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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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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791
추천수 :
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3.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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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98. 마지막을 향한 준비 - 3

DUMMY

“쥐새끼 같은 것! 요리조리 잘 피하는구나!”

“야,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봐. 너 같으면, 괴물이 달려드는 데 가만히 있겠냐? 예쁜 여자가 달려와도 피하는데.”


사람 외관만으로 평가하고 싶지 않은데, 모습도 변하더니, 기본적인 지식도 변해버린 것일까. 아니지, 원래 이런 놈이었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여희의 가문을 박살 냈고, 또 사람들을 좀비로 만들어 이 세상에 거대한 재앙을 가져온 인간. 한마디로 구제불능이다.


“좀 더 놀아주고 싶지만, 그냥 끝내자. 그게 날 위해 좋을 거 같아.”


마음 같아서는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내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이 녀석과 함께 이 공간에 있어야 하는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


“잘 가고. 다신 태어나지 마라. 그게 너에게도 이 세계에도 좋을 테니까.”


시간을 절약할 겸, 또 한 번 블랙홀을 만들었다. 이제 정말 끝낼 시간이다. 이 지긋지긋한 인연을.


“으아아아악! 이렇게 쉽게 끝낼 순 없다!!!”


녀석은 발버둥 치며 내게로 달려오려 했지만, 중성자별의 중력은 이길 수 없었다. 주변의 시체들과 함께 그대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만 진자. 사건은 이렇게 끝나는 듯했다.

아니, 끝나야만 했었다.


“크아아아아아!!”


중성자별의 중력을 뚫고 완전히 일그러진 육체를 다시 이 세계로 가지고 나온 진자.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사람이라고 볼 수 없었다. 완전히 뒤틀린 몸뚱이에서 기분 나쁜 촉수가 튀어나왔다. 그의 팔과 다리는 마치 문어의 다리처럼 흐물거렸고. 그의 입과 두 눈에서도 얇고 가는 촉수들이 뻗어나와 있었다.


“도대체 네 몸에 무슨 짓을 한 거냐?”


난 그를 경멸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속에서 자그마한 측은함도 피어나지 않았다.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놈이,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었기에 저런 힘에 손을 댄 것일까.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거대한 힘에 욕심을 부린 것도. 그리고 인간임을 포기한 것도.


“난 세상을 집어삼킬 것이다! 이렇게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세상을 집어삼킨다라. 진자가 입에 담을 법한 말은 아니다. 그 인간은 세상을 집어삼키는 것보다 자신의 발밑에 두고 싶어 하는 족속이니까. 아무래도 지금 진자의 몸을 조종하는 것은 본인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진짜 그라면, 저런 이야기는 입 밖으로 절대 하지 않을 테니까.


【추방자의 반응이 느껴집니다. 상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시스가 말을 걸어왔다. 눈앞의 존재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아는 듯이. 내 예감이 적중한 모양이었다.


“인간의 몸 안에 있지 말고, 밖으로 나오는 건 어때? 상대해 줄 테니까.”

“미천한 필멸자 놈이 감히 날 화나게 만들어?!”


삐쩍 말라 비틀어진 진자의 몸에서 무수히 많은 촉수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역겹고 끈적한 액체를 뿜어내며 나에게 달려드는 촉수들. 당연히 그대로 맞아줄 생각은 없다. 저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썩은 물을 내 몸에 묻힐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촐랑거리기만 하는 놈! 정정당당히 싸워라!”

“미쳤냐? 그걸 그냥 맞고 있게?”


남의 몸에 기생하는 놈이 정정당당을 말하네. 이거 미친 거 아니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추방자들을 물리칠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방법 말고 특수한 방법을 쓰란 말이지?”


시스의 조언에 난 머리를 굴려보았다.

일반적이지 않고 특수한 방법이라. 블랙홀을 뚫고 나온 놈에게 무슨 방법이 먹힐까. 일반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특수한 방법도 제대로 먹힐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방법을 ‘만들’어야지.


나는 이 녀석이 가진 강력함을 어떻게 깨버릴지 생각하다가, 문뜩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바로, 예전 광귀가 보여줬던 ‘흡성대법’ 그걸 더욱 강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저놈의 강력함을 그대로 빨아들인다면, 약한 껍질만 남게 되지 않을까.

좋은 아이디어가 머리에 떠올랐으니, 이젠 행동에 옮길 차례다. 난 머릿속에 상대방의 능력을 빼앗을 법한 기능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 안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쭈욱 빨아당기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렸다.


【지,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시스의 목소리가 다그밯게 들려왔다.

분명 내가 말을 전했던 거 같은데. 이미 난, 개화 1단계라고.


“보면 몰라? 능력을 만들고 있잖아.”

【지금 그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무슨 능력을 만들려고 하는 거죠?】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여전히 다급함이 느껴졌다. 그뿐만 아니었다. 다급함 속에 느껴지는 불안감. 도대체 그녀는 뭘 불안해하는 것일까.


【당장 그만두세요!】

“뭘 그만두라는 거야?”

【지금 하는 거요! 당장 그만두라고요!】


난 이때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내가 하려는 짓이 얼마나 엄청나게 위험한 일인지를.

그녀의 함성이 머릿속 안에서 울려 퍼지던 그때, 내가 구상하고 있던 능력이 완성되었다. 능력의 이름은, 『흡수(吸收)』. 하부 능력은 「흡능(吸能)」 그리고 발동(發動)명은 ‘드레인(Drain)’. 이 능력을 본 순간, 난 이 너무나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세분화된 능력을 만든 기억이 없는데. 왜 이번 능력만큼은 이렇게 세분화 되어서 만들어진 것일까.


【당장 지워요! 어서!】


시스의 목소리가 더욱 다급해졌다. 이때 그녀의 말을 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난 그녀의 간곡한 목소리를 무시한 채, 그 능력을 입에 담았다.


“드레인!”


내 손끝에서 붉은색 섬광이 괴물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커억!”


갑자기 돌아와 내 몸을 관통하는 붉은 섬광.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 거대한 고통이 내 몸을 덮쳤다. 이게 무슨 일인 걸까.


【내가 말했잖아요! 빨리 지우라고! 그건 금지된 능력이에요! 선택받은 자가 사용하면 오히려 2배의 고통으로 돌아온다고요!】

“지, 진즉 말해 주지!”


아픔과 함께 분노와 억울함이 밀려왔다. 아니, 그런 중요한 이야기는 미리미리 말 해줘야지. 그냥 안 된다고만 말하면 어떡해?! 덕분에 온몸에 힘만 빠졌잖아.


“젠장, 더럽게 아프네.”

【지금 당신의 몸 상태는 최악입니다. 장기 손상률 70%. 관절 가동률 50%. 뇌 손상 40%. 아니지, 뇌는 이미 많이 다쳤던 모양이네요. 내 말을 무시한 거 보니.】


그녀의 목소리에서 비아냥이 잔뜩 느껴졌다. 그녀의 말투가 거슬리긴 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원치 않게 내 몸에 자체 페널티를 준 상황. 과연 내가 이 상태로 저 추방자를 이길 수 있을까. 살짝 두려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 싸울 수 있을까?”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이기기 위해서는 몸부림 좀 쳐야 할 거 같은데요.】

“몸부림이라...”


몸부림 하나로 여기까지 온 나다. 몸부림치는 건 나에게 아무런 문제도 장애도 되지 않았다. 단지 내가 두려운 건,


[뚝, 뚝, 뚝, 뚝,]


촉수들에서 떨어지는 저 더러운 액체가 몸에 닿게 된다는 것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것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세상일 참 내 마음대로 안 되네.


“이 몸으로 능력을 만드는 건 무리겠지?”

【능력 창조는 힘듭니다. 일반적인 물건 창조면 모를까.】


일반적인 물건 창조만 가능하다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쓰러뜨릴 수 없을뿐더러,

특수한 방법도 좀처럼 먹히지 않는 놈에게.

일반적인 물건을 사용해서 쓰러뜨리라고?

이게 말이야 방귀야?


“젠장! 누굴 탓하겠어?! 엉뚱한 짓을 한 날 탓해야지!”


난 정신을 가다듬고 추방자를 바라보았다. 흐물거리는 촉수들이 당장이라도 날 덮칠 것처럼 이리저리 팔딱거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덤비지 않는 거지? 내가 이렇게 힘겨워하는데.


“시스, 왜 저놈이 안 덤비는 거야?”

【조금 전 당신이 보여준 그 빛 때문일 겁니다. 저 종족은 당신이 만든 그 능력을 마구 사용하다가 추방당한 종족이니까.】


그녀의 말을 듣고 난 후, 난 다시 한번 추방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처음 만났을 때와 많이 달랐다. 뭔가를 원하는 눈치였다. 내가 가진 무언가를.


“너, 혹시 이 능력을 원하는 거냐?”

“『창조』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일 줄이야. 아니, 신인가?”

【건네줘서는 안 됩니다. 저것들이 다시 날뛰기 시작할 거라고요!】


건네주고 말고 할 게 뭐 있어. 나는 주는 방법도 모르는데. 능력이라는 게, 뭐, 마음만 먹으면 쉽게 내어 줄 수 있는 장난감도 아니잖아.


“미안하지만 줄 순 없겠다. 주고 싶지 않을뿐더러, 주고 싶다고 해도 난 주는 방법을 모르거든.”

“그럼 죽어라! 죽여서 네 몸을 취하겠다!”


대화가 끝나자마자 다시 시작된 공격. 나름 매너있는 놈이었네. 이렇게 기다려 주기도 하고 말이야.

난 여전히 그 더러운 공격을 피하며 빈틈을 찾았다. 확실히 몸이 많이 무거워진 것이 느껴졌다. 확실히 이 상태로는 녀석을 죽일 수는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있다면, 아마도 이 방법뿐일 것이다.

지금 내 몸 상태로 녀석을 물리칠 수 없다면, 물리치지 않으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제3의 선택, 그건 바로 추방. 추방자라는 이름에 딱 맞는 형벌이라고 생각되었다. 비록 그를 직접적으로 추방할 능력을 만들 수는 없지만, 다행히도 나에게는 예전에 만들어 놓은 「공간 차단」과 「시간 역행」이 있다. 이 두 능력으로 어느 정도 이놈을 묶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시스, 현과장에게 전함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줘.”


한동안 말이 없던 시스. 그 와중에도 난 잽싸게 촉수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저 더러운 체액이 내 몸에 닿는 건 정말 죽을 만큼 싫었으니까.


【바닷가로부터 북서쪽으로 1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바닷가의 북서쪽 10km라. 가본 적이 없는 장소이기에, 차원문을 연다고 해서 원하는 위치에 딱 떨어질 거란 확신은 들지 않았다. 잘못 열었다간, 거대한 재앙을 내 손으로 풀어버리게 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추방자를 제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나에게는 선택할 사항이 없었다. 차원문을 여는 것 이외에는.


“내가 살다살다 이런 부탁을 드릴지 몰랐는데, 창조주님! 보고 계신다면 한 번만 도와주세요!”


난 무작정 차원문을 열었다. 그것도 추방자의 발밑에.

바둥대며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그 녀석을, 난 몸으로 밀쳐서 안으로 밀어 넣었다. 더럽고 냄새나는 체액이 머리 위로 가슴팍으로 쏟아져 내렸다.


“젠장! X발!”


욕이 절로 나왔다. 욕을 하니까, 입을 벌리게 되니까, 입 안으로도 그 더러운 것들이 들어왔다. 구역질이 올라왔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후회도 들었다. 다시 한번, 이상한 능력을 만들어 낸 나 자신을 원망했다. 시스의 말을 듣지 않았던 그 멍청했던 놈을 또 한 번 원망했다.


그렇게 난, 추방자와 함께 더러운 액체들과 함께 뒤섞여 차원문 안쪽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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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 394. 대면 24.03.09 16 2 11쪽
393 393. 신 24.03.08 1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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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385. 어둠의 전조 - 2 24.02.29 15 2 11쪽
384 384. 어둠의 전조 24.02.28 14 2 11쪽
383 383. 오리지널 - 2 24.02.27 1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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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378. 인간성 24.02.22 1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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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376. 현과장의 꿍꿍이 24.02.20 1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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