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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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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11
추천수 :
1,457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2.23 10:00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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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379. 인간성 - 2

DUMMY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이리로 또 저리로 허둥대기 시작했다. 마치 단 한 번도 습격을 받아본 적 없는 도련님처럼, 그들은 내 방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배, 백금!!!”


바로 그때, 한 남자가 소리쳤다. 아마도 백금을 지키려는 모양인 거 같은데. 그렇게 둘 순 없지. 난 그대로 그의 앞에 거대한 벽을 만들었다.


“더 움직이려고 한다면, 앞이 아니라, 목에 벽을 만들 거야.”


북극의 한파보다 더 냉랭한 내 목소리에, 연구원들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명령이 중요하다고 해도, 자신들의 목숨만큼이나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난 이 정도의 협박이라면 그들도 절대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데,


“나, 나라를 위해서라면!!”


갑자기 저 멀리서 투명한 백금 통을 향해 달려오는 한 여성.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진지하고 또 결의가 가득했다.


[쾅!]


난 서둘러 그녀의 앞에 벽을 세웠다. 그런데 왜 벽을 세웠을까. 그냥 목을 날려 버렸으면 그만인 것인데.


【『인간성』 제어가 곧 끝이 납니다.】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시스의 말에, 순간,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잠깐 묶어둔 『인간성』이 되돌아오게 된다면, 난 아무것도 못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연민 때문에, 이런 날파리 같은 목숨도 곱고 고귀하게 여길 테니까. 절대 그냥 시간이 흐르게 둬서는 안 된다. 뭐라도 당장 진행해야지.


“경고는 이번이 마지막. 지금 움직이는 건 용기가 아니라, 개죽음이 될 거야.”


그들을 잘 타이른 뒤, 난 곧바로 손을 거대한 기계 쪽을 뻗었다. 내 차에서 이 이상 이슈 백금을 뽑아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위이이잉~!! 쿠구구구구구!!!]


내 손끝에서 점점 뭉개지고 압축되기 시작한 기계와 황금 자동차. 그 잔해들은 이내 내가 만든 거대한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블랙홀 만드는 건 언제 익힌 건가요?】

“방금”


이제 큰 골칫거리를 제거했으니, 남아 있는 작고 작은 문제를 해결할 차례. 난 곧장 시선을 돌려 투명한 백금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 어디 갔어?”


없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내가 잠시 고개를 돌린 그 사이에 누군가가 와서 가져간 게 분명했다. 그런데, 연구원들 사이에 그런 능력자가 존재했다고?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누구야! 누가 가져갔어?!”

【외부에서 이슈 백금의 반응이 느껴집니다.】


눈 깜짝할 새에 백금이 든 통을 들고 도망쳤다라는 건, 바로 그만큼 무예나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 난 도둑놈이 더 멀어지기 전에 빠르게 그의 뒤를 쫓았다.


정적(靜寂)이 가득한 밤의 숲길을 누군가가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어둠에 가려져 육안으로 쉽게 찾을 수 없는 도둑놈의 모습. 그만큼 이런 일에 도가 튼 인물이라는 것이겠지. 그냥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난 조용하고 또 빠르게 멀어지는 그 뒤로 더욱 빠르게 다가갔다.


“내 물건은 돌려줘야지.”

“허, 헉!”


내가 뒤에서 슬쩍 말을 걸어오자, 무척이나 놀란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도망치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도 참 달리기 좋아하긴 하는데, 지금은 너무 늦어서 말이야. 그러니까 그 물건만 돌려주겠어? 누구 하나 다치기 전에.”


난 계속해서 그의 뒤를 쫓아가며 말을 걸었다. 그에게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


【『인간성』 재가동합니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이럴 때 『인간성』까지 돌아오다니. 이거 뭐 거의 이번 작전은 실패한 것과 다름없는 거 같은데. 저 친구가 안 주고 도망가면, 난 여린 마음 때문에 아무런 짓도 못 할 거 아니야. 자, 봐. 조금 전까지 목을 날린다니 어쩐다니 이런저런 잔인한 생각을 서슴없이 했던 나인데,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걸 정말 어쩌지?


“으아아아악!!”


아니나 다를까. 도둑놈은 더욱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정말 이걸 어쩔까. 같이 달려가는 건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데, 이 친구를 해하고 이슈 백금을 되찾아야 할까? 아니면 그냥 놔 줘?


【지금의 이슈 백금 양으로 거대 영구 기관 하나 정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거대 영구 기관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난 도둑의 발을 밑에 크고 넓은 끈끈이를 만들었다. 일단 그가 도망칠 수 없게.


“으악!”


내가 만든 끈끈이 때문에, 그만 그대로 넘어지고 만 도둑. 관성 때문일까. 그는 그만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백금 통을 놓치고 말았다.


[통통통...]


그의 앞으로 사정없이 떨어진 통은 그대로 데구르르 굴러갔다.


“미안하지만, 이런 건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야.”

[위이이잉~!]


난 또다시 블랙홀을 만들어 백금을 빨아들였다. 내 고민과 다르게 손쉽게 끝난 상황. 이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부스스... 부스스...]


숲속 어딘가로부터 부산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야행성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아닌, 훈련된 무언가의 절제된 움직임이.


【주변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 도둑의 한패인 것일까. 이 부산한 움직임으로부터 강한 살기가 느껴졌다.


【근접해 오고 있습니다.】


여러 선택지가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중에 살인이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1시간 전과 완전히 다르게 말이다.


[딱!]


내 손끝에서 경쾌한 소리가 튕겨 나오자, 순식간에 숲속으로 끈끈이 지옥이 만들어졌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습격자들은 그대로 이 끈적끈적한 지옥 속으로 달려 들어오고야 말았다.


“......”


당황한 듯 허둥대는 모습들이었지만, 그 누구도 입 밖으로 소리를 흘려내지 않았다. 마치 엄청나게 훈련이 된 사람들처럼.


【어떻게 할 건가요?】


머릿속에서 들려온 그녀의 물음에, 난 잠시 망설였다. 이들을 죽일 필요는 없다. 또, 이들의 배후를 알 필요도 없다. 내 목표는 오직 이슈 백금을 이 땅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 그 소정의 목표를 이뤘으니,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리오 골드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난 습격자들을 향해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은 채, 그대로 발밑에 차원문을 열어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혼란스럽기 때문이었다. 『인간성』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내 상태가 너무나도 극과 극이었기에.




“각하, 운반조가 실패했다고 합니다.”


광귀는 떨리는 목소리를 억지로 누르며, 핸드폰에 대고 이야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더욱 일그러지기 시작한 광귀의 표정. 그는 끝내 질끈 두 눈을 감고야 말았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핸드폰 안에서 그 어떤 고성(高聲)이 튀어나오지도 않았지만, 광귀의 표정은 그 어떤 질책을 받는 것보다도 더욱 일그러져 있었다.


“그, 그럼 미끼였다는 말씀...”


광귀의 일그러진 얼굴에, 실망감마저 내려앉았다. 자신과 정보부 소속 대원들이 전부 미끼였다니. 그럼 현과장의 진짜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럼, 저희는 일대종사를 예의 주시하고 있겠습니다.”


짤막하게 대화를 마친 광귀는, 이내 핸드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창문 밖에서 서서히 비쳐 들어오는 찬란한 햇빛. 어두웠던 지난 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똑똑]


그렇게 감상에 젖어있던 바로 그때, 문 쪽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 그는 대충 누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예상이 되긴 했다.


“들어와.”


광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방으로 들어오는 한 남자. 검은 전투복 위로, 군데군데 이상한 점액질 액체가 끈끈하게 달라 붙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트랩에 당했습니다. 우리가 올 걸 예상한 듯한 움직임이었습니다.”

“트랩?”


광귀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무도 모르는, 심지어 자신 조자 몰랐던 비밀 연구소인데 어떻게 트랩을 미리 설치할 수 있었을까.


“연구원 중에 첩자가 있다는 말인 거야?”

“모르겠습니다. 사건 이후 빠져나간 연구원은 단 한 명도 없기에...”


빠져나간 인원이 없다는 말은, 더욱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첩자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지 않았다는 건가. 아니면 그대로 더 방해 공작을 진행하겠다는 걸까. 광귀는 범인들의 심리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전원 조사해. 단 한 명도 빠짐 없이. 비밀이 새어 나간 것이라면, 분명 연구원 중에 공범이 있다는 말이니까.”

“네!”


빠르게 대답한 남자는, 곧바로 광귀에게 경례를 올린 뒤 방을 빠져나갔다. 그가 나가도 좀처럼 밝아지지 않는 광귀의 표정. 오히려 그의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져만 갔다. 요즘 들어 점점 대담해지기 시작한 일대종사의 행보. 그는 이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볼수만은 없었다.

이내 큰 결심을 한 듯,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광귀. 심각한 표정은 이내 목소리에 전이되어 입 밖으로 나왔다.


“납니다, 광귀. 잠시 뵐 수 있겠습니까, 철종진 장군님.”




이슈 백금을 제거했으니, 한 시름 놓았다. 역시 내가 뿌린 똥은 내가 치워야 제맛이지.


“수고하셨습니다.”


호텔로 돌아오자, 시스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날 맞이했다. 내가 뭘 잘못하기라도 한 걸까?


“왜 그런 표정이야? 전혀 날 반기는 거 같지가 않잖아.”

“당신의 본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현과장.”


내 본모습이라. 『인간성』을 막았을 때 보여줬던 그 모습 때문인 걸까.


“당신이 그 정도로 감정이 없는 인물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뭘 상상 못 해? 거울 안 봐?”

“네?”


내 말에 시스는 순간 얼어버렸다. 아무래도 자기 자신이 누구의 성격을 베이스로 만들어 진지 잊은 듯한데.


“잊었어? 시스는 내 성격을 기초로 만들어진 A.I. 라면서.”

“아!! 그랬지!!”


그녀는 부들부들 떨며 자신의 손과 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서 사정없이 튀어나오는 경멸감과 모멸감. 그녀는 마치 그녀 자신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사정없이 찡그렸다.


“아니, 그렇다고 그런 표정을 짓는 건 너무하잖아. 시스는 그냥 살짝 비슷하게 만들어진 것일지 모르지만, 난 시스보다 난 무척 심각한 상태라고.”

“아, 네... 자중하겠습니다.”


자중한다는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싫은 걸까. 아니, 그렇게 내 성격이 개차반인 걸까. 날 닮은 자기 자신을 혐오할 정도로.


“...그렇게 내가 싫어?”

“지금은 아니지만, 『인간성』이 결여된 현과장은 최악입니다.”

“그건 어쩔 수 없었다니까. 최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게 많았다고.”

“인간성까지 말인가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난 제일 먼저 인간성을 버렸다. 인간성을 가진 채로, 내가 만든 그 수많은 영혼을 희생할 순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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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378. 인간성 24.02.22 13 2 12쪽
377 377.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2.21 1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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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 375. 거짓말 24.02.20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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