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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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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790
추천수 :
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3.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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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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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97. 마지막을 향한 준비 - 2

DUMMY

“이제... 끝난 건가요?”


현과장이 건물 밑을 내려다보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살짝이 흔들리는 그의 동공. 단지 내 추측일 뿐이지만, 단번에 사라진 것에 좀 놀란 듯한 모양이었다.

죽은 자들과 그들이 밟고 있던 땅이 일순간에 사라진 사실이.


“아직 아니야. 아직 조금 남았거든.”

“조금?”


현과장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잠깐, 내가 말을 안 했던가. 이 일의 중동자가 진자란 사실을.


“내가 이번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 진자라고 말... 안 했지?”

“지, 진자요? 18년 전에 죽은 그 싸가지 없는 갑부?”


현과장의 동공이 커졌다. 아무래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아빠, 진자가 누구야?”


진자라는 이름에 제일 먼저 관심을 보이는 건 현과장의 장녀, 은아. 그녀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패줄 것처럼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예전에 죽은 사람이 있어. 소생도 안 먹혔던 사람이.”

“소생이 안 먹혀? 그런 사람이 있어?”


이 이야기가 뜻밖이었던 것일까. 그녀의 얼굴에 가득했던 분노는 어느새 사라지고 놀라움과 당황함만이 만개해 있었다.


“금지된 술법을 익혀서 그렇습니다. 그 사람은 신의 섭리를 거슬렀어요.”

“신이라면, 창조주님 말씀이신가요?”


현과장의 질문에 시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의 말에 화들짝 놀라는 세 사람. 아직 이 세계에 창조교가 건재한 것일까. 그들은 한껏 정중하게 그녀를 대했다.


“창조주께서 보내신 분이라는 걸 모르고 큰 결례를 범했습니다.”

“차기 성녀, 현은아입니다.”

“동생 현은하입니다.”


어이가 없다. 인사를 해도 나에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 상황을 타개한 것도 나.

시스를 만든 것도 나.

무엇보다 창조주가 보낸 사람도 다른 사람도 아닌 나니까.


“난 시스템일 뿐입니다. 창조주께서 보낸 존재는 내가 아닌 저 사람입니다.”


시스가 살짝 손을 뻗어 나를 가리켰다.

이제야,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겠군. 한껏 기대한 나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오리지널을 보냈다고요? 저 책임감없는 사람을?”

“저, 저 사람이요?”

“오빠 신 아니었어?”


전부 믿지 않는 눈치다. 믿기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믿기 싫은 것일까. 뭐, 큰 상관은 없었다. 그들의 믿음 따위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믿든 안 믿든 상관없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지금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오직 하나, 바로 현과장이 살고 있는 이 땅을 지키는 것. 무슨 일이 있어도 재앙이 들이닥치는 건 막아야만 한다. 두 번 다시 그 꼴은 볼 수 없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원더랜드와 같은 꼴은 말이다.


“그럼, 이제 뭘 할까요?”


뭘 할 거냐는 시스의 물음에, 난 대답 대신 저 멀리 숲을 응시했다. 어두운 숲속 사이로 보이는 작은 불빛. 작지만 선명한 것으로 보아, 핸드폰 불빛이 틀림없었다.


“불빛이네? 핸드폰인가?”


제일 먼저 알아차린 건 은아. 그녀는 건물에서 뛰어내려 불빛이 새어 나오는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이윽고 그녀의 손에 잡힌 것은 검은 사제복의 남성. 난 그의 모습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 죽은 자들을 이리로 끌고 온 사람이 바로 그였다는 것을.


“이야, 제대로 한 놈 잡았네.”


나 역시 건물 위에서 뛰어내려 은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지금부터는 심문의 시간이다. 이 사건의 뒤에 숨어있는 그놈을 끌어내리기 위한 심문 말이다.




어두운 방 안에 홀로 앉아 거친 숨만 몰아쉬고 있던 진자. 그는 한 가지 소식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좀비들이 현과장의 비밀 장소를 습격하러 떠난 지, 몇 시간이나 지났다. 지금쯤 연락이 오는 것이 당연했다. 장소를 함락했다는 연락이.


“대, 대사제님! 연락이 왔습니다!”


바로 그때, 어두운 방 안으로 헐레벌떡 들어오는 남자 사제. 어두워서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목소리에서 불안감이 느껴졌다.


“무슨... 일... 인가...”


심각해진 몸 상태 때문에 호흡마저 힘든 진자. 그는 겨우겨우 입 밖으로 목소리를 내어보았다. 그런데,


“거대한 술법에 휘말려 좀비 부대가 전멸했습니다! 몇몇 사제도 운명을 같이 한 모양입니다!”


그의 귓가로 들려온 소식은 실패의 이야기. 그것도 사제들까지 죽어버린 비참한 소식이었다.


“조... 좀비들이 죽... 었다고...?”


진자는 믿을 수 없었다. 좀비들이 죽다니. 죽은 자로 만든 인형들이 어찌 죽을 수 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다.


“내가 만든 인형들이 죽을 리 없다!”


그는 극노(極怒)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분노는 거칠었던 숨마저 이겨냈다.

자신이야말로 죽음을 초월한 존재. 죽음마저 사역했는데, 그 죽음을 이겼다고? 만물의 끝인 죽음을 이겼다고? 그는 이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사제들을 모두 예배당으로 집합시켜라!”

“네!”


진자의 한 마디에, 곧바로 달려 나가는 사제. 그가 방에서 나가자, 진자는 빠르게 뭔가를 손에 집었다. 사람의 살결처럼 부드러운 감촉. 바로 사령의 책이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이제야 내 조언을 들을 마음이 생긴 건가?】


순간, 그의 머릿속에 들려온 어두운 음성. 진자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마치 겁에 질린 것처럼.


“아직 아닙니다! 아직 아니라고요! 더는 내줄 것이 없단 말입니다!”

【아직 하나 남았다.】


책에서 빠져나온 촉수가 진자의 손을 휘감았다.


“날 대신할 많은 목숨을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내 몸을 원하는 겁니까?!”

【네 목숨을 연명하려고 내게 바친 제물들이다. 나와는 상관이 없다.】


진자는 더욱 몸서리쳤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현과장에게 당하는 건 시간문제.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없는 듯했다.


“이미 많은 걸 포기했는데 더 포기할 순 없습니다!”

【이번엔 선물을 주마. 그것도 그냥.】


그냥 준다는 말이 미심쩍었지만, 지금은 의심할 상황이 아니다. 무조건 받아들여야만 했다.


“아무 조건 없이 말입니까?”

【조건은 필요없다.】


머릿속에서 어두운 음성이 울려 퍼지자, 순식간에 책 안으로 사라지는 촉수들. 그제야 진자는 안심하고 그 음성에 집중했다.


“선물을 받겠습니다, 어둠의 군주시여.”

【진즉 그렇게 나올 것이지. 명심해라, 넌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순간, 진자의 손에 있는 사령의 책에서 어두운 안개가 흘러나왔다. 그 안개를 마음껏 흡입하는 진자. 그의 죽어가던 눈빛에 점차 어둠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뼈만 앙상했던 그의 몸도 풍선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온몸이 차올랐다. 살과 근육 그리고 어둠으로.


【이번엔 날 실망시키지 마라.】


그 머릿속 음성에 나직이 미소지으며 방을 나서는 진자. 그의 온몸으로 살기가 강렬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가 방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비명이 쏟아졌다. 광기에 겁을 집어먹은 비명과 광기에 사로잡힌 비명이.




은아가 잡은 남자를 통해 진자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이제 남은 건 천벌의 시간이다. 그러나 그 전에,


“너희는 안전하게 집에 가 있어.”


우선 적으로 이놈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켜야만 했다. 가능하면 먼 곳으로. 난 그들을 위해 차원문을 열었다. 내가 아는 제일 안전한 장소. 바로 중경의 호텔 스위트룸으로.


“오빠! 우리도 도움이 될 거야!”

“여긴 내 나라입니다! 내가 가서 끝장을 내겠습니다!”


은하와 현과장은 내게 강한 투지를 보이며, 요지부동이었다. 그에 반해 빠르게 차원문 안으로 들어가는 은아. 그녀는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듯, 순수히 내말을 따랐다.


“두 사람, 빨리 들어와. 어차피 우리가 가봤자 발목만 잡을 뿐이라고.”

“언니!”

“은아야!”


고집부리는 두 사람이 눈에 불을 켜며 은아를 째려봤지만, 은아는 자신의 말을 취소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두 사람도 들어가세요. 이건 인간이 나설 문제가 아닌, 신이 나설 문제니까.”


시스가 내 말을 거들며 그 둘을 차원문 쪽으로 안내했다. 그러자, 어쩔 수 없다는 듯 걸음을 움직이는 두 사람. 아니, 내가 말할 때는 가만히 있더니, 왜 시스가 말하니까 움직이는 거야? 이거 묘하게 기분이 나쁜데.


“그럼 가서 기다리고 있어. 해결하고 돌아갈 테니까.”


난 모두가 차원문 안으로 들어가자, 황급히 문을 닫았다. 혹시 마음을 바꿔 뛰쳐나올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그렇게 넓은 바닷가에 남은 건 나와 사제복을 입은 남자, 단 두 사람. 난 단말기를 통해 진자의 위치를 확실하게 파악했다.


“여긴 혹시 모르니 너도 같이 간다.”


난 그의 머릿속에 있는 단서들을 이용해 차원문을 만들었다. 거짓일 수도 있지만, 상관이 없었다. 이놈도 같이 갈 거니까.


그렇게 차원문을 넘어 도착한 곳은 무협랜드 어딘가의 지하 강당. 마치 운동장처럼 넒은 강당에는 이상한 흉물 조각상이 즐비하게 널려있었다.


“잘못 온 건 아닌 거 같은데.”


그 흉물 조각상을 보니 잘못 온 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제대로 도착하셨습니다. 그 조각상은 바로 추방된 자들입니다.】


추방된 자들이라. 추방된 자들을 조각한 걸까? 아니면 이 자체가 추방된 자들인 걸까.


“야, 이거 전부 뭐야?”

“지, 진자님이 발굴한 조각상입니다! 저는 그것밖에 몰라요!”


진자가 발굴한 조각상이라.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면 뭐다? 전부 박살이다!

난 블랙홀을 만들어, 강당에 있는 모든 조각상을 빨아들였다. 심지어,


“아차차...”


그 사제 남자까지도. 이거 좀 미안하긴 하지만, 어쩌겠어. 그냥 보내줘야지.

안내자가 사라졌다고 해서 길을 멈출 수는 없는 법. 난 그대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길고 어두운 통로를 지나 또 다른 공터가 나왔다. 이번엔 어딘지 모르게 으스스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장소였다. 어두운 조명, 사방에 흐르는 핏물. 그리고 죽은 자들의 시체. 가까이 가서 보니, 이 시체들은 블랙홀로 빨려들어간 남자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크흐흐흐. 웬 싱싱한 고깃덩어리가 굴러왔을까.”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이 아닌 바로... 천장에서.


[쾅!]


순식간에 내 머리 위로 떨어진 거대한 무언가. 난 반사적으로 공격을 피하며 그 거대한 정체에 초점을 맞췄다.

창백하면서도 검은 피부. 검은 눈동자. 그리고 입가에 가득한 핏자국. 확실히 보통의 사람과는 차원이 달랐다.


“현과장이 이런 애송이를 보내다니. 날 너무 얕봤군!”


익숙한 이름이 이 괴물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설마, 저게 진자인 걸까?


“네가 진자냐? 못 본 사이에 많이 변했네?”

“오호, 날 아는 모양이군. 난 널 모르는데.”


말을 끝내기 무섭게 달려드는 진자. 그의 입이 내 머리를 향했다. 피하기 귀찮은데 한 번 정도 물려줄 생각도 했지만, 이 녀석의 침이 머리에 묻는 건 더 싫었기에 그냥 피해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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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387. 개화 24.03.02 11 2 11쪽
386 386. 결단 24.03.01 1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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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 384. 어둠의 전조 24.02.28 1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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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378. 인간성 24.02.22 1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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