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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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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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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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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61,634

작성
24.03.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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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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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89. 일주일 전으로 - 2

DUMMY

【시체를 이용해 인간을 되살릴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기본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무슨 말인 걸까. 시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등 책사는 어떻게 사람을 살린다는 거지?


“어떻게 사람을 살린다는 거야?”

“난 잘 몰라.”


잘 모른다는 그녀의 대답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녀가 단말기까지 속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는 대로 말해.”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유연은 내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곧바로 날카롭게 반응했다.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미친 걸까. 이런 적대적인 행동을 내가 그냥 넘어가리라고 생각한 걸까. 지금의 난, 아직 『인간성』이 돌아오기 전인데.


“네 목을 쳐서, 뇌를 꺼내 그걸 읽어도 되는 일이야. 마지막으로 말한다. 아는 대로 말해.”


내 정중한 부탁에, 그녀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마, 말하면 되잖아! 전부 말한다니까!”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떠올리고 있잖아. 어쩔 수 없겠네.”


난 그녀의 머리 위로 손을 뻗어 그대로 머리를 살짝 움켜쥐었다.


“으아아아아악!!!”


그녀의 비명이 술집 안을 가득 채웠다. 그 긴박하고 날카로운 목소리 때문에, 황급히 창고에서 튀어나와 내 쪽을 바라보는 충식. 그는 무척이나 당황한 눈치였다. 내가 그녀의 머리통을 쥐고 있는 상황이 믿기 힘든 모양인지.


“지, 지금...”

“입 다물어, 너도. 그대로 혓바닥을 잘라버리기 전에.”


미안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인내심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뭐, 미안할 일도 아니긴 하지만.


“걱정하지마. 죽인 후에, 나도 등 책사처럼 널 되살려 줄 테니까.”

“으아아악!! 누가 시체로 되살아나고 싶데?!! 이거 놔! 이거 놔!!!”


시체로 되살아난다고? 그녀의 말에 난 확신이 섰다. 일주일 뒤의 사건에 등 책사가 분명 관련되어 있다.


“너 전부 알고 있지? 등 책사가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는지.”

“몰라! 모른다고!”


그녀의 대답에 난 순간 망설였다. 그냥 죽여버릴까. 죽여버려도 큰 지장은 없을 거 같은데.


“내, 내가 말하지. 그러니까 황녀님은 그만 놔줘!”

“병필태감!!”

“더는 눈앞에서 모시는 분이 돌아가시는 걸 볼 순 없습니다!”


충식이 빠르게 달려와 내 팔을 잡았다. 마치 애원하듯 나에게 매달리는 충식. 그런데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뭐, 아직 『인간성』이 다시 돌아온 것 같지는 않았다. 슬슬 돌아올 시간인데.


“등 책사가 뭘 꾸미는 거지?”

“중경에 재앙을 몰고 올 생각입니다. 현과장의 손에 아들을 잃게 된 후, 등 책사는 미친 사람처럼 지냈어요. 비로소 그 끝을 볼 생각인 겁니다.”


그의 말이 어느 정도 맞는 건 확실했다. 일주일 뒤 중경에는 재앙이 들이닥치고, 네오 원더랜드는 끝이 날 지경이었으니까.


“어떻게 재앙을 몰고 온다는 거지?”

“시체를 풀 겁니다. 죽여도 죽지 않고. 살려도 결코, 살아나지 않는 시체를.”


죽여도 죽지 않고, 되살려도 되살아나지 않는 시체. 내가 마주했던 그 상황과 완전히 일치했다.


“어떻게?”

“사령의책이란 비급을 얻었습니다. 그 안에 죽은 자를 사역하는 방법과 삶을 단절시키는 방법. 그리고 이걸 퍼뜨리는 방법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충식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그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는 말인데.


“당신도 관계자였던 거야?”

“내가 진자의 서재에서 찾은 비급입니다.”


진자... 정말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이 모든 상황을 일으킨 원흉. 되살려서 상황을 직접 정리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되살아나지 않았던. 잠깐, 되살리려고 했지만 되살아나지 않았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 거지.


“진자의 서재에서 찾았다고?”

“네. 그런데 진자를 압니까? 무려 18년 전에 죽은 인물인데.”


난 그의 목소리가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데 급급했다. 진자의 시체를 어떻게 했더라. 그러고 보니 그의 두 동생, 진돈과 진연이 와서 가지고 갔다. 그리고? 그리고 어떻게 되었지?


“진자의 시체는 어떻게 되었지?”

“그건 모릅니다. 전해 들은 말로는 화장했다고 하던데.”


화장을 했다고? 정말 화장을 했을까. 믿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 화장은 흔한 장례 절차인 거야?”

“흔하진 않습니다. 대부분 매장을 선택합니다. 명망 높은 가문이면 더더욱이.”


그 말을 들은 난, 머릿속에 퍼지는 작은 충격 때문에 잡고 있던 유연의 머리통을 그대로 놓아버렸다. 그래, 진자는 살아있다. 정확히 말하면 죽은 상태로 살아있다. 즉, 워킹데드. 언데드인 상태로 말이다.


“지독한 놈이네, 진자 녀석.”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진자가 살아있잖아. 몰랐던 거야?”


그들과 이렇게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다. 진자를 막아야 한다. 그가 현과장의 소중한 것들을 부숴버리기 전에.




“시체가 조금 부족하다고요?”

“그렇게 되었네. 미안하군.”


어둡고 또 어두운 방 안. 작은 촛불 하나만이 방을 비추고 있었다.

등 책사가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를 향해 손을 살며시 내미는 남자. 그의 손은 흉측하게 보일 정도로 뼈만 앙상했다. 근육과 살은 전혀 남아 있지 않고, 그저 뼈 위에 피부만이 붙어있었다. 그것도 새파래진 피부만이.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부탁드린 양이었으니까.”

“그런가? 그럼 다행이고.”


남자의 쉬고 가냘픈 목소리가 방 안에 퍼졌다.

등 책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살짝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그 앙상한 팔의 주인을 향해 뭔가를 내미는 등 책사. 그가 내민 건 다름 아닌 책, 바로 사령(死靈)의 책이었다.


“그대가 이걸 남겨준 덕분에 내 아들이 살아났어. 정말 고맙네.”

“고마울 게 뭐 있습니까. 다 돕고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남자가 등 책사가 내민 책을 움켜쥐자, 뼈만 앙상했던 그의 팔에 살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풍선에 바람이 차오르듯이. 어느새 건장한 청년의 팔이 되어버린 그의 앙상했던 팔뚝. 그러나 그의 피부색은 여전히 창백했다.


“한결 낫군요.”


그의 목소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힘없고 가냘팠던 목소리가 이제는 강인한 남성의 목소리가 되어 들려왔다.


“그나저나 동생들은 어찌할 건가? 너무 오만방자하던데.”

“이용할 만큼 이용했으니, 이젠 제거해도 될 거 같습니다.”


그가 말을 하면서 얼굴을 움직이자, 어둠에 가려져 있던 그의 실루엣이 아주 잠깐 등 책사의 눈동자로 들어왔다. 흉측하게 일그러지긴 했지만, 뚜렷한 이목구비. 바로 18년 전에 죽은 정풍 가씨 문중의 당주, 진자였다.


“동생들에게도 가차 없군.”

“내 몸뚱이에 침을 뱉고 오줌을 갈긴 놈들이 동생일 리 없지요. 안 그렇습니까?”

“그 말도 일리가 있네.”


고개를 끄덕이던 등 책사는, 더는 전할 말이 없다는 듯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덥석 그의 손을 잡는 진자. 진자의 손에서 뻗어 나온 촉수들이 그대로 등 책사의 손에 그리고 팔에 올라탔다.


“이, 이게 무슨 짓인가!”

“보시다시피, 책사님도 쓸모가 없다는 이야기지요.”


등 책사는 온몸을 뒤틀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촉수들은 더더욱 빠르게 그의 몸을 올라탔다. 순식간에 그의 얼굴로 다가오고 만 촉수들. 등 책사는 단말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촉수의 침략을 허락하고야 말았다. 입으로 귀로 코로 사방으로부터 침입해오는 징그러운 움직임. 그렇게 악인의 말로가 정해졌다. 죽음이 아닌, 죽음도 허락되지 않는 비참한 살덩이의 말로가.




호텔로 돌아온 난, 크게 나 자신을 자책했다. 아니,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이런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진자가 되살아나지 않았던 것을 조금만 더 유심히 관찰했다면 말이다.


“그렇게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있던 일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 할지라도, 용납이 되지 않았다. 이상하리만큼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노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왜 그렇게 화가 난 거죠?”

“몰라. 나도 몰라.”


난 전혀 내 상태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스는 아닌 모양이었다.


“나에게 뭔가 숨기고 있는 건 아니죠?”

“내가 뭘 숨겨?”

“개화 상태.”


순간 뜨끔했다. 그녀가 어떻게 안 거지? 그녀 앞에서 내가 만든 능력을 보여준 기억이... 설마 「공간 차단」을 눈치챈 건가?

“아, 아니야! 그때 그건 그냥 비눗방울이었다니까!”

“내가 뭐라고 했나요?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젠장, 제 발에 저려 실토하고 만 꼴이 되었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알게 된 거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데. 그냥 찔러본 게 아닐까. 그래, 이럴 땐 그냥 시치미를 뚝 떼는 게 정답이다.


“내가 능력을 만들 리 없잖아.”

“내가 언제 개화를 설명한 적 있나요? 개화 1단계가 능력 창조라는 걸 설명한 기억이 없는데.”


젠장! 또 내 손으로 무덤을 파고야 말았다. 이럴 땐 침묵이 답이다.


“아무 말도 안 할 건가요?”


난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날 보조하는 프로그램인 주제에 쓸데없이 날카롭네. 그냥 좀 넘어가지.


“개화가 시작됐다는 건, 이제 사람이 아닌, 신의 영역으로 들어갔다는 겁니다. 그 첫걸음을 뗐다는 거예요.”

“난 모르겠는데.”


아차차. 반사적으로 입을 떼고야 말았다. 뭐, 이 정도는 괜찮겠지.

...라고 생각한 내가 멍청했다.


“모르면 안 됩니다. 신이란 존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이젠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하니까.”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완벽하게 뭘 처리하라는 거야?”

“단순히 내일이나 모래를 생각해서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신이니까요. 적어도 수십 년, 수백 년 뒤의 일까지 염려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그런 길에 발을 담근 거야? 이거 물리면 안 될까.


“시스, 미안한데 이거 물릴 순 없는 거야?”

“정말 개화 상태인 거군요!”


젠장. 걸려들었다. 아니, 왜 이렇게 머리가 좋은 거지? 완전히 속아 넘어갔잖아.


“어쩐지! 갑자기 화를 낸다 했어! 그거 신의 영역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요. 신의 본능이란 말입니다! 스스로 완벽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주변이 힘들어진다고요!”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날 째려보았다. 아니, 이런 이야기를 진즉 좀 해주지. 그랬으면 내가 개화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었잖아.

뭐, 그 당시에 그럴 리는 없었겠지만.


“상황이 그랬었어. 상황이. 그렇게 다급했었다고.”

“뭐 세상이 멸망이라도 했나요?”

“아니. 그래도 멸망 직전까지 갔었지. 아마?”


내 말을 들은 시스는, 그제야 이글거리는 눈빛을 거둬들였다.


“얼마나 심각했었는데요?”

“중경 인구의 대다수가 죽은 상태로 돌아다녔을 정도?”


시스는 입을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어, 언제요?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났는데요?”

“일주일 뒤. 나에겐 바로 조금 전이었지만.”


난 그녀에게 내가 일주일 뒤로 오게 된 배경과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녀의 조력을 받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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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378. 인간성 24.02.22 1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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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 375. 거짓말 24.02.20 1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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