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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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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795
추천수 :
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3.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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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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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395. 대면 - 2

DUMMY

현과장의 주먹이 공중에 적중했다. 단 한 방도 빗나가질 않았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어김없이 공기만을 가르는 그의 움직임. 지켜보는 내내 한숨만 나왔다.

싸움이란 걸 해본 적 없는 티가 난다. 하긴 지금까지 본인의 의지대로 주먹을 뻗었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맞았던 때가 많았지. 물론, 내가 그의 몸을 움직였을 땐 아니었지만.


“그게 최선입니까, 휴먼?”


작은 도발이었다. 18년 동안 발전이 없었던 그를 향한 비아냥이기도 했다. 자신의 강함에 안주한 게 틀림이 없었다.


“허억, 허억,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얼마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숨을 헐떡인다. 평소에 자기 관리도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끝난 게 아니긴 무슨. 이미 결판은 났는데.”


참교육이고 뭐고, 이거 너무 수준 이하잖아. 이런 상태의 몸뚱이로는 날 상대할 수 없는데. 예전에도 그를 보며 느낀 것이지만, 현과장은 자기 판단을 냉철하게 하지 못한다.

뭐, 과거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직 한 발,”

“그만 고집부려. 나는 너야. 네 모든 건 날 베이스로 만들어졌다고.”

“난 당신이 아니라, 현과장입니다!”


그는 무작정 또 나에게 달려들었다. 매섭지도 날카롭지도 않았다. 그냥 쓸데없는 움직임이었다.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감정에 휩쓸려 이리저리 힘을 발산하는 그런 몹쓸 움직임.


“그만하자. 더는 안 되겠다.”


난 날아오는 그의 손을 붙잡고 그대로 비틀었다.


“으악!”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단발의 비명.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에 당황함도 엿보였다.


“어, 어떻게?!”

“어떻게는 뭐가 어떻게야. 내 몸에는 『창조주의 권능』이 통하지 않는다는 거지.”


그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아무래도 이 상황이 그가 노린 비장의 수였던 모양이었다. 이렇게 내 손에 잡혀서, 내가 폭력을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 그럴 리가 없는데...”

“없긴 뭐가 없어. 본인이 그렇다는데. 믿어라 좀. 넌 이 상황이 거짓말 같냐? 꿈 같아?”


난 그의 손을 더욱 세게 비틀었다. 그러자 온몸을 파닥거리며 자지러지는 현과장. 오래간만에 느끼는 고통에 참으로 맛있는 모양이었다.


“어때, 더 해줘?”

“아, 아니라고요! 놔요! 놔!”

“놔요가 아니라, 놔 주세요. 자 따라 해 봐, 놔 주세요.”


그는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하긴 한 나라의 수장인데, 이렇게 쪽팔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겠지. 그것도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싸울 당시에는 그리 많은 인원이 모여있진 않았지만, 어느새 우리의 주변으로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쪽팔려? 팔이 부러지는 것보단 나을 텐데.”


난 더욱 세게 그의 손을 비틀었다. 그러자,


“아, 알았다고요! 놔 주세요! 놔 주세요!”


밀려오는 고통에 마지못해 자존심을 꺾고만 현과장.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피어났다.


“진즉 그럴 것이지.”


난 그대로 그를 놔주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이유가 뭐냔 말입니다! 우리가 당신의 장난감입니까?”


아니, 이놈 봐라. 예전에는 없던 ‘설레발’이 생기고 말았네. 남 탓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인가?


“누가 누굴 괴롭혀? 지금 괴롭히려고 한 건 내가 아니라 너야, 너.”

“난 모두를 지키려고 한 것뿐입니다!”

“나도 모두를 지키려고 한 거라고. 너 몰라? 네 딸들이 무슨 말 안 해줬어?”


딸들 이야기에 현과장의 동공이 다시금 흔들렸다.


“은아! 은하! 지금 둘은 어디 있죠? 어디 있느냔 말입니다!”

“어디긴 어디야! 지금 사람들 구하고 있지! 아빠라는 놈이 딸들 케어도 안 하고, 그냥 냅다 주먹질이라니. 쯧쯧.”


난 일부러 모두가 다 들을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의 비난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대통령님! 괜찮으세요?”

“일어나세요! 대통령님! 악당에게 지지 마세요!”

“저런 얼굴만 예쁜 여자에게 져서는 안 돼요!”


현과장을 향한 응원이 쏟아진다. 잠깐, 그중에 여자라는 소리는 도대체 뭐야? 이 사람들 뉴스를 안 보는 거야? 내가 그렇게 뉴스에 많이 나왔는데. 하긴, 그러니까 뉴스로 대피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이렇게 침사저 거리를 돌아다니는 거겠지.


“저는 결코 질 수 없습니다!”

“마음대로 해라. 지든 이기든.”


답 없는 국민과 더 답 없는 지도자를 위해 내가 이러고 있었다니. 실망감에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그냥 다 내팽개치고 원더랜드로 가버릴까. 사실, 여기 사람들은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잖아.


“어! 아빠다! 아빠!!”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내 머릿속을 잠식하려던 그때, 저 멀리서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하였다.


“은하야!”


은하의 모습이 보이자, 마치 어둠으로부터 그녀를 구하려는 듯, 온몸을 날려 그녀를 껴안는 현과장. 그의 모습에 주변의 갤러리들은 감동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아니, 이게 감동할 일이야? 그냥 호들갑을 떤 것뿐이잖아. 지금의 이 상황은 전혀 위험하지도, 감동스럽지도 않았다고.


“아름다운 부녀 상봉 중인 건 미안한데, 지금 이럴 때가 아니거든. 여기 무척이나 위험하다고.”


난 혹시나 모를 죽은 자들의 습격을 대비해, 한층 더 신경을 곤두세웠다. 인파가 몰리지 않았던 조금 전의 상황이었다면, 전부 지켜 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외부의 습격으로부터 그들의 목숨을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혼란에 빠진 그들을 진정시킬 수는 없다.


“오빠! 여긴 아무것도 없던데?”


아무것도 없다고?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뉴스가 거짓을 전했을 리 없다. 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뭘까?


“크... 크.... 크르르...”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이 아닌, 내 발밑에서.


“은하야! 너 지하는 조사했어?!”

“지하? 지하는 안 갔는데?”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깜빡거렸다. 아직 어린 그녀에게 탐색을 맡긴 내가 멍청했다. 그러고 보니 잠깐, 시스는 어딜 갔지? 분명 함께 보냈는데.


“시스는? 시스는 어디 있어?”

“잠깐 둘러보고 온다고 갔어.”

【지하입니다. 느낌이 이상해서 지하 하수로 탐색 중입니다.】


은하와의 대화 중, 갑자기 시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무언가가 이동한 흔적이 있습니다.】


이동한 흔적이라는 말에, 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지하로 이동을 한 게 분명하다. 그렇다는 건, 침사저가 목적지가 아니라, 다른 곳이 목적지라는 말인데. 어디일까. 어디를 노리고 움직이는 것일까.

현과장의 관저라든지, 자택을 노린 것이라면, 그들의 목적은 현과장. 그렇다면 현과장이 있는 바로 이곳을 습격하는 것이 정상이다. 게다가 그의 딸인 은하도 이곳에 있는 상황.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설마, 내 생각이 틀린 것일까. 아니면, 설마...


“침사저 지하는 어디로 연결되어 있지?”

“하수도니까 당연히 하수처리장으로 연결되어 있겠지요.”

“그게 아니잖아! 북쪽과 남쪽! 동쪽과 서쪽 각각 끝에 뭐가 있냐고!”


내 말을 들은 현과장은 잠시 움직임을 멈춘 채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뭔가 떠오른 것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현과장. 그의 안색이 무척이나 어두워져 있었다.


“동쪽 하수처리장 근처에 연구소가 있습니다!”


연구소? 이슈 백금을 정제하던 그 연구소를 말하는 것인가?


“연구소? 이슈 백금 말하는 거야?”

“거기 말고! 우주 전함을 구축하고 있는 연구소요!”


전함은 또 무슨 소리야? 아니, 벌써 전함을 만들고 있었어? 이슈 백금을 손에 얻은 지 아직 한 달도 채 안 지났는데?


【빠르긴 하군요. 엔진 정도만 만들 줄 알았는데, 벌써 전함이라니.】


딸 자식 전부 팽개친 이유가 있었다. 저런 걸 만드니까, 집 식구들에게 소홀한 거지. 아니, 왜 저렇게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걸까.


“아무튼! 중요한 연구소가 있다는 거지?”


단번에 땅 속으로 내려가 죽은 자들을 섬멸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긴 했지만, 자칫 잘못해 하수도 전부를 무너뜨릴 수 있기에, 그 방법은 제외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출구 앞에서 끝장을 보는 건데.


【양동 작전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진짜 목적을 알 수 없어요.】


그래, 진짜 목적을 알 수 없는 이상,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자가 현과장의 연구소를 급습할 이유는 없다. 전함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 리조차 없으니.

지금의 상황을 보면, 확실히 일을 벌인 쪽에서 서두르고 있다. 지난 재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의 습격이니까. 그렇다는 건, 우리가 움직이는 걸 노리고 이런 일을 벌인 게 아닐까? 이렇게 혼란을 야기하고, 그 후 중경의 어느 지점에 병력이 집중되는지 알아보려는 고도의 심리전 말이다.


“심리전을 걸겠다면 당연히 받아줘야겠지, 안 그래?”


난 현과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잔머리를 쓰겠다면, 더 큰 잔머리로 대응해주면 되는 거니까.




“첩자의 보고에 따르면, 현과장이 군병력을 동쪽으로 움직이란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대사제님”


어두운 방 안.

남자 사제의 말을 들은 진자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무슨 일이 있어서 동쪽에 군대를 보냈을까.


“중경에 병력을 집중하는 게 아니라, 동쪽으로?”

“하수처리장 근처 바다라고 합니다.”


거기다 하수처리장 근처라고? 좀비 병력을 잡기 위해 군대를 움직인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잠깐 바다라고 했나?”

“네, 대사제님.”


그의 대답을 들은 진자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창백한 얼굴에 번지는 차가운 미소. 그는 확신했다. 바닷가 어딘가에 현과장의 비밀 시설이 존재한다는 것을.


“지금 완성된 병력은 어느 정도인가?”

“중경 인원을 제외하면 약 5%입니다.”


중경을 함락시키기에는 턱 없이 모자른 수치지만, 시설하나 점령하기엔 충분한 숫자였다.


“전부 동쪽으로 집결시켜라. 그곳이 현과장의 약점일 테니까.”

“중경의 병력은 어떻게 할까요?”

“지상으로 올려보네. 본진에 합류가 어려울 거 같으니까. 그럼 시간 벌이용으로라도 써야지.”


진자의 명령에 살짝 고개를 조아리더니 남자 사제는 그대로 방을 나섰다. 방에 혼자 남게 되자, 그의 창백하고 생기 없는 피부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의 육체는 시체에서 점차 인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 같은 모습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1분도 채 넘기지 못한 채, 생기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그의 피부. 시체 같은 그의 모습이, 이제는 완전히 죽은 자의 모습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크아아... 아아...”


그에게 남아있던 이성도 점차 사라지는 것일까. 그는 자신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듯,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했다.

잠깐 인간이 되었던 것에 비해, 꽤 오랜 시간 이성을 잃은 채 날뛰었던 진자. 겨우 정신을 차린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의자에 앉았다.

이제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 뼈 위에 피부만 남아있는 그의 몰골. 흡사 해골과 다를 것이 없었다.


“빠, 빨리 현과장을 제거하고 그 힘을 손에 넣지 않으면...”


두려움이 가득한 그의 눈빛. 그는 간절했다. 그에게 다가오고 있는 저주와 죽음을 피하고 싶었기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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