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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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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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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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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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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78. 인간성

DUMMY

“잠깐!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지? 내 안에 뭐? 『인간성』? 인간성이 있다고?”

【신의 육체 안에 들어간 기본 시스템입니다. 현과장은 특히 인간혐오가 강하기에 필수가 되는 시스템입니다.】


컨테이너 냉동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내 몸 안에 그대로 흘러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일시적이긴 했지만 사고까지 멈췄던 거 같았다. 아주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기억 속에 작은 공백이 생기기도 했으니까.


“그거 지워. 당장 지워.”

【『인간성』 제거를 실시합니다. 거부. 재실행합니다. 거부.】


거부라는 단어가 연거푸 머릿속에 퍼져나갔다. 불안감이 다리를 타고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등으로 목으로 그리고 머리로.


【『인간성』 제거 결과, 거부. 재실행할까요?】

“아니, 또 한다고 달라질 건 아니잖아. 그렇게 단순하게 만들어진 몸뚱이도 아니고.”

【그건 맞습니다.】


난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제거할 수 없는 능력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인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정말 방해가 되는 감정이었다.


“제거는 할 수 없지만, 제어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강력한 시간 제약을 둘 순 있습니다. 그렇게 길진 않지만.】


강력한 시간 제약이라... 그래, 없는 것보단 낫겠지.


“설정해줘.”

【24시간 중 1시간 동안 『인간성』에 제약을 부과합니다. 제약 설정이 시작되면 강제적으로 1시간 동안 『인간성』의 사용이 불가능해집니다. 설정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응.”


난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차분하게 가라앉는 머릿속.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이게 예전의 나였던 걸까.


【설정 후, 자동으로 1시간 제어가 사용되었습니다.】

“알고 있어. 지금 느껴졌거든.”


이제는 수많은 관을 보아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궁금하지도 않다. 이 시체들 안에 이런저런 사연이 있겠지만, ... 그게 나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다른 곳을 가봐야겠어. 한시라도 빨리 차를 찾아야 하니까.”


난 몸을 돌리면서 동시에 차원문을 열었다. 바로 그때, 내 눈에 들어온 낡은 냉동장치. 순간 걸음이 멈춰진 나는, 그대로 냉동장치를 바라보았다.


“여기 냉동이 잘 안 되고 있었지?”

【그렇습니다.】


인간성이 사라진 탓일까.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체들이 가득한 컨테이너. 그 안에 있는 부서진 냉동장치. 그리고 이것들을 지키는 군인들. 너무 작아 희미한 조각들이지만, 그 조각들이 어떤 그림의 조각인지 감이 잡혔다.


“시체들을 숨기려면 땅속에 묻었겠지. 살리려면 진즉 살렸고. 이건 다른 이유야.”

【다른 이유라고요?】

“시체를 천천히 부패시킬 다른 이유가 있는 거라고.”


내 일에 지금 당장 방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발목을 잡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간성을 배제했는데도 이렇게 불길한 걸 보면,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다. 당장 손을 써야지.

난 손을 들어 냉동장치를 겨냥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변하기 시작한 냉동장치. 그 냉동장치는 작은 몸뚱이에서 벗어나, 거대하고 거대한, 초대형 냉동장치가 되어있었다.


【냉동장치를 크게 만들어서 뭘 하려고 하는 거죠?】

“시체가 천천히 부패하길 원하잖아. 좀 도와주자고.”

【이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방해입니다.】

“그건 입장에 따라 다르지. 이건 날 도와주는 거니까.”


[위이이이잉!!!]


내가 눈빛을 보내자, 갑작스레 미친 듯이 돌아가기 시작한 냉동장치. 컨테이너 안의 시체들을 모두 냉동 참치로 만들만큼 강력했다.


“그럼 가자.”


그렇게 난 차원문을 통해 컨테이너를 빠져나왔다. 컨테이너 안에서 보낸 30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어쩔 수 없다. 이제라도 속도를 내는 수밖에.




“본아, 이리 와봐라.”


겨우 몸을 가누는 등 책사는, 자신의 곁에 있는 아들, 본을 곁으로 불렀다.

가지고 있는 돈에 비해, 썰렁하기 그지없는 등 책사의 방. 그의 방에 있는 것이라고는 낡은 침상과 다 부서진 서랍장, 그리고 손때 묻은 책상과 수북한 책들뿐이었다.


“예, 아버지.”


그의 아들 본이 누워있는 등 책사의 옆으로 다가갔다. 멀쩡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뭔가 이상한 본의 상태. 옷으로 감추고 있긴 했지만, 그의 얼굴과 팔, 그리고 목의 피부색이 완전히 달랐다.


“재료는 준비되었느냐?”

“황녀가 거하게 움직여 준 덕분에 많이 모았습니다.”

“키워놓으면 쓸 때가 있는 법이지. 너처럼 말이다.”


등 책사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을 살포시 잡는 본. 그런 그때, 본의 손에서 구더기들이 투두둑 침상 위로 떨어졌다.


“네 몸 상황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구나.”

“새로운 팔을 이식해야 할 거 같습니다.”


본의 말이 끝나는 순간, 그의 팔이 등 책사의 침상 위로 툭 하고 떨어졌다. 팔이 있던 그 자리에는 붉은 실핏줄 같은 촉수들이 징그럽고 또 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과장 놈을 잡으려면 더 튼실한 육체가 필요합니다, 아버지.”

“그래, 더 튼실한 육체가 필요하겠지.”


등 책사는 침상에서 일어나, 책상 위로 걸어갔다. 이윽고 그의 손에 쥐어지는 낡은 책 한 권. 가죽으로 만들어진 그 책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는 책장을 펼친 뒤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며칠이나 지났느냐. 시체가 익기시작한 날부터.”

“아직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이라. 좀 더 있어야 익겠구나.”


책을 덮더니 심각해 보이는 표정을 짓는 등 책사. 이내 그는 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명심해라. 덜 익으면 거부반응이 크게 일어난다. 지금 네 팔처럼.”

“명심하겠습니다, 아버지.”


등 책사가 책을 다시 책상 위로 올리자, 책의 겉표지가 붉게 빛났다. 「死靈之書(사령의책)」 그 붉은 불빛은 영엄했지만 또 불길했다. 마치 죽음 그 자체처럼 말이다.




“추출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중경 외곽의 작은 연구실.

50평 남짓한 연구실 안에, 현과장을 비롯한 10명의 연구원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럼 추출을 시작하도록 하죠. 시간이 많이 늦기도 했으니까.”

“네, 각하.”


현과장의 말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연구원들. 이윽고 연구실 바닥으로부터 거대한 기계가 등장했다. 황금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자동차를 마치 꼭 품고 있는 듯이 보이는 거대한 기계. 현과장은 기계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연구원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추출 시작합니다!”


자동차를 품고 있던 그 기계로부터 무수히 많은 바늘이 솟아났다. 그러더니, 그대로 차 위로 꼽히는 바늘들. 그 바늘의 끝에서 맑고 찬란한 액체가 몽글몽글 맺히기 시작했다.


“이수 백금을 전부 추출하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순조롭게 진행만 된다면 5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순조롭다라...”


현과장의 얼굴에서 약간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요즘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유리 가면의 남자가 조금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유리 가면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만반의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공격을 받게 된다면, 그 즉시 추출을 중지하고, 추출된 이슈 백금을 빠르게 주 연구실로 보내겠습니다.”

“부탁드리지요.”


연구원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인 현과장은, 그대로 연구실을 떠났다.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얼굴에서 사라지지 않는 불안감. 그는 알게 모르게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가 이 연구실에 반드시 찾아올 것이란 사실을.




머릿속이 깔끔해진 느낌이 든다. 조금 전 컨테이너 안에서와 다르게.


【조금 먼 곳이긴 하지만, 이슈 백금이 감지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전혀 감지되지 않았잖아.”

【지상이 아닌 곳에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것도 전파가 완전히 차단된 지하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슈 백금이 이대로 현과장의 손에 떨어지게 놔둘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안내해.”

【현 위치 기준, 동북쪽으로 120km지점입니다.】


나는 시스가 말한 위치로 단번에 날아갔다.

도착한 그곳에 있는 건 자그마한 건물. 도무지 뭔가를 숨기고 있을 만한 장소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정말 여기가 맞는 거야?”

【맞습니다. 저 건물 안에서 이슈 백금의 반응이 퍼져 나오고 있습니다.】


건물의 크기로 볼 때, 무언가를 만들만한 공장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백금만 따로 빼내는 건가?”

【금 안에 백금을 섞어 놓은 것이라 쉽게 빼낼 수는 없을 텐데】

“그건 들어가 보면 알겠지.”


난 그녀와 나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차원문을 열어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잠깐만요.】


그런 나를 갑자기 잡아 세운, 시스.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왜?”

【지금 그 모습으로 들어가겠다는 건가요?】

“그런데, 왜?”


건물 안에 들어가는데, 무슨 그레스 코드가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그녀는 왜 날 막아 세운 것일까.


【지금 그 모습은 리오 골드입니다. 지금 당신은 네오 무협랜드의 유명인이라고요.】

“목격자가 없으면 되는 거 아니야?”


내가 아무리 얼굴이 알려진 인물이라고 할지라도, 그저 목격자가 없으면 그만. 난 애당초 날 본 인물들을 그냥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제정신입니까? 다 죽이겠다고요?】

“그래, 필요하다면.”

【필요하면 죽이겠다는 게 아니라, 눈에 띄면 죽이겠다는 거 아닌가요?】

“그게 그거지.”


내가 뭐 이상한 말이라도 한 것일까. 머릿속 그녀의 음성에서 강한 분노가 느껴졌다.


【창조주께서 당신의 몸에 『인간성』을 넣은 이유를 알겠어요. 당신의 몸 안에서 인간적인 면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아니. 그게 뭐 문제 될 일이야?”


난 그녀가 이토록 화를 내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왜 이러는 걸까. 난 그저 일을 효율적으로 하려던 것일 뿐인데.


【빨리 모습을 바꿔요. 사람 죽일 생각하지 말고.】

“그 방법도 있었군. 귀찮긴 하지만 말이야.”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귀찮음이 더 우선이 되다니...】


난 그녀의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무시한 채, 그대로 모습을 바꿨다. 예전 중경 중심에서 소란을 피웠을 때 입었던 그 코스튬으로.


“이 정도면 됐지?”

【또 유리 가면이에요?】

“일부러. 대중의 시선이 유리 가면에 집중할 수 있게.”

【... 『인간성』이 없으니 확실히 머리 회전은 빨라지는군요.】


난 그녀의 칭찬 같은 비아냥을 들으며, 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차원문 안으로 들어와 보니, 커다란 기계가 황금색 차를 움켜쥐고 있었다. 내가 생각없이 선물한 그 차 말이다.


【저기 보세요!】


그녀가 말한 ‘저기’가 어딘지 몰랐지만, 고개를 돌리는 순간 대충 감이 잡혔다. 그녀가 말한 건, 아마도 기계 옆에 있는 자그마한 통이었을 것이다. 찰랑거리는 액체가 담긴 투명한 통 말이다.


“투명한 통?”

【저게 이슈 백금이에요! 저 정도면 한 5%정도 추출 성공한 거 같습니다.】


5%라는 말에 난 살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정해졌다. 아니, 이미 이곳에 오기 전부터 정해졌었다. 내가 할 일은 이슈 백금을 다른 물질로 바꾸는 것. 현과장이 우주 정복을 두 번 다시 꿈도 꾸지 못하게 말이다.


“비, 비상! 비상!”


그때였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소리치기 시작한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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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385. 어둠의 전조 - 2 24.02.29 15 2 11쪽
384 384. 어둠의 전조 24.02.28 1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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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 380. 돌아온 기억 24.02.24 11 2 11쪽
379 379. 인간성 - 2 24.02.23 12 2 11쪽
» 378. 인간성 24.02.22 13 2 12쪽
377 377.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2.21 17 3 12쪽
376 376. 현과장의 꿍꿍이 24.02.20 18 3 11쪽
375 375. 거짓말 24.02.20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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