생각을 어필했다. 하지만, 돈을 눈앞에 한 충식에게 그녀의 말이 들릴 리 없었다. 적은 돈이면 모를까, 나라의 경제를 뒤흔들만한 대금이 눈앞에 있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복수쟁이의 생각에 눈이라도 깜빡할까. 충식의 머릿속에는 온통 중경의 노른자 땅만 떠오를 뿐이었다.


“병필태감!”

“좋아요! 이렇게 합시다! 금괴 10개, 아니 2개만 남겨 놓고 반반으로 나누자고요! 반은 황녀님 몫, 반은 제 몫. 어떻습니까?”


그의 제안에 작은 고민도 없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유연.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좋아요! 그럼 반씩 가지자고요!”


두 사람은 이내 황금을 하나둘 자신의 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과 이마에 번지는 땀방울만큼 입가로 번지는 미소. 그들은 비록 같은 공간에서 같은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서로 각자의 상상을 펼치고 있었다.


“기술에 투자? 황녀님 세상을 너무 모르신다.”

“병필태감이야 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겁니다. 땅? 땅이요? 중경 개발이 끝난 지가 언제인데.”


그렇게 서로를 무시하며 황금만을 바라보는 두 사람. 그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소년의 계획이라는 것을.




내가 호텔 스위트룸으로 돌아오자, 기다렸다는 듯 시스가 두툼한 문서를 나에게 내밀었다.


“현과장 측에서 제안서가 도착했습니다.”


현과장, 즉 네오 무협랜드의 제안서. 시간을 들여 읽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기술 확장과 국력 증진을 위해 돈을 달라는 이야기일 테니까. 내가 알고 싶은 건, 아니 알아야 할 건 다른 이야기였다.


“현과장 측 기술력은 어느 정도야?”

“영구 기관을 만든 건 확실하지만, 아직 작은 동력원을 만들 수 있는 단계에 불과합니다.”


작은 동력원을 얕보는 듯한 시스의 말투.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작은 동력원을 수십 개, 아니 수백, 수천 개 이용하면 거대 우주 전함도 움직일 수 있는 거 아닐까.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작은 동력원들을 연결시켜서 거대 함선도 움직일 수 있을 텐데.”

“오리지널의 말이 맞긴 합니다만, 작은 동력원들의 출력이 제각각이라, 화력 제어에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녀의 그 한마디가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비록 현과장이 우주 정복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품었지만, 기술 개발이 완전하지 않은 시점이기에 다행히도 아직 시간이 있다. 반드시 현과장을 막아야만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스가 보기에, 현과장이 대형 영구 기관을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겠어?”

“기술력은 있습니다. 문제는 특정 물질이 없다는 것뿐이지.”

“특정 물질?”

“이슈 백금입니다.”


이슈 백금이라... 백금이라... 어디서 들어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그 백금 내가 들어본 거 같기도 한데.”

“오리지널이 만든 차량의 주재료입니다.”


순간 내 사고회로가 정지되는 것을 느꼈다. 내가 만든 황금 차량에 백금이 사용된 건 알고 있었지만, 이슈 백금이라고? 그럼 엄청난 물질을 내가 차량에 사용한 거야?


“내가 그런 엄청난 걸 만들어 냈던 거야? 그리고 그걸 아무런 생각 없이 현과장 측에 넘긴 거고?”

“네.”


시스의 대답은 간단하고 또 명료했다. 그래, 내가 저질러 버렸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니! 그런 중요한 사실은 나에게 미리미리 말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그런 게 기본일 리 없잖아!”

“자신의 힘으로 세상 하나를 만드는 사람이, 이런 것도 모르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마치 날 경멸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스.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던 나는, 그냥 화를 삼켜야만 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저지른 일이니까. 뭐 누가 나 대신 뭐라고 해줄 사람도 없지만.


“젠장! 내 똥은 내가 치운다!”


난 차원문을 열고 그대로 몸을 날렸다.

지금 내가 가야 할 곳은 단 한 군데뿐이다. 바로 황금 차량이 있는 곳. 그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었다. 뭐, 막을 사람도 없었지만.


“아...”


내 몸이 차원문으로 빨려가던 그때, 귓가로 들려온 탄식의 목소리. 시스가 날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입을 열고 있었다.


“그 차, 지금 주차장에 없어요...”


또 한 번, 사고회로가 멈췄다. 그와 동시에 몸이 땅에 떨어졌다. 황금 차의 위가 아닌, 아무것도 없는 주차장 위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누가 말했던가. 정말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의 진리 그 자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난 지금 엄청나게 고생을 하고 있다. 딱 한 번이었지만, 생각 없이 행동한 대가로.


“젠장! 젠장!!!”


그렇게 날이 밝아 올 때까지 무작정 중경 안을 수색하던 도중, 드디어 내 차에 대한 단서를 찾게 되었다.

중경의 외곽 인적이 드문 숲속.

정확히 말한다면, 단서가 아닌 컨테이너를 지키고 있던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군인을 발견했다. 난 그들이 황금 차를 지키고 있다고 확신했다. 황금 차 안에는 현과장이 그토록 원한 이슈 백금이 잔뜩 들어 있으니까.

그들의 시선을 피해 컨테이너 안에 들어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위치를 아니, 그냥 차원문만 열면 그만이었으니까.

어느 정도 확신에 찬 나는, 그대로 몸을 움직였다. 차원문을 만들고, 그 문을 넘어서자, 상상을 초월하는 냄새가 나를 덮쳤다. 그냥 냄새가 아닌, 마치 죽은 생물의 냄새. 그것도 한두 마리가 내뿜고 있는 게 아닌 집단으로 내뿜고 있던 것이었다.

난 컨테이너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냄새의 정체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사람의 시체.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냉장시설이 갖춰져 있긴 했지만, 고장 나버린 모양인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난 작은 불빛을 만들어 컨테이너 안을 비췄다.


“이게 무슨...”


컨테이너 안에 가득 차 있는 관들. 얼핏 봐도 수십 명의 사람이 눈앞에 죽어있다. 이게 무슨 일인 걸까. 아니, 도대체 이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살릴 수 있을까?”

【『소생』이 없으니 불가능합니다.】


그래, 지금의 나에게는 모든 것을 살리는 능력 『소생』이 없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그럼, 내가 능력을 만들 수는 없을까?”

【...진심이세요?】


머릿속 그녀, 시스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내가 무슨 잘못된 판단을 한 걸까.


“아니, 그냥 능력을 만들어서 이 사람들을 살릴 수 있으면 어떨까 해서.”

【진짜 신이 될 생각이 아니라면, 그런 생각은 그만두는 편이 낫습니다. 지금의 당신에게는 그 행동이 오히려 짐이 될 뿐입니다.】


머릿속에서 들려온 그 목소리는 무척이나 단호했다. 마치 능력을 만드는 것을 결사코 반대하는 듯이.


“그럼,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도구 정도는 만들어도 되는 거잖아. 안 그래?”

【들어서 어쩔 생각인 겁니까. 복수라도 해줄 생각입니까?】


듣고 보니 그랬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내가 딱히 움직일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만 움직이고 있는 거지? 예전의 나와 다르게.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내가 좀 이상한데?”

【아닙니다. 당신은 정상입니다.】

“아니야. 예전에 난 이러지 않았다고. 내 상태 좀 자세하게 체크 해주겠어?”

【그러지요.】


난 컨테이너 안에서 조용히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가만히 있기 좀 그랬기에, 망가진 냉장시설을 고치기도 했다. 그들의 명복을 비는 차원에서.


【모두 정상입니다. 당신은 현과장. 그것도 오리지널 현과장이 분명합니다.】

“정상이라고? 이상한데...”


정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난 인정할 수 없었다. 뭔가 분명히 잘못되어있다. 내가 아니면 이 몸이.


“이 몸에 기본적으로 달린 능력이 뭐야?”

【신급 육체적 능력 이외의 것들 말인가요?】

“응.”

【알겠습니다. 항목을 나열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르륵 능력들을 나열하는 그녀.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있지 말아야 할 그 능력이 내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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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379. 인간성 - 2 24.02.23 12 2 11쪽
378 378. 인간성 24.02.22 12 2 12쪽
» 377.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2.21 17 3 12쪽
376 376. 현과장의 꿍꿍이 24.02.20 17 3 11쪽
375 375. 거짓말 24.02.20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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