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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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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793
추천수 :
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2.20 08:06
조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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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375. 거짓말

DUMMY

“큰일이야! 큰일!!”


악몽이라도 꾸었는지, 새파랗게 질린 채 방 문을 열고 나오는 은하. 그녀의 입술은 물론, 그녀의 온몸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냥 ‘왜 또 그래?’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그녀의 모습에, 난 곧장 곁으로 달려가 그녀의 상태를 정확하게 들여다보았다. 다행히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어... 왜 오빠는 아무것도 안 물어봐?”

“그런 게 중요해? 지금 네 상태가 말이 아닌데.”


난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고개를 떨구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은하. 뭐가 그렇게 서러운 것인지, 큰 울음소리까지 내며 펑펑 울었다.


“왜, 왜 그래, 갑자기?”


물밀듯이 밀려오는 당혹감. 그녀의 큰 울음소리에 당황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무슨 일인가요?”


그녀의 서러운 울음소리에 거실로 나오고 만 시스. 그녀는 작은 방 앞에 있던 우리를 보더니, 그대로 터벅터벅 걸어와 은하의 입을 막았다.


“지, 지금 무슨 짓이야!”


아무리 감정 없는 시스템이라고 할지라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난 곧바로 그녀의 행동을 막았다. 하지만,


“이 울음소리 때문에 프런트에 민원이라도 간다면, 그땐 우린 유괴범이 되는 겁니다.”


시스의 말에 두 눈이 똥그래지는 은하. 그녀는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눈물을 닦았다.


“나, 현은하! 은인들게 민폐를 끼칠 수는 없지! 희끅! 희끅!”


눈물을 억지로 참으려 했던 게 화근이 되었던 모양인지, 그녀는 계속해서 딸꾹질을 했다. 시스가 가볍게 등을 두드리고, 그녀를 안아서 진정시키려 했지만, 딸꾹질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희끅! 희끅! 난 괜찮아! ...희끅!”

“어떻게 좀 해 봐요.”


능력을 발휘하라는 듯 나를 응시하는 시스. 『소생』도 없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딸꾹질 멈추는 약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딸꾹질 멈추는 약이라도 만들어 보라고요!”


시스의 말에 난 순간적으로 놀랬다. 딸꾹질이 멈추는 약이 있어?


“그런 게 있어?”

“있든 없든 만들어 보라고요!”


그녀의 윽박에 일단 머릿속에 약을 떠올리기는 했다. 그런데 그런 약이 있을 리가 없잖아. 특히나 어린 아이가 먹을만한 그런 약이...


[툭.]


있다. 있어. 내 의심이 피어나기 무섭게 내 발밑으로 떨어진 자그마한 약 봉투. 아니, 이게 왜 진짜 있어?


“이, 이게 왜...”

“잠깐만요. 성분 좀 확인하고.”


시스는 빠르게 약 봉투를 집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단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는, 그대로 따뜻한 물을 가져와, 은하의 입에 약과 함께 털어 넣었다.


“읍!”


시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입과 코가 막혀 파닥거리는 은하.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거 티 내는 것도 아니고. 아니 저게 무슨 짓이야! 지금 고양이에게 약 먹이는 것도 아니고.


“아니, 얘가 무슨 동물이야?”

“인간도 동물입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인간도 동물이긴 하니까. 그렇다고 해도 저런 방식은 아닌 거 같은데.


“푸하!”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퍼지던 그때, 시스의 손에서 벗어난 은하.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나에게로 달려와 내 뒤로 숨었다.


“이것 봐요. 아무렇지 않잖아요.”


너무나 당당한 시스의 모습. 그러나 이 모습도 이어지는 은하의 질문에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그녀뿐만 아니라 심지어 나까지도.


“그런데 왜 어머님은 존댓말을 쓰고, 오빠는 반말을 하는 거야?”




중경 외곽의 대저택.

넓고 넓은 방에 앉아 신중하게 TV를 보고 있던 진돈. TV에서는 은하의 실종을 한창 보도하고 있었다. 진지한 눈빛으로 뉴스를 보고 있던 그는, 이내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납니다, 진돈.”


진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부드럽지만 냉랭한 목소리. 핸드폰 속 대상이 그리 반가운 사람은 아닌 듯한 모양이었다.


“현과장 딸년이 사라진 모양인데, 우리가 선수를 칠 수 있겠습니까?”


용건을 이야기한 진돈은, 온 신경을 집중해 대답을 기다렸다. 길고 길어지는 침묵. 그렇게 그의 인내심에 한계가 올 때쯤, 핸드폰 넘어의 상대가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점점 진돈의 안색이 변해갔다. 밝아지는 듯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답답함이 남아있었다.


“그 말은 비용이 문제라는 겁니까?”


또다시 핸드폰에 집중하는 진돈. 이윽고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빨리 찾을 수만 있다면, 돈은 문제가 되지 않지요. 그럼 지금 당장 시작해 줄 수 있겠습니까?”


진돈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이내 TV 전원까지 꺼버린 그는 그대로 침대로 걸어갔다. 마치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 행복한 그의 얼굴. 침대 속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그는 달콤한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자신이 들어가려고 한 그 길이, 천국이 아닌 지옥행 고속도로라는 사실을.




“어, 그게...”


아니, 무슨 애가 이렇게 눈치가 빠르지? 달랑 몇 번 실수했을 뿐인데. 그걸 그렇게 잡아내네. 또 한 번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시스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시선을 돌려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내가 모르는 어른들만의 사정이라는 거야?”

“그, 그럴 거야. 응, 아마 그런 걸 거야.”


난 은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녀의 말이 전적으로 맞다. 어른들만의 사정. 그렇지 어른들만의 사정이지. 시스는 내가 만든 존재니까.


“은하야, 이건 우리들만의 비밀이야. 알았지?”

“웅! 알았어! 오빠랑 나랑... 아주머니만의 비밀.”


그녀의 입에서 어머님이 아닌 아주머니가 나왔다. 은하가 확실히 영특한 아이인 건 맞는 거 같다.


“그런데 무슨 일이었어? 아까 큰일이라 그랬잖아.”

“아! 맞다!”


이제야 생각이 난 듯,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내 손을 잡았다. 그런데 그때,


[쨍그랑!!]


호텔 창문을 깨고 집으로 난입한는 검은 전투복의 사람들. 그들의 화려한 등장이 살짝 내 심기를 건드렸다. 도대체 대낮부터 이게 무슨 짓인 거지?


“저, 저 사람들이야! 내 꿈에 나타난 사람들!”

“은하야, 혹시 저 사람들이 나온 다음은 못 봤어?”


내 질문에, 은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 건, 은하가 눈치채기도 전에 끝상황을 정리했던지, 아니면 그녀에게 일부러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야기인데. 아무렴 어때, 은하에게 몹쓸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지.


“시스, 은하를 부탁해.”

“네.”


시스의 손에 은하를 맡긴 나는, 곧바로 귀마개를 만들어 은하의 귀에 씌웠다. 이 행동의 의미를 안 것인지,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눈을 가리는 시스. 이제 준비도 끝났으니 단번에 쓸어버려야겠다.


“3초 준다. 왔던 길로 돌아가. 3!”


이렇게 말한다고 돌아갈 인간들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기회는 줘야 하잖아.


“2!”


숫자가 점점 떨어지지만, 그들은 전혀 내 경고를 듣지 않았다.


“1!”


내 입에서 숫자가 튀어나오기 무섭게 달려드는 검은 무리. 실력의 차이를 한껏 느끼게 해주고 싶었지만, 은하가 있는 관계로 빠르게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내 결단을 눈치챘는지, 은하를 힘껏 껴안은 시스. 덕분에 일이 수월해졌다.


[짝!]


방 안에 퍼지는 우렁찬 박수 소리. 내 박수가 만들어낸 충격파가 그대로 괴한들을 덮쳤다. 제대로 방어 한 번 못 한 채, 방 밖으로 날아가 버린 괴한들. 단 한 놈만이 운 좋게 기둥에 부딪혀 거실 구석에 남아있었다.


“오호라~ 아직 남아있었네.”


실력의 차이를 알아버린 것일까. 그 괴한은 있는 힘껏 창문을 향해 뛰었다. 하지만 그렇게 보내기엔 너무 늦었잖아. 이미 3초도 지났고.


[딱!]


손가락을 살짝 튕기니, 짜잔! 엉망진창이었던 스위트룸이 원상복구가 되었다. 이거야말로 놀라 자빠져야 하는 거 아닐까.


“으아악!”


아니나 다를까. 주변의 모든 것이, 마치 시간이 되감기듯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자, 괴한은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시스, 은하를 데리고 잠깐 방에 들어가 줘. 난 저분과 살짝 대화를 나눠야 하니까.”

“네.”


내 말을 들은 괴한은 겁에 질린 듯, 도망을 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쉽게 도망치게 놔둘 정도로 난 좋은 사람이 아니다. 난, 관을 만들어 그 속에 괴한을 가둔 뒤, 은하와 시스가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천천히 기다렸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 참 잘도 잔다, 잘도 자.”


난 침대에 누워있는 그 인간을 툭툭 건드렸다. 무려 18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이 인간의 모습은 그대로인 것같다. 진돈이라는 이 멍청하고 생각 없는 인간 말이다.


“야! 안 일어나?”


난 진돈의 코를 위로 잡아당겼다.


“으아아아아아악!!!”

그러자, 깜짝 놀라 그대로 일어나는 진돈. 조금 아팠던 것인지 그의 얼굴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감히 어떤 놈이!”

[딱!]


범법자 주제에 입이 거칠어서 반사적으로 날아간 딱밤. 딱밤을 맞은 진돈은,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이마를 부여잡고 침대 위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아침부터 이렇게 불청객이 찾아오는 기분이 어때? 거지 같지?”


그는 여전히 이마를 어루만지며 날 바라보았다.


“너, 넌... 그 부자...!!!”

[딱!]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일까. 아니면 지능이 딸려 상황파악이 안 되는 것일까. 난 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알찬 딱밤을 한 번 더 선물해 주었다. 그러자, 너무 좋아서 침대 위를 질주하는 진돈. 그의 질주는 침대를 내려와 방바닥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왜? 너무 맛있지? 맛있어서 죽겠지? 한 방 더 줄까?”

“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는 이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무릎을 꿇고 내 앞에 앉았다. 그래, 이제야 좀 대화할 준비가 된 모양이었다.


“나도 아닌, 은하를 노린 건 너무한 거 아니야? 아직 10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인데.”

“죄, 죄송합니다!”


입에 발린 거짓말.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그냥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그냥 막 생각나는 대로 지껄이는 거겠지. 정풍 가씨는 그런 집안이니까.


“왜 은하를 노렸어?”

“그, 그게... 그게... 돈 때문입니다, 돈.”


대답에서 느껴진 작은 망설임. 또 거짓말이다. 이 상황을 피하려고 지어낸 거짓말이 아닌, 무언가를 숨기기 위한 거짓말.


“난 너그럽지 못해. 세 번째는 못 참을 수도 있어.”

“예...?”

“왜 은하를 노렸어?”


진돈은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저 땅만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을 뒤덮을 정도로 흐르는 식은땀. 그가 숨기고 있는 사실이 평범한 진실은 아니란 느낌이 들었다.


“입을 열지 않으시겠다?”

“아, 아, 아닙니다!”


이윽고, 공포에 못 이겨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내리는 진실. 난 그 이야기를 묵묵히 듣기만 했다.


작가의말

실수로 374화 내용이 375화 내용으로 올라갔습니다.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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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378. 인간성 24.02.22 12 2 12쪽
377 377.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2.21 1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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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5. 거짓말 24.02.20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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